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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한 만화가 합법인 세상에서-137화 (137/229)

〈 137화 〉 28권 ­ 미래를 향한 불길(1)

* * *

매 엔딩에서 편지에 적힌 문구들은, 각기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었지만.

그 이야기들을 종합하면, 왠지 마음에 걸리는 내용이 완성되게 되어 있었다.

일단 '편지'가 노조미를 구할 수 있을 거라고 했으니 편지가 중요했고.

그 편지에 내용을 지우는 무언가가 있다고 했는데, 하필이면 노조미를 죽이려는 저주인 '제츠'에 대한 이야기가 딱 마음에 걸린다.

즉, 편지로 노조미를 구하는 것을 저주가 편지의 내용을 지우는 것으로 방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하필이면, 저주가 차가워서 불로 태워서 정화할 수 있다는 듯한 문구가 있어."

사실 여기까지만 봤을 때는 무슨 뜻인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러던 그녀가 태우라는 말이, 정말로 무언가를 태우라는 뜻이라는 것을 눈치챈 것은.

공교롭게도 이번에 추가로 구매했던 향초가 타오르는 모습 때문이었다.

왜 굳이 다른 것도 아니고 향초를 판매했던 것인지를 깨닫게 된다.

"편지에 저주가 관여하고 있다. 즉, 편지에 저주가 깃들어서 글자가 보이지 않는 거야!"

그럼 그 저주를 태우면 편지가 보인다는 뜻이 아닐까?

그래서 그 저주를 태우는 것에 사용할 향초를 같이 판매하고 있었던 거다.

굳이 향초를 써야 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반대로 향초를 굳이 같이 판매할 이유도 이것 말고는 없다.

그녀는 거기까지 파악하자마자, 책의 초반에 있는 편지 부분만 드러나도록 책을 잘 잡았고.

편지 부분을 향초에 가져다 대면서 조금씩 그을려보기 시작했다.

그러자 원래라면 아직 타지 않아야 하는 시점부터 일부분이 빠르게 타들어서.

그 타버린 부분이 마치 글자의 모양이 되어가는 것을 확인했다.

"와...!"

그리고 그 작업을 마쳤을 때는.

편지지에 커다랗게 페이지가 표시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녀는 그것이 그 페이지로 이동하라는 것임을 금방 깨달았고.

처음 확인하는 그 페이지를 보자마자 감탄했다.

"편지...!"

그곳에는 내용이 지워지지 않는 편지를 확인하는 레터가 있었고.

레터는 이제까지 계속해서 반복해왔다는 것을 기억해내고, 시작부터 노조미를 구하기 위해 여러 방법을 찾기 시작한다.

기존과는 전혀 다른 흐름으로 진행되는 것은 물론이고, 선택지까지 전부 달라진 상황에.

그녀는 드디어 무언가 바뀌고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할 수 있어.'

이제까지 진전이 없는 줄 알았던 시간을 딛고.

드디어 하나의 벽을 넘어서 여기에 도착했으니.

당연히 그다음으로 나아가, 노조미를 구해야 하지 않겠는가.

물론 노조미와 만나고, 사랑하게 된다는 작품의 기본적인 흐름은 그대로였지만.

그에 임하는 레터의 행동들은 정말 많이 바뀌었다.

항상 사랑과 치유를 받던 레터는, 노조미가 죽기 전까지 뭐라도 더 해주고 싶어 하는 누구보다 든든한 사람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래야지."

완전히 바뀐 눈빛의 레터와 그 레터의 선택지를 고르는 그녀의 마음가짐은 진중했고.

하나하나 신중하게 선택해가며 노조미를 구하는 것에 필요한 정보를 얻어나갔다.

그리고 둘은 그 정보의 끝에서 얻어낸 것 중 하나인, 저주를 태워낸다는 것에 집중했다.

"편지의 저주를 태워내서 여기까지 도착했으니까. '제츠'가 불에 약한 건 확실해."

