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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한 만화가 합법인 세상에서-176화 (176/229)

〈 176화 〉 35권 ­ 야한 건 안돼!(5)

* * *

"서, 선배?"

정말 예쁜 미소로 나에게 웃어주던 오르카 선배가, 갑자기 칼리 선배의 사타구니에 뛰어드는 모습은 굉장히 당혹스러웠다.

마치, 이런 일상이 당연하다는 듯한 세 선배와 코코아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고.

나는 그런 음란하게 짝이 없는 동아리의 모습을 두고 볼 수 없어, 자리를 박차고 밖으로 나섰다.

"미쳤어, 미쳤어, 미쳤어...."

최근에 읽은 만화에서처럼, 선배들은 여럿이 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듯 동아리 내에서 잔뜩 섹스하고 있었다.

코코아가, 이전에 선배들이 자신만 빼고 섹스했다고 이야기하긴 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음탕함으로 추락해있는 동아리라니....

이래선 내가 생각했던 거랑 다를 바가 없잖아.

"여, 역시 칼리 선배는 거짓말쟁이에. 무시무시한 귀축 변태인 게 분명해...."

내 걱정이 지나친 거고, 본인들은 충분히 자신들이 원해서 한다는 소리를 하고 있지만.

우리 코코아가 저런 변태적인 아이일 리가 없다.

분명, 저 변태 선배가 코코아를 저렇게 타락시켰겠지.

"대.... 대체 어떤 걸 하길래 코코아가 그렇게...."

상상만으로도 등줄기가 오싹해지는 기분이다.

몸이 떨려오는 순간, 가볍게 느껴지는 쾌감이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

저, 절대로 기분 좋을 것 같아서 부러워서 이러는 게 아니다.

'어, 어디까지나 칼리 선배가 어떻게 했는지 알려는 것뿐이야. 적을 알아야 나도 싸울 수 있으니까.... 그래! 이건 어디까지나 코코아를 구하기 위해서!'

나는 긴장감에 침을 꼴깍 삼키며, 내가 떠났다고 생각해서 한창 일을 치르고 있을 동아리방 문 쪽에 귀를 가져다 댔다.

아, 아마 지금쯤이면 숨을 헐떡이는 음탕 하고 변태적인 소리가 여기까지 흘러나오겠지.

그, 그리고 나중에는 나도 저 귀축의 타겟이 되어서 비슷한 꼴을!?

"어?"

하지만 내가 귀를 가져가도, 들리는 것은 그러한 소리가 아니라 평범한 대화 소리였다.

다행이다? 이제 동아리 방에서 내쫓으면 이런 방법을 써?

지금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설마, 나 빼고 할 이야기가 있어서 일부러 야한 걸 하는 척을 했다고?'

대체 무슨 꿍꿍이를 숨기고 있길래, 그렇게 뒤가 더러운 짓을 하는 거야?

서, 설마 나도 그녀들처럼 밑바닥까지 떨어져 자지에 굴복시킬 작전을 짜는 건가!?

상상만으로도 다리가 떨려오고, 아랫도리가 욱신거리는 무서운 상황이었다.

놓치지 않고 빠짐없이 들어서, 이따가 방에서 망상하는 재료로....

아니, 망상이 아니라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한 계획을 세우는 재료로 써야 해!

자칫 방심하면 나도 코코아처럼 엉망진창으로 당해서 타락할지도 모르잖아!

'응...?'

하지만 굉장히 집중해서 듣기 시작한 이야기는, 내가 생각한 것과는 전혀 다른 방법으로 흘러갔다.

애초에 나와 관계가 없는 이야기에, 코코아에게 해주려다 잊은 것을 지금 해줄 뿐이었으니까.

다만, 그런 사적인 내용임에도 내용이 너무나 충격적이었기에.

나는 순간 아찔해지는 듯한 감각을 느꼈다.

'칼리 선배가, 시우님? 그게 무슨 소리야....?'

시우님, 그러니까 내가 평소에 읽고 있는 만화를 그린 유명 화가가....

그 정체불명의 현자라고 불리는 사람이, 사실은 칼리 선배라고?

