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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한 만화가 합법인 세상에서-177화 (177/229)

〈 177화 〉 36권 ­ 절대로 섹스하지 않을거야(1)

* * *

섹스로 사람을 구한다고 하면,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지만.

이번에 계획한 작품을 한마디로 표현하려면, 그것만큼이나 좋은 표현이 없다고 본다.

솔직히 잠자는 공주님의 보지에 자지를 쑤셔서 깨우는 클리셰는 오랜 옛날부터 유행한 녀석이기도 하고.

"사랑이랑 섹스.... 저번 작품이랑 비슷하지 않아?"

"아니지, 저번에는 섹스를 자신의 욕망과 사랑에 대한 집착으로 표현했잖아. 이번엔 순수한 애정을 모티브로 할 거야."

상대방을 더럽히더라도 내 것으로 하고 싶다는, 어둡고 질척한 욕망의 사랑을 그려낸 것이 전작인 '너를 더럽히는 나의 색'이었다면.

이번 작품은 자기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상대방을 구하고 싶다는, 그런 희생적인 사랑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아마 분위기 자체가 반대에 가깝지 않으려나.

"혹시 너희들 요즘 서큐버스들이 어떻게 지내는 줄 알아?"

"...그냥 평범하게 이종족으로 잘 살아가는 거 아니야?"

"이미지 비슷한 게 있잖아. 오크처럼."

"아.... 남자 오크들이 여자 엘프나 여자 인간을 범한다는 이미지처럼, 다른 종족 남자들의 정기를 빼앗는다는 이미지가 있지?"

기본적으로 서큐버스는 타종족과의 교접을 기반으로 살아가는 종족이다.

뭐, 내가 서큐버스에 변태 같은 사상이나 편견을 가진 것이 아니라 엄연한 사실로 말이지.

정액을 취해야만 몸에 어떠한 제약도 걸리지 않고, 본래 서큐버스의 능력들도 사용이 가능해지거든.

'정액이 없는 서큐버스는 인간보다 연약할 정도니....'

태어날 때부터 종족에 걸린 온갖 제약 때문에, 섹스 없이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종족이다.

대신 신체 자체가 굉장히 야하고 꼴리게 태어나고, 패시브로 사람을 홀리는 무언가가 있곤 하는데....

그 때문에 연약한 서큐버스를 범하다가 인생 종을 칠 수 있으니 조심하라는 건, 서큐버스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빠지지 않는 내용일 거다.

"맞아. 하지만 종족전쟁 이후로는 그런 이야기가 많이 줄었지."

현재 종족전쟁의 승자 편에 속했던 데다, 그때 교류에서 나타난 서큐버스의 모습이 기존 상식과 많이 달랐기 때문이다.

야한 것을 멀리하고, 오히려 최약체의 종족으로써 평범하게 인간과 비슷하게 싸웠으니까.

물론 일부 서큐버스는 야한 소리를 하거나, 남자들을 유혹하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그건 유혹일 뿐, 강제로 누군가를 덮친다거나 하는 일은 전혀 없었다.

자신의 성욕에 못 이겨, 여러 남자를 덮친다는 일도 없이.

인간과 마찬가지로 한 남편에게 평생을 맡기는 순애 적인 모습까지 보여줬으니....

'엄청난 세탁이 일어났지.'

마치 지금 내 작품 하나로 오크가 강간범에서 순한 동네 아저씨로 세탁된 것처럼.

그 당시 그녀들의 몸가짐은, 서큐버스 정도면 평범한 인간에 가깝다는 이미지를 어느 정도 만들어내는 것에 성공했고.

그 뒤로 많은 인간이 서큐버스와 교류하며 아이를 낳아, 지금은 거의 엘프 수준으로 친화적인 종족이 된 느낌이다.

"그래도 아직은 완벽하지는 않아. 종족전쟁 이전의 이미지도 같이 전승이 되었다 보니, 여전히 그런 취급을 하는 사람도 있어."

"그건 그렇겠네."

하프 엘프에 대한 인식이 많이 좋아졌지만, 그런데도 최근 들어 나름 여러 일을 겪었던 오르카가 내 말에 동의했다.

