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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한 만화가 합법인 세상에서-97화 (97/229)

〈 97화 〉 20권 ­ 살인멸구(1)

* * *

순간적으로 니아의 알몸을 목격하는 순간 수많은 과거의 상황들이 스쳐 지나갔다.

내가 분명 실수지만 니아의 가슴을 만졌을 때 남자처럼 딱딱하게 느껴졌던 기억이 있고.

심지어 나는 쟤 앞에서 몇 번이고 옷을 갈아입거나 나체로 지내왔다.

물론 내가 쟤 나체를 본 적이 없긴 하지만, 좆이라도 작아서 부끄러워 하나 싶었지.

아니 그리고 애초에 시발 저 가슴은 어디서 나온 건데?

아무리 판타지 세상이라지만 너무 비약했잖아.

저 정도면 오르카에 근접하는 크기 아니야?

"아, 아아...!"

"아니, 미안. 진짜로 몰라서...."

시발 아무리 남정네여도 자기가 보이기 싫어하면 억지로 볼 생각은 없었는데.

나는 정말로 얘가 여기 있을 줄은 몰랐다.

대충 물소리만 나도 들어오지 않았을 텐데, 또 하필이면 내가 들어올 때 욕실을 나와서 몸을 닦고 옷을 입던 찰나였다.

내가 목격한 직후의 니아는 다리 한쪽에 팬티를 끼운 상태로, 슬슬 다른 다리를 집어넣으려고 한발로 딛고 자세를 취하던 상태였다.

다행히 금방 적응해서 빠르게 팬티를 입고 끌어 올리긴 했는데.

이미 나는 털까지 그대로 있는 그녀의 보지를 적나라하게 본 이후였다.

와 근데 어떻게 보지털 모양이 하트 모양으로 자라있냐.

솔직히 지금 니아의 빛나는 듯한 여체를 관람하느라 자지가 반응하고 있을 정도로.

니아의 나체는 완벽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남자를 꼴리게 할 매력을 뿜어주고 있다.

내가 여장하면 말도 안 되게 어울리겠다고 생각했던 것만큼, 몸매가 완벽한 건 당연하고.

모르고 있던 저 커다란 유방이 남심을 흔들기에 충분하다고 본다.

'그 와중에 함몰 유두였네.'

원래 저런 건지, 아니면 붕대 같은 걸로 압박을 오래 해서 저렇게 된 건지는 모르겠는데.

하여튼 안으로 귀엽게 숨어 있는 젖꼭지의 모습은, 당장이라도 발기시켜서 꺼내주고 싶을 정도로 매력을 발산했다.

와, 시발 워낙 예쁘니까 당황하는 걸 넘어서 침착하게 구경하게 되네.

존나 예쁘다 진짜.

원래라면 예쁘장한 남자애라고 생각했을 얼굴과 머리 스타일도, 저 몸매랑 합쳐지니까.

그냥 보이쉬한 여자일 뿐이라는 것이 여실히 느껴질 정도고.

가끔 이상하게 높은 목소리를 내거나, 방금 나를 보고 당황하면서 낸 목소리도 여자애의 것이었기에.

평소에 일부러 낮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걸 깨달으니, 그냥 쟤는 여자애라는 것이 머릿속에서 자동으로 박혀버린다.

그리고 워낙 이런 망상이 자주 튀어나올 만한 녀석이어서 그런지.

사실 니아가 여자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도, 커다란 충격을 받거나 하지는 않았다.

솔직히 반년 동안 지내면서 그럴 가능성을 너무 많이 생각했어.

솔직히 지금 놀란 건 그녀가 여자라는 것보다는 젖탱이가 너무 커서 놀란 거다.

아니지, 오히려 조금 안심되는 부분도 있었다.

시발 쟤가 자꾸 여자애 같은 짓을 할 때마다 조금씩 반응이 오려고 해서, 사실 남자여도 저 정도로 암컷이면 가능한 게 아닐까 하고 위험한 생각을 했는데.

진짜 암컷이라서 내 자지 레이더가 아직 틀리지 않았다는 걸 증명받았잖아.

"어, 어쩌지...?"