설마 내가 듣고 있으니, 장난으로 거짓말을 하나 싶었는데.

그런 낌세는 전혀 없고, 심지어 코코아에게 자신이 작업을 하기 위해 시간을 낼 경우가 많다며 진실을 말해주는 경위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었다.

"헉, 허억...."

나는 급하게 자리를 떠, 기숙사로 되돌아왔다.

그리고 홀린 듯이, 평소에 자주 읽어서 여러모로 더럽혀진 만화책들을 꺼내 들었다.

진지하고 아름다운 고찰이 있어서 굉장히 좋아하는 책들이다.

물론 야한 장면이 꼭 들어있긴 하지만, 절대로 야한 것 때문에 좋아하는 건 아니었다.

하여튼, 이 만화를 그린 게 사실은 은둔한 여현자가 아니라 칼리 선배라는 거잖아...?

"히, 히익...!"

내가 이 작품들을 좋아하긴 하지만, 이 작품들에서 나오는 야한 내용은 무시무시한 것들이 아주 많다.

그걸 어디까지나 작품에서나 자연스럽게 풀어낼 뿐이라면 괜찮지만, 하필 그 화가가 칼리 선배라고 생각하면 이상하게 느껴진다.

설마, 그 작품에 나오는 것들을 '직접' 만화 동아리의 모두한테 해버리는 건가!?

"하읏.... 그, 그런 무지막지한 일이!"

그, 그럼 나도 그 동아리에 있다 보면 작품에 나오는 것처럼 정말로 그렇고 그런 무지막지한 짓을 당하는 거야!?

당장 최근에 나온 작품인 '너를 더럽히는 나의 색'에서 나온 온갖 조교를 생각하니, 코코아가 그렇게 이상해진 것도 이해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무지막지한 상대한테 당했으면 그럴 만도 하지.

가여운 코코아.

"화, 화가 자체로써는 존경하는 인물이고. 작품에 담긴 의미들도 아름답지만.... 야, 야한 것에 대해 너무 위험한 사람이야."

당장이라도 동아리를 나가, 나라도 이 위험에서 벗어나야겠지만.

그렇게 한다면 저기에 홀로 남는 코코아가 너무 불쌍하다.

이번에 코코아에게 진실을 말해줬다는 건, 아마도 만화를 예시로 들면서 더 거침없는 행보를 보이겠다는 선언이나 마찬가지...!

친구로서 가만히 두고 볼 상황이 절대로 아니었다.

지금의 코코아는 이미 칼리 선배에게 함락당해, 선배 말이라면 뭐든 할 정도로 이상해져 있잖아?

그렇다면 분명 선배가 어떤 무시무시한 것을 해보자고 해도, 흔쾌히 따를 거야.

만약 그런 일이 일단 일어나면, 더는 돌이킬 수 없게 코코아가 망가질지도 모른다.

서, 선배는 엄청난 마법사라는 소문이 있잖아?

그 엄청난 마법으로 만든, 기생 촉수 같은 걸로 코코아를 괴롭힐지도 몰라.

아니면 마법을 통해 몸의 감도를 고장 내, 선배 마음대로 쾌감을 조절할 수 있는 인형을 만들지도 모르지.

그것도 아니라면....

시우 화가, 그러니까 칼리 선배가 그린 만화에서 비롯된 망상....

아니 망상이 아니라 예상들이, 정신없을 정도로 머릿속을 휘젓고 다닌다.

만약, 그런 짓을 당한다면 코코아는 더는 내 친한 친구이자 룸메이트로서 함께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오히려 직접 나를 그에게 팔아먹을 정도로, 망가질 가능성도 있다.

"무, 무섭지만.... 무조건 그건 막아야 해."

앞으로는 야한 상황이라고 동아리를 벗어나서는 안 된다.

끝까지 전부 지켜보며, 칼리 선배가 코코아에게 이상한 실험을 하지는 않는지 감시해야 해.

아직 함락되지 않아, 비밀로 지켜야 하는 대상인 내가 있다면....

