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8화 〉 32권 이제 그 레퍼토리는 좀 질리지 않아?(2)
* * *
'골 때리네.'
워낙 평범하지 않은 상황이라서 어처구니가 없기도 했지만.
이 와중에 당황은 해도 비명 하나 안 지르고 몸을 추스르는 저 수인이 진짜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아니, 그 이전에 쟤는 대체 누군데 여기서 자위를 하고 있었던 거야?
"너는 또 뭐냐...."
"안녕하세요. 선배! 이번에 만화 동아리에 가입한 코코아라고 합니다!"
후배인 건 알지.
교복 색이 작년까지 전 3학년이 입던 약간 보랏빛이 드는 파란색이었으니까.
기존 3학년은 4학년이 되면서 완전히 옷을 전용복으로 갈아입고, 그 색은 1학년에게 물려줬다.
그나저나 그렇게까지 신입생을 받지 않으려고 했는데, 이런 시기까지 되어서야 갑자기 신입이 들어오다니.
확실히 평범한 상황은 아니었기에, 여러모로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방금 그 상황은 무시하길 원하는 것 같으니, 다른 이야기부터 천천히 해볼까.
"혹시 나랑 로자리아가 동아리를 쉬는 동안 들어온 거야? 의외네, 어지간하면 아무도 신입으로 들이지 않을 것 같은 분위기였는데."
"저도 원래는 들어오지 않은 생각이었는데요."
"그걸 일반적으로 여기에 말하냐...?"
당돌하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아무리 봐도 미친년이 하나 늘어났다고 해야 하나.
우리 동아리는 사실 미친 인간만 모이도록 신의 설계가 되어있거나 그런 건가?
진짜 정신 나갈 것 같은데.
"솔직히 원래는 바로 들어오려고 했거든요. 저도 만화를 좋아해서요."
"그래?"
"네, 마을이 그거로 흥하면서 저도 보기 시작했거든요. 언니가 좋아하던 이유가 있던데요?"
"마을? 언니?"
"바네 온천 마을이라고 아세요?"
모를 리가 없지.
'행복은 애널에서 우러나오는 것입니다'를 모티브로 해서 만들어진 '아나루 온천 마을'의 원래 이름이다.
수인인데다 만화까지 좋아하길래, 혹시 그런 게 아닌가 했는데 정말이구나.
"거기 출신이었구나. 하긴, 수인이니까. 온천 일도 한 적 있어?"
"아뇨? 언니야 요즘 마법사 일까지 그만두고 접객을 하겠다고 나서지만.... 저는 별로 생각 없거든요."
다만 아나루 온천 마을이라는 방법이 대박이 나서 마을이 정상화되자.
그 만화라는 것이 뭐길래 저렇게 인기가 많나 싶어서 읽어보기 시작했고.
그 덕에 만화를 좋아하게 되었다고 했다.
"그런데, 정작 아카데미에 들어오고 나니까 소문이 좀 그래서요."
"무슨 소문?"
"동아리에 자신을 빼고는 전부 여자만 있는데, 그 여자들을 전부 범하고 커다란 자지로 함락한 뒤. 심지어 천재로 유명한 로자리아 선배는 임신까지 시킨 남자가 있다는 소문이요."
"오...."
솔직히 억울한 점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지만, 의외로 내용에 큰 거짓은 없어서 뭐라고 말하기 어려웠다.
절대로 커다란 자지라는 말을 듣고 기분 좋아져서 인정한 게 아니다.
"그래서 진짜 귀축 선배라도 있나 해서, 좀 그렇더라고요. 룸메이트인 아모리라는 친구도, 정말 위험하다면서 절대 안 된다고 했었고요. 아, 그 친구는 아직도 제가 들어온 걸 몰라요."
"오.... 그럼 왜 생각이 바뀌었는데?"
"의외로 그 선배가, 로자리아 선배가 아이를 낳는다고 달려가서 따뜻하게 해주는 분이라는 걸 알았거든요."
"그게 그렇게 되는 거야?"
그래서 딱히 무서워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서 동아리에 들어오겠다고 한 건가.
