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1화 〉 30권 이너 메르헨(5)
* * *
"레어 카드는 컬러였네!?"
여성은 덱을 펼쳐서 카드를 살펴보다, 단색으로 되어있는 만화에서 보지 못한 디테일을 보고 화들짝 놀랐다.
레어 카드와 마지막 결말 메르헨은 컬러로 만들어져 있었고.
그녀는 한참을 컬러 일러스트를 살펴보며 감동했다.
그리고 작품에서 나왔던 것과 완전히 같은 성능과.
설명은 간단하게 되었지만, 자세한 성능까지 나오지 않았던 카드까지.
그냥 카드를 읽는 것만으로도 기뻐지는 무언가가 있었기에.
그녀는 한참을 카드를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즐길 수 있었다.
"이렇게 섞는 거였나?"
그리고 실제로 카드를 섞어보거나, 뽑아보고, 뒤집거나 내려놓아 보면서.
작품에 나왔던 장면들을 천천히 따라 해보고.
따로 동봉되어있는 규칙서도 살피면서, 대강 게임의 흐름에 맞춰서 카드를 내려놓아 보기도 했다.
"음, 근데 게임을 하려면 덱이 두 개가 필요한 거지?"
물론 그 이전에 사람이 둘이 있어야겠지만.
마치 게임을 하는 것처럼 카드를 내려놓는 것조차, 덱 하나로는 해보기 어려웠고.
그 정도 연습을 하기 위해서는 덱 하나가 더 필요하다는 생각에, 아직 읽지 않았던 4개의 책에 눈길이 갔다.
"일단 하나만 더 읽어볼까?"
결국 5개를 모두 읽게 되리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래도 당장은 이 '메르헨 배틀'을 위한 카드를 구경하고 싶었기에, 잠시 이쪽에 신경을 쓰고 있었는데.
그것도 최소 두 권은 읽어야겠다는 생각으로 넘어간 것이었다.
"탑에 갇힌 소녀?"
표지에는 굉장히 귀여운 공주님이, 신난 표정으로 카드를 들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띈다.
그리고 속표지에는 '성냥을 파는 소녀'와 마찬가지로 부제목인 '희망의 이야기'라는 글자가 적힌 것이 눈에 들어온다.
이건 이번에 5개 작품을 시리즈로 묶어서 같은 텍스트가 적혀있는 건가?
아까 봤던 유리는 평민이었다 보니, 완전히 대척점에 있는 듯한 그 소녀가 눈에 들어왔다.
저 공주님은 왜 저렇게 즐거운 표정으로 메르헨 배틀을 즐기는지, 그리고 그녀의 메르헨은 무엇인지가 궁금해지게 되는 표지였고.
그녀는 홀린 듯이 페이지를 넘겼다.
"오...."
건강이 별로 좋지 않은 공주님인 라푼젤은, 항상 성에 갇혀서 혼자 살아왔다.
물론 혼자라기보다는 라푼젤을 보좌하는 많은 사람이 있었지만, 대부분 라푼젤의 건강 때문인지 대하는 것이 조심스러웠고.
그 때문인지 친구라고 할만한 사람 없이 외롭게 방에서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가 메르헨을 각성하게 되면서, 어느 정도 건강이 회복되게 되고.
일반적으로 메르헨을 키워낸 사람들은 건강이 더 좋다는 것이 상식이기에, 성의 사람들은 라푼젤이 메르헨을 키워나가도록 유도한다.
그리고 이때 각성한 메르헨이 바로 탑에 갇힌 소녀였다.
자그마한 혼자만이 살아갈 법한 탑에, 어린아이일 시절부터 갇혀 사는 소녀가 있었다.
아무래도 라푼젤의 메르헨인 만큼, 어릴 때부터 성에만 갇혀 살던 라푼젤과 비슷한 느낌의 시작이었다.
그 소녀가 그렇게 살아가는 것은, 나쁜 흑마법사가 아이의 부모에게서 대가로 받아 팔려 온 신세였기 때문이었다.
다만 성에는 여러 책이 있었기에, 그 책을 읽으며 소녀는 바깥세상에 대한 꿈을 키워나간다.
