〈 83화 〉 17권 오크와의 정사를 꿈꾸는 엘프는 내일도 답답하다(2)
* * *
"자, 잠시만 오르카. 기다려봐. 응?"
"칼리는, 시우님은.... 제가 싫어요?"
"...그런 게 아니라."
아니 내가 뭐라고 하자마자 그렇게 풀 죽으면서 실망하면 미안하잖아.
물론 당장이라도 따먹힐 것 같아서 무섭긴 했는데.
그걸 멈추려고 했을 뿐, 저런 표정을 만들 생각은 아니었다.
그리고 솔직히 당황스러웠던 것뿐이지, 굳이 따지자면 오르카는 좋아한다.
예전에 오르카에 대해서 잘 모를 때는 미친 사생팬인 줄 알아서 싫어했지만.
지금은 오해도 풀렸고, 오르카에 매력에 대해서도 여러모로 많이 알고 있다.
솔직히 외모도 성격도 내 스트라이크 존에 제대로 들어가지.
"아, 그래. 시우님이 나중에 나한테 성장하면 지켜주는 사람이 되어도 된다고 했었잖아. 그거, 그거도 칼리가 말한 게 되는 거지? 그것도 진심이었어?"
"어...?"
여기서 그게 진심이 아니라고 하면 거짓말을 한 게 되어버리니까 어지러워졌다.
애초에 그 말을 할 때부터, 얘한테는 언젠간 말해야겠다고 생각하긴 했는데.
이건 예상했던 것보다 너무 빠르다.
"그렇지. 그건 변하지 않았어. 열심히 강해진 오르카가 나를 지켜준다면, 나는 든든하다고 생각해."
"...아직 내가 부족해서, 더 기다려야 한다는 거구나."
"그, 그게 아니야."
"그럼?"
그게 맞다 할 거 그랬나.
하지만 솔직히 오르카 정도면 부족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훈련을 열심히 해서, 저번 시험에도 학년 톱을 따냈는데.
솔직히 나를 지켜주기에는 충분하다고 생각해.
"나는 오히려 걱정이야. 나 같은 게, 네 평생의 목표가 되어도 괜찮겠어?"
"당연하지. 칼리는, 시우님은.... 내 인생에서 유일하게 가지고 싶은 걸 알게 해줬는걸."
굉장히 바르고 올곧게 빛나는 그녀의 하트모양 눈동자가 눈에 들어온다.
방금 조금 급발진 하면서 나를 따먹을 것처럼 하던 모습과는 딴판으로.
진짜 기사의 눈빛을 보는 것 같아서 기분이 묘해진다.
아니 대체 내가 뭘 했다고 이런 대단한 취급을 받는 건지....
"오르카, 네가 전부 알게 되었으니까 말하는 건데. 나는 절대로 그 작품으로 오크를 구하겠다거나 하는 원대한 목표는 없었어."
"...에?"
"나는 그냥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했을 뿐이야. 물론 오크들이 제대로 된 평가를 받고, 하프 오크들도 배척받지 않게 된 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 개인적으로 뿌듯하기도 하고."
하지만 네가 말한 것처럼, 누군가를 위해서 일부러 그런 일을 하지는 않았다며.
나는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대단한 사람이 아니고.
그냥 일개 만화를 좋아하는 화가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내가 모두에게 진실을 숨겼던 이유에 그것도 들어가. 나는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 아닌데, 다들 대단하게 생각했거든."
"...그럼 우리 부모님이랑 똑같은 이야기를 그린 건?"
"우연이야. 나도 너한테 이야기 듣고 깜짝 놀랐잖아. 그래서 그랬던 거야."
"우연...."
오르카는 잠시 눈을 감고 생각하더니.
금방 나를 짓누르던 몸을 치워줬다.
이제 잘 해결되었다 싶어서 안도의 한숨을 쉬려는 순간, 갑자기 그녀가 자신의 몸에 달라붙어 있던 옷가지를 벗어버리기 시작했다.
"오, 오르카!?"
팽팽하게 가슴에 달라붙어 있던 크롭티가, 가슴을 힘차게 흔들면서 위쪽으로 당겨지고.