원래 인식이라는 건, 하루아침에 전부 바꿀 수는 없는 거니까.

대외적인 인식만 바뀌었어도 많이 바뀌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미지를 벗어나려고 노력하는 서큐버스들이 많아. 나는 이게 꽤 만화를 그리기에 괜찮은 느낌의 소재라고 생각했거든."

"그래서 여주인공이 서큐버스구나?"

"응."

서큐버스는 기본적으로 타 종족의 정액을 힘으로 쓰지만, 정액 자체가 없으면 몸에 제약이 걸린다.

이 제약은 선천적으로 지닌 힘이 강력할수록 심해지는데, 아주 심하면 병에 가까울 정도로 상태가 나빠지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바로 그게 이번 작품의 여주인공인 릴리스에게 닥친 현실이지."

너무 많은 재능 때문에, 그 재능에 몸을 좀먹힐 정도인 그녀와 다르게.

릴리스가 사랑하는 사람, 그러니까 남자주인공인 애덤의 경우에는 아주 평범한 인간이다.

어떤 특별한 능력도 없고, 대단함도 없는 연약한 인간.

그렇게 두 캐릭터는 완전히 반대되는 성격의 설정을 지니고 있다.

"이 작품은 다른 작품과 다르게, 시작 시점에서 이미 두 주인공의 사랑과 관계가 깊은 상태로 시작해."

그렇다고 뜬금없이 그런 소리를 해도 이해할 리가 없으니, 둘이 포근포근한 순애 데이트를 하는 장면들을 앞에 많이 넣을 예정이다.

둘의 순수하고 풋풋한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로 빌드업을 쌓는 건 중요하지.

하여튼 그렇게 모든 준비가 끝나면, 릴리스의 몸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하는 것이 이 작품의 기본 골자다.

"섹스로 구한다고 했던 건, 설마 섹스해서 정액을 보충해준다는 이야기야?"

"맞아. 애덤이 릴리스를 구하기 위해서 섹스를 한다는 뜻이었지."

물론 이 부분은 이렇게 들으면, 그냥 섹스하면 되는 것 아니겠냐고 하겠지만.

릴리스는 너무 강력한 마력을 가진 탓에, 조절되지 않는 상태로 다른 이와 관계를 맺는 것이 위험하다.

평범한 인간인 애덤이라면, 죽는 것이 사실상 확정된 수준인 건데.

이 때문에, 릴리스는 유일하게 사랑하는 애덤과 관계를 맺지 않고 버텨왔는데.

그렇다고 다른 사람을 희생하기 위해, 사랑하지 않는 사람에게 몸을 허락하고 싶지는 않았고.

최대한 부작용을 이겨내며 애덤 곁에 있으려고 했던 거다.

"자신이 죽을 가능성 따위는 상관없이, 사랑하는 사람을 구하기 위해서 몸을 던진다는 거.... 이건 항상 통하는 이야기니까."

"확실히 그건 그렇긴 하네."

그리고 '아무것도 없는', '무능력한'이라는 키워드 자체도 굉장히 좋다.

약한 사람이 강한 사람을 지킨다는, 그런 컨셉 자체도 굉장히 잘 먹히거든.

솔직히 치트키만 잔뜩 끌고 온 설정인데, 이게 망하면 말이 안 되는 거지.

"그래서, 그 애덤은 죽어? 아니면 살아?"

"아직 거기까지는 결정 못 했는데."

엔딩의 경우에는 아직 고민하고 있었다.

설정 그대로라면, 애덤을 죽이고 그 후에 릴리스가 애덤을 그리워하는 엔딩이 평범하겠지만.

이렇게 대놓고 암울한 설정을 들이밀었다면, 반대로 해피엔딩으로 끝내는 것도 나름 괜찮을 것 같거든.

"좋네.... 항상 느끼는 거지만, 칼리가 그리는 작품에는 팍팍 쑤셔오는 그런 게 있어."

"뭐가 쑤셔오는데? 자지?"

"응. 그런 느낌."

되게 좋은 칭찬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자지 이야기로 넘어가서 어지러워졌다.