"오...."
그러다가 그런 소녀가 성에 갇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한 용사님이.
그 소녀에게 종이비행기를 던져, 그 비행기에 담긴 편지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하고.
그렇게 친해진 용사님은 소녀를 구출하기 위해 고민하게 된다.
'머리카락이 말도 안 되게 길어....'
상식적으로 사람 머리카락이 저렇게 길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래서 저 아이가 특별해 흑마법사가 노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심지어 그 머리카락을 타고 성을 빠져나간다는 전개는 더더욱 놀라웠다.
이야기만 나눠서 그 아이디어를 낸 용사가 다 신기할 지경이었다.
"생각해보면 라푼젤도 머리가 꽤 길었지."
메르헨에 나오는 것처럼 말도 안 되는 수준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꽤나 장발이었다.
유리도 그랬지만, 역시 메르헨은 자기 자신을 많이 투영하는 모양이다.
용사님 같은 친구를 기다리면서도, 자신을 가두고 있는 것을 자신의 힘으로 빠져나가려는 라푼젤 본인의 스타일이 담겨있다.
그 뒤로 라푼젤은 정말 많은 사람과 메르헨 배틀을 즐기면서 친구를 만들게 된다.
처음에는 건강하지 못한 모습을 보이다가도, 하나씩 레어 카드를 만들어가면서 몸이 좋아지고.
나중에는 활달한 모습의 공주님이 되는 것을 보면 굉장한 만족감이 드는 이야기였다.
"용사님은 없었지만, 그래도 친구를 많이 만들었네."
특히 지난 회차 발푸르니기스의 밤의 우승자인 유리와 좋은 배틀을 할 실력이 되었을 때.
유리와 배틀을 하면서 친구가 되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여기서 유리가 나올 줄 몰랐기 때문이다.
"이게 서로 이어져 있는 이야기구나."
이러면 결국 카드고 뭐고 다섯 권을 내리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그녀는 일단 레어 카드만 살펴본 이후에 빨리 다른 책들을 읽기로 했다.
다른 이야기에 지금까지 본 캐릭터들이 등장할 수 있다니.
그걸 어떻게 참겠어.
"와, 근데 진짜 그림 하나하나가 다 예쁘네. 책은 얇아도 이 카드만 생각해도 돈이 하나도 안 아까워...."
그녀는 아름다운 머릿결을 타고 탑 아래로 내려오는 소녀의 그림을 만지작거리며, 한참을 흐뭇하게 웃었다.
『야한 만화가 합법인 세상에서』
'일정이 맞아서 다행이야....'
그녀는 처음 소식을 들었을 때 화들짝 놀랐었다.
이너 메르헨 시리즈 5개 모두를 제대로 즐기고, 가끔 친한 마법사들과 메르헨 배틀까지 즐기며 작품을 알뜰살뜰 즐기고 있었는데.
무려 '발푸르니기스의 밤'을 현실에서 개최한다는 말을 듣게 되었으니까.
메르헨 배틀의 최강자를 현실에서 뽑는 대회라니.
그것이 얼마나 달아오르는 일인지는, 이미 유리의 이야기를 통해 잘 알고 있었다.
심지어 최근에 친구들을 연속해서 이기며, 라푼젤 덱의 강함을 증명하고 있었으니.
그녀가 가진 메르헨 배틀에 대한 자신감도 상당했다.
"엄청난 인파네..."
그랬던 그녀도 예선을 치르러 온 빼곡한 사람들을 보고 꽤나 질려버릴 것 같다고 생각했다.
심지어 이게 지역과 날짜별로 참가자를 나누어서 그룹별로 진행하는 것인데.
그런데도 자신의 그룹만 이 정도 인원이라는 것에, 새삼 이번 작품의 인기를 실감하며, 천천히 예선전을 치르기 시작했다.
"자, 여기서 카드 10장을 연속으로 사용해서...."
