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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한 만화가 합법인 세상에서-153화 (153/229)

〈 153화 〉 31권 ­ 희망과 절망의 안티노미(2)

* * *

"제 차례네요, 드로우."

여성은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카드를 뽑았지만.

여전히 상대의 장에 나와 있는 '광기에 찬 유리구두'를 보며 표정을 굳히고 있었다.

대체 저 기괴한 카드는 뭐란 말인가, 그리고 그 카드를 보조하고 있는 메르헨 카드는 또 어떻고.

난생처음 보는 '범하고 조교한다'는 컨셉으로 내 캐릭터들을 무력화시키고.

심지어 일정 횟수 이상 범해지면 상대의 캐릭터로 넘어간다니.

자신이 본 적이 없었던 특별한 패턴의 플레이에, 그녀는 머리를 불태우며 다음 수를 예측했다.

'일단 이제까지 잘 막아놔서 전개 같은 걸 급하게 할 필요는 없어.'

기본적으로 그녀가 사용하는 라푼젤 덱은 연속 사용을 기반으로 한 콤보 플레이를 하는데.

최대한 패를 아끼면서 플레이를 방어적으로 한다면, 적이 패 수급이 빨라지는 것 말고는 버틸 만했다.

지금은 차라리 필드랑 패 수급을 내어주고, 기다리는 것이 나을 것 같다.

적이 만약 조교를 통해서 캐릭터를 빼앗으면, 그쪽이 오히려 손해일 수 있겠지.

'확실하게 전세를 역전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여기서는 한발 물러서는 게 맞아.'

그녀는 저 덱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일단 첫인상에서 느낀 특징을 통해서 최대한 버티면서 밀고 나갔다.

확실히 기존 계획이 어그러진 만큼 꽤나 위험한 순간이었지만.

그래도 그 대응이 맞았는지, 패 보충은 많이 된 상대도 메르헨을 빠르게 진행하지는 못하는 느낌이었다.

"대단하네요. 처음 보는 모양이던데, 바로 약점을 찾아내다니."

"결국 내가 낸 캐릭터들로 이득을 최대한 보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는 형태잖아요? 그럼 저로서는 모았다가 단번에 터트리는 게 맞죠."

"흐응...."

물론 이쪽 메르헨을 진행하기에는 상대의 방해가 극심하긴 했다.

아무래도 패가 많다는 것 자체가 코스트가 많다는 거고.

상대에겐 은근 강력한 이벤트 카드가 많았으니까.

"하지만, 그렇게 막아내도 꽤나 진행은 잘 된 것 같네요. 메르헨 진행, '타락한 광기의 저택'을 오픈! 메르헨 선언!"

"메르헨 선언을 먼저 한다고 꼭 승리한다고 볼 수는 없죠."

"일반적인 상대라면 그럴겁니다. 하지만 저는 좀 달라서요. 6코스트를 지불하고, 이벤트 카드 '정해진 애정행각' 발동! 상대의 쓰레기 더미에 있는 캐릭터 카드 중 하나를 골라서 조교 완료 직전의 상태로 소환!"

강제로 '탑의 소녀'를 소환당하고, 다음 턴 마지막 조교로 상대편으로 넘어가는 조교 완료 직전 상태로 변화했다.

탑의 소녀가 가진 효과로 드로우와 코스트 할인 등을 이용할 수 있는데.

빼앗은 다음 그걸 이용해서 단숨에 메르헨을 완성할 셈인 모양이었다.

"저는 여기까지."

"다행이네요. 아무리 뽑아도 탑의 소녀가 나오질 않아서 문제였는데. 메르헨 진행! '머리카락의 축복'으로, 단숨에 카드를 3장 드로우! 메르헨 선언! 자, 아시겠지만 저는 최종 메르헨 조건은 다 달성할 수 있어서요. 턴만 돌아오면 끝입니다."

"예상하던 선입니다? 어차피 당신이 이번 턴에 마무리하지 못하면 제 승리거든요. 하지만 메르헨 선언은 이번 턴에 진행했으니, 막을 방법이 없다고 봅니다."

