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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한 만화가 합법인 세상에서-172화 (172/229)

〈 172화 〉 35권 ­ 야한 건 안돼!(1)

* * *

"죄송해요. 선배. 아모리가 아무래도 좀 걱정이 많아서 그래요."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

"코코아! 너, 너 설마 벌써 이 선배한테 당해버린 거야!? 이미 선배의 그, 그게 없으면 살아갈 수 없는 몸이 되어서.... 그래서 편을 드는 거지!?"

아니, 이 미친년은 대체 뭔데.

물론 우리가 조금 전까지 굉장히 격렬한 관계를 맺긴 했지만, 그걸 그녀가 본 것도 아닌데 저런 소리를 내뱉는 게 어이가 없었다.

심지어 다른 이유도 아니고, 내 소문이 동아리 사람들을 다 자기 여자로 삼는 미친놈이라서라는 이유로?

자기 친구가 강간당했고, 그 강간에 타락해서 내 편을 든다는 소리를 한다고?

'어지럽네....'

귀족한테 이런 무례한 언행을 하는 게 위험하다는 걸 모르는 건가?

굳이 내가 그것 가지고 걸고넘어지진 않겠지만, 그래도 내가 그런 성격이라는 걸 쟤가 알 턱이 없잖아.

뭐지 대체?

"아모리, 아무리 그래도 너무 선배한테 무례해."

"아, 히익!? 죄, 죄송합니다!"

아마 자각이 없었을 뿐인지, 코코아한테 지적을 듣자마자 고개를 푹 숙이며 사과를 했다.

뭔가 짜증 날 법도 한 일이지만, 워낙 아카데미에서 특이한 애들을 많이 봐서 그런지 그런가보다 싶었다.

그나저나 아직도 저렇게 야한 행위에 부정적인 견해를 가진 사람도 있긴 한가 보네, 내 작품으로 인해서 그런 거부감이 많이 줄었다고 생각했는데....

"괜찮아."

"호, 혹시.... 이걸 빌미로 저한테 이렇고 저런 일을...!? 히익! 제, 제발 그것만은 용서해주세요!"

"...뭐?"

그렇게 생각하다가, 아무래도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까부터 임신이라던가, 이렇고 저런 짓 이야기로만 모든 생각이 이어지고 있지 않나?

그냥 이상할 정도로 강박증 같은 게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리 그래도 자신이 잘못했다는 거에서 바로 저런 생각을 하나?

'그만큼 내 이미지가 안 좋은 건가? 만약에 그게 아니라면....'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슬쩍 자리에서 일어나서 방 내부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분명히 분홍색으로 꾸며진 것이 아모리의 것들이니.

이쪽 서랍에 들어있는 것들이 아모리 소유의 물건들일 거다.

"......."

"엣...!?"

이것도 물론 굉장히 무례한 행동이긴 하지만, 어차피 나는 나도 무례한 일을 당했다는 무적 방패를 가지고 있었다.

그럼 이제 그걸 이용해서 호기심 정도는 채울 수 있는 거잖아.

그런 생각으로 움직인 결과로 보인 것은, 수많은 양의 야한 만화나 그림들이었다.

일반적으로 생각할 때 하드하다 싶은 것들까지 죄다 모여 있었고, 이쪽 장르에선 독보적인 위치인 내 작품들도 상당수 존재했다.

사실 그것뿐이라면, 예술로 취급되는 이 세상에서 그다지 이상할 건 없다.

문제는 수많은 야한 용도의 물품들까지 있다는 점이었다.

내 작품들로 유행을 타긴 했지만, 초거대 딜도 같은 마이너한 물건은 유통량도 그다지 많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보니.

메이저 한 것부터 이러한 마이너한 것까지 완벽하게 갖춘 서랍 속 모습에 감탄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솔직히 이건 누가 봐도 야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의 서랍장이었다.

"이, 이제 제가 가진 물건들을 가지고 협박해서 이런저런 일을...!? 히익, 역시 소문이 거짓이 아니었어! 나까지 이것저것 당하고 말 거야!"

"...그냥 궁금해서 확인한 것뿐이야. 야한 걸 싫어하나 했더니, 그게 아니라 오히려 관심이 많고 좋아하는 것 같네."