아마 코코아를 그렇게 자기 마음처럼 가지고 놀 수는 없을 테니까.

"...선배는 내 예상보다도 강력한 적이었지만, 꼭 선배에게서 코코아를 구해내겠어."

다만 그 작전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나 자신도 알고 있는지.

자꾸 작전에 실패해서 나까지 마구 범해지는 상상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하, 하읏...♡

아, 아니야!

정신 차려야 해, 아모리.

절대 그렇게 함락되지 않고 코코아를 구해내는 거야!

『야한 만화가 합법인 세상에서』

"...조금 이상하지?"

"응. 그때랑은 반응이 좀 다르네."

슬슬 신작의 준비를 해야 하기에, 코코아의 옆에 달라붙어 나를 노려보는 아모리가 동아리 방에서 나가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야한 것을 한다고 공표했는데도 그녀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또 이상한 망상이라도 도져서 폭주하는 건가?

이게 대체 뭔 상황이야....

"서, 선배가 코코아에게 무슨 짓을 하는 제 하나도 빠짐없이 볼 거예요. 저, 정상적이 아닌 거라면 전부 신고할 거라고요!"

"어, 그래.... 아무거나 야하다고 막 신고하진 말고."

"그, 그 정도 구별은 하거든요!?"

못하는 것 같던데.

정확히는 별것 아닌 걸, 자기 머릿속에서 망상으로 부풀려서 큰 것으로 생각해버리는 습관이 있다.

이 바보는 야한 것만 나오면, 머릿속이 그거로만 가득 차서 아무 생각을 못하더라.

평범한 뇌가 아니라 정액이라도 차 있는 질내사정 자궁 뇌인 건가?

그러다가, 이상할 정도로 코코아를 감싸고 드는 모습을 보며 대충 깨달았다.

아마 나에 대해서 뭔가를 눈치챈 것 같지는 않고, 나름 코코아를 걱정한답시고 떨어트려 놓으려는 거겠지.

오늘은 슬슬 작업에 들어가야 하니까, 코코아에게는 미안하지만, 부탁을 해야 할 것 같았다.

"그래 그럼. 둘은 오늘 같이 돌아가는 거 어때?"

"네, 네?"

"아니, 코코아 건들지 말라며. 그래서 오늘은 다른 애들이랑 하려고."

자신이 생각하던 것과는 달랐는지, 아모리는 꽤나 놀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다가.

다시 의심스럽다는 듯한 눈빛으로 나를 노려보고, 코코아의 손목을 질질 끌며 밖으로 나갔다.

미안하다 코코아, 오늘은 진짜로 작업을 하지 않으면 짜둔 디자인 아이디어가 날아갈 것 같아.

"오, 이게 신작 주인공이야?"

"여주인공. 남주인공은, 이런 느낌? 아직 확정은 아니고."

여주인공은 청순해 보이지만, 몸매 만큼은 굉장히 임신 마렵게 생긴 디자인으로 그려냈다.

그 야한 몸에 서큐버스의 특징인 꼬리를 달아, 청순한 서큐버스라는 굉장히 언밸런스한 디자인을 노렸는데....

조금 개선은 필요하겠지만, 확실히 그럴듯한 느낌이 나오고 있었다.

남자 주인공의 경우, 순하고 착해보이는 느낌을 살렸지만.

반대로 그 순함 속에 든든한 느낌이 살 수 있도록, 잘 드러나지 않으면서도 탄탄한 분위기를 담도록 노력했다.

글과 다르게, 만화가 표현할 수 있는 장점만큼은 꼭 가지고 들어가야지.

"예쁘다.... 칼리, 이 작품은 무슨 이야기야? 간단하게만 알려주면 안 돼?"

"음...."

나는 잠시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확실히 스토리 자체는 어떻게 진행할지 결정을 했고, 그에 맞춰서 주인공들의 디자인을 뽑았다.

다만,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가 조금 난감한데....

"역시 알려주기 어려워?"

"그건 아니고.... 아, 그래."

굳이 표현하자면, '엉망진창 순애 섹스로 사랑하는 사람을 구하는 이야기'려나?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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