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3화 〉 23권 나만의 마법 만들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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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살펴보니까, 모듈에는 신기한 디자인의 마법진이 많이 보였다.
가끔 내부도 모듈로 이루어진 평범한 마법진도 있지만, 대부분은 마법 문자가 섞여 있는 기하학적인 그림에 가까운 녀석들이었다.
생각해보니까 마법을 진짜 잘 다루려면 그림을 잘 그려야 하는데, 그 이유가 저런 특별한 마법을 만들어낼 수 있어서랬지.
'말이 마법 만들기지, 이미 모듈이라는 이름으로 만들어진 마법을 잘 활용하는 방법이라는 거네.'
예전에 마탑이라는 형태로 마법을 공유했던 이유도, 결국 이 시스템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사람들이 모였던 것이라고 한다.
결국 마탑이 사라지고, 아카데미로 바뀌긴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소통이 쉬워져서 전국이 하나의 마탑이나 마찬가지가 되었기 때문이고.
그래서 마탑을 마법사 양산과 연구를 모두 할 수 있는 기관인 아카데미로 대체하게 된 것이, 지금의 형태라는 거지.
이 시스템이 효과적이었던 것이, 결국 하나의 마법만 개발해도 그것을 사용할 수 있는 곳이 아주 많아지고.
반대로 어떤 모듈의 개발이 필요한지도 쉽게 느끼고 찾을 수 있어서.
굳이 통째로 마법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모듈 단위로 마법을 개발해서 효율적인 연구가 가능해졌다는 거다.
이러니까 냉장고나 수도 같은 것이 마법으로 다 보급된 시대가 온 걸지도 모르겠네.
"뭐, 이 방식을 두고 옛날부터 많은 마법사가 싸웠습니다. 마법을 도구로만 보는 행위라느니, 검술처럼 전해져 내려오는 가문 마법 같은 시스템으로 폐쇄적인 운영이 필요하다. 뭐, 그런 거죠."
하긴, 그걸 만든 것 자체가 재산이라고 볼 수도 있으니.
자신이 만든 마법을 공유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억울하게 느껴질 수 있었겠지.
"물론 여러분도 들어보셨겠지만, 정말 어려운 마법은 실시간으로 조건에 따라 마법진이 왕창 바뀝니다. 그래서 그걸 고안한 사람이 본능적으로 마력의 선을 창조해내지 않으면 발동할 수 없죠."
그런 고유 마법을 사용하는 경지에는 어차피 이 마법으로 도달할 수 없었던 것도.
그 당시 폐쇄적인 마법을 주장하던 사람들의 입을 다물게 하던 요소 중 하나라고 했다.
검술도 기초적인 가르침은 공유하고, 최종적인 부분에서만 가문의 검술로 나아가는데.
마법에서는 그 최종적인 기술의 역할을 고유 마법이 이미 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었단다.
심지어 전쟁통에 전략 무기 중 하나인 마법을 다들 국가 단위로 연구하게 되었고.
그러한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이제 다 목이 베어져서 남아있지 않게 되었다고 한다.
그건 조금 슬픈 이야기네.
"조금 이야기가 역사 설명으로 빠졌네요. 이제부터 제대로 모듈 사용법에 대해서 알아봅시다."
그리고 교수님은 허공에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숫자를 0부터 9까지 적어 내리고는.
그것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질문했다.
"여러분은 이제까지 마법진에 숫자를 사용하신 적이 있으십니까? 네, 없으시죠. 왜냐면 그런 값은 항상 마법진에 있는 마법 문자의 크기를 활용했으니까요."
하지만 그런 방식을 이용하면, 잘못 수정할 때마다 원본의 형태를 심하게 훼손하는 문제가 생기기도 하고.
쉽게 수정하거나 정확한 수치를 설정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그래서 가장 마법 문자와 충돌이 적으면서, 안정적으로 수치를 인식할 수 있는 문자를 개발했던 적이 있다고 한다.
