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6화 〉 21권 니아르(5)
* * *
"이거로 할까요?"
"어? 어. 괜찮은 것 같아. 딱 내 취향이야."
"그럼 이거로 할게요. 바로 입고 가도 되겠죠?"
"이, 이걸 바로 입는다고?"
생각해보면 지금 입은 옷이 원피스 계열이라서, 팬티가 보일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는 수준이긴 한데.
저걸 지금 입고 있다는 걸 알고 있는 상태로 계속 같이 지내면, 아무래도 좀 신경이 쓰일 것 같은데?
하지만 니아는 싱글벙글 웃으면서 그대로 팬티 위에 옷을 입고는 값을 내버렸다.
"이제 속옷은 다 칼리님이 골라준 것들로 입은 상태네요?"
"...그렇지. 아니, 왜 굳이 그렇게 말해."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다 야해서 정신을 차리기가 힘드네.
그다음은 야한 브래지어 쪽이었는데, 아무래도 니아의 커다란 가슴을 제대로 고정해 주면서 야하기까지 한 제품을 찾기는 어려웠고.
실용성 측면에서 전부 다 꽝이었던 터라, 일단은 넘어가기로 했다.
물론 이쁘게 야한 것들은 하나씩 입어서 보여줬는데, 함몰이라는 특수성 때문인지 꽤나 볼만한 가치가 있는 장면들이었다.
솔직히 마지막에 참지 못한 니아의 젖꼭지가 제대로 발기해서, 함몰이 아니게 된 것을 본 것이 최고였지.
물건은 못 샀어도 그것만으로도 아주 만족스러웠다.
"에헤헤...."
"뭘 그렇게 부끄러워해. 나는 아까부터 계속 발기해 있는데."
"저는 칼리님의 벗은 몸을 본 게 아니잖아요."
그렇게 따지면 나도 네가 벗기 전부터 발기했는데?
더 상태가 심해진 게 벗은 이후인 거지, 벗기 전에 그 젖탱이에 팔 끼워 넣을 때부터 발기했어.
너도 대충 발기한 내 자지로 흥분했다고 치면 비슷한 거 맞을 거라고 봐.
"아니면 내 속옷이라도 고를래?"
"음, 여기는 남자 속옷은 이쁜 게 없던데."
"왜 그런 정보를 알고 있는데...."
"양쪽 속옷 중에서 무난하면서 이쁜 걸 찾으려고 돌아다닌 적이 있으니까요."
하긴, 남자한테 흔하지 않은 삼각이라서 그렇지.
원래 그녀가 아카데미에 입고 오던 팬티는 남성용에 가까운 거였다.
그 부분은 나중에 니아가 알고 있는 가게에 가서 쇼핑하기로 하고, 오늘은 일단 여기까지만 사는 것으로 합의를 봤다.
"옷은 안 사도 괜찮아?"
"네. 아까 브래지어에서 괜찮은 게 있었으면, 그 위에 입을 수 있는 걸 찾았을 것 같은데. 결국 없었잖아요?"
"아하."
브래지어랑 세트로 구매할 생각이었는데, 정작 브래지어를 추가로 구매를 안 해서 포기했구나.
확실히 아까 야한 브래지어 말고도 다른 브래지어도 좀 보더니.
모든 것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인가보다.
"좋아. 속옷은 끝났으니까 다음 할거로 넘어갈까."
"아, 다음은 디저트 맛있는 카페!"
"혼자서 가본 적은 있지?"
"네."
심지어 한 번은 학생회에서도 간 적이 있지만, 아무래도 주변 시선이 신경 쓰여서 원하는 한정 디저트 메뉴 같은 건 생각도 못 했다고 한다.
그건 그냥 남자애들도 먹는 경우가 있을 테니까 눈 꽉 감고 먹으면 될 텐데....
생각해보면 얘는 남장 상태에서 특유의 그 이미지를 엄청나게 챙기는 편이었지.
"한정 메뉴 지나간 것도, 따로 웃돈 주고 예약할 수 있다고 해서. 오늘 싹 주문해놨어요."
