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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한 만화가 합법인 세상에서-146화 (146/229)

〈 146화 〉 29권 ­ 너만을 위한 그리고 영원을 향한(5)

* * *

일단 그 부분에 있어서는, 이야기가 나온 김에 어떻게 해결할지부터 의견을 나누기 시작했는데.

이 초기에 나눠주는 캐릭터나 배신 여부 카드는 그림과 대사 위주로 간결하게 표시하고.

캐릭터에 맞는 개인판을 받는 식으로 변경하기로 했다.

개인판에는 기본 승리 조건과 배신자일 때 승리 조건이 모두 나와 있고.

배신 상태의 일러스트는 배신 여부 카드를 뒤집어서 가려두는 식으로 만드는 거다.

이러면 평소에 배신할 때 승리 조건도 간단하게 읽을 수 있어서, 배신 여부를 들킬 확률도 줄여서 더 좋을 것 같았다.

"그럼 그 보드에 숫자를 쭉 적어두고, 하트 토큰을 이동시키는 식으로 하면 하트 토큰 개수도 줄여도 되잖아."

"아, 그렇네."

개인판 크기는 조금 커지겠지만, 실질적으로 게임에 쓰이는 공간은 줄어들 거다.

그리고 양 끝에 SD로 괴로워하는 모습이랑 쌩쌩한 모습을 그리면, 어떤 걸 의미하는 하트인지도 한눈에 알 수 있겠지.

하여튼 이런 식으로 게임을 더 한눈에 볼 수 있게 작업하면 되겠다.

"별거 아닌 아이디어였는데, 그게 이렇게까지 나가는 거야?"

"원래 다 그런 거지. 일단 이건 이렇게 수정을 한다고 하고. 당장 우리는 이외 부분으로 테스트 플레이를 하자."

어차피 그건 밸런스와는 상관이 없는 부분이니까, 실제로 플레이를 하는 것의 경험은 그대로니.

수정하기 전인 지금 상태로 테스트를 한다고 문제가 생길 부분은 전혀 없었다.

"이제 여기서 이 카드들을 섞어서 나눠 가지는 거야."

이야기 카드라는 이름의 카드를 더미로 만들어 섞어, 일정량씩 나눠 가진다.

이 이야기 카드가 바로 아까 간단히 효과를 설명한 SD 4컷 만화와 효과가 적혀있는 녀석이었다.

나눠 가지는 수는 3장씩으로 했는데, 이 부분은 게임을 해보고 적당한 수를 찾으면 되겠지.

자신의 차례마다 이야기 카드를 한 장 사용해서 이야기를 진행하고.

이야기 카드가 3장이 되도록 보충한 다음에 다음 사람에게 차례를 넘긴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 카드의 개수가 일정 이상 나오거나, 누군가가 게임 승리 조건을 만족하면 게임이 끝난다.

"꽤 간단하지?"

"체스처럼 선택할 것이 많은 것도 아니고, 딱 세 가지 중 하나네?"

"응, 그때그때 자신이 유리한 선택을 하면서. 배신자는 자신이 배신자라는 걸 나머지가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해야 하는 게 중요하지."

처음에야 가지고 있는 손 패가 좋지 않다거나, 아니면 다른 의도로 그런 척하기가 쉽지만.

그게 쌓이면 쌓일수록 고의로 그런다는 것이 보이게 되는 거고.

특히 마지막에는 자신이 의심받는 상태에서 승리 조건을 달성해야 하니, 그 견제를 피하면서 결과를 낼 강력한 카드들을 패에 보관하는 것이 중요했다.

"아, 그리고 자신의 하트를 하나 줄이고. 카드 한 장을 버리는 것도 가능해."

턴이 끝나고 패를 3장이 되도록 보충하는 규칙이기에, 이렇게 버려진 카드는 바로 턴 종료에 보충된다.

사실상 쓰레기 카드를 1피해를 받는 것으로 소모할 수 있다는 건데.

굳이 이렇게 한 것은, 카드를 새로 뽑는 규칙이 있어야 패가 꼬인 것을 해결할 수 있는데.

그러면서도 너무 쉽게 해결할 수 있으면 그것에 배신자가 숨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간단하게 말해서, 카드 3장 중에서 1장을 선택해서 사용하고. 남은 2장 중에서 필요 없는 것을 장수만큼 하트를 소모해서 버린다. 카드를 뽑아서 남은 패를 처음처럼 3장으로 만든다."