근데 그 정도 마음가짐이면, 유리아가 귀찮다고 대충 둘러대고 돌려보냈을 것 같은데.
의외로 잘 살아남았네.
"처음에는 유리아 선배가 소문이 사실이라면서 도망치라고 했는데, 제가 그린 그림 보여드리니까 바로 들어오라고 하시던데요?"
"...그래?"
유리아는 나처럼 그림에 미친 애는 아니라서, 그림에 만족하는 컷이라고 해야 하나 최소한의 수준이 매우 높았다.
애초에 본인이 천재이기까지 하니, 어지간한 것이 눈에 차지 않았겠지.
그런데 그런 유리아가 말을 바꿀 정도로 대단한 그림이다?
"선배도 보여드릴까요?"
"어."
"흐응, 역시 들은 거랑 똑같네요."
"뭐가?"
"진짜 누구보다 그림이랑 여자에게 진심이라고요."
"여자에게 진심인 건 뭔데."
그렇게 말하니까 내가 겁나 발정 난 개새끼 같잖아.
하여튼 코코아는 동아리방 책장에 있던 원고 몇 장을 들고 오더니, 테이블에 꺼내서 보기 좋게 늘어놨다.
그리고 나는 별생각 없이 그림을 보기 시작했다가, 금방 빠져들어서 한참을 그림만 보고 있었다.
"이건...."
아주 세밀한 기계 장치의 톱니나 마법진 등의 아주 작은 표현이 무척이나 미려하게 되어있었다.
인체 그림이야 평범한 수준이었지만, 기계 장치나 마법진 등의 세밀하고 객관적인 표현이 중요한 그림은 눈을 정화한다 싶을 정도로 완벽했다.
심지어 디테일이 살아있는 질감 표현 때문에, 당장이라도 기계가 동작할 것만 같았다.
이러니까 유리아도 바로 데려오겠다고 하지.
"제 그림 괜찮아요?"
"응, 아마 당장 전시해도 대박을 터트리지 않을까?"
"흐응...."
좋아, 일단 얘가 우리 동아리에 들어오게 된 사유까지는 모두 이해했다.
마지막으로 궁금한 건, 대체 왜 동아리 방에서 당당하게 자위를 하고 있었냐는 건데.
나는 별생각 없이 그녀가 자위 중에 사용하던 것이 특이한 형태를 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저게 뭐람.
"아, 이거요? 생각해보니까 이거 때문에 당황 좀 하셨겠구나."
"놀라지. 갑자기 동아리방에 모르는 사람이 자위하고 있는데."
"하지만 오르카 선배가 아무도 없으면 그렇게 써도 된다고 했는데요."
"...하아. 그래서 대체 그게 뭔데?"
"제가 만든 자위용 도구요."
자위용 도구인 건 알아.
그걸 보지에 꾹 문대는 상태로 몸을 벌벌 떨며 신음을 흘렸는데.
자위용 제품이라는 걸 모르는 게 더 이상하지.
"예전부터 만들고 있던 건데 완성했거든요. 방에서 하고 싶은데, 룸메이트가 그런 야하고 파렴치한 행위는 절대 안 된다고 해서."
"여기서 실험하고 있었다는 거네.... 그래서 그게 뭐에 쓰는 건데?"
"태엽을 감으면, 감은 것이 풀리는 동안 덜덜 떨리는 장치에요."
"오...."
수동형 로터네.
아니 근데 그런 세세한 기계 장치를 직접 만들 수가 있다고?
그림에서 되게 손재주가 좋다는 건 느꼈지만, 그거랑 이건 좀 다른 계열이잖아.
"만화에서 클리토리스를 약한 자극으로 계속해서 만지면 되게 기분 좋아지는 걸로 나오길래. 그럼 그걸 손 말고 도구로 할 수는 없을까 고민하다가 나온 거예요."
"아니, 나는 그것도 그건데. 이런 실력이 있다는 게 놀랍네."
"...그런가요? 아빠한테 이 정도는 당연히 할 줄 알아야 한다고 해서 배운 것들인데."
"아빠한테...?"
"아빠가 드워프라서요."
"아, 혼혈이었어?"
"네."
