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3화 〉 37권 절대로 잊지 않을거야(2)
* * *
「오빠, 이거 봐요! 여기 꽃이 엄청 예쁘게 펴있어요!」
「응, 그러게.」
천진난만하게 웃고 있는 릴리스와 그런 그녀를 복잡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애덤.
지금의 릴리스는 애덤과 만나기 전의 어린 시절 기억이 있는 상태였고.
지금 애덤이 할 수 있는 것은, 그런 릴리스가 최대한 불안하지 않게 지낼 수 있도록 돕는 것뿐이었다.
사실 애덤은 아무것도 모르는 릴리스를 구슬려서 섹스까지 간다는 선택지를 고를 수 있었겠지만.
이미 그녀의 동의 없이 그런 짓을 하지 않기로 마음먹었기에, 다시 그녀의 기억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렸다.
이렇게 기억이 대량으로 증발하는 현상은 항상 일시적이었으니, 아마 때가 되면 기회가 오리라 생각했겠지.
"어?"
다만 생각보다 그 시기가 오래 걸린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 이제까지 귀여운 장난꾸러기 모습을 보이던 릴리스가 조금 진지한 표정이 되어서 말을 걸어왔다.
그렇다고 기억을 되찾았거나, 추가로 잃어버린 정도는 아니었지만.
릴리스의 변화라는 점에서, 애덤도 나도 긴장한 채 그녀의 말에 집중했다.
「사실, 모든 이야기를 들었을 때 미래의 제가 바보라고 생각했어요.」
「.......」
「이런 결말이 될 것이 뻔한데, 사랑하는 상대를 만든다니. 얼마나 멍청한 짓이에요.」
「릴리스....」
「그런데, 역시 저는 어쩔 수 없는 바보가 맞나 봐요.」
사랑이라는 건, 그런 이론으로 돌아가지 않음을 깨달았을 뿐.
혹시 괜찮지 않을까 싶었던, 그 자그마한 욕심에 모든 것을 걸어볼 만큼.
릴리스는 애덤을 사랑했고, 또 사랑받고 싶어 했다.
「맞아요. 저는, 그러니까 릴리스는 바보 멍청이예요. 그래서 당신을 아프게 만든 욕심쟁이예요. 당신의 삶을 파탄 나게 만드는, 무서운 괴물이에요.」
「릴리스는 괴물이 아니야. 그저, 그저....」
자신의 혈통에 담긴 저주에 고통받는 피해자일 뿐.
물론 릴리스도 그것을 몰라서 하는 말은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사랑한다는 상대에게 이런 고통스러운 경험을 하게 했다는 것이 괴물이나 다름없는 판단이었다는 뜻이었다.
「아뇨. 괴물이에요. 결국 오빠는 속고 있는 셈이죠.」
「속고 있다니?」
「제가 느끼는 이 감정이 진짜인지, 과연 누가 증명해줄 수 있을까요.」
정액을 받아 살아나고 싶다는 무의식이, 자신의 생명을 바쳐가며 정액을 바칠 상대를 사랑하게 한 것은 아닐까.
반대로 그런 묘한 마력이, 상대를 매료해서 사랑받게 만든 것은 아닐까.
그녀는 만약 그렇다면, 결국 우리는 속고 있을 뿐이니까.
「그래서?」
「네?」
「상관없어. 나는 내 목숨이 바스러지더라도, 릴리스를 구하고 싶어. 우리가 사랑하게 된 이유 따위 궁금하지도 않아. 그냥, 내가 그러고 싶은 거야.」
「...오빠는 대단한 사람이네요.」
사실 애덤과 만나기 이전에 릴리스라고 해도, 상황 대부분은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원래부터 자신의 몸이 어떠한지는 잘 알고 있었고.
미래에는 쓸쓸하게 죽어가야 하는, 시한부의 삶을 살고 있었으니까.
그렇기에 미래의 자신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정도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정면으로 부수고, 진심으로 그녀를 구하려는 애덤의 모습은 예상치 못한 변수였으리라.