"그, 그렇지 않아요! 저, 절대로 좋아하는 게 아니라! 어, 어디까지나 알아야 방비할 수 있으니까 참고용으로...!"

이제야 조금 알 것 같았다.

그러니까 야한 걸 싫어하는 게 아니라, 어찌 보면 아주 좋아하는 편에 속하는 녀석인 거다.

그래서 오히려 이쪽 지식에 빠삭한데, 심지어 좋아하기까지 하니까 비슷한 상황만 되어도 망상이 폭주하는 상황인 거지.

'오크와의 정사를 꿈꾸는 엘프는 오늘도 답답하다'의 엘프와 비슷한 수준의 변태 뇌지만, 부끄러움이 많아서 행동은 반대로 야한 걸 차단하려는 쪽으로 하는 식의 캐릭터라고 볼 수 있을 거다.

"아무튼, 진정해. 그냥 순수하게 네가 어떤 녀석인지 궁금했을 뿐이지. 협박한다거나, 야한 걸 강제한다거나 할 생각은 전혀 없어."

"거, 거짓말...! 그렇게 안도하게 한 다음, 뒷공작으로 저를 잡아가서 무시무시한 조교를 해버릴 셈이죠!?"

"하아.... 죄송해요. 선배. 얘가 나쁜 애는 아닌데, 이쪽 이야기만 나오면 이렇게 되어서요."

"...뭐, 그럴 수도 있지."

게임 대회에서 우승한 보상으로, 자신을 모티브로 한 카드를 만들어 준다고 했더니.

촉수랑 산란 플레이의 광기적 취향을 가득 담아 달라고 요청하던 미친 우승자도 있었으니....

이젠 그냥 그러려니 하기로 했다.

"저, 정말로 나쁜 사람 아니에요? 막 야한 짓을 일상처럼 하고, 동아리 방에는 밤꽃 냄새가 사라지질 않는다는 소문도 다 거짓말이에요?"

그건 아마도 사실이 아닐까 싶은데.

이게 왜 진짜인지 나도 궁금하지만, 그녀의 폭주한 망상만큼이나 내가 처해있는 환경도 이상하긴 하니까....

의외로 극과 극은 통하는 법이 있나 보다.

"그런 소문은 모르겠고, 딱히 누굴 협박하고 괴롭히는 성격은 아니라서. 컨셉으로 하는 거면 모를까."

"죄, 죄송해요! 소문은 어디까지나 소문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건데...."

"뭐, 그건 내 잘못도 있으니까."

"네?"

"...로자리아를 임신시킨 건 사실이니까 말이야. 그런데 뭐 억지로 관계를 맺었다거나, 그런 건 없어. 원래 로자리아는 소꿉친구기도 하고."

"소, 소꿉친구.... 서, 설마 어릴 때부터 그렇고 그런 일을 해온 사이!?"

"아니니까 진정해줘...."

좀 망상이 지나친 편이긴 하네.

하여튼 망상이 다른 방향으로 튀어 나가면서, 내가 쓰레기라는 오해는 풀린 듯해서 다행이었다.

이제야 좀 말이 통하겠네.

"그, 그러니까 코코아 너 내 말은 안 듣고 결국 동아리에 들어갔다는 거지?"

"크흠, 하지만 들어가고 싶었는데 걸."

"...잘은 모르겠지만, 코코아 그림이 되게 좋았거든. 우리야 환영할만한 인재니까 바로 받았지."

솔직히 들어오자마자 나랑 야한 짓만 하는 느낌이 되긴 했지만.

그것과 별개로 코코아의 그림은 굉장히 좋은 느낌이었으니까.

복잡한 기계 등의 사물을 그려내기엔 탁월한 느낌이지.

"저, 정말이죠? 막 코코아의 탐스러운 가슴을 노리고 동아리에 받아주거나 그런 건 아니죠!?"

"애초에 내가 아니라 유리아가 받았어."

"아, 유리아 선배요?"

"알아?"

"...엄청난 사이즈의 가슴이잖아요. 그런 가슴, 한 번 보면 잊을 수 없죠."