유리아가 저런 소리를 하는 거야 그런가보다 쳐도, 오르카 너는 왜 그걸 맞장구쳐주는 건데?

나름대로 진심으로 칭찬한 것 같긴 한데, 그 내용이 어처구니가 없어서 기분이 묘했다.

"근데 왜 갑자기 서큐버스야?"

"원래 좀 활용할 생각을 하고 있었어. 이너 메르헨 때도 한 번 써먹었잖아?"

"아하, 이번에 데려온 후배가 서큐버스길래...."

아모리를 보고 떠올린 스토리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물론 아모리도 굉장히 애가 특출날 정도로 이상한 애라, 여러 부분에서 영감을 얻긴 하는데.

이 작품은 그 전부터 기획하고 있던 거라....

릴리스와 다르게 아모리는 너무 음탕해서, 같은 서큐버스여도 써먹기가 힘들기도 하고.

"그래도 도움은 되더라. 대충 요즘 서큐버스는 어떤 느낌인지 직접 들을 수 있었어."

기본적으로 서큐버스는 우리가 예상한 것처럼 성관련 교육에 엄격한 편이라 한다.

이건 종족 전체에 달린 문제다 보니, 기본적으로 빡빡하게 관리된다는데.

그 때문에 자연스레 야한 건 나쁜 거라는 인식이 길러졌다고.

"그래서 아모리가 그 난리를 치는 거야?"

"정작 본인은 야한 걸 좋아하지만."

늦게 배운 자위가 무섭다고, 그렇게 엄격하게 살던 그녀가 하필이면 내 작품에 손을 댔고.

사실 야한 게 좋아서 계속 보는 거면서, 작품에 담긴 의미가 어쩌고 변명을 늘어놓고 있더라.

그냥 내가 생각했던 그대로, 좋아하는 데 그걸 인정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서 저렇게 된 게 맞는 것 같아.

"솔직히 짜증 나긴 한데, 그렇게 답답하게 살았으면 여러모로 힘들었겠네 싶어. 그건 좀 불쌍하지."

"...네가 그렇게 말할 줄 몰랐어."

"아모리는 피해자지. 진짜 나쁜 건 서큐버스 어른들이야."

자기들도 섹스 존나 해서 아모리를 낳았을 거면서, 그걸 나쁜 거라고 가르쳐서 애 가치관에 문제가 있게 만드는 건 좋지 않다고 본다.

나는 그렇게 나쁜 것으로 몰고 검열하고 하는 걸 나는 아주 싫어하거든.

오히려 덕분에 그런 힘든 길을 걸어온 아모리가 짠해지는 느낌이다.

애초에 서큐버스가 정말로 얌전하게 섹스 없이 살았다면 멸종했을 텐데, 그걸 나쁜 것 취급하는 교육 자체가 이해가 가질 않는다.

서큐버스는 임신하면 서큐버스만 낳긴 하지만, 결국 그 말은 다른 종족의 씨를 받아와야만 명맥이 유지되는 종족인데.

그런 종족이 야한 걸 나쁜....

"맞아, 칼리면 잔뜩 범해서 자지로 교육해주겠다는 소리를 할 줄 알았는데."

"대체 넌 나를 뭐라고 생각하는 거냐?"

"가슴 만질래?"

"응."

"이런 느낌."

후, 말은 저렇게 해도 정작 내가 정말로 가슴을 만져주면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주제에....

유리아를 덮쳐서 넘어트린 뒤에 내 손끝에서 개발되어, 내 손길 하나하나에 절정을 일으키는 음란 유두를 마구 괴롭혀주고 싶었지만.

그걸 행동에 옮기려는 순간, 오르카가 질문을 하는 바람에 참교육을 중지해야 했다.

"어, 근데 이건 왜 릴리즈는 그림이 두 가지나 되는 거야? 하나는 가슴이 로자리아랑 비슷한데. 하나는 유리아랑 비슷해."

"아, 혹시 모르고 있었어? 이건 서큐버스의 종족 특성이야."

원래는 가슴이 작지만, 정액을 취하면 정액이 마력으로 변환되어 가슴에 저장되거든.

이른바 정액통이라고도 불리는 기관이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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