"...다 못 먹지 않을까?"
"그럴 생각으로 주문한 건데요?"
그러다 음식 낭비했다고 벌 받는다?
그래도 나랑 즐기고 싶어서 그런 거고, 평소에 못 하던 걸 몰아서 즐기기 위해서니까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들긴 했다.
뭐, 내가 옆에서 같이 먹어줄 거니까.
"아인이라는 이름으로 예약했어요!"
"네, 아인님. 이쪽으로 오시겠어요?"
"아인? 니아르가 아니라?"
"니아르는 칼리님만 부를 수 있는 애칭이에요!"
실질적인 가명은 니아르가 아니라 아인인 모양이다.
아니 근데 왜 굳이 나한테는 니아르라고 부르라고 했나 싶어서 생각하다가, 문득 이 세상의 이름 사용의 특이한 점이 생각이 났다.
귀족들의 경우 성과 이름 사이에 글자 하나를 넣게 되는 것이 바로 그 부분인데....
'남자들이 흐를 넣는 거였지.'
대신 여자들은 '흐'가 아니라 '드'를 끼워 넣게 되는데, 이것에 예외가 하나 있다.
아기를 낳은 여자들은, 그것 자체를 미지아 교단의 교리로는 신의 과업을 행한 명예 성직자처럼 취급받게 되고.
그래서 '드' 대신에 '르'를 사용한다는 문화가 있다.
이름 사이에 '르'가 들어간 여성은, 임신까지 마친 임자 있는 몸이라고 보면 되겠다.
그런데 '니아르'라는 이름의 경우, '니아 흐 알트레스'라는 니아의 이름이.
마치 임신한 후인 '니아 르 알트레스'라고 바뀐 것을 줄여 부르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걸 왜 이제야 눈치챘지?
"너, 진짜...."
"앗, 눈치챘어요?
그리고 그 '니아르'를 굳이 자신을 부를 애칭으로 불러달라고 했다는 건.
마치 자신을 임신시켜 줄 사람이라고 말하는 것 같아서.
진짜 생각도 못 한 부분에서 사람을 매료시키는 요망한 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입에 '아르'라고 부르는 것이 어느 정도 붙었는데, 이제 이렇게 부를 때마다 임신시켜주고 싶다는 생각이 나게 생겼다.
"아르, 너 진짜 와...."
"이상해요? 원래 애칭에는 의미가 있는 거잖아요."
"그렇긴 한데...."
누가 애칭에 '임신시켜주세요'라는 의미를 담냐고.
내가 어처구니가 없어 하자, 그녀는 꺄르르 웃으면서 우리 테이블로 몰려오는 디저트 더미로 눈을 돌렸다.
오, 근데 저건 진짜로 눈을 돌려야 할 만큼 대단한 광경이긴 하네.
"여기 한정 메뉴가 종류가 엄청 많았구나."
"엄청 맛있어 보이지 않아요?"
여기 디저트야 항상 기본 이상은 하는 편으로 기억하니까.
아마 저기 있는 뭘 먹어도 맛은 충분히 있겠지.
다만 그걸 꾸민 디자인들이 되게 귀엽다는 게 포인트였다.
"확실히 '그 학생'이 시킬만한 비주얼은 아니긴 하네."
"그죠? 제가 괜히 칼리님과의 데이트 코스로 잡은 게 아니라니까요."
응, 이 정도면 나도 주문하기 좀 부담스러웠을 것 같다.
나는 저번에 저기 옆에 있는 마카롱 탑인가? 그것 정도만 오르카가 주문한 적이 있어서 알고 있었다.
근데 그게 제일 얌전한 편이고, 나머진 다 미치게 귀염뽀짝한 것들이 많았다.
"음, 디자인을 이렇게 하면 맛 조화를 내기 힘들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네. 역시 여긴 참 실력이 좋아."
이것들을 굳이 한정 메뉴로 하는 것이, 정식 메뉴가 될 만큼 대단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손이 많이 가는 메뉴들이라 한 종류만 감당하기도 벅차서 시즌으로 로테이션시키는 느낌이 강했다.