하긴, 그런 크기의 가슴을 가진 애는 전 학년을 통틀어도 유리아 정도밖에 없으니까.

정말 크다 싶은 사이즈가 오르카 정도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괜히 초창기에 유리아가 가슴 괴물 취급을 당한 게 아니지.

워낙 평범하지 않은 사이즈니까 어쩔 수 없었다.

"아무튼, 나는 가리지 않고 사람을 범해버리는 무시무시한 사람 같은 게 아니야."

"오, 오해해서 죄송합니다."

말은 저렇게 하면서 사과했지만, 어디까지나 형식적인 수준이었고.

아직도 의심의 눈길을 없애지는 않은 듯한 모습이었다.

아니, 오히려 아까부터 내 사타구니를 힐끔힐끔 보면서 흠칫거리는 것이....

범해달라고 비는 것 같기도 하고.

'돌겠네.'

물론 내가 뜬금없이 누군가를 덮쳐서 따먹고 그러는 사람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머릿속에서 자꾸 야한 상상을 하면서, 몸으로 반응을 하는 걸 보여주는 섹시한 제스처를 취하면....

남자가 반응하지 않는 것이 더 이상하잖아?

그렇다 보니 자꾸 크기를 키우는 아랫도리 때문에, 그걸 보고 있는 아모리를 자극하게 되고.

그 아모리가 하는 리액션이 다시 내 자지를 발기시키는.

굉장히 좋지 않은 상황이 연출되는 중이었다.

"그, 아모리...?"

"네!?"

"왜 자꾸 여기를 보시나 해서요. 뭔가 묻었나요?"

"그, 게.... 왠지 아까랑 좀 달라진 것 같다고 해야 하나.... 그, 아니죠? 죄송합니다! 기분 탓인 것 같아요!"

조금 전까지만 해도, 무슨 상상을 하는지 입맛을 다시면서 몸을 이리저리 비틀었으면서.

내가 말을 거는 순간, 굉장히 방어적인 말을 하면서 거리를 벌렸다.

하, 진짜 쟤가 말했던 그대로 하면서 괴롭혀주고 싶네.

"근데, 코코아. 아모리는 왜 이렇게 야한 것에 조심스러운 거야?"

"아, 그거요.... 말해도 괜찮아?"

"응!? 응.... 뭐, 그거야. 딱히 비밀이랄 것도 없잖아."

그렇게 말한 아모리는 살짝 몸을 돌려서, 치마 아래쪽으로 튀어나온 꼬리를 보여줬다.

그리고 난 그것을 보자마자, 대충 상황이 이해가 갈 수밖에 없었다.

와, 후배에 이런 애가 들어왔었구나.

"보시다시피.... 저는 서큐버스라서요."

"아하, 이제야 이해가 가네."

서큐버스는 마족이지만, 유일하게 인간과 교접하여 아이를 만들 수 있는 이종족이고.

심지어 마족들이 패배할 때, 전면 항복을 하면서, 온전히 자리를 잡았던 종족이다.

다만 아무래도 서큐버스라는 개념 자체가, 문란한 성행위로 남자를 더럽히고 조종한다는 이미지는 오래전부터 이어져 오고 있었고.

오히려 서큐버스들이 요즘에는 더 이런 부분에 있어서 주의한다고 들었다.

하여튼 그런 노력 때문에, 최근에는 서큐버스에 대해서는 요즘 사람들의 인식은 괜찮은 편이었다.

종족 전쟁 때도 굉장히 얌전히 넘어갔기에, 오랜 시간이 흐르며 세탁이 잘 이루어진 종족이다.

그래서 아모리는 항상 야한 것을 경계하고 조심할 것으로 배웠을 테니, 저렇게 야한 것을 좋아하면서도 배척하는 모습을 보이게 되었겠지.

"그나저나 코코아, 뺨에 그 붉은 자국은 뭐야?"

"응?"

"아까부터 신경 쓰였거든, 조금 자세히 보여.... 응? 이거 모양이 뭔가...? 히익!?"

"어, 그게...."

"자, 자지 모양의 맞은 자국!?"

...생각해보니까 아까 우리 그런 장난도 쳤었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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