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8화 〉 36권 절대로 섹스하지 않을거야(2)
* * *
"넌 뭘 그렇게 보냐?"
"아. 의외로 열심히 하시는 것 같아서요."
"이거 배우려고 온 아카데미인데, 당연하잖아."
"...야한 짓 하러 오신 게 아니었어요?"
"그런 거면, 그냥 여기 안 오고 로자리아랑 잔뜩 해서 벌써 아기 둘은 만들었겠다."
여기 와서도 하나는 만들었다만.
하여튼, 계속 마법 실력을 키워서 컴퓨터랑 타블렛을 만들겠다는 계획은 그대로니까.
절대로 강의를 소홀하게 넘길 수는 없는 법이지.
"그, 그런가요...?"
"오늘 코코아는 안 와?"
"잘 모르겠어요. 오늘은 강의가 안 겹치는 날이라서요. 이쯤 되면 올 시간이 되었는데, 다른 곳에 들리나 보네요."
아모리 얘는 아직도 나에 대한 의심을 버리지 못했는지, 내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느낌이라 굉장히 귀찮았다.
심지어 코코아를 덤으로 보내주지 않으면 동아리 방에 찰싹 달라붙어 있다 보니, 내 작품 진행에도 엄청나게 방해가 되고.
덕분에 요즘 '코코아의 가슴에서 쪼꼬맘마 쭈왑쭈왑 빨기'라는 생산 활동을 하지 못해서 더 아쉬운 참이다.
최근 내 삶의 활력소 중 하나였는데.
"너는 그렇게 나만 구경하고 있으면 지치지 않냐? 만화책이라도 좀 읽고 그러지."
"괘, 괜찮아요."
내가 안 괜찮아서 물어본 건데.
계속 그렇게 발작하듯 야한 상상 하면서 얼굴 붉히고, 심지어 음란한 서큐버스 꼬리까지 살랑살랑 흔들어대면서 나를 자극하면.
진짜 참지 못하고 마구 범해버리는 수가 있다.
"서, 선배님은 야한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좋은 거. 즐거운 거."
"아니, 그러니까...."
"뭐, 종교처럼 신성하다고 해야 해? 그냥 좋은데. 원초적인 본능을 자극하는 그림 어쩌고.... 그런 거 다 집어치우고, 내가 보고 있으면 행복하잖아. 그럼 된 거 아니야?"
"...하, 하지만 머릿속에 야한 것만 잔뜩 있고. 다른 건 못하는 바보가 되어버리면 꼴사납잖아요."
"전혀."
"...네?"
음, 그 부분에 대해서는 솔직히 동의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 정도로 야한 것만 생각하는 바보가 실존할 리도 없지만.
만약 그 정도로 진심이라면, 그게 과연 꼴사납다고 매도해야 하는 문제일까.
"내가 그 사람보다 거기서 진심인 적도 없었는데. 함부로 그런 식으로 말하고 싶진 않아."
"어...."
"말이 바보지, 그냥 그건 어디까지나 표현으로 그렇다는 거야. 반대로 말하면 야한 거에 대해서는 천재라는 거잖아. 그걸 과연 무시하면서 말할 문제야?"
나도 가끔 야한 걸로 질투를 한 적이 있을 정도로, 꼴리는 야한 그림을 그리기도 어려운 일이다.
특히 그림을 정말 꼴리고 야하도록 본능적으로 뽑아내는 사람이 있단 말이지.
당장 지금만 해도 유리아가 그런 느낌이라서 개인적으로 좋아한다.
지금 아모리가 말하는 건 그림에 대한 문제는 아니겠지만.
정말 야한 것의 천재가 그리 저평가받아야 하는지는 전혀 모르겠다.
...방금까지 공대생 머리로 작업을 하고 있어서 그런지, 나도 모르게 진지하게 내뱉게 되네.
"솔직히 배부른 소리기도 하고. 당장 자기가 잘하는 게 뭔지도 찾지 못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나도 내가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것과 내가 그림을 그릴 때 행복하다는 걸 깨달은 건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여러 반대에 부딪히기도 했고, 내 그림은 야하니까 안된다면서 나라에서 지랄하기도 했지만.
