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2화 〉 23권 나만의 마법 만들기(1)
* * *
"에헤헤, 주인님...."
"얘는 오랜만에 늦잠을 자네. 아니면 내가 일찍 일어난 건가?"
어제 그 목줄 플레이를 꿈에서도 하고 있는지, 잠꼬대하면서 안겨 오는 니아의 감촉에 잠에서 깨어났다.
푹신한 가슴의 감촉이, 여전하다 싶을 정도로 기분 좋게 다가왔고.
나는 일부러 그 커다란 가슴에 얼굴을 묻으면서 아침의 나른함을 즐기기 시작했다.
"응? 끄응...."
"일어났어?"
"응.... 잘 잤어?"
"아마도. 목은 좀 괜찮아?"
"이 정도면 괜찮아."
어제 나도 모르게 폭주해서 살짝 난폭하게 했던 것 같은데.
그래도 건강에 큰 문제는 없는 것 같아서 다행이었다.
슬슬 아침 먹고 나가서 수강 신청을 해야겠네.
"의외네. 슬슬 일어날 시간인데. 니아가 아니라 내가 먼저 일어나다니."
"...방학 때문에 좀 풀어졌나?"
"풀어졌다기엔, 방학 때도 꽤 열심히 살지 않았어?"
"응."
그건 그냥 아카데미의 시간 패턴에 아직 익숙해지지 않은 거지.
아마 이번 달 안에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을까 싶다.
반대로 나는 왜 깨어났나 싶어서 생각해 봤는데, 아마 맨날 로자리아의 납작한 가슴을 껴안고 자다가.
갑자기 커다란 가슴을 껴안고 자니까 적응이 안 되다 보니 숨을 못 쉬어서 깬 것이 아닐까 싶었다.
"그렇게 가슴이 좋아?"
"크기에 따라 매력은 다르지만, 그 이전에 가슴은 옳다고 생각해."
"흐응...."
솔직히 내 취향이 광범위하긴 해서, 어지간한 것들은 다 좋아하긴 한다.
예쁘고 농밀하게 표현된 발가락이나 겨드랑이는 물론이고.
빛을 반사해서 반짝거리는 보석과도 같은 액체류나, 매끈하면서 배꼽의 구멍이 매력적인 복부가 좋다.
로자리아처럼 순산할 것 같은 커다란 골반과 엉덩이는 말할 것도 없지.
"변태 같아?"
"그렇긴 한데. 나도 칼리 자지의 징그러운 모습을 사랑하니까, 크게 다를 건 없을지도."
"흐음...."
방금 그 대사를 듣자마자, '자지에 굴복하는 니아' 따위의 망상이 떠올라서 아침부터 발기했는데.
그래도 오늘은 수강 신청이라는 제대로 난리가 나는 짓거리를 하는 날이라, 아침을 먹지 않고 그대로 야한 짓에 돌입하는 것은 참아야 했다.
이번에 기록 마법의 기초도 배우고, 기존에 배운 마법에 대한 것도 심화 과정이 있다 보니까 정말 주의해서 신청해야 했다.
"니아는 어떤 과목 들을 건데?"
"대충 마법 만들기의 기초 패튼 교수님 거랑 기록 마법 기초 정도? 나머지는 뭐 마법 문자의 역사랑 마법 화력학. 근데 이것들은 상황 보고 바꿀 수도 있어."
"나랑 거의 비슷하네."
생각이 비슷하다고 해야 하나? 아니면 아직 1학년이라 교수만 다르지, 과목은 비슷한 것이 많아서 그런 건가.
그래도 서브픽까지 거의 그대로인 건 마음이 잘 맞네.
이러면 아마 오늘은 거의 같은 패턴으로 움직이게 될 거고, 실제로 시간표도 비슷한 느낌으로 짜여질 것 같았다.
그나마 변수로 들어가는 것이 성적인데, 나랑 니아랑 저번 학기에 수석과 차석을 달성했으니.
성적 때문에 뭐가 바뀔 거라는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거다.