크롭티가 가슴을 조금씩 뱉어내면서, 그녀의 젖이 티셔츠의 모양으로 찌그러진 채 조금씩 노출을 늘려가기 시작한다.
벗겨지는 옷이 젖꼭지에 걸렸다가, 힘차게 자극하면서 벗어지자.
탄식과도 같은 신음이 그녀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하읏♡ 후우.... 있지, 칼리."
"너, 너. 갑자기 왜 옷을 벗어!"
"우리 엄마가 그러더라. 아빠랑 만나게 된 것은 우연이었지만. 아빠가 엄마를 지켜준 것도 진짜고, 엄마가 아빠를 사랑한 것도 진짜라고"
"뭐?"
"겨우 우연이라는 이유로 그 모든 것을 의미 없던 것으로 하고 싶지 않다고."
그래서 앞으로 그걸 '운명'이라고 부르기로 했다는 이야기.
그것이 비단 오르카의 어머니가 한 이야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닐 거다.
오르카는 지금 내가 그녀와 본의 아니게 지켜주게 된 것도.
이렇게 오르카가 나에게 좋아한다고, 지켜주고 싶다고 달려드는 것도.
전부 운명이라고 말하고 싶은 것이겠지.
"그리고, 만약 그걸 칼리가 의도하지 않았다고 해도 달라지는 건 별로 없어."
"어?"
"다른 것도 별로 의도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거지?"
"응."
아마 '오크와의 정사를 꿈꾸는 엘프는 오늘도 답답하다'를 제외한, 다른 작품들이 영향이 컸던 것들을 이야기하는 것이겠지.
당연히 대부분은 내가 생각하지도 않았는데 일어난 일이다.
그중 대다수가 결과적으로 좋은 일이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긴 하지만....
"칼리가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칼리가 그린 그림이, 만화가 이 세상을 더 좋게 바꿔나가고 있는 건 사실이잖아."
"...그게 그렇게 되나?"
"응. 그렇다면 여전히 내가 지키고 싶은 '시우님'이라는 건 다르지 않아. 그러니까 칼리가 어떤 생각으로 그 만화를 그렸던, 나는 칼리에게 인생을 바치고 싶어."
그게 자신의 꿈이라며 당당하게 말한다.
아니, 근데 그건 어디까지나 나를 지키는 기사로서의 할 일이잖아.
그런데 왜 갑자기 옷을 벗고 있는 건지 모르겠는데.
"그치? 그러니까 옷은 입고.... 응? 나 진짜로 오르카랑 오래 함께할 거고, 오르카의 검에도 의지할 거야."
"고마워. 하지만 나도 이제 생각이 바뀐 게 조금 있거든."
"뭐?"
이번에는 브루마까지 쭉 내려서 벗어버린다.
화들짝 놀라서 시선을 돌렸는데, 이쪽으로 던진 브루마가 바닥에 철썩하고 달라붙는 것이 보였다.
애액으로 질척질척해서 엄청 야하게 느껴지는 상태였다.
설마 지금 나랑 대화하는 동안에 저렇게 젖은 거야?
자위 같은 걸 하지도 않았으니, 순수하게 야한 기분만으로 젖었다는 건데....
"아까도 말했지만, 아마도 나는 칼리를 좋아하고 있었어."
"......."
"검술부의 다른 남자애들을 볼 때는, 이런 기분이 들지 않았단 말이야. 나를 진지하게 걱정해줘서인지, 아니면 시우님과의 유일한 연결고리라서인지. 이유는 몰라. 애초에 이유가 필요한지도 모르겠고."
좋아해.
그리고, 어차피 내가 지키기로 했던 사람이 사실은 칼리라면.
옆에서 모든 걸 포기하고 지키기만 할 필요 없는 거잖아.
칼리의 옆에서 함께할 암컷으로서의 정체성도 찾을 수 있는 거잖아.
나에게는 그럴 자격이 없는 걸까?
"그럴 리가 없잖아. 나는 단지, 너무 성급한 게 아닌가 싶어서."
"성급한 게 아니야. 몇 번이고 생각했어. 입밖에 내뱉지 않았을 뿐이고! 몇 번이고 생각했단 말이야...."
"오르카...."