그것과 별개로 찾은 게 어디냐는 느낌이지.
"으음.... 만약 다들 그게 이상하다고 말하더라도요?"
"그 새끼들이 이상한 거지. 왜 남을 가지고 꼴사납다고 해. 그럴 자격은 있대?"
"그, 그건...."
"물론 네 말도 맞아. 원래 세상 돌아가는 꼬락서니가 그런 법이지."
분명히 이 사회에 가장 많이 기여하는 것은 기록 마법들이다.
하지만 가장 존경받고 떠받들어지는 것은 그 외의 평범한 일반 마법들이지.
사람을 죽이는 것에 특화된, 화력에 모든 것을 쏟아붓는 전쟁 병기.
그게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말이 전쟁 병기지, 그걸 이용해야만 할 수 있는 일도 있는 법이니까.
하지만 그런 마법 실력이 없다면, 아무리 기록 마법 실력이 좋아도 무시당하는 시스템은 문제가 있다.
"나는 그런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거든."
인식 때문에 차별받고 숨어야 한다는.
혹은 꼭 뒤에서 서포팅하는 역할로 남아야 한다는 것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특별 취급을 해달라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역차별을 받는 건 싫다는 거지.
우리가 한 만큼은 인정을 받고 싶은 게 당연한 것 아닌가?
"선배...."
"왜, 내가 이런 이야기 하니까 이상해?"
"아, 아니요. 원래부터 그렇게 변태 귀축으로만 본 건 아니라서요...."
"그래, 내가 변태 귀축이기도 하지만. 나도 나름 내 생각대로 움직이니까. 너도 너 나름대로 생각이 있을 거고."
"선배는 역시, 대단한 사람이에요."
"...그래? 네가 그런 말을 할 줄은 몰랐는데."
"벼, 변태라고는 여전히 생각하고 있어요! 그것도 엄청난, 초 위험한 생명체!"
아모리는 마구 손을 휘저으며, 무슨 상상을 하는지 새빨갛게 변한 얼굴로 어버버거렸다.
그리고는 계속 몸을 비비 꼬면서 어쩔 줄 몰라 하는데.
저거 이쯤 되면 그냥 사타구니를 직접 마찰시켜서 자위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
"다, 단지. 생각이 깊은 사람이라는 뜻이었어요."
"그건 고맙네. 그렇게 알아줬으면, 나도 좀 그만 의심해."
"의심은 하지 않고 있는데요?"
"그래?"
"네, 선배가 변태라고 확신하고 있을 뿐."
"억울하네...."
나는 쟤한테 아무것도 한 것이 없는데 저런 소리를 들으니까, 참 어이가 없어서 황당하리 지경이다.
그나마 내가 한 거라고는 저 매우 짧은 치마 디자인을 제복용으로 결정한 것밖에 없다.
이건 이 아카데미 모두에게 한 짓이니 공평하게 잘못한 게 맞긴 하지.
하지만 그걸 그녀가 알 리가 없으니, 나는 편안하게 짧디짧은 그녀의 치마를 들여다봤다.
'이상하네. 이 정도 각도면 팬티가 보일 법도 한데.'
거의 가리는 면적이 적은 팬티를 입은 건지, 이상할 정도로 살색 이외의 것이 겉으로 비치지 않았다.
설마 노팬티인가 싶긴 한데, 아무리 그래도 저렇게 대놓고 보이는 옷에서 팬티를 입지 않은 건 아니겠지?
왠지 신경이 쓰여서 계속 그쪽을 보고 있는데, 어느새 내 시선을 눈치챈 아모리가 경멸하는 듯한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뭐, 왜."
"바, 방금 제 치마 속을 보려고 한 거예요?"
"응. 보라고 있는 거잖아."
"아, 아니거든요!?"
"사실 그건 모르겠고. 신기해서. 이 정도 각도면 원래 팬티가 보여야 하는데.... 왜 안 보이지?"