저번 학기에도 비슷한 느낌으로 계속 같이 다녔는데, 이번 학기에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네.
"조심해야겠다. 옆에 그렇게 들러붙어 다니다가 실수할 것 같아."
"무슨 실수?"
"요즘 니아르의 귀여운 모습이, 니아의 이미지를 침식해가는 느낌이라. 진짜로 위험해."
솔직히 이제 니아가 남장한 상태로도 꼴릴 수 있는 지경인데.
그러다 별생각 없이, 평소에 니아르 상태의 니아에게 하던 것처럼 행동한다?
진짜 그건 끔찍한 결과라서 상상하고 싶지도 않다.
아무리 이번 작품으로 그런 부분이 많이 해결되었어도, 모든 진실을 밝히기에는 너무 일러.
"아, 이 맛 오랜만이네."
"그리웠어?"
"...그렇진 않은 것 같아."
역시 맛있는 걸 잘 알고 사다가 반찬으로 사용하는, 로자리아가 차려주는 아침보다는 훨씬 못하다는 느낌이 강했다.
물론 순수 실력으로 따지면 로자리아가 엄청나진 않지만.
맛은 중요한 부분을 사 온다는 걸로 해결하고, 심지어 알몸 에이프런을 하면서 다른 부분까지 만족시켜주니.
솔직히 아카데미 밥보다는 훨씬 좋았지.
"맛은 있는데, 솔직히 방학 때 먹던 게 더 낫다."
"평민 중에는 아카데미가 낫다는 사람들도 있던데."
"나도 아마 비싼 거 사다 안 먹고, 재료만 가지고 만들었으면 비슷한 생각을 했을지도.... 솔직히 우리 아카데미 정도면 맛있다고 생각해."
어디까지나 비교하자면 밀린다는 거지.
충분히 맛을 즐길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남은 스프에 빵을 찍어 먹으면서 수강 신청에 관한 이야기로 돌아갔다.
"그래서 교수님이랑 순서는 세부적으로 어떻게 할 거야? 나는 이렇게 잡았는데."
"...비슷하네. 선배한테 물어본 거야?"
"응. 너도?"
"뭐, 그렇지."
이게 교수님들에 대한 평판은 다 비슷한 느낌이네.
하긴, 기본적으로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그렇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지.
대부분 그렇게 느끼게 되는 이유라는 것이 존재하는 법이니까.
"뭔가 바로 불려가니까 기분이 묘하네."
"저번에도 그랬으면서, 굳이?"
"입학시험 수석이랑 학기 성적 수석은 또 다르지 않나 싶어서."
수강 신청은 성적 순서대로 첫 강의를 고르기 때문에, 우리가 가장 먼저 호명되어서 줄에 섰다.
일단 내가 가장 중요하던 기록 마법 기초 과목은, 워낙 교수님이 중요하다고 해서 이것부터 하기로 했다.
그다음이 아마 마법 만들기랑 관련된 강의였나?
"아마 그것까지는 노릴 수 있겠지?"
"두 타임에 사람이 나뉠 테니까, 충분히 가능할 것 같은데."
그 교수님 강의만 두 타임이 있어, 둘 중 남는 곳으로 가면 되는 데다가.
안 된다고 하더라도 차선책은 있는 강의였기에.
다른 교수님 강의로 급하게 바꾸는 것도 가능한 과목이긴 했다.
"괜찮네."
"어, 우리가 예상했던 그대로 흘러간다."
사실 수강 신청에서 제일 문제는, 이렇게 메인이 되는 강의를 고르고.
나머지 강의를 원했던 것이 자리가 없으면 남은 시간 안에 겹치지 않게 찾아서 빼고 넣기를 반복해야 한다.
그렇다 보니 정신을 차리고 나면, 처음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시간표가 튀어나오기 일쑤일 텐데.
우리는 어디에 사람이 몰릴지 예측했던 것까지 전부 맞아떨어져서, 처음 생각했던 시간표를 그대로 만들어 냈다.
"와, 이렇게 시간표가 똑같기도 어려운데."