하지만 그녀는 그것도 예상했다는 듯 상대가 메르헨에 도달하지 못하도록, 탑의 소녀를 직접 파괴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자기 카드를 고의로 파괴한다는 건 의외로 어려운 일이라, 꽤 많은 카드를 소모하긴 했지만.

그 덕분에 상대 작전을 막아낸 셈이었다.

"혹시 그런 능력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 남겨놨죠."

"놀랍네요. 본 적도 없는 덱을 그렇게 완벽하게 대응하다니. 제 패배입니다."

그렇게 예선전 마지막 경기에 승리한 그녀는 겨우 안도하면서 카드를 회수했다.

이대로 패배하면 본선에 나가지도 못했을 테니, 굉장히 아쉬웠을 터인데.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나저나 방금 만난 그 상대의 카드...."

그녀는 이상한 카드의 존재를 눈치채자마자, 예선전이 끝나고 급히 정보를 수소문하기 시작했고.

사실 겉보기로는 같아 보이는 책이지만, 격일 단위로 다른 책을 판매하고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그걸 알게 되자마자, 구매하지 않았던 나머지 다섯 권까지 구매한 참이었다.

"이거구나...."

사실 다른 것도 내용이 궁금하긴 하지만, 그녀가 가장 궁금한 것은 '탑에 갇힌 소녀'의 절망을 그린 이야기였다.

당장 자신이 상대로 만났던 '유리구두 이야기'의 경우, 자신이 읽었던 희망의 이야기와는 완전히 다른 메르헨이었기에.

과연 '탑에 갇힌 소녀'는 어떠한 이야기가 있는 것일까.

"아...."

희망의 이야기는 라푼젤이 메르헨 배틀 실력을 빠르게 늘리며 건강을 되찾는 내용이었는데.

지금 그녀가 읽고 있는 절망의 이야기는 그 실력의 성장 속도가 어느 정도 브레이크가 걸린 상태였다.

여전히 건강한 모습으로 배틀을 즐기는 게 힘들었던 라푼젤이 쓰러지게 되고.

그런 그녀에게 자신을 고쳐주겠다며 찾아온 의사에게, 이상한 방법 하나를 제안받게 된다.

"메르헨을 고쳐 쓴다고...?"

단숨에 모든 레어카드를 해방할 정도로 성장할 수 있다는 꼬드김.

그리고 그것이라면 건강을 되찾을 수 있다는 희망.

라푼젤은 그 꼬임에 넘어가 제안을 수락하게 된다.

그리고 그 후에 흘러나오는 바뀌어버린 메르헨의 내용은 조금 충격적이었다.

원래라면 용사에게 도움을 받아 성 밖으로 빠져나갔어야 하는 탑의 소녀는.

빠져나가기 직전에 탑에 소녀를 가둔 흑마법사에게 들키게 된다.

"저, 저게 뭐야? 마물?"

아주 오랜 옛날에 마족들이 사역했던 마계의 동물, 아직도 남아서 꾸준히 퇴치한다는 이야기는 들리지만.

아무래도 평생을 도시에서 살아온 그녀에게는 사진으로만 봤던 괴물이었다.

물론 지금 보는 것도 그림이긴 하지만, 사진에서 샘플만 찍혀 있던 것과는 다르게 마물이 소녀를 붙잡아 희롱하는 것을 직접 보고 있었으니까.

마치 해양생물의 촉수와 닮은 듯하면서도, 매끈한 미묘한 무언가가 꾸물거리며 소녀를 결박했고.

마치 자신이 손이라도 된다는 듯이, 소녀의 몸을 이리저리 만지며 괴롭혔다.

강제로 입에 그것이 들어가더니, 묘한 액체를 쑤셔 넣고.

그것을 들이마신 소녀의 눈동자가 몽롱해진다.

"아, 미약...!"

그녀도 들어본 적 있었다.

오크와 같은 일부 특별한 종족이나 생명체는, 체액 일부가 상대를 매료시키는 효과가 있고.

그것을 마시게 되면 무방비하게 성적으로 학대당하게 되며, 그것에 높은 확률로 쾌감을 느끼게 하는 무시무시한 효과가 있다고 한다.

물론 이를 범죄에 사용하는 것은 엄격하게 불법인 행위지만, 지금 저 마물을 사역하는 것은 애초에 불법으로 여겨지는 흑마법사가 아닌가.

