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9화 〉 28권 미래를 향한 불길(3)
* * *
"엄청나게 팔렸네요...."
"예약도 아닌데 기존 예상치를 이 정도로 뛰어넘은 건 처음일걸요. 마녀 아카데미는 구매하는 사람들이 여러 권을 사는 경우가 많았는데도, 이것보다 느렸거든요."
처음에야 다른 작품들과 별로 다르지 않은 속도로 팔려나갔다.
오히려 혹시 몰라서 좀 물량을 넉넉하게 생산해 놨으니, 조금 더 버티기 쉬웠기도 했지.
그런데 정작 작품이 팔리고 며칠이 지난 이후부터 판매량이 급증했고, 지금은 다른 일부 공장까지 돌려서 생산하는 중이라고 했다.
"엄청나게 입소문을 타고 있어요. 아마 이 정도면 화신 시리즈까진 아니더라도 오크와의 정사 시리즈는 넘을지도 몰라요."
"...그게 넘는다고요?"
그 작품도 전시회를 하면서 추가로 판매량이 급증했던 적이 있고.
심지어 후속작이 나왔던지라, 전작의 판매량이 추진제를 받아서 꽤나 많이 팔린 것으로 안다.
애초에 그 작품 때문에 오크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을 정도인데, 적게 팔렸을 리가 없지.
근데 이렇게 뒤늦게 출발한 발신자 불명이 그걸 따라갈 것 같다고?
"엄청나게 평이 좋아요. 심지어 어디 이상한 조사하는 곳에서는 수인들에 대한 평균적인 인식까지 증가했다던데요."
수인의 경우에는 사실 원래부터 인식 자체는 괜찮았다.
다만 결혼 상대로서의 수인은, 발정기 때문에 원래부터 음탕한 종족 같은 느낌으로 인식되던 경우가 있었는데.
지금은 오히려 그게 꼴리는 포인트가 되었기에, 인기가 늘어버렸다는 거다.
"근데 이건 아나루 온천 이후로 전체적으로 인식이 오르고 있긴 했거든요. 좋아지고 있던 인식을 확실하게 좋은 느낌으로 고정한 것 같아요."
그만큼 노조미가 사랑받았다는 소리였기에 기쁜 일이었다.
그리고 그것뿐만 아니라 편지를 통한 고백의 수요도 급증했다고 했다.
아니, 근데 원래부터 편지를 이용해서 고백하지 않나?
원래부터 그건 평범하게 잘 쓰이던 느낌이었는데.
"당사자끼리 손에서 손으로 전해주는 편지가 유행이래요. 원래는 대부분 우편을 통해서 보내잖아요?"
"아하...."
그렇게 들으니까 조금 평범하지 않은 것 같기도 했다.
솔직히 오르카처럼 그런 식으로 편지를 손으로 전해주는 게 특이한 일이긴 해.
아니다, 오르카는 그때 내가 시우라는 걸 몰랐으니까 그것도 당사자를 생각하고 전했다기엔 애매하지.
"그럼, 편지지 같은 게 엄청나게 팔리겠네요? 스승님한테 말해서 만들면.... 아, 근데 공장이 어렵다고 했죠?"
"지금 만들려고 하면 아마 무리가 아닐까요?"
정작 이 붐을 만든 작품의 굿즈로 편지지를 만들어 팔 수 없다는 게 조금 아쉽긴 하네.
그래도 뭐 은근 향초 쪽은 잘 팔리고 있다고 하니까 그거로 만족해야지.
차라리 그쪽을 일러스트 하나쯤 더 그래서 다른 향을 만들어 볼까?
"대신 향초도 같이 필요한 모양이니까, 그쪽으로 물량을 밀고 있어요."
"응? 잠시만요. 향초가 왜 필요한데요?"
"아, 그것부터 설명을 해야 하는 구나."
이번에 발신자 불명이 인기를 끌면서, 손에서 손으로 편지를 전해주는 것이 유행하기 시작했는데.
거기서 얌전히 거절하면 끝이지만, 만약 거절하지 않고 받아들일 때 하는 의식이 있다고 한다.