그래서 저주만을 태우는 마법을 찾아내, 그것을 이용해 노조미를 구하려고 했다.

하지만 실패한데다, 저주는 그것을 알아차리자마자 보복으로 노조미를 태워서 죽여버렸고.

눈앞에서 노조미가 타오르는 엔딩에 도달한 둘은, 이를 악물면서 다시 한번 이야기를 반복한다.

"결국 또 실패야...."

그나마 저주를 완화할 방법이 있길래 사용해봤지만.

또다시 노조미는 심장에 발작이 오면서, 저주로 인해 위험한 상태로 몰리기 시작했다.

어떻게든 심장을 마사지해 살려냈지만, 아마 다음 발작에서는 확실하게 사망하리라.

「미안해, 미안해 레터.」

「네가 왜 미안해해. 네가 왜!」

「나였구나? 네가 항상 힘들어 보였던 건, 사실 다 나 때문이었구나.」

"아니야, 노조미. 내가 힘든 건 저주 때문이지 노조미 너 때문이 아니야.... 아니라구...."

「나를 잊으라고 하면, 너무 잔인한 말이 될까? 나를 포기하라고 하면, 너무 나쁜 년이 될까?」

「알고 있으면 조용히 해. 절대로 구할 거야. 절대로, 나는 포기 못 해.」

「바보....」

노조미는 왠지 이상한 꿈을 꾸는 적이 많다고 한다.

지금처럼 멋지고 강인한 레터가 아니라, 누구보다 여리고 연약해 보이는 레터가 나오는 꿈.

그런 레터가 자신을 껴안고 지금처럼 우는 꿈.

「있지, 레터. 미안해. 레터를 힘들게 해서 미안해.」

「미안해하지 마. 네 잘못은 아무것도 없어...!」

「큭, 커흑.... 그, 그리고.... 사, 사랑....」

뭔가 바뀔 거라고 생각하며, 여러 정보를 얻어내며 바꾸기 위해 난리를 쳤는데.

여전히 결말은 달라지지 않았다.

그녀와 레터는, 그렇게 또 한 번의 노조미의 죽음을 묻어두고.

새로운 편지를 받아 다음을 시작했다.

그녀는 슬슬 자신이 지쳐간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항상 웃으면서 자신을 맞아주는 노조미로 인해, 포기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도전했다.

"노조미만 구할 수 있으면, 노조미만...."

그녀는 점점 거의 집착하는 것에 가까울 정도로, 책에 몰입하기 시작했고.

그 와중에 레터는 자신의 몸에 저주를 옮길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따라서 노조미가 아니라 자신이 죽는 것으로, 노조미를 살릴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이다.

「차라리, 나 같은 것보다는 노조미가 사는 게 나은 거잖아.」

혹시 노조미가 자신이 없을 때 불편한 일이 있지 않도록, 앞날에 필요한 것들을 모두 구해서 정리해두고.

저주를 옮길 때 필요한 물건들도 전부 구해서 마지막을 맞이한다.

원래라면 노조미가 죽었어야 하는 타이밍에, 저주를 정말로 옮겨내는 것에 성공하고.

"그래, 차라리 이러면...."

'제츠'는 노조미의 목이 아니라, 레터의 목을 조여온다.

울면서 안된다고 말하는 노조미와 그것을 보며 다행이라고 중얼거리는 레터.

완전히 바뀐 상황을 보면서도, 차라리 이게 더 나은 결말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바보. 멍충이.... 진짜, 진짜.... 바보....」

그렇게 그녀가 모든 것이 끝났다고 방심하던 찰나였다.

본래라면 거기서 끝이 나야 했던 이야기인데, 어느새 편지를 찾아낸 노조미가 펜을 꺼내 들고 있었다.

즉, 시간을 되돌려서 이 모든 것이 없었던 일이 되게 만들려고 했다.

"안돼, 안돼!"

하지만 이미 죽어버린 레터는 그런 노조미를 막을 수 없었고.