"오히려, 너무 오랫동안 쌓여 있었어. 이 보지 안쪽이 칼리를 볼 때마다 쿡쿡 쑤셔서 견딜 수가 없었는데...!"
진지한 표정으로 개 변태 같은 소리 하지 마!
그것 때문에 자꾸 이 진지한 상황에 자지가 반응해서 미안하잖아.
왠지 오늘따라 오르카의 아버지가 얼마나 고생하셨을지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도대체 어떤 삶을 살아오신 겁니까.
"칼리...."
"흐악!?"
알몸인 상태인 오르카가, 그대로 나를 뒤에서 껴안았고.
그녀의 모유 디스펜서가 주는 풍만감이 그대로 내 등을 짓누르면서 후끈거리는 온기를 전달했다.
그리고 거치면서도 야한 신음이 섞인 숨소리가 내 귓가를 간질이는데.
진짜로 미칠 것 같았다.
"나는 싫어? 로자리아랑은 여기서 아까 섹스했지? 정액 냄새가 가득한걸. 나도, 그렇게 사랑해주면 안 되는 거야? 내 평생을 바치는 대가라고 생각하고, 나에게 조금이나마 사랑을 나누어 주면 안 되는 거야?"
"...싫다는 건 아니야. 나도 오르카가 좋아. 그리고 말하기 좀 그렇지만, 여기 발기한 것만 봐도 알 수 있잖아."
처음에는 오르카를 진정시켜서 상황을 정리할 생각이었는데.
이야기를 나누면 나눌수록, 오르카를 설득할 자신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오히려 여기서 내가 오르카를 거절하는 쪽이 더 마음에 걸려.
"꼬추 커졌구나...."
"윽!?"
오르카가 그렇게 말하면서 내 자지에 손을 가져가더니.
옷 위로 손가락을 쓸어내리면서 굉장히 야한 움직임을 하기 시작했다.
아마 그녀가 엘프 엄마에게서 배운 컨트롤 같은데, 도대체 애한테 뭘 보여준 거냐고 따지고 싶을 정도로 엄청나게 기분 좋았다.
"자, 잠시만. 오르카?"
"이건, 섹스하고 싶다는 표시라고 했어...."
"자, 잠시만!"
이제 좀 진정시키는 것에 성공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다시 폭주한 오르카가 나를 구속해버리기 시작했다.
이게 아닌데?
"그래, 내가 칼리를 좋아하고. 칼리도 나를 좋아해. 그럼 섹스해도 되는 거잖아? 섹스해서 잔뜩 기분 좋아지자?"
"아니, 아니!"
그 와중에 자지를 만지는 손길은 왜 이렇게 기분이 좋은 건지.
아까 로자리아한테 질내사정까지 하면서 힘이 빠졌을 자지가, 벌써 정액을 내뱉겠다며 잔뜩 화나서 부풀기 시작했다.
자꾸 뇌가 자지에 지배될 것 같아서 힘겨워진다.
"오르카, 진짜 괜찮겠어? 기사로써 내 옆에 서겠다면. 그거야 일이고, 제대로 봉급도 주면서 같이 일하겠지만...."
"칼리를 지키는 거랑 상관없이, 내가 칼리랑 사랑을 나누고 싶은 거야."
"알아, 그러니까 이건 다른 거잖아. 나는 지금 벌써 로자리아에 유리아까지 건드렸어. 그렇게 여자가 많은 사람한테, 많은 이들 중 단 하나가 되는 걸 견딜 수 있어?"
"아, 그럼 유리아랑 로자리아도 같이 사는 거야?"
"뭐?"
"그런 거 아니야?"
"아니, 그렇긴 한데."
"그럼 더 좋아!"
시발, 얘 사고 회로가 일반적인 사람이랑 다르다는 걸 잊고 있었다.
유리아처럼 상관없다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좋아'를 박아버릴 줄은 상상도 못 했네.
결국 나는 오르카의 어떤 논리에도 반박하지 못하고, 그녀에게 강제로 옷을 벗겨졌다.
그리고 그 뒤에는....
"칼리의 꼬추우♡"
침이 질질 흘러내리는 질척한 그녀의 입이, 애무로 인해 극한까지 발기한 자지를 단번에 잡아먹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