"너, 너무해...."

미약을 먹인 후에는 소녀의 성감대를 마구 만지며 희롱하고, 질내에 박아넣은 촉수에서 알들을 쑤셔 넣는 등.

비상식적인 장면이 계속되자, 그녀는 쾌감에 빠진 소녀의 표정을 보며 생기는 은은한 떨림과 위험해 보이는 상황에 대한 두려움을 동시에 느끼며.

자신의 심장이 굉장히 빠르게 뛰고 있음을 인지했다.

"알을 낳고 있어...."

긴 머리를 가진 특별한 탑의 소녀는 이 마물의 아이를 가지기 적합한 완벽한 모체였고.

흑마법사는 이렇게 사용하기 위해 그녀를 가둬서 키우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렇게 몇 번이고 알을 낳고, 신체가 이상해져서 모유까지 아기 마물에게 먹이는 엄청난 장면들이 이어진다.

그리고 약간의 반전이 있긴 했는데, 그렇게 진한 모성애를 보이던 소녀 때문인지 촉수들이 흑마법사가 아니라 소녀를 따르기 시작했다는 거다.

이후 자신을 이렇게 만든 흑마법사를 소녀는 용서하지 않았고, 역으로 흑마법사를 모체로 삼아 이용하게 된다.

촉수와 함께하는 삶이 행복이라고 믿게 된 소녀는 그대로 다른 모체를 잔뜩 늘리기 위한 여행을 시작한다.

하나의 재앙이 탄생하는 이야기인 셈이었다.

"흐아...."

한참을 메르헨의 내용을 뒤적거리던 그녀는, 자신의 팬티가 축축해져 있다는 것을 발견했고.

촉수에게 범해지며 절정하는 탑의 소녀를 보며, 그녀 또한 기분이 좋아지기 위해 잔뜩 손으로 자신을 위로했다.

그리고 살짝 튀어 오른 애액이 책을 적시고 나서야 만족하고, 다음 페이지를 읽기 시작했다.

"하읏♡ 이런 메르헨이라면, 분명...♡"

그녀는 뭔가 생각하는 바가 있었는지, 갑자기 튼튼해진 라푼젤의 모습을 보며 몸을 떨었다.

라푼젤은 이제 강해지기 위해 노력하지도, 친구를 만들려고 노력하지도 않았다.

진짜 즐거운 것은 배틀 뿐, 오로지 배틀로 상대와 자신 모두가 기분 좋아지는 것뿐.

그렇게 변질한 마음으로 메르헨 배틀을 해나가기 시작했는데.

사실 거기까지 라면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

진짜 문제는 그녀의 배틀 스타일이었지.

「후후, 역시 모체가 된다는 건 아름답지 않아?」

「서, 성냥팔이 소녀가!?」

본래라면 친한 친구가 되었을 유리도, 그녀에게 당하며 아주 나쁜 사이로 바뀌어버린다.

당연히 메르헨 속 캐릭터를 촉수로 임신하고, 출산하는 것은 행복한 일일 것인데.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오히려 라푼젤은 이해할 수가 없다.

그렇기에 라푼젤은 친구 하나가 없는 외톨이가 되어간다.

누구보다 배틀을 즐기고, 배틀의 상대가 행복하길 바라지만.

그녀가 아는 형태로 그것을 진행하면 진행할수록, 배틀을 힘들어하고 미워하는 상대만 남을 뿐.

그 생각의 간극이 참 무섭다는 생각이 드는 결말이었다.

"아, 아아.... 역시. 엄청난 스타일이야."

그 와중에 그녀는 자기 생각대로, 완벽하게 구현된 메르헨 덱의 전투 방식에 집중했다.

긴 머리카락처럼 연속으로 날아드는 카드로 이기는 것뿐만 아니라.

그 긴 머리카락이 촉수로 변해, 수많은 캐릭터를 임신시키고.

거기서 태어난 아이들로 이득을 보게 되는 특별한 방식.

"이거라면, 이거라면...."

그녀는 자신의 몸을 파르르 떨면서, 손에 들고 있는 메르헨 카드에 모든 감각을 집중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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