이쪽 세계의 드워프라고 하면, 키가 좀 작은 것과 피부색이 좀 어두운 편이라는 것.
그리고 엘프처럼 좀 커다란 귀 정도가 특징이 될 것 같은데.
가장 큰 특징 중 하나인 귀가 고양이의 것으로 대체 되어서, 혼혈이라고 의심하기 좀 어려웠다.
다른 부분인 피부도, 원래 드워프 자체도 그리 진하게 어둡지 않은 편인데.
그 피부가 혼혈까지 되면서 추가로 밝은 톤이 되어버렸으니, 그냥 피부가 좀 타버린 건가 싶은 수준이었거든.
"드워프 혼혈이라.... 요즘 드워프 보기가 좀 힘든데."
"아무래도 종족 전쟁이 끝나고 나서는 교류를 멈춘 느낌이니까요. 아빠도 광산 도시를 나와서 온천 마을에서 지내신 거고요."
얼마나 숨어 살면, 대놓고 드워프보고 '다크 엘프'나 '깜둥이' 같은 멸칭을 사용해도 따지러 오는 사람이 없겠어.
그나마 종족 전쟁에서 여러 일이 있었던 뒤, 어느 정도는 교류가 필요하다고 느낀 엘프나 오크와는 반대의 양상을 보이고 있었다.
전쟁 이전에는 오히려 인간이랑 훨씬 더 많이 교류하던 종족이었을 텐데.
"하여튼 기계의 테스트를 위해서였구나. 음, 다음부터는 노크하고 들어올게. 애초에 나는 다 아는 애들만 있다고 생각해서 막 들어온 거라서."
"그럴 수도 있죠. 그래도 들어오고 나서, 정말로 동아리 인원 전부랑 했다길래 귀축이 맞는 건 아닐까 싶었는데. 그건 아닌가 보네요."
"아니야. 그냥 어쩌다 보니까 다 그런 관계가 된 거지."
"흐음...."
그녀는 내 말이 이상하다는 듯, 내 바지춤에 자리를 잡은 발기 자지를 바라보다가.
뭔가가 생각이 난 모양인지,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그럼, 처음 보는 여자를 보고도 참지 못하고 꿈틀거리는 그 난봉꾼 자지는 뭐에요?"
"생리현상이거든?"
그나저나 초면인 사람한테 할 대사가 저게 맞나?
사실 그림을 잘 그리는 천재들은 다 정신병자라서, 어딘가 문제를 가지고 태어나는 건 아닐까?
그게 아닌 이상 이럴 수 있는 건가 싶네.
"아, 죄송해요. 잠깐 이야기했더니 좀 편해져서요. 불편하신가요?"
"하아, 아니야. 그냥 너 편한 대로 해."
"진짜요? 저 편한 대로 말하고 장난쳐도 괜찮아요?"
"응."
"헤에...."
뭐, 마음 편하게 지내는 것이 가장 중요한 법이니까.
솔직히 조심해야 할 건 조심해야겠지만, 동아리에서 자주 볼 텐데 불편하면 안 되잖아.
"후후, 역시 칼리 선배는 착한 사람이 맞았네요."
"그런가...?"
"그래서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약간은 아쉬워요. 나쁜 남자인데 자기 여자한테는 착한 정도가 좋은데."
"뭘 기대하는 건데."
"여기 부풀어 오른 선배의 고간이랑 비슷한 걸 기대하지 않았을까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더니,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내 쪽으로 걸어오더니.
자신의 꼬리를 자유자재로 움직여서 내 자지를 툭툭 치며 노크했다.
야, 편한 건 편한 거고 이건 성희롱이지...!
진짜 또라이인가?
"아니면, 이미 동아리에서 셋이나 담당하고 있어서. 넷까지 담당하기에는 힘에 부치시려나? 그런 허접 자지라면 조금 실망인데."
"윽!?"
"아까부터 그 칠칠맞지 못하게 커다랗게 된 자지 보고 놀리고 싶어서 혼났다고요. 조금만 어울려 주세요."
"어울린다니!?"
"에이, 다 아시면서."
뭘 아냐는 걸까?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