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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한 만화가 합법인 세상에서-145화 (145/229)

〈 145화 〉 29권 ­ 너만을 위한 그리고 영원을 향한(4)

* * *

"어떤 걸 만들고 싶은 건데?"

"딸기랑 우유가 이어지는 이야기를 직접 만드는 거?"

"이야기를 만든다?"

"아까 칼리가, 책의 페이지를 카드로 만들자고 했잖아?"

그럼 카드를 쭉 펼치게 되다 보면, 최종적으로는 그런 형식으로 이루어진 하나의 책이 완성되는 거니까.

플레이어 본인이 이야기를 만든다고 볼 수도 있다는 거였다.

근데 그러면 그냥 카드를 선택지로 사용했을 뿐, 크게 달라지는 점은 없다고 보는데.

물론 선택지를 더 자유롭게 쓸 수는 있을 것 같지만.

내가 그것에 의문을 품었더니, 아무래도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아니었는지.

로자리아는 대충 종이에 메모하면서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체스에서는 상대방의 킹을 항복시키면 승리하잖아? 그런 것처럼 딸기와 우유가 이어지는 결말을 맞이하면 승리하는 거야."

"그럼, 어떻게 해야 이어지는데?"

"둘의 거리를 이렇게 체스의 말처럼 표기하고. 카드를 사용해서 나오는 이야기에 따라서 거리감이 바뀌는 거지. 그러다가 완전히 가까워져서 둘이 키스하면 이어지는 거야."

게임이 끝나기 전까지 이어진다면, 딸기와 우유의 승리라는 거다.

대신 플레이어는 딸기와 우유 둘이 아니고, 거기에 크림과 초코를 포함한 총 4명이므로.

이제 거기서 추가적인 규칙이 들어간다.

"크림과 초코는 나쁜 의도를 가진 녀석 하나와 좋은 의도를 가진 녀석으로 이루어져 있어. 물론 그건 본인만 알지."

"아하?"

매판 그게 어느 쪽인지는 알 수가 없다는 식의 랜덤성을 활용한 게임이라는 건데.

사실상 마피아 게임의 일종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크림이랑 초코 중 하나가 배신자고, 혼자 다른 승리 조건으로 나머지 셋과 경쟁하는 것.

크림의 경우 배신자가 아니면 그냥 착한 딸기의 친구지만, 배신자면 딸기를 차지하려는 크싸레 미친년이 된다.

초코의 경우 배신자가 아니면 그냥 착한 아이인 거고, 배신자면 세뇌를 당한 상태가 된다.

이런 식으로 작품의 스토리를 자연스럽게 반영해놨네.

"괜찮아 보이긴 해."

그리고 그냥 서로의 거리만 승패 조건으로 넣었다면 이상했을 텐데.

4명이 각기 하트 토큰을 가지고 있어서, 그것을 모두 소모하면 사망하게 되어 있다.

이걸 통해서 정확한 카드의 사용 의도를 예측하기 어렵게 하는 거다.

예를 들어 어떤 이벤트가 딸기와 우유의 거리감을 좁혀주는데.

그 대신 우유의 HP를 깎아버린다고 하자.

사실 이 카드를 사용한 사람은 배신자로, 우유를 죽여버리기 위해서 이런 선택을 한 것이다.

하지만 마치 거리감을 줄여서 돕고 있는 척이 가능해진다는 거지.

'그리고 마피아처럼 배신자를 투표로 처리하지 않기 때문에, 배신 플레이어를 알게 되면 직접 이 하트를 소모해서 처단하는 용도로도 쓰는 거지.'

생각보다 다양한 선택지가 주어진다는 점에서.

카드 이외의 이런 토큰 기물은 적당하게 만들어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밌을 것 같긴 하네."

마치 이런 종류의 게임을 해본 적 있는 것처럼, 되게 그럴듯하게 설정을 짜냈네.

가끔 로자리아가 이런 일을 벌일 때마다, 역시 천재인가 싶어진다.

확실히 저러면 스토리도 잘 표현되고, 로자리아가 원하는 매판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낸다는 컨셉이 잡히긴 한다.

'정작 중요한 건 밸런스긴 하겠지만.'