그래서 웃돈 주고 시간을 사면 그걸 고려해서 다 만들어주는 거고.
"하우음.... 아, 달다. 이 느낌 너무 좋아요. 약간 이것도 가버리는 거랑 비슷한 느낌인데."
"그런 소리를 당당하게 하지 마...."
디저트 먹다가 가버린다는 소리를 하면, 내가 뭐라고 대답을 해야 할지 모르겠거든?
아니 솔직히 이쯤 되면 니아도 우리 동아리 애들이랑 비슷한 과가 아닌가 의심스럽다.
그냥 남장하고 다닐 때 최대한 억누를 뿐이지, 내가 아는 요즘 여자애들이랑 되게 비슷했다.
이럴 때마다 내가 아는 요즘 여자애들이 좀 특이한가 싶다가도, 아카데미에서 여자애들이 야한 이야기로 타오르는 거 보면 그냥 지금 유행이 그런가 싶어.
"아, 이거 너무 멀리 있지? 어느 쪽 먹고 싶은데. 이쪽?"
"네!"
"아, 해."
"아앙...."
워낙 많은 디저트가 테이블에 놓여 있다 보니, 내 쪽에 가까운 건 니아가 먹기 힘들어했고.
나는 그걸 간단하게 잘라서 그녀의 입에 먹여주었다.
사실 그냥 그릇에 덜어주거나 위치를 바꿔주면 되는데.
누가 봐도 이런 식으로 먹여주는 플레이를 원한다는 눈빛을 하고 있었다.
'생각해보면, 음식 먹여주는 장면은 내가 꽤나 많이 써먹었구나.'
내가 일상 장면에서 두 캐릭터의 유대성을 느끼게 하는 구도로 좋아하는 것 중 하나라서 그런 것 같다.
애초에 여기 아예 없던 문화도 아니긴 해.
화신 시리즈처럼 여자애들끼리 먹여주는 문화는 없었던 것 같기도 하지만?
'진짜 요망한 년.'
일부러 입에 크림을 잔뜩 묻히고 먹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그런 생각을 했다.
물론 그녀가 생각한 것은 화신 시리즈에 나온 것처럼, 닦아 주면서 챙겨주는 거겠지만.
남자인 내가 느끼기에는 그 이상을 해주고 싶어지거든?
"아르, 잠시만 거기 있어 봐."
"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니아가 있는 반대쪽으로 다가가서.
크림이 묻어 있는 그녀의 입을 내 입으로 덮어서 빨아먹고는.
그대로 혀까지 그녀의 입 안으로 침투하면서 키스로 이어나갔다.
"프하...!"
"이런 걸 의도했던 거지?"
"아, 아니거든요?"
"흐음, 그럼 하지 말까?"
"...해주세요."
자꾸 그렇게 요망하게 굴지 말라는 뜻으로 했던 건데, 이러고 나니까 더 묻히고 먹는 건 기분 탓인가.
그렇다고 또 해주면 지는 기분이라서, 처음에는 손으로 닦고 빨아먹는 정도로 바꿨고.
그것으로도 멈추지 않기에, 진짜로 평범하게 닦아주기 시작했다.
"우우...!"
"아니, 이거 원하는 거 아니었어?"
"괴롭히지 마세요!"
네가 하는 반응이 너무 귀여우니까 어쩔 수 없잖아.
지금만 해도 갑자기 볼 부풀리면서 그렇게 삐진 척을 하면, 풀어줘야겠다는 생각보다 귀여워서 조금만 더 괴롭히고 싶다는 생각이 먼저 들거든?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광경을 보여주고는, 그게 삐진 거라고 하면 효과가 없어.
"아, 칼리님! 거기서 딱 기다려요!"
"응?"
아, 이번엔 내가 좀 묻었나 보다.
의도한 건 아니라서 끝에만 살짝 묻은 느낌인데, 그녀는 그걸 놓치지 않고 순식간에 달려오더니.
내 입술에 붙어 있는 크림을 촉촉하고 뭉클한 혀의 감촉으로 쓸어내리며 핥아먹고는 배시시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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