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9화 〉 38권 병명은 사랑이야(3)
* * *
"그럼 어쩔 수 없네."
"죄송합니다...."
선배가 소중한 정액을, 나를 위해서 제공해 준 상황이었는데.
정작 그 흡수한 정액으로도 이 이상한 발작은 전혀 나아지지 않는다.
분명 흡수까지도 제대로 된 느낌이었는데,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
"섹스까지 해야겠네."
"네...?"
"병 고치려면, 섹스까지 해서 질내사정하는 수밖에 없잖아?"
"서, 선배? 지금 선배가 무슨 말 하고 계시는지 알고 계시죠?"
그러던 중, 갑자기 선배가 내 병을 섹스해서라도 고쳐주겠다는 말을 꺼냈다.
그게 얼마나 위험한 행위인지는, '절대로 섹스하지 않을거야'를 그린 선배야말로 잘 알고 있을 텐데.
저렇게 선뜻 그러겠다고 말하다니,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너도 알잖아? 마력이 있으면 대부분은 마력으로 대체되는 거."
"아무리 그래도...!"
자신은 마법사라서 괜찮다고 말하는 선배의 모습이, 애덤이 자신에게는 비밀이 있다며 거짓말을 하던 것과 겹쳐 보였다.
목숨을 걸어가며 나를 구하겠다고 말하면서.
혹시 내가 걱정할까 봐, 저런 변명까지 한다니.
어떻게 그렇게까지 할 수 있는지가 이해되지 않았지만, 그렇기에 더 선배가 대단해 보였다.
나는 분명 선배가 귀찮을 만한 이상한 행동만 일삼은 바보 같은 후배일 뿐인데.
어째서 나에게 저렇게까지 해줄 수 있는 걸까?
"끄흑...!?"
"괘, 괜찮아?"
이상하다.
왜 저렇게 선배가 나를 챙겨주고 도와주려는 말을 하면.
그리고 거기에 담긴 따뜻함을 느끼면, 발작이 무서울 정도로 심해진다.
"하으...."
아까까지 내가 입에 담았던 선배의 자지의 냄새가 갑자기 코끝을 간질인다.
지금 선배를 밀쳐서 넘어트리고, 저 자지의 끝에 코를 박고 킁킁거리고 싶다.
그리고 그 진한 냄새를 가진 자지를 당장이라도 내 보지를 이용해서 먹어 치우고 싶다.
그런 음습한 욕구와 상상들이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점점 심해지는 심장의 박동이, 나를 부숴버릴 것처럼 온몸을 두드린다.
이대로 이성의 끈을 놓았다간, 당장이라도 선배를 범하고 그의 생기를 빼앗을 것만 같았다.
'아무리 선배가, 나에게 그 정도로 도와주겠다고 했어도.... 은인같은 선배를 그렇게 위험한 상황에 빠트릴 수는 없어.'
온몸이 뜨겁고, 당장이라도 자지를 쑤시고 싶어서 하반신이 간지럽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런 충동을 억누르는 것은, 은인과도 같은 선배를 다치게 하는 것이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겨우 나 때문에 선배가 그런 일을 당하게 할 수는....
"...그거 발작이 아니라, 그냥 네가 나랑 섹스하고 싶은 거 아니야?"
"느에?"
전혀 예상하지 못한 선배의 질문에, 갑자기 머리를 한 대 맞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내가 이제까지 발작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사실은 그냥 내가 선배랑 섹스하고 싶었던 거라고?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말이냐고 반박하려다가, 왠지 모르게 맞아떨어지는 부분들에 말문이 턱 막혔다.
단순하게 발작이 심해서 정액 섭취가 효과가 없다고만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까 실제로 일반적인 발작과 관련된 통증이 호전된 것은 사실이었다.
평소라면 주기적인 발작으로 심한 기침을 하고 목에서 피를 토해낸 것 때문에 목이 꽤나 아파야 하는데, 그런 통증은 신기할 정도로 사라진 상태였으니까.
'바, 발작이 아니면...?'
지금 내가 정액을 섭취해서 정액 결핍증의 발작이 억눌러진 상태라고 한다면.