그리고 다음 사람이 똑같은 것을 진행하면 되는 거다.

실제로 우리가 테스트해 보니까 꽤나 이 흐름은 나쁘지 않았다.

다만 종료까지 걸리는 시간이 너무 짧아서, 각기 배신자들의 승리 조건을 맞추기 어려운 경우가 다수 있었다.

'예를 들어 그냥 둘이 이어지지만 못하게 만들면 승리하는 우유나 크림의 경우는 어렵지 않은 걸 넘어서 너무 쉬운데....'

승리하려면 딸기나 우유 중 하나를 죽여야 하는 초코나.

우유와 자신을 제외한 모두를 죽여야 하는 딸기의 경우가 문제였다.

솔직히 누구 하나 죽이는 게 어렵긴 하네.

'전체적으로 광역 피해 카드를 늘려서, 전체적으로 죽을 확률을 올려야겠어.'

또 시간이 부족한 느낌이라서 일반적인 승리 조건인, 이어지는 것 자체가 좀 어려웠고.

따라서 이 부분은 게임의 플레이 시간인 이야기 카드의 사용 매수를 늘리는 식으로 처리하기로 했다.

솔직히 한 판이 너무 짧은 느낌이긴 했어.

그것 말고도 전체적으로 카드에 따라서 상황이 많이 바뀌도록, 강력한 카드를 많이 넣기 시작했다.

이게 아무래도 1대3인데 혼자서 상황을 팍팍 조절하지 못한다는 게 아쉬웠거든.

다만 이 부분을 사랑의 관계가 이어지는 3인이 승리 조건으로 사용하는 부분에서는 수치가 적게, 반대로 관계가 나빠지는 1인의 승리 조건으로 사용하는 부분에서는 수치가 크게 해서 경쟁이 가능한 힘을 주는 거다.

"와, 이거 고칠 게 많네."

"그래도 난 로자리아가 그렇게 빠릿빠릿하게 문제점 해결하는 게 대단하다고 생각해."

"절반은 칼리가 말해준 거잖아."

나야 그래도 이런 현대식 보드게임을 해본 경험이 있으니까 그렇지.

물론 우리 세대에서 가장 유행한 것은 이런 보드게임보다는 그 안의 TCG라는 1대1 카드 게임 장르였지만.

아무튼 이런 밸런싱 부분에 대해서 지적 정도는 금방 할 수 있는 편이었다.

"이거, 딸기가 배신자일 때 승리하기 너무 어려워."

"혼자 둘이나 죽이는 건 아무래도 난이도가 높긴 하네."

우리는 그렇게 일차적으로 게임의 기본적인 흐름은 동작할 정도로 개선하고, 다시 테스트를 진행했다.

물론 이 게임의 특성상, 적이 난이도가 쉬운 배신자일수록 먼저 의심하게 되어 있긴 했다.

금방 적이 승리 조건을 달성할 수 있는 만큼, 그걸 방지하기 위해서 자연스럽게 우선적인 의심을 받는 거지.

그래서 실제로 비슷한 조건인 우유와 크림의 승리 조건에서, 우유는 무조건 딸기를 살려야 한다는 어려운 조건이 있는데도.

생각보다 비슷한 승률을 보여주는 중이었다.

하지만 그걸 고려하더라도 딸기는 승리 조건이 어렵다는 평이었다.

하긴 아무래도 둘이나 죽이는 건 쉽지 않지.

"이건 그럼, 둘 중 하나를 죽인 상태로 우유랑 이어지면 나머지 하나도 죽인다는 설정으로 바꿀까?"

그리고 이참에 둘이 이어지지 못했더라도, 배신자 쪽이 승리 조건을 달성하지 못했다면 좋은 결말을 맞이할 수 있는 것으로 변경하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럼 다른 애들처럼 딸기가 배신자일 때도 여러 결말을 가지게 되니까 다양성도 챙길 수 있으리라.

"오케이, 이 정도면 적절하겠네."

우리는 그렇게 꽤 긴 시간을 게임을 테스트하는 것에 보냈고.