"이번 학기도 잘 부탁해 칼리."
"나야말로."
그럼 진짜 동아리까지 같았으면 종일 같이 있는 거였겠는데?
아, 근데 그건 아무래도 좀 그렇긴 하겠다.
『야한 만화가 합법인 세상에서』
"반갑습니다. 아마 1학년분들은 저를 처음 보실 거예요. 저번 학기에 강의를 2학년이랑 3학년만 들어갔으니. 어쩔 수 없는 거겠죠."
자신의 이름을 패튼이라고 소개한 교수님이, 이번 학기에 자신이 강의할 '마법 만들기의 기초'라는 과목을 소개했다.
나는 당연히 이제까지 우리가 해왔던 것처럼, 마법진에 여러 마법 문자를 그려서 마법을 완성하는 것에 관한 이야기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이걸 그냥 체계적으로 가르치는 거라고만 생각했는데....
'이것 때문에 로자리아가. 자신이 일부러 져줬다는 걸 2학년들이 다 알아차렸으리라 생각했구나.'
사실 까놓고 말해서 방금 내가 생각했던 것과 그다지 다르지 않은 내용이라는 점은 확실했다.
하지만 최소 단위가 마법 문자가 아니라는 점이 문제지.
마법을 만들 때 사용하기 위해서인 것처럼, 미리 완성되어 있는 자그마한 마법 들이 준비되어 있고.
그 마법들을 이용해서 조합하는 식으로 최종적인 마법을 만들어 내는 것.
그것이 이번 강의에서 우리가 듣는 내용이었다.
결국 기존의 마법 문자가 말 그대로 문자라면, 여기서는 그 문자로 미리 만든 단어와 그걸 사용하는 문법을 배우는 식이다.
마법이 문장이라면, 굳이 문자가 아니라 단어로 만들면 된다는 거지.
일종의 컴퓨터 코딩과도 비슷한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이 부분이 비슷하네.'
마치 일부분을 함수로 미리 짜두고, 그걸 불러오는 식으로 여러 번 활용 가능한 코딩처럼.
일부 마법진 부분을 격리해서 그려두고, 그걸 원할 때 가져다가 쓸 수 있게도 할 수 있었다.
이렇게 해서 마법진에 들어가는 마법 글자의 양을 줄이는 최적화를 하는 모양이네.
조금 다른 점이라면, 마력이 깃들어야 하는 마법진 특성상.
같은 걸 동시에 여러 번 동작시키는 것은 어렵다는 점인가.
뭐, 어쩌면 이건 당연한 부분이겠네.
"이 강의에서 가장 먼저 알려드릴 건. 여기 강의 서적을 살펴보시면, '모듈'이라고 부르죠? 이 모듈이 어떤 것들이 있는지를 알려드리는 부분부터 시작할 겁니다."
그리고 그 모듈들이 각기 어떻게 동작하는지를 알려주고.
그걸 어떻게 조합해야 특정 마법을 구현할 수 있는지 시험하는 것이 중간고사.
모듈을 직접 만드는 것과 전체적인 마법진의 효율을 높이려면 어떻게 마법을 수정해야 하는지를 배우는 것이 기말고사.
대충 그렇게 알아들으면 될 것 같았다.
"그래서 마지막 기말시험에서는, 다들 하나씩의 마법을 만들어서 제출하시게 될 거고요. 그것으로 이번 학기의 종합적인 평가를 하게 되겠습니다."
창의성과 마법의 난이도로 가산점이 붙기는 하지만.
그래도 굳이 난이도가 어려운 마법을 할 필요는 없는 것이, 비효율적으로 만들어진 구간이 있을 때마다 감점이 들어가게 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거다.
어려운 마법은 그만큼 마법진의 내용이 많고 복잡해지니 감점도 많을 수밖에 없어서 똑같다는 거지.
'...그게 맞아?'
나는 오히려 그 어려운 마법을 감점 없이 완벽하게 구현해야 제대로 된 점수가 나온다는 소리로 들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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