「오빠. 아마 얼마 지나지 않아서, 저는 원래대로 돌아갈 거에요.」
「응....」
「그럼 정신 차린 저한테, 오빠를 믿지 못하는 거냐고 한마디 해주세요. 죽지 않고, 구할 수 있다고 해주세요. 방법이 있다면서요.」
「그건....」
「이제까지 이런 중요한 비밀을 숨긴 상대인데, 그런 작은 거짓말 정도는 괜찮잖아요?」
「그렇다고 그런 식으로 속이고 싶지는 않아.」
「그럼, 그렇게 생각해요. 당신이 저를 사랑하는 마음이 지닌 힘이라면.... 죽지 않을 수 있다고요.」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는 릴리스와 만나는 것은, 굉장히 마음이 아픈 상황이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릴리스이기에 더 깊은 속을 드러내며 조언을 해줄 수 있었다.
「와아, 예쁘다.」
「릴리스. 혹시 기억해? 내가 억지로 너랑 섹스하려고 해서 싸웠던 거.」
「...설마」
「그게 미안해서 준비한 꽃이야.」
그리고 어느 정도 기억이 돌아온 릴리스와 대면하자, 애덤은 꽃을 내밀면서 사과했다.
릴리스는 애덤이 자신을 강간하려는 것을 포기했다고 생각했는지, 안도하는 듯한 표정으로 꽃을 받아들었다.
물론, 애덤은 그럴 생각이 전혀 없었지만.
「있지 릴리스. 나한테는 릴리스가 이 세상 무엇보다도 중요해.」
「...새삼스럽게?」
「그러니까 허락해줘. 우리 둘도 다른 사람들처럼 섹스도 하고 아이도 낳으면 되잖아.」
「그건 싫어, 그랬다간 애덤이....」
「아니야. 그걸로 난 죽지 않아. 맹세할게.」
「그럴 리가 없잖아. 애덤은 평범한....」
「나도 네가 모르는 비밀 정도는 있어. 네가 이제까지 병에 대해서 숨겼던 것처럼.」
물론 거짓말이었다.
애덤은 정말 순수하다 싶을 정도로 평범한 사람이었고.
그 어떠한 힘도 가지지 못한 연약한 인간이었으니까.
「정말, 정말이야? 우리 헤어지지 않아도 되는 거야? 나, 더는 애덤의 기억을 잃지 않아도 괜찮아?」
「그래, 당장 네 몸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설명하기엔 시간이 부족하지만.... 다 끝나면 설명해줄게.」
사실 아까 순간적으로 애덤과 만나기 이전의 상태가 되었던 건, 일시적인 발작으로 인한 것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지금처럼 계속 평소의 상태에서도 기억이 빠져나간다면, 정말 그녀는 영구적으로 그런 상태가 될 것이다.
그렇게 릴리스는 자신이 기억이 빠르게 사라지는 것을 체감하고 있었으니, 저런 희망찬 말에 당장이라도 기대고 싶을 정도로 초췌해진 상태였다.
「나도 너도, 처음부터 사실대로 말했으면 이렇게 고생하지 않았을 텐데. 그치?」
「그러게.... 우리 바보네.」
그는 긴장이 풀려서 허탈하게 웃는 릴리스에게 천천히 입을 맞추었고.
둘이 이제까지 해왔던 가장 깊은 스킨쉽이 키스였던 만큼, 굉장히 익숙하고 진하게 사랑을 나누었다.
오히려 문제는 이제까지 둘 다 경험해본 적이 없는 섹스 부분이었다.
"아니, 그게 아니지. 거기서는...."
나도 모르게 그 둘의 섹스에 참견하다가, 정작 나도 경험은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입을 다물었다.
둘은 굉장히 서툰 손길로 서로의 몸을 가지기 위해 움직였고.
최종적으로는 서로의 성기를 통해 하나가 되는 순간이 되었다.
본래라면 굉장히 야하고 음탕하게 느껴져야 하는 장면인데.
죽음을 각오한 애덤으로 인한 긴장감 탓인지, 전혀 그런 느낌이 들지 않았다.
처음으로 야한 장면이 그저 아름답게 느껴져서 그런지, 오히려 묘한 감동이 몰려온다.
야한 것은 결국 사람을 타락시키고, 망가트리는 무서운 위험이다.
물론 사랑이 있는 행위는 괜찮다고는 해도, 정작 그렇게 바보처럼 섹스에만 몰두하는 어른들을 봐서는 이해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지금 비로소 그 '사랑으로 행해지는 행위'가 무엇인지 깨닫게 된 것 같다.
