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0화 〉 22권 마녀 아카데미(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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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다 샀다...!"
여성은 자신이 사 온 만화책 더미를 내려놓으면서 행복한 목소리로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아무리 완전 신작이라 예약 판매가 아니라지만, 원하던 물량이 전부 나올 때까지 시간이 좀 걸렸다.
그래도 많이 나간 애들 위주로 생산량을 늘렸다고 하더니, 확실히 이번 물량에서는 마녀 아카데미의 표지를 종류별로 다 구할 수 있었다.
그녀는 출간 초기에는 그나마 남아 있던 루시 하나만 건져서 작품을 즐기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는데.
아무래도 작품을 읽고 나니, 나오는 등장인물들이 다 마음에 들어서 전원을 모아야겠다고 다짐을 했고.
그 다짐이 드디어 오늘 이루어진 것이었다.
"흐, 마나의 컬러 그림이라니. 이걸 내가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마녀 아카데미의 컬러 표지에는 루시, 아미, 릴리, 비네로 총 4명의 버전이 존재하는데.
그것 이외에 주인공인 마나의 컬러 그림을 확인할 방법이 딱 하나 있다.
바로 컬러 표지 뒤쪽에 4등분 되어 그려져 있는 것을, 모두 모아서 연결해 보는 것.
"이렇게 붙이고.... 아, 생각보다 잘 되어 있네. 이렇게 해서 넣으면 끝인가?"
그리고 그 특별한 형태 때문인지, 금방 이 그림을 위한 액자도 누군가가 만들어서 판매하고 있었고.
그녀는 당연히 그 액자도 미리 갖춰 놓은 상태였다.
액자에 적혀있는 설명대로 표지를 접어서 붙여 액자를 완성하면, 마치 원래부터 딱 하나의 그림이었다는 듯 그림이 나오게 되어 있었다.
당연히 겉표지를 다 벗겨서 액자에 넣기에 4개의 책은 겉표지가 없는 상태가 되지만.
그녀는 이렇게 될 것까지 미리 상정하고 책을 구했기 때문에.
당연하게도 같은 표지를 2개씩 구매해두었다.
그래서 액자용을 제외한 캐릭터별 표지가 있는 '마녀 아카데미' 4권도, 종류별로 책장에 넣어두는 것을 잊지 않았다.
"음, 만족스럽네."
그녀는 책장 옆에 방금 완성된 액자를 걸어두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림을 관람하기 시작했다.
일단 책장에 정돈된 여자애들의 그림부터 자세히 보기 시작하는데, 일단 루시의 경우에는 원래 가지고 있었던 지라 큰 감흥 없이 넘어갔다.
새로 구한 표지에 있는 그림 중에, 그녀의 눈에 금방 특별함이 포착된 것은 아미의 그림이었다.
"오...."
그러고 보면 아미가 마나에게 섹스를 해달라고 애원할 때, 저런 장면이 나왔었지.
아미의 목에 개 목걸이 같은 것이 채워져 있고, 그것에 연결된 목줄이 그림 바깥쪽으로 연결되어 있다.
저걸 목에 찬 상태로 섹스하는 것이 섹스해주는 조건이었지.
저 내용 이후로 아미가 엄청 순종적으로 바뀌기 시작했기에, 꽤나 중요한 장면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옆에 있는 릴리의 그림은, 비네와 마찬가지로 자신이 손가락으로 성기를 벌리고 있는 장면이지만.
비네가 부끄러워서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것과 다르게, 릴리는 당당하고 자신 있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손에 들고 있는 종이는 아마, 마나가 남자라는 것을 증명하는 사진일 거다.
릴리는 저걸 이용해서 마나에게 섹스를 강제로 요구했었지.
'뭐, 사실 제일 중요한 건 이거지만.'
그녀가 실물을 자세히 보는 건 저 그림들도 처음이지만.
그래도 완전히 처음 본다기엔, 가지고 있는 사람이 많아서 구경 정도는 했었다.
하지만 방금 액자로 완성한 마나의 경우에는, 정말 처음 보는 그림이기에.