바로 이 향초를 이용해서 편지를 완벽하게 불태우는 것.
"편지를 불태워요!?"
"아마 마지막 결말에서 저주를 태워버리는 것을 따라 한다는 느낌이에요."
꼭 향초가 아니라 아무거나 불이면 상관없긴 한데, 그래도 고백하는 쪽에서 향초를 준비해가는 경우가 많다네요.
나는 설명을 듣고 나서도 한동안 머리가 어지러웠다.
고백을 받아줄 때는 편지를 불태워버리는 유행이 퍼졌다고?
그 장면 때문에?
"두 사람의 미래가 저주 따위 없이 오랫동안 행복하길 기원하는 행위라던데요. 처음에 어떤 커플이 처음에 한 다음에 입소문이 나서...."
다만 그 유행이 아카데미 발은 아녀서 그런지.
아직 우리 아카데미에는 상륙하지 않은 상태였지만.
아마 조만간 그 장면을 직접 볼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와, 근데 이건 진짜 상상도 하지 못했던 유행이네.
"그리고 이번 작품은 생각보다 남성분들이 많이 구매하셨어요."
"...그래요?"
"주인공인 레터가 남자라는 거랑, 그 상대인 노조미가 예뻐서 그런 것 같던데...."
하긴 방금 이야기가 나왔던 편지에 대한 부분은, 여자들만 유행을 탄다고 가능한 게 아니잖아.
일반적인 남녀 커플을 기준으로는 양쪽 다 내 작품을 봤다는 소리가 되는 거네?
아마 이것 때문에 더 작품이 팔리는 속도가 빠른 것 같기도 했다.
지난번에 마녀 아카데미를 통해서 끌어들인 남성 독자의 영향인 것 같은데.
이건 굳이 기대하지 않았던 부분에서 터진 잭팟이라서.
굉장히 기분 좋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참 신기하네요. 이런 만화 작품 하나가 이렇게 많은 영향을 준다니."
"그러게요. 아, 향초 부분은 스승님에게 말씀드릴게요. 꽃향기 별로 그림을 따로 그려서 여러 종류로 내보는 게 어떨까요?"
"괜찮을 것 같아요."
솔직히 요즘 아카데미에서도 느끼는 건데, 캐모마일 향만 너무 맡았더니 어지러울 정도였다.
아니 어딜 가든 그 향기밖에 안 나니까 점점 고역이야.
슬슬 다른 선택지도 좀 있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긴 했어.
"아, 그리고 그거 유행한다고 들었어요. 실제로 본 건 아니고, 여자애들 사이에서는 유명하던데요."
"뭔데요?"
"좋아하는 애가 힘들어하면, 꼬리 만질래? 하고 물어보는 거요."
"오...."
그게 유행을 타게 될 줄은 몰랐는데.
근데 잘 생각해보니까 그거 조금 위험한 것 아닌가?
말이 꼬리지, 지금 유행하고 있는 꼬리라는 거 애널 플러그잖아....
'애널 플러그 손잡이 만질래?'라는 소리가 되는 거 아니야?
"하긴, 좋아하는 애 한정이라고 했지...."
"믿거나 말거나지만, 그러다가 어떤 여자애는 밖에서 애널 플러그를 뽑혔대요."
"아니...."
시발, 그거까지는 알고 싶지 않았는데요.
상상만 해도 그 애가 불쌍하게 느껴져서 두려워졌다.
꼬리를 만지랬지 당기라곤 안 했다고 화낼 것 같은데....
어라, 이거 생각보다 좀 꼴리네?
'나중에 애들한테 꼬리 만진다고 해야지.'
물론 야외플을 하겠다는 소리는 아니고.
대충 동아리 방에서 나머지 둘이 보고 있는 앞에서 하면, 적당히 비슷한 느낌은 들 수 있을 것 같다.
그 정도면 솔직히 충분하지.
"칼리!"
"아, 로자리아. 아니 너 동아리 방이나 기숙사에서 쉬라니까. 언제 따라 나왔어."
"헤헤, 다른 애들도 없을 때 데이트 기회를 놓치면 바보지."
슬슬 배가 많이 불러온 상태라, 거동도 힘든 상태일 텐데.