노조미가 보낸 편지로 인해서 무언가가 바뀌기 시작했다.

왜냐면, 엔딩을 수집하는 것과 동시에 특정 페이지로 바로 이동하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으니까.

그녀는 굉장히 불안했지만, 규칙을 어길 수도 없었기에 그대로 책을 펼쳤고.

그곳에서 편지를 받지 못한 채로 아무것도 모르고 살아가는 레터의 모습을 보고 이를 악물었다.

노조미가 편지를 보내는 것으로, 기존에 편지로 기억과 정보를 받던 레터는 사라진 셈이었다.

대신 조금 달라진 것은 노조미의 모습이었는데.

아무리 희생적이고 애교가 많은 그녀라도, 여러모로 원하는 걸 다 해주는 성격은 아니었는데.

마치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는 듯, 강박적으로 자신의 모든 걸을 레터에게 쏟아붓고 있었다.

"편지를, 노조미가 받았구나."

그녀는 이런 식으로 상황이 바뀔 거라는 건 상상도 하지 못했기에, 당혹감을 억지로 참아가며 페이지를 넘겼다.

그렇게 마지막에는 저주를 이겨내지 못한 노조미가 사망하는 내용이....

"아?"

「레...터?」

「후, 드디어 찾았네.」

그렇게 이제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인가 싶었을 때.

기억을 되찾은 레터가 편지지를 손에 쥐고 나타났다.

그리고는 편지지에 강력한 불꽃을 일으켜서, 편지지를 태우기 시작했다.

「노조미가 불타버렸을 때, '제츠'는 불타지 않았을까. 사실 좀 이상하긴 했어. 분명 불이 약점인 건 맞았거든.」

그게 사실은 그게 아니라 본체가 아니었기 때문이라면?

저주의 본체가 노조미의 몸에 있는 것이 아니라면?

그는 노조미의 몸에서 저주를 옮겨오면서 무언가가 많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았고, 그것 때문에 이 이상한 부분이 중요한 열쇠라는 것을 깨달았다.

「만약 본체를 숨길 수 있다면, 내가 절대로 없애버리지 못할 곳에 숨었겠지.」

저주도 레터가 편지로 시간을 반복하며, 자신을 제거하려고 한다는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래서 편지의 내용을 보이지 않게 만드는 짓도 했던 것이고.

그리고 실제로 그때 편지에 저주가 깃들어 있어서, 그걸 살짝 태우는 것으로 편지의 기능을 회복했었다.

「편지의 기능은 그대로 둬서, 나는 당연히 네가 건들지 않았다고 속고 있었고. 정작 '제츠'는 계속해서 이 물건에 빌붙어 있었겠지. 내가 이건 절대로 파괴하지 않을 테니까.」

파스스스!

본래라면 나오지 않아야 하는 검은 안개가 편지지에서 타오르면서 스멀스멀 올라왔고.

결국 편지지가 전부 타오르면서 저주를 지워내는 것에 성공했다.

「진짜, 그 와중에 너도 막무가내라니까. 거기서 편지를 써서 되돌아오냐.」

「레터....」

「화내진 않을게. 어차피 네가 그런 녀석인 걸 모르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네가 그런 선택을 하게 했으니 내 잘못이겠....」

「레터어어...!」

「그래, 그래.... 옳지.」

많이 힘들었는지 노조미는 레터의 품에 안겨서 울음을 터트렸고.

그 둘의 시간은 저주 따위로 멈추지 않고 끝까지 타오르며 8번째 엔딩에 도달했다.

"후...."

그녀는 그 감동적인 장면을 천천히 음미한 뒤에야.

마지막 결말인 '엔딩8: 미래를 향한 불길'을 수집했다.

그리고 별생각 없이 수집된 설명을 보다가, 원래 편지가 있어야 할 부분에 편지 대신 뒷장의 스티커를 떼어내라는 설명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뭐가 또 있어?"

그녀는 조금 긴장하면서 설명되어 있던 곳에 있는 스티커를 뜯어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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