"점 문자를 배우셨을 테니, 여러분들도 아시겠지만. 이렇게 단독으로 점을 찍는다고 해서 아무런 마법이 발동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 점 부분을 가운데에 두고, 옆으로 획을 뻗는 개수에 따라서 숫자를 인식한다는 거다.
대신 획의 개수는 최대 4개고, 점만 있는 것까지 포함하면 총 5개의 표현이 가능해진다.
이 상태에서 바깥에 원을 그리면 숫자가 5만큼 높은 걸로 치는 거고.
따라서 시작 숫자를 0이라고 한다면, 0부터 9까지 10개의 숫자를 표현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그런데 이게 아무래도 기존 발음으로 숫자를 구분하던 공용어의 숫자 기법보다 편리했고. 자연스럽게 일상에도 퍼져나갔던 겁니다."
마법 문자처럼 특정 의미를 어렵게 기억할 필요 없이, 획의 수만 세면 되는 간단한 글자였던 것이 그 이유인 모양이었다.
따라서 저 숫자 체계는, 마법을 위해 만든 것이긴 해도.
평범하게 우리가 사용하는 숫자의 체계 그대로라서 추가로 공부할 필요는 없었다.
"그렇다면 이 숫자를 어떻게 활용하는가. 숫자를 가장 먼저 이용되는 것이 바로 모듈의 트리거입니다."
모듈은 트리거, 메인, 리턴으로 구분되는 세 가지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트리거에 조건이 맞아서 마력이 들어오는 패턴이 될 경우, 트리거에 등록한 숫자와 같은 숫자가 등록된 메인을 활성화한다.
그리고 모든 해야 하는 일을 마치면, 리턴 작업으로 넘어가서 해당 모듈이 사용하던 마력을 모두 되돌리고 해당 마법이 꺼진다.
'역시, 이거 그냥 그림으로 하는 코딩 아니야?'
이 정도면 마법으로 간단한 게임도 만들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런 생각을 하다가, 반대로 이런 시스템이 익숙하다면 컴퓨터만 만들면 알아서 마법사들이 프로그램은 짜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최대한 언어를 마법진의 모듈 시스템이랑 비슷하게 만들면 되겠지.
"그러니까 7번이 적힌 트리거를 실행하면, 7번이 적힌 메인이 발동한다는 거지?"
"어, 트리거는 여러 번 넣어도 되고. 대신 메인이 이미 동작 중이면 리턴이 될 때까지 기다린다는 거고."
코딩에서 쓰는 함수명을 여기서는 숫자로 구분한다는 거네.
이건 확실히 좀 머리가 아플 것 같았다.
내가 아는 코딩이라면 이름으로 정리하면 눈에 잘 들어오는데, 여기서는 그냥 숫자로 해야 하니까.
"그리고 이 숫자는 그것 이외에도 다른 방식으로 쓰입니다."
모듈을 트리거로 발동할 때, 특정 값을 지정해줄 수 있는데.
이것을 통해서 모듈이 발동하는 화력이나 선택지 등을 골라줄 수 있게 설계하는 경우가 많고.
이걸 이용해서 같은 모듈을 여러 형태로 사용할 수 있게 해준다고 한다.
"예를 들어서, 이 모듈은 불을 일으키는 모듈인데. 숫자를 0부터 9까지 지정을 할 수가 있습니다. 0이면 거의 미미한 온기만 남는 수준이고, 9면 최대 화력이라 이렇게 강력한 불꽃으로 타오르죠."
물론 이렇게 하더라도, 마법 문자의 크기로 최대 화력이 조절되기 때문에 마법 문자의 크기는 여전히 중요한 요소라고 했다.
하여튼 설명을 들어보니까, 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나한테는 그리 어렵지 않게 느껴졌다.
대학교 다니던 시절에 코딩 기초 정도는 배웠는데, 딱 그 수준의 이야기였으니까.
"오, 진짜 되네."
강의가 끝나고, 아무래도 연습을 해봐야겠다고 판단했고.