사실상 지금 관람하는 것 중에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볼 수 있었다.
"와...."
확실히 방금까지 여자애들을 보면서도 매우 즐거웠지만.
아무래도 본인이 여자인 만큼, 그녀는 남자인 마나의 헐벗은 모습에 훨씬 더 불타오르는 감각을 전달받았고.
거의 액자 안으로 들어갈 기세로, 액자 안에 있는 마나의 그림을 열심히 관람했다.
마나의 기본적인 특징인 여장, 그 여장을 의미하는 여자 옷을 걸치고 있다는 것은 굉장히 핵심이었는데.
원래 마나는 기본적으로 여장의 실력이 좋은 만큼, 여장 상태면 여자라고 헷갈릴 정도로 예쁜 소녀가 된다.
그런데 이 그림은 의도적으로 여자 옷을 걸치고 있으면서도, 본래 가려져야 하는 남자 특유의 골격 등이 그대로 드러내도록 했고.
그것 때문에 여장을 하는 남자애라는 것을, 그림만 보고도 알아차릴 수 있는 상태가 된다.
억지로 여자 옷을 입어야 하는 마나가 부끄러워하는 귀여운 모습과.
늠름한 남자의 몸과 성기의 흔들거리는 에너지가 공존하는 그림은.
그녀의 취향에 완벽하게 들어맞는 물건이었다.
"후, 돈은 꽤 썼는데 후회는 전혀 없다...."
하긴 저번에 화신잉태의 추가 상품인 문신을 사느라 쓴 돈에 비하면, 이 정도면 별것도 아니었다.
시간만 기다리면 전부 다 평범한 가격에 확실하게 얻을 수 있으니.
솔직히 그 정도면 별로 부담스러운 것도 아니지.
"하아, 행복하다...."
그녀는 관람을 마치자마자, 겉표지를 제거당한 '마녀 아카데미'를 들고 침대로 갔고.
자신이 필요로 하는 내용이 있는 곳을 바로 찾아내 펼쳤으며.
방금까지 마나의 컬러 그림을 보면서 달아오른 몸을, 다른 손으로 진정시켜주기 시작했다.
『야한 만화가 합법인 세상에서』
"와, 이거 아카데미에 제복을 무조건 입어야 한다는 조항이 없었으면 큰일 날 뻔했네."
사실 내용이 내용인 만큼, 여장이나 남장에 대한 불쾌감이 사라지는 것을 넘어서 여장이 유행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했다.
그런데 이게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상황이 좋게 풀리면서.
엄청난 수의 남성들이 내 작품을 보기 시작하는 것으로 그 예상의 범주를 훨씬 벗어났다.
역시 문제는 이 작품의 주인공인 마나가 여장을 하고 있다는 건데.
이 만화에는 주인공이 부럽다고 느낄 만큼, 마녀 아카데미는 남자들의 행복을 도와주는 야한 요소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그렇다 보니, 그 부러운 삶을 체험하겠답시고 여장하는 남자애들도 계속 늘어나는 도중이었다.
심지어 그건 그래도 그냥 순수한 독자들의 반응이라고 여길 수 있는 수준의 상황이지만.
그것 이외에도 여자들에 여장한 남자 캐릭터를 좋아하는 이들이 많았기 때문에.
그 수요로 인해 여자애들의 취향에 맞춘다고 여장을 하는 경우도 늘어났다.
"와...."
그 여파로 여장한 남자 캐릭터의 그림들이 신작으로 쏟아져 나올 정도고.
여장을 위해, 남성의 몸에 맞춰서 제작된 여장 전용 옷 같은 것도 등장했다.
사실 원래 전시관에는 여자애들이 대부분이니까, 지금 여자애들만 잔뜩 있어 보이는 것이 여전하다고 생각하려 했는데.
저 이야기를 듣고 나니까 저기에 남자가 섞여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조금 두려워졌다.
'아니, 솔직히 짧게 유행할 건 알았는데. 생각보다 여장이라는 개념 자체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이 많네.'