"그, 니아야?"

"이를 어쩌면...."

니아는 자신의 입술을 귀엽게 깨물면서,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듯 보였다.

생각해보니까 너무 친해져서 잊고 있었는데, 쟤는 황태자잖아.

황태자가 여자라는 사실이 드러났다간 세상이 발칵 뒤집힐 텐데, 이거 지금 괜찮은 건가?

이거 정말로 위험한 거 아니야?

내가 그런 생각을 하는 순간, 갑자기 손을 움직여서 '듀얼 캐스팅'을 사용한 니아가 나를 마법으로 구속했고.

나는 놀라서 몸으로 대응하려다가 실패하고 그대로 제압당했다.

쟤는 이걸 언제 완성해서 준비하고 있었냐!?

"미, 미안해 칼리. 절대로 네가 싫어서 그러는 건 아니야. 오히려, 오히려 좋아했어."

"자, 잠깐만 니아! 아무한테도 이야기 안 할 테니까 진정해! 응?"

"나와 폐하를 위해서, 아니 제국을 위해 죽어줘 칼리. 미안...."

시발, 이번엔 진짜로 좆된 것 같은데....

『야한 만화가 합법인 세상에서』

안일했다.

오랫동안 칼리와 함께하는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칼리가 평소에 동아리에만 있느라 이 시간에 기숙사에 오지 않는 것에 너무 익숙해져서.

들어오면 내가 알아차릴 수 있도록 하는 등의, 기본과 같은 것들을 전혀 지키지 않고.

답답한 옷을 벗어 던지고 개운하게 씻고 나오는 것에만 집중해 있었다.

요즘 학생회 일도 그렇고 여러모로 신경 쓸 것들이 아주 많았기 때문에, 안에서 나름 스트레스가 쌓여 있었는데.

그걸 유일하게 푸는 행복한 시간이라고 해서 너무 심하게 안일해져 있었다.

나 자신이 용납이 어려울 정도로, 너무 멍청한 짓거리라서.

당장이라도 나 자신에게 욕이란 욕은 다 퍼붓고 싶었다.

그래도 이런 와중에 칼리는 얼마나 착해 빠졌는지, 내가 여자라는 것에 놀라는 것보다 나를 더 신경 써서 사과를 해주고 있었다.

속이고 있었던 건 나인데, 그 비밀을 실수로 알게 되었다는 걸 이유로 저렇게 상냥한 생각을 한다니.

내가 아는 '인간'의 행동거지와는 전혀 달라서, 나도 모르게 감동하는 마음이 몰려왔다.

'...멍청한 생각 하지 마.'

지금은 칼리가 그럴 수 있어도, 과연 나중에도 똑같은 말을 할 수 있을까?

예전에는 착하던 사람이, 나중에 가서 아바마마를 배신하는 걸 수도 없이 본 것이 정치계의 일들이었고.

힘이 없는 것도 아니고 글라디스 가문의 후계자인 칼리가, 나중에 이걸 빌미로 어떤 것을 요구할지 알 수 없다.

아무리 생각해도 여기서 칼리를 죽이고, 어떻게든 그 사실을 무마하는 것이 가장 좋은 선택지라는 것을 이성은 알고 있었다.

"어, 어쩌지...?"

"그, 니아야?"

"이를 어쩌면...."

모르겠다.

대체 나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 걸까.

이성이 판단한 대로, 칼리를 죽여서라도 이 비밀을 지켜야 하는 걸까.

아니면 칼리를 믿고, 그 선택의 결과를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

그 와중에 칼리가 내가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눈치챘는지, 살짝 뒷걸음치려는 듯한 자세를 취했다.

'일단 도망치지 못하게 막아야 해.'

마음이 급해진 나는 방금까지 연습하고 있던 '듀얼 캐스팅'을 사용해서, 최대한 빨리 그를 묶어버렸다.

아직 실수할 확률이 높았을 텐데, 의외로 성공적이라서 다행이었다.

솔직히 칼리가 상대인 이상, 이 방법이 아니었으면 절대로 내가 그를 제압할 수 없었겠지.