니아랑 둘이 기숙사에 돌아가서 이 모듈 마법이 어떻게 동작하는지를 실제로 테스트해보기 시작했다.
솔직히 지금 'Hello, world!'라도 연습하고 있는 기분인데....
'그래도 코딩이랑 가장 큰 차이가 있긴 해.'
솔직히 복잡한 코딩 따위를 해야겠다는 생각 자체가 들지 않는 시스템이다.
왜냐면 발동할 때마다 만들어둔 내용을 죄다 다시 그려야 하거든.
약간의 개선을 위해서 그리는 양을 늘리는 것 자체가 마법의 퇴화로 이어지는 셈이다.
어디까지나 특정 마법들을 효율적으로 사출하는 사출 시스템에 가까운 느낌이야.
"...이거 난자가 배란한 상태인지 알아보는 모듈 같은데. 써볼까.
"야, 야!"
어떻게 보면 실용적인 정보를 알려주는 거긴 한데.
아무리 그래도 저런 마법이 강의 서적에 나와 있으니까 기분이 이상하네.
다만 방금 니아가 그 발언을 한 것으로 인해, 간단한 마법을 연습하는 것에서 특이한 마법을 찾아내는 것으로 목표가 변질해 버렸다.
"이런 마법이 있었어?"
사람의 피부를 아주 깔끔하게 씻어주는 마법인 모양인데.
그냥 물을 사용하면 되는 걸, 굳이 저렇게 어려운 모듈을 발동시켜야 하는지가 의문이었다가.
설명에 비누도 없이 비누보다 깨끗하게, 심지어 물처럼 주변에 어질러지지도 않는다는 장점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마법사들이 몰래 얌전하게 손 닦을 때 사용하나?'
솔직히 좀 궁금해져서 마법을 써봤는데, 허공에 투명한 액체가 나타나더니.
손을 감싸서 이리저리 꼬물거리며 닦아내고는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비누 거품을 만든 수건으로 강하게 닦은 것처럼 손이 뽀득거리면서도, 그것보다 훨씬 피부에 자극이 없어서 편안했다.
"좋긴 하네."
마법진이 꽤나 복잡한 편이라, 이럴 시간에 손을 씻는 게 훨씬 빠르다는 거만 빼면 좋다.
솔직히 어지간해서는 그냥 물의 문자 하나만 그려서 손 닦는 게 경제적이야.
이걸 언제 다 그리고 있어.
"흐음, 그거 심지어 기록 마법은 사용 불가인데? 화력 최소치가 기록 마법이 커버 가능한 수치를 살짝 넘었어."
"그러게. 하긴, 아무리 마법진이 복잡해도. 이런 기능이면 마법 도구로 나왔을 법도 한데, 왜 없는 건가 싶더라."
일단 손 말고 다른 씻기 복잡한 부위에 사용하면 어떨까 싶어서 고민을 시작했고.
가장 먼저 생각난 것은 입을 이거로 청소하는 거였는데, 실제로 해보니까 그 액체가 혀에 닿자마자 고약한 맛이 나서 토할 뻔했다.
씻고 난 부분에는 전혀 남지 않는지라, 손을 핥을 때는 아무 맛도 냄새도 없어서 괜찮을 줄 알았지....
그다음에 생각해낸 것은 머리카락을 감는 것에 사용하는 건데.
이건 모듈에서 지원하는 범위가 워낙 좁아서, 여러 번 위치를 잘 바꿔가며 반복을 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었다.
나는 그래도 남자라 어떻게든 성공했지만, 여자의 장발이었으면 바로 포기했을 난이도였다.
정작 머리를 감고 말리는 것이 힘든 건 장발의 여성이므로, 머리카락에 쓰는 것도 별 의미가 없겠네.
"비눗물이랑 자극 없이, 정말 깨끗하게 닦을 수 있으면 좋은 곳...."
나는 문득 떠오른 생각에, 니아의 귀여운 엉덩이를 바라보면서 생각에 잠겼다.
...이건 될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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