분명 저렇게 정상적으로 입으면 무조건 팬티가 끝자락이라도 보여야 하는데.
지금은 뭔가 미묘하게 안 보인다고 해야 하나?
면적 작은 끈팬티도 이 정도면 끈이 드러날 각도 같은데.
"너 혹시 안 입었냐?"
"아, 아니요!? 부, 분명 가리고 있거든요!"
"그럼 봐도 되는 거 아니야?"
"꺄악!?"
내가 고개를 일부러 돌리려 하자, 그녀는 화들짝 놀라면서 다리 치마를 손으로 꾹 눌렀다.
에잉, 뭔가 실루엣이 보이는 것 같아서 정체를 알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뭔가 아쉽다는 느낌이다.
"여, 역시 선배는 위험한 사람이에요."
"...엥? 아니, 그치만 궁금하잖아. 뭘 입었길래 안 보이는 걸까."
"구, 궁금한 건 다 해결해야 한다는 거잖아요! 그게 위험하다는 거예요!"
"그렇게까진 이야기 안 했는데...."
맨날 앉는 의자마다 애액을 질질 흘려서 찐득거리게 만드는 부원이 있으면 궁금할 만 하지 않냐?
나도 솔직히 아무 이유 없이 이러면 쓰레기가 맞는데.
그거 맨날 치우고 다니는 나로선, 이 정도 궁금증은 해결할 수 있는 거 아니냐?
"에, 에? 거짓말!? 저는 그런 적 없거든요! 그, 그런 말들로 저를 음탕하게 개조하려는 속셈이죠!"
"오늘 무슨 조별 과제가 있어서 오래 걸렸.... 무슨 일이에요?"
"코코아! 도, 도와줘! 선배가 나를 조교 하려고 해!"
"오, 벌써 그런 단계야? 도와줄까요? 선배?"
"그런 거 아니야...."
왠지 방금 코코아의 그 대사로 오해가 더 깊어진 것 같은데.
오늘은 뭔가 진지한 이야기 하면서 친해지나 싶었더니, 변태 누명을 쓰는 건 틀려먹은 듯했다.
아니 자기가 보지에 로터 붙이고 다니는 수준으로 의자를 더럽히지 말던가.
나 억울해.
"저, 절대로 선배의 농간에 넘어가지 않아요! 코코아도 이리 와! 절대로 코코아도 저런 변태 선배한테 넘기지 않을 거야!"
"야, 야! 나도 좀 선배랑 하고 싶은데...."
"정신 차려! 너 그러다가 큰일 난다니까!"
여러모로 당황한 구석이 느껴지는 걸 보면, 확실히 팬티 자리에 부끄러운 짓을 하고 다니는 건 맞나 본데.
대체 뭘 하고 다니는지 알 수가 없으니까 문제였다.
나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의문의 답을 열심히 예측하며, 서둘러 짐을 챙기고 떠나는 아모리를 보다가.
왠지 무언가가 바닥으로 툭 떨어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자, 잠깐 아모리!"
"가자! 빨리!"
쿵!
힘껏 닫힌 문을 멍하니 바라보던 나는, 방금 소리가 들렸던 자리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고.
바닥에서 질척질척한 애액으로 잔뜩 젖은 어떠한 물건을 집은 뒤에야 팬티에 대한 의문을 해결할 수 있었다.
그 물건은 신전에서 판매하는 가장 저렴한 치료용품으로.
싸구려긴 해도 신전의 축복을 받은 성스러운 물건이다.
그러니 그걸로 서큐버스 사이에서 나쁜 것으로 취급받는 야한 기운인 애액을 틀어막는다는 발상은 그럴듯하지.
"와, 시발년 존나 꼴리는 설정만 덕지덕지 붙어있네."
다만 그 물건은 나에게는 조금 다른 의미를 함께 줄 수밖에 없는 것이었는데.
축복을 받은 천을 작게 잘라, 그것을 접착테이프로 붙일 수 있게 한 그 치료용품은....
지구에서 반창고라고 불리는 물건과 상당히 흡사한 모습을 한 물건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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