점점 게임을 플레이하고 승패를 기록하면서도, 수정할만한 부분을 찾지 못하게 되기 시작했다.

나중에는 정말 순수하게 게임만 즐길 수 있는 수준이 된 거지.

"이제 슬슬 이야기를 다 아니까 질리긴 하네."

"...우리가 테스트 플레이를 너무 많이 돌리긴 했어."

그래도 플레이할 때마다 매번 엔딩이 굉장히 다르게 만들어졌기 때문에,

그 엔딩을 보는 맛이 있어서 이 정도로 오래 게임을 즐길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지금은 최종 수정본 기준으로도 모든 엔딩을 1번씩은 봤고, 자주 나오는 건 수십 번도 봤으니까 질릴 수밖에 없지.

"그래도 엔딩카드에 만화 그려놓아서 이 정도 재미지. 없었으면 더 빨리 질렸을 거야."

작업 중간쯤에 이 엔딩에 만화나 설명 등을 끼워 넣기 시작했는데.

이건 4컷이긴 했지만, SD가 아니라 LD로 진지한 느낌을 준 장면들이었다.

하여튼 덕분에 제대로 만화를 다 함께 만들어가며 읽으며 마무리하는 느낌이 들었다.

'솔직히 같은 조건을 달성해서 승리해도, 상태에 따라서 엔딩이 다르게 나는 것도 재밌는 요소지.'

예를 들어 배신자 크림은 딸기와 우유가 이어지는 것을 막는 데 성공했다면 승리한다는 간단한 승리 조건을 가지고 있는데.

이때 딸기를 죽여서 막거나, 우유를 죽여서 막거나, 평범하게 막거나.

이렇게 크게 3가지의 다른 엔딩일 볼 수 있게 되어 있다.

아마 딸기를 죽이는 건, 나 말고 다른 사람이 가질 거라면 시체라도 가지겠다는 내용의 결말이었을 거고.

우유를 죽이는 것은, 우유를 죽이고 딸기를 납치해서 자기 것으로 하는 결말이었을 거다.

자신의 전략에 따라서 결말 카드 자체가 바뀌니까 배신자는 홀로 외롭게 싸우면서도 재미를 느낄 수밖에 없다.

물론 배신자의 종류나, 자신들이 게임이 끝날 때 어떤 상태이냐에 따라서 일반적인 승리 엔딩도 여러 종류가 준비되어 있다.

솔직히 로자리아가 결말 카드에 진심을 때려 박아서 그런지, 이 부분은 정말 흠잡을 만한 곳이 없더라고.

밸런스야 처음 만드는 것이라 쉽게 맞추기 어려웠지만, 그 외의 사람들이 게임을 재밌어하게 할 만한 부분을 생각보다 잘 캐치하는 편이었다.

"후 재밌었다."

"아니, 근데 방금 그 '사이좋게 죽어라.'가 실제로 가능하구나. 신기하네."

"일부러 노린 거지만."

방금은 유리아가 배신자 초코를 하고 있었는데.

광역기를 써서 딸기와 우유를 모두 죽이는 것에 성공했다.

승리 조건이 딸기와 우유 중 하나만 죽이면 되는 것인데, 그걸 굳이 둘 다 죽여서 특별한 엔딩을 본 거다.

이 게임은 둘 중 하나가 죽으면 이어질 수 없는지라, 바로 게임이 끝나게 되어 있어서 꽤나 보기 어려운 결말이라서 좀 놀라운 일이었다.

"그럼 이대로 출간하는 거지?"

"아마도? 엔딩도 이제 거의 20개라서, 더 추가할 것도 생각이 안 나."

"오케이, 수고했어."

일단 그러면 여기까지가 로자리아가 만든 '딸기 우유 만들기'의 테스트와 개선 작업이었다.

그렇게 로자리아가 작품을 제출하기 위해서 수도로 향한 사이, 휴식을 취하고 있는 둘을 상대로 나는 새로운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솔직히 이 재밌는 컨텐츠를 진행하면서, 나도 준비하는 신작에 많은 영향을 받고 말았는데.

"이건 뭐야?"

"체스처럼 1대1로 겨루는 게임인데, 딸기 우유 만들기처럼 카드를 쓰는 거야."

그래서 결국은, 나도 이 꿀잼 장르를 한번 해 먹어보고 싶어졌거든.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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