내가 알기로 칼리는 검술도 배웠던 걸로 기억하니까.

"미, 미안해 칼리. 절대로 네가 싫어서 그러는 건 아니야. 오히려, 오히려 좋아했어."

"자, 잠깐만 니아! 아무한테도 이야기 안 할 테니까 진정해! 응?"

"나와 폐하를 위해서, 아니 제국을 위해 죽어줘 칼리. 미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차라리 아무 평민에게 들켰다면, 제대로 발언권도 없을 테니 아무도 믿어주지 않았을 텐데.

칼리라면 추후 글라디스 가의 가주가 된 이후에, 정식적으로 상황에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런 위험 부담을 겨우 내 마음 하나 때문에 감당한다는 건, 절대로 정상적인 선택이 아니리라.

이렇게 제압당한 사람을 죽이기에는 그리 어려운 마법이 필요하지 않다.

그저 손끝에 압축된 불덩이를 소환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고.

그걸 그대로 칼리의 심장에 박아넣기만 한다면, 어렵지 않게 숨통을 끊을 수 있으리라.

"니, 아...."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내가 조금만 더 정신을 차리고 지냈더라면 없었을 일이다.

그리고 애초에 수상하지 않도록, 들키지 않을 수 있으니 남자애랑 같은 기숙사를 써도 괜찮다고 주장하지 않았다면....

그렇게 그냥 얌전히 혼자 기숙사를 사용했다면, 칼리를 이렇게 죽여야 할 필요는 없었을 텐데.

전부 내가 잘못한 것이다.

제대로 해내지도 못할 거면서, 완벽할 수 있다며 자기 자신을 고평가한 것도.

피곤을 핑계 삼아서 안일함을 즐기고 있었던 것도.

전부 다 나의 부도덕함 때문이었다.

"칼리는 잘못하지 않았어. 전부, 전부 다 나 때문이야. 그러니까, 잔뜩 원망해줘...."

방금 발동한 마법이 내 손끝에서 빛나고, 나는 천천히 그 손을 칼리의 심장을 향해 움직였다.

이대로 찌르기만 하면 모든 것이 끝나리라.

칼리는 멍청한 나를 원망하며 죽어갈 거고, 나는 분명히 이 일을 후회하고 또 후회하겠지.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나'의 후회고, 이 인생에서 '나' 따위는 필요하지 않아.

"울지, 마...."

"에...?"

어떻게든 마음을 굳히고, 그대로 마법을 찌르려는 순간이었다.

칼리는 뜬금없이 자신이 죽기 직전에 할 말과는 굉장히 어울리지 않는 말을 했다.

나는 당황해서 다른 쪽 손으로 눈가를 만져봤다가, 곧바로 눈물로 젖기 시작하는 손등을 느꼈다.

...나, 울고 있었구나.

"시발, 그게.... 사람 죽이는 새끼가 할 표정이냐?"

"나는...."

모르겠다.

분명히 이대로 끝을 내면 된다고 머릿속에서는 이미 계산을 끝마쳤을 텐데.

자신이 죽는다는 것보다, 나를 오히려 안쓰럽다는 듯 쳐다보는 칼리의 표정을 보고 있으면.

손이 무언가에 묶여있는 것처럼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는다.

"죽여. 솔직히 나라에서 무슨 지랄이 일어나는지는 모르겠지만. 결국 그 좆같은 나라 때문에 뒤지는 거면 어쩔 수 없지."

"나라 때문에, 죽는다...."

내가 아니라 제국에 대한 원망이 깃드는 그의 눈을 보며 이를 악물었다.

차라리 나를 원망했으면 좋았을 텐데.

마치,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듯한 저 눈빛이 자꾸 나를 괴롭혔다.

"야, 죽이는 건 좋은데 유언 하나만 하자."

"...뭐?"

"우리 아버지한테 전해줘. 내가 '시우' 본인이라고. 그 시발 검술 말고 그림 그리는 게 내 천직 맞았으니까. 나 죽었다고 검술의 대를 잇지 못했다고 아쉬워하지 말라고."

"...어?"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야?

칼리가, 칼리가 시우 화가라고!?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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