저렇게 무리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잘 생각해보니까 임신 상태면 학교의 맨날 같은 밥 말고, 바깥에서 맛있는 것도 좀 먹고 그러고 싶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 죄송한데. 예약 필요 없으면서 꽤 괜찮은 레스토랑 근처에 아시는 곳 있어요?"
"네, 저쪽 위로 올라가시면...."
역시 여기서 매일 같이 생활하는 현지인한테 물어봐야 제대로 된 맛집이 나오는 법이지.
나는 그렇게 로자리아를 데리고 레스토랑으로 이동했다.
어차피 오늘은 상황만 보려고 했던 거라서, 특별히 뭐 해야 할 건 없었으니까.
"흐아, 드디어 2학기도 끝나가네...."
"솔직히 만화 그리느라 정신이 없어서, 어떻게 시간이 갔는지도 잘 모르겠어."
"칼리 너도 참 대단해. 성적도 꽤 잘 유지하면서 그걸 다 그린 거 아니야."
만화를 그리느라 수석 라인에 드는 건 포기해야 했지만, 내가 좋아하는 과목은 다 A+이라서 성적에 불만은 없었다.
열심히 안 한 과목까지 A+을 가져가려는 건 욕심이지.
"말은 그렇게 해도, 최소 B+은 받았잖아. 다른 애들이 들으면 화낸다."
"크흠, 그런가?"
하긴 당장 이 정도 성적이면 충분히 상위권이긴 해.
A+이 아닌 거지 A정도는 꽤나 있으니, 평균으로 따지면 거의 A에 근접하니까.
옆에 괴물들만 있으니까 자꾸 걔들이랑 비교하게 되나 보다.
"그나저나, 이번 학기도 곧 끝이잖아. 그럼 슬슬 본가에 가봐야 하지 않아?"
"으음...."
"그렇게 싫은 표정 짓지 말고. 결국은 한 번은 우리가 견뎌야 하는 거잖아."
"그래, 뭐. 칼리 말이 맞긴 해."
로자리아는 결국 한숨을 쉬면서도 그러겠다고 이야기를 했다.
다만 방학을 하자마자 바로 가는 건 아니고, 따로 일정을 잡아서 자리를 잡겠다고 이야기를 했다.
하긴 갑자기 들이닥치는 것보다는 진지하게 자리를 만드는 게 그나마 낫겠지....
"그러니까 그 이야기는 여기서 종료. 나는 그런 진지한 이야기 하려고 칼리랑 데이트 자리 마련한 게 아니네요."
"알았어. 미안해. 조금 더 너한테 집중해달라는 거지?"
나는 잠시 일어나서 그녀에게 가볍게 입을 맞춰주고, 그 뒤에 자리로 돌아왔다.
바로 그거라는 듯한 표정으로 배시시 웃는 로자리아의 모습이 꽤나 귀엽네.
살랑살랑 흔드는 애널 플러그형 고양이 꼬리도 좀 귀엽고.
"여기 진짜 음식 괜찮긴 하네."
"그러게. 나중에도 시간 나면 자주 와야겠다."
"나 말고 다른 애들이랑?"
"그, 그게 아니라...."
"장난이니까 놀라지 마.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었잖아? 나를 유기하지만 않으면 괜찮아."
"고양이냐? 유기하게."
"고양이 맞거든?"
아니, 짝퉁이잖아.
나는 어처구니가 없어서 헛웃음을 흘리며 음식을 먹기 시작했고.
식사를 마무리한 이후에는 자연스럽게 여관을 잡아서 들어갔다.
"오늘 안 들어가면 변명할 거리 있어?"
"없어. 그냥 로자리아가 너무 귀여워서 급발진하는 거야."
근데 이건 내 잘못만 있다기엔, 식사 막바지부터 계속 나를 유혹한 로자리아 잘못도 컸다.
내가 참을 수 없을 만한 취향 저격의 발언들만 계속해놓고, 내가 급발진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을 리 없지.
우리 로자리아는 천재니까.
"후후.... 많이 급해 보이네. 칼리, 내 꼬리 만질래?"
어, 만질래.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