지금 내가 발작인 줄 알았던 이 모든 망상과 몸의 반응은, 어디까지나 서큐버스의 피가 아니라 내 의지에서 발전한 것이란 소리가 된다.
즉, 내가 선배랑 섹스하고 싶었다는 소리인데....
"서, 설마요."
예전의 나라면 미쳤다면서 자해를 할 만한 레벨의 상황이었다.
아무리 선배가 나한테 잘해주고, 동경하는 대상이 되었다곤 하지만.
섹스하면 상대를 상처입히는 몸뚱이를 가지고 있는 이상, 절대로 가져서는 안 되는 생각이다.
'선배를 좋아하게 되어버렸다고 생각은 했지만....'
어느새 그 감정이 너무 커져 버렸을지도 모르겠다.
성욕이 이렇게까지 발전했다는 건, 선배를 그냥 동경하는 대상이 아니라 사랑하는 이성의 대상으로써 바라보기 시작했다는 건데.
내가 대체 무슨 자격으로 선배한테 그런 마음을 가진다는 말인가.
"아니야?"
"당연하죠! 그리고 애초에 저, 저따위가 무슨...."
"따위라니, 아모리 너는 충분히 매력적인 사람이야."
"히익!?"
또 시작이다.
심장이 고장 난 것처럼 선배를 향해서 뛰고 있다.
자각한 탓인지, 선배와 관련된 망상의 방향도 조금 바뀌었다.
아까까지만 해도 그저 섹스에 관한 내용이었는데, 지금은 선배와 키스를 한다거나 하는 엄청나게 노골적으로 마음이 드러나는 것들이었다.
"솔직하게 말해줘."
"...그럴지도 몰라요. 선배를 사랑하게 되어버렸을지도, 모르겠어요."
"고마워. 나 같은 녀석을 사랑해줘서."
"오, 오히려 제가 죄송해요. 저는 선배를 괴롭히기만 했던 자격 없는 년인데다. 괜히 선배랑 야한 짓을 해서 선배의 생기를 빨아먹을 기생ㅊ...."
내가 당황해서 이것저것 말을 내뱉고 있는데, 선배는 갑자기 나를 꽉 껴안고는.
그런 식으로 자기 자신을 비하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 천천히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는데, 그 손에서 전해져오는 온기에 온몸이 녹아내리는 듯한 행복감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선배는 어째서 그렇게 저한테 잘해주는 건가요. 저는 계속 선배를 이상한 사람 취급을 했었는데...."
"뭐, 그건 너무하긴 했지. 들을 생각도 없는 것 같아서 화가 나더라."
"...죄송합니다."
"근데, 지금은 이유를 알아서 그런지 별로 화가 안 나네."
사실 선배가 내 상황 따위 고려해주실 이유는 없다.
하지만 그런데도, 나를 이해한다면서 잘못된 내 행동조차 긍정해준다.
저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동경의 마음과 저런 멋진 사람에게 사랑받고 싶다는 갈구의 감정이 내 안에서 뒤섞여 휘몰아쳤다.
"하여튼, 다행히 그게 발작은 아니라는 거지?"
"아, 네. 감사합니다. 선배 덕분에 살았어요. 물론, 정액은 꾸준히 섭취해야겠지만...."
"그건 내가 충분히 도와줄 수 있어."
"감사합니다."
일단 이야기는 일단락이 되었지만, 문제가 하나 남아있었다.
내가 여전히 힘이 없어서 그런지, 선배가 자꾸 나를 쓰다듬으면서 위로를 해주는데.
그때마다 자꾸 선배를 덮치고 싶은 음심이 차올라서 미칠 것만 같았다.
"서, 선배. 오늘은 여기서 돌아가도 괜찮을까요?"
"그래. 편하게 활동.... 괜찮아!?"
"하악, 하악...♡"
아까까지만 해도 나를 편안하게 해주던 선배의 손길 하나하나가 무섭다.
선배의 손길에 피부에 닿을 때마다, 마치 자위할 때 만지는 보지가 된 것처럼 온 피부가 민감하게 반응했고.
방금은 선배가 나를 잡아주는 감각만으로도 가버려서, 다리에 힘이 풀려버렸다.
"어쩌죠 선배...."
"아모리?"