일단 유명한 보드게임들이랑 비슷한 시스템의 느낌이 든다는 점에서, 그걸 보지도 않고 저런 생각을 해낸 로자리아가 엄청 대단했다.

하지만 일단 방금까지 들은 걸 생각해보면 문제가 하나 있어 보이네.

저거 지금 범인이 매번 둘 중 하나로 고정이라서, 시작부터 막고라 뜨고 싸우는 느낌이라 별로일 것 같은데.

"그렇지 않아?"

"그러네. 그럼 네 명 다 그런 배신 직업을 넣어둘까?"

"응...?"

"그냥 우유 주변에 여자애가 있는 걸 원하지 않아서, 이어지는 대신 우유랑 자신 빼고 다 죽여야 하는 배신 딸기나."

"오...."

"자신이 딸기와 엮이는 것이 위험하다며, 이뤄지지 않으면서 딸기는 무조건 살아야 하는 배신 우유? 이런 식으로."

"그건 괜찮네."

그나마 배신자일 가능성이 4명 전원이 된다면, 게임 종료까지 범인을 알 수 없는 3대1의 배신자 색출 게임이 되니까.

그리고 일단 우려를 표하긴 했어도, 대체 그걸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싶었는데.

로자리아는 되게 간단한 거라는 듯 해결책을 제시했다.

저렇게 금방금방 머리가 굴러가면, 시간만 투자하며 가다듬으면 그럴듯한 것이 나오겠는데?

"칼리가 보기엔 어때? 재밌을 것 같아?"

"어, 재밌겠네."

다만 이 부분은 여러 번의 테스트 플레이를 걸쳐서 밸런스를 확인해야겠는데?

아무리 이런 마피아 게임이 완벽한 밸런스보다는 재미를 위주로 하는 파티 게임이라지만.

그래도 최소한의 선을 지키지 않으면, 게임을 플레이할 때마다 스트레스가 생겨서 재미에 악영향을 미칠 거다.

"아, 그런가?"

"아마 체스를 처음 만든 사람도 고생 좀 했을 거고. 나중에 가서 룰도 많이 바뀌지 않았었나?"

원래 이런 게임은 실제 플레이를 많이 돌려야지 밸런스가 좀 잡히는 편이니까.

근데 그렇다고 이걸 내가 같이 돌려준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닌 것이.

체스랑 다르게 4인용 게임에, 서로의 비밀을 알면 안 되는 마피아 게임이라 2인 테스트 플레이가 불가능하다.

"...방학에 동아리 소집하면 욕먹을까?"

"일단 연락해서 나쁠 건 없지. 좀 장기적으로 봐야 할 것 같으니까, 아예 여기서 합숙을 하던가."

"다 여기서 자게 하자고?"

"물론 네가 원하던 방학 때 나랑 둘이 꽁냥거리는 건 불가능해지겠지만...."

"끙...."

그래도 로자리아는 이걸 완성도를 올린 다음에 출판하는 것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는지.

점점 더 고민에 빠지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근데 이거 보니까 나도 신작에 이런 짓거리 좀 하고 싶네.

"그럼 이렇게 하자. 어차피 이거 만드는 데 시간이 걸리잖아? 적당히 완성도 있는 샘플이 나올 때까지는 전력으로 우리 둘이서 꽁냥거리는거야."

"오...."

"그리고 애들이 괜찮다고 하면, 샘플이 나올 때쯤부터 불러서 다 같이 테스트하는데 시간을 붓는 거고."

어느 한쪽을 포기하기 어렵다면, 그냥 둘 다 시간을 나눠서 전력으로 즐기면 되는 거잖아.

물론 즐기는 시간이 줄어들긴 하지만.

그래도 어디까지나 진심 1대1 꽁냥이 안 되는 거지, 다른 애들 있어도 충분히 꽁냥거리는 것이 가능한 게 로자리아였다.

"...칼리는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

"아무래도? 네가 말한 설명대로 나오는 게임이면, 무조건 여러 번의 테스트가 필요해."

"알았어, 그럼 그렇게 해야겠네...."

로자리아는 아무리 고민을 해도 결과가 정해져 있다는 걸 깨달았는지.