"선배는, 이걸 말하고 싶었던 걸까."
사실 야한 것은 이렇게나 경건한 행위일 수도 있다는 걸.
서큐버스라는 특수한 상황을 빌려서 설명한 것이었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나에게는 더 와닿는 기분이었다.
'내 존재'에게 항상 느끼던 혐오감이, 어느새 씻겨나가는 것만 같은....
굉장히 이상한 기분이었다.
「윽...!」
「많이 아파?」
「아, 아니. 오히려 너무 쾌감이 심해서.... 미안, 계속해.」
천천히 서로를 배려해가며 진행하는 부드러운 섹스.
나는 그 광경에 압도당해, 멍하니 페이지를 넘기며 둘의 섹스를 지켜봤다.
절대로 부러울 수 없을 만한 불행한 둘의 사랑일 텐데, 저런 사랑이라면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나 아름답게 느껴졌다.
"아...."
하지만 그 아름다운 사랑의 섹스는 어느 정도 결말이 정해져 있는 것이었다.
처음으로 애덤이 정액을 사정하는 순간, 이제까지 긴 시간 정액 결핍을 느끼고 있던 릴리스의 마력이 폭주한다.
왜냐면 이 정도 정액으로는 너무나도 부족했으니까.
「크아아악!」
「애, 애덤!? 어, 어떻게 된 거야! 괜찮을 거라며!」
「미, 미안.」
「읏!?」
본래 꼬리만 있었던 릴리스의 몸에 악마 같은 뿔과 날개가 자라나고.
아주 작은 편이었던 가슴이 천천히 부풀어 오르며, 방금 받아들인 정액을 마력으로 변환해 저장한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묘한 디자인의 마법진이 허공에 생겨나며, 그녀가 잊고 있던 기억들이 전부 되돌아왔다.
"정액 결핍증은 해결이네."
다만 방금 그 한 번의 사정만으로도 애덤은 엄청나게 생기를 빨렸는데.
여전히 그녀의 몸은 정액이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고, 당장 정액을 어디서 꺼낼 수 있는지도 알고 있다는 것이 문제였다.
아까 까지만 해도, 애덤이 릴리스의 몸을 써 정액을 주입하는 느낌이었다면.
폭주한 릴리스의 몸은 그대로 애덤을 붙잡고 역강간을 하는 형태로 바뀌었다.
심지어 그녀가 꼬리가 주입한 미약 때문에 애덤은 강제로 발기와 사정량을 유지하며, 생기를 빨려야 했다.
「끄으으윽!」
「애, 덤.... 안돼.... 도망쳐....」
「흡...!」
릴리스는 억지로 폭주하는 몸을 막으며 애덤을 도망치게 하려 했지만.
애덤은 오히려 그 틈을 타서 체위를 자신이 우위인 것으로 바꾸어 버리고는.
더 강하게 자지를 밀어붙이며 섹스의 템포를 올려버렸다.
「애덤, 제발 멈춰!」
「이건 내가 릴리스한테 주려는 정액이야! 마력인 네가 함부로 흡수하라고 있는 게 아니라고!」
「애, 덤...? 하응!?」
그러한 의지로 마력의 역강간을 이겨낸 애덤은, 자기 스스로의 의지로 정액을 릴리스에게 쏟아부었고.
그때마다 엄청나게 생기를 빨려 나가며, 눈에 띄게 수척해졌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도 그의 눈빛만은 여전히 강인하게 빛나는 중이었다.
「나는 사랑하는 사람이 그렇게 고통스러워하는데, 해결도 못 하던 못난 놈이야!」
「하윽...! 읏, 으윽!? 하아앙...!」
「하지만, 누구보다도 릴리스를 사랑하는 그 못난 놈한테 패배해봐라! 고위 서큐버스의 혈통이라는 놈아아아아...!」
마치 서큐버스의 마력을 그의 불타오르는 생기로 찍어 눌러서 강간하는 것 같았다.
페이지 전체에 빼곡하게 그려진 여러 무시무시한 체위를 통해, 완전히 상대를 굴복시켰고.
마침내 애덤의 정액이 릴리스의 마력 변환량을 넘어서서, 보지를 통해 역류하기 시작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