라푼젤 덱의 경우에는 기다란 머리카락을 상징하듯, 여러 카드를 단번에 사용하는 것으로 이득을 보는 것이 특징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이제까지 카드를 최대한 많이 보충해 모아놓았다가 사용하는 중이었다.
그리고 10장이 넘는 카드가 손에 들어올 경우, 카드를 뒤집어 놓고 코스트 전용 카드로 바뀌게 되는데.
그런 카드도 꽤나 많이 모아서, 필요한 코스트도 다 모아둔 상태였다.
덕분에 모든 상대의 캐릭터를 정리하고, 필드에는 그녀의 캐릭터로 가득 차올랐다.
심지어 메르헨도 카드의 효과로 하나 더 진행되어 메르헨 선언까지 할 수 있었다.
"오케이, 이겼다."
"아아 졌네...."
"수고하셨어요."
"저도 라푼젤 덱은 많이 써봤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잘 쓰는 방법이 있다는 건 처음 알았네요."
"칭찬 감사합니다."
그녀는 그렇게 승승장구하면서 경기에서 이겨나갔고.
마침내 예선전 마지막 경기까지 무사히 도달할 수 있었다.
"후, 이번만 이기면 예선 통과네."
그리고 마지막으로 만난 상대는 엘라의 덱을 사용하는 이였다.
엘라의 메르헨은 가족들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는 배다른 딸인 소녀의 이야기였는데.
왕자님의 연회에 소녀를 빼고 가족 모두가 참여하게 되고, 그 연회를 가도록 도와주는 마법사를 만나게 되어 12시가 되면 사라지는 마법을 통해 왕자님과 이어지는 이야기였다.
'그래서 대부분 턴 제한이 걸린 효과가 많지.'
그런 효과 때문에 초반에 빠르게 치고 올라오는 덱이다.
연속 카드를 오래 모으기보다는 최대한 짤막하게 내면서 미리미리 막아내야겠네.
라푼젤로 이길 수 있는 각을 잡으려면 그런 전략이 가장 유효하겠지.
"어...?"
그런데 상대가 낸 레어 카드의 그림과 효과가 그녀가 알고 있는 것과 조금 달랐기에 당황하기 시작했다.
엘라의 덱이 자신의 주력 덱은 아니지만, 플레이도 몇 번 해봤고 상대도 자주 해봤는데.
저런 카드를 본 기억이 없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자신의 착각이라고 생각했지만, 이어서 등장하는 보랏빛 분위기의 메르헨 카드에 심하게 당황했다.
원래 메르헨 카드 중 컬러가 있는 것은 금빛 테두리지, 저런 칙칙한 테두리를 가지지 않는다.
그녀가 처음 보는 카드에 당황하는 사이, 상대는 새로운 레어 카드를 내서 메르헨 배틀을 이어갔다.
"악마...?"
종족 전쟁 도중, 일부 흑마법사들이 무기로 소환했던 적이 있는 마계의 지성체들이 악마인데.
그때 전쟁 중이던 모든 종족이 힘을 합쳐서 싸우게 될 정도로 무섭고 악랄한 존재라고 전해지는 이들이었다.
물론 지금은 이종족으로 편입한 서큐버스를 제외하면, 모두 씨가 말랐기 때문에 보기 힘든 이들이었다.
자세히 보니, 꼬리의 형태나 디자인을 보면 악마보다는 현재 이종족 취급을 받는 서큐버스에 가까운 존재로 보였다.
그리고 그냥 처음 보는 캐릭터가 그런 모습을 하고 있었다면 이렇게까지 당황하지 않았을 텐데, 지금 그 서큐버스의 모습을 한 캐릭터는 메르헨의 '주인공'이었다.
그 당황스럽고 기괴한 광경에 그녀는 한참을 멍하니 카드만 바라보았고.
상대는 턴을 넘기고는, 그녀의 그런 반응을 즐기고 있었다.
'저, 저런 카드가 있다고?'
아무리 봐도 그림은 시우 화가의 것이 맞았고.
심판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 것을 보아, 정상적인 카드들인 모양이었다.
"허...."
이제까지 그녀가 이너 메르헨에 가지고 있던 상식이 완전히 부서져 버리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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