샘플이 완성되는 방학 중후반부에 유리아와 오르카를 부르는 것으로 결정을 내렸다.

『야한 만화가 합법인 세상에서』

"리아야, 슬슬 놔줘도 될 것 같은데."

"하지만 오늘이 마지막이잖아.... 더 같이 이러고 있고 싶은데?"

그리고 그 뒤로 시간은 빠르게 흘러.

어느새 로자리아의 신작인 '핑크빛 마지막 일기장'이 출간되고, 그다음에 그녀가 작업 중인 보드게임 '딸기 우유 만들기'의 샘플이 완성되었다.

그래서 이제 그 샘플의 테스트를 위해 유리아와 오르카에게 도움의 편지를 썼고, 모두 긍정적인 답을 보내온 상태였다.

그래서 개학까지는 여기서 다 같이 자고 휴식하며 지낼 예정이니.

이렇게 둘이서 이러는 건 오늘까지인 셈이었다.

그래서 로자리아가 이렇게 아기인 것처럼 구는 거고.

"배는 산만한 엄마가, 하는 짓은 애가 따로 없네."

"응애."

"아, 밖에 소리 들린다. 왔나 봐."

"히잉."

로자리아는 대놓고 실망하는 표정을 지었지만.

정작 문을 열고 나서는 오르카를 되게 환영해줬다.

근데 유리아는 도와주러 온 건데, 저렇게까지 신경전을 유지할 필요 없지 않냐?

"여기가 칼리 집이야?"

"집이라기엔 별장 같은 건데, 집에 안 들어가고 맨날 여기 있으니까 사실상 내 집이지."

"로자리아 부럽다. 나도 이렇게 칼리 옆에 찰싹 달라붙어서 살고 싶어."

"오르카, 걱정하지 마. 이번 방학만큼은 우리도 똑같은 거니까."

"...그러네?"

뭘 말하고 싶은 건지는 전혀 모르겠지만.

하여튼 틀린 말은 아니었으니, 굳이 유리아의 말을 정정하진 않았다.

지금 중요한 건 로자리아의 게임을 테스트하는 거니까.

"이게 편지에 적혀 있던 그 게임이야?"

"응, 게임 이름은 딸기 우유 만들기. 딸기랑 우유가 이어지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게임이야."

아직 설명서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서, 게임 규칙에 대해서는 우리 둘이서 일일이 다 설명해야 했다.

와, 근데 샘플을 만져보는 건 나도 처음인데.

이거 카드 크기가 내가 알던 그런 카드보다 훨씬 크네.

당연히 트럼프 카드 정도의 사이즈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것보다 훨씬 큰, 대충 따지자면 평소에 내가 화신 시리즈의 예약 보상으로 걸던 프로모 카드와 비슷한 사이즈였다.

이러한 압도적인 크기 때문에, 뒤섞기에 꽤나 애를 먹었다.

'그래도 이렇게 만든 이유는 알겠네.'

이게 평범한 카드 게임은 아니라서, 카드에 SD 4컷 만화가 그려져서 간단한 스토리가 담겨 있었다.

그리고 아래쪽에 이 카드를 냈을 때의 효과가 적혀 있는 식이었다.

즉, 카드 하나가 4컷 만화가 들어가야 하니까 사이즈가 커질 수밖에 없지.

"일단 4장의 카드를 섞어서 하나씩 가지고, 또 이 4장의 카드를 섞어서 하나씩 가지면 기본적인 준비는 끝이야."

캐릭터를 배정받는 파트와, 그 캐릭터가 배신하는 쪽인지를 정하는 파트다.

캐릭터 카드에는 캐릭터에 대한 것이 설명되어 있고.

배신하지 않는 카드에는 일반적인 승리 조건이 적혀 있고.

배신 카드는 캐릭터별로 다른 승리 조건이 모두 빼곡하게 적혀 있다.

"오, 이거 그러면 만화에서처럼 초코가 배신하면 변신도 해?"

"어?"

"아니, 일단 그런 기능은 없는데...."

오르카가 별생각 없이 던진 질문에, 나랑 로자리아는 화들짝 놀랐다.

생각해보니까 그런 디테일도 표현해두면 게임 하면서 되게 뽕차지 않으려나?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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