그 와중에 다행인 건, 원래 세계처럼 여자를 그려놓고 남자라고 우기는 예는 없다는 거였다.
물론 옷 등에 골격 같은 주요 부분이 다 가려져 있다면, 꽤나 여자애처럼 보이겠지만.
가려지지 않으면, 제대로 그 캐릭터가 남자라는 것을 알 수 있도록.
세심하게 표현해 놓은 감성들이 그대로 전해져 왔다.
"후, 하여튼 아카데미에선 못 봐서 다행이야."
당장 내일이 아카데미에 복귀해야 하는 2학기의 시작인데.
아카데미는 원래 지급된 제복을 입어야 한다는 규정이라서, 여장을 하는 것이 원천적으로 금지되어 있었다.
다만 지금 문제가 있다면, 내 눈에 여장이 보이는 게 아니라 내 몸이 여장 당하게 생겼다는 거다.
"진짜 안 해줄 거야? 나는 보고 싶은데."
"안 한다니까...."
로자리아는 의외로 여장이라는 형식이 마음에 드는지.
내가 여장한 것을 보고 싶다고 난리를 치는 중이었다.
어지간한 것은 로자리아가 원한다면 해줘야겠지만, 여장은 너무 쪽팔려서 힘들어.
"아깝네. 엄청 귀여울 것 같았는데."
"그렇게 여장이 귀여워?"
"응. 이게 안 귀여워?"
남정네 새끼가 귀여워 봐야 짜증만 나지 않을까.
나는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기에, 여러모로 당황스러웠다.
하긴 원래 강해 보이는 여자애한테 귀여운 옷 입히면 꼴리는 것처럼.
여장도 여자애들이 보기에는 비슷한 감성을 충족시켜주겠지.
"이상한 소리 그만하고, 나 수강 신청 할 과목이나 좀 봐줘."
"...맞다. 그거 도와주기로 했었지."
이제 당장 코앞으로 아카데미에 돌아갈 시간이 되었는데.
정작 수강 신청할 과목은 다 정하질 못해서 문제였다.
일단 기록 마법이랑 관련된 쪽으로 기반을 다지는 걸로 하고 싶은데.
솔직히 어느 정도는 강의에 대한 소문을 듣고, 일부는 직접 듣기도 했던 것이 그녀일 테니.
아마 어떤 과목이 좋은지나, 내가 이해하지 못한 과목에 대한 정보도 가지고 있을 거다.
"아하.... 그럼 이런 느낌으로 해도 괜찮겠네?"
"응. 아무래도 그렇지 않을까?"
그렇게 한참을 리아와 수강 신청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늦게 잠들었고.
덕분에 너무 늦게 일어나는 바람에 우리 둘 다 아카데미에 복귀하는 시간에 늦을 뻔했다.
진짜 처음 일어났을 때는 시간 보고 온몸에 피가 빠져나가는 기분이었고.
솔직히 기숙사에 도착한 지금도 현실감이 없을 정도로 정신이 없었다.
"오랜만이야 칼리."
"응, 오랜만이야 니아."
그리고 그 기숙사에 미리 와서 정리를 마친 니아가, 뒤늦게 도착한 나를 맞이해 줬다.
바깥에서 보던 니아르의 귀여운 모습이 아니라.
쿨한 분위기의 남학생 니아 그 자체라서, 왠지 적응되지 않는 느낌이네.
"그런 표정으로 보는 건, 아무래도 이 목소리를 듣고 싶어서 그런 건가요? 칼리님?"
"크, 크흠. 솔직히 밖에서 자주 놀았더니. 그거에 조금 익숙해졌을 뿐이야. 당연히 여기서는 이제 예전으로 돌아가서 적응해야지."
"맞다. 이번 신작은 봤어."
"응, 어땠어?"
"어땠을 것 같아?"
그렇게 말한 니아는 갑자기 나한테 다가와서 와락 안겼고.
나를 살짝 올려다보는 구도로, 묘하게 유혹하는 듯한 눈빛을 보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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