"저, 저 선배를 너무 많이 좋아하나 봐요. 이러면 안 되는데, 좋아하면 더더욱 이런 말을 하면 안 되는데...."
"괜찮아. 좋아하는 게 잘못은 아니잖아."
"하지만...."
"그게 발작이 아니더라도, 발작만큼이나 힘든 거라면.... 지금이라도 도와줄 수 있어. 사양하지 말고 말해."
당연히 거절해야 하는 말인데도, 입술이 움직이질 않는다.
선배와 사랑을 나누는 내 모습이 머릿속에서 그려지고.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욕심이, 내 갈등을 부추긴다.
'정신 차려.... 아무리 선배가 강해도, 그래봐야 학생이야.'
선배는 어디까지나 나를 걱정해서 저런 말을 해주시는 것뿐.
그걸 그대로 믿었다간, 선배를 잃게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선배는 나를 좋아해서 같이 섹스하자는 것이 아니고, 어디까지나 내가 불쌍해서 그걸 도와주려는 거다.
"선배는 절 좋아하지도 않을 텐데, 제가 불쌍하다고 해서 그런 위험한 길을 걸을 필요는.... 읍!?"
그렇게 나를 설득하고, 선배를 설득하면서 모든 것을 끝내려는 찰나였다.
갑자기 내 얼굴을 붙잡은 선배가, 그대로 입과 입을 맞추면서 키스를 해왔다.
그냥 입술만 부딪히는 것이 아니라, 아까 내가 상상으로도 했던 진득하게 혀와 혀가 엉키는 키스였다.
"푸하...!? 흐읏...♡"
"그럼 좋아하면, 걸어도 되는 거야?"
"서, 선배...?"
"처음에 아모리 네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건 사실이야. 하지만 나는 이제 피해를 주기 싫다고 조심하려는 착한 아모리를 알고 있고, 직접 꿈을 선택한 빛나는 아모리를 알고 있어."
"하읏!? 자, 잠시만요...♡"
"그리고 분명히 그런 아모리의 모습을 좋아한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다 포기하고 슬퍼하는 표정을 짓지 않았으면 좋겠어."
"하앙!? 흣...♡ 아, 안돼요. 거기 민감...♡ 하윽!?"
선배가 나를 좋아한다는 상상도 하지 못하던 말이 나를 덮치는 순간, 온몸이 훨씬 더 달아오르면서 선배가 내뱉는 입김 하나하나까지 닿으면 가버릴 정도로 민감해졌다.
천천히 내 몸이 사랑스럽다는 듯 쓰다듬는 선배의 손길에, 몇번이고 가버린 몸이 애액을 질질 흘리고.
원래라면 내 보지를 가리기 위해 붙어 있어야 할 성스러운 붕대가 제대로 젖어서 툭 떨어져 나갔다.
"자, 잠시만요♡ 응냣!?"
"엄청나게 민감하네. 이렇게 해주길 엄청나게 기대 했나 봐?"
"그, 그런 게 아니라...♡"
부끄럽다.
선배한테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은데, 이렇게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성욕에 지배당하는 멍청한 모습을 보이다니.
당장이라도 혀를 깨물고 죽고 싶을 정도로 부끄러워졌다.
"부끄러워?"
"그, 그야...."
"괜찮아. 나한테는 사랑스러워."
"히이...♡"
이제 내가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아무것도 생각이 나지 않는다.
머릿속에서는 만화에서 봤던 온갖 야한 장면들이 선배와 나로 바뀌어서 재생되고.
나도 모르게 축축하게 젖은 사타구니를 선배의 다리에 비비며 자위를 하고 있었다.
"하윽...! 하앙...♡"
"뭐야, 유혹하는 거야?"
"선배앳♡"
"하, 미치겠네. 야, 이거 화간이다?"
그렇게 말한 선배가 바지를 벗어서 커다란 자지를 다시 내 눈앞에 꺼내놓았고.
나는 자지에서 흘러나오는 선배의 향기에 취해, 그 자지에 잔뜩 키스하고 뺨에 비비며 사심을 채워댔다.
그리고 그 뒤부터는 완전히 이성의 끈이 끊어져, 선배에게 사랑받고 싶다는 감정을 온몸으로 폭발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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