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2화 〉 39권 가짜 천재와 진짜 천재(1)
* * *
"어라...."
저릿한 두통이 머리를 관통하고 온몸이 퉁퉁 부은 것처럼 쑤셔온다.
귀에서 들리는 이명이 점차 줄어들고, 흐릿한 시야가 조금씩 초점이 잡혔다.
대체 무슨 상황인가 싶어서 기억을 더듬으면, 아모리와 함께 섹스하고 또 섹스하고 또 섹스하는 기억 말고는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다.
...아모리의 능력으로 세뇌라도 당했나?
"정신이 들어?"
"...니아?"
"다행이네. 혹시 건강에 이상이 있나 싶어서 걱정했어. 무리하기는...."
"아모리는?"
"저기."
니아가 손짓한 곳에는, 기숙사 구석에서 양팔을 들고 벌을 서고 있는 아모리가 있었다.
...저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는데, 어디까지나 내가 하겠다고 했던 거고.
아모리는 위험하다고 걱정하는 쪽이었으니까.
"울지 마, 이것아. 내가 괜찮을 거라고 했잖아. 생기를 빨려서 그런 게 아니라. 그냥 육체적으로 지친 거야."
"여, 역시 제가 마지막에 발정 나서 선배의 자지를 먹어 치운 것 때문이죠!?"
아모리답지 않게 예리하게 이유를 파악했다.
확실히 정신이 돌아와야 하는 타이밍에 네가 폭주한 것 때문에 쓰러진 거긴 해.
그래도 굳이 걱정시키고 싶지 않았는데, 단번에 들통났다.
그렇다고 거짓말을 하고 싶지는 않아서, 그렇긴 한데 괜찮다는 식으로 얼버무렸다.
"그런데 얘가 진짜 아모리야? 다른 애 같네...."
"그걸 네가 말.... 아니다."
"뭔가 문제라도?"
"아닙니다!"
생각해보니까 아모리도 있는데, 니아의 정체가 누설될만한 소리를 해서는 안 되겠지.
하여튼 아모리는 없던 폭유가 장착된 것으로 엄청나게 다른 인상을 보여주고 있었다.
꽤 귀여운 느낌에서 완전히 섹시한 노선으로 바뀌었다고 할까?
'하긴, 뿔이랑 날개도 큰 역할을 하는 것 같네.'
가슴에 있는 마력을 정제해서 사용하기 쉽게 도와주는 서큐버스의 날개와.
그 마력으로 고유한 능력을 발휘하게 하는 뿔이, 지금의 아모리에게는 존재하고 있었다.
사실 기존의 꼬리만 있던 아모리가 반쪽짜리인 거지, 원래 서큐버스라고 하면 딱 이런 이미지가 일반적이다.
"아무튼 챙겨줘서 고맙다. 어우, 온몸이 쑤시네."
"청소하느라 애먹었거든? 누가 침대에서 그렇게 피부터 정액까지 난장판을 만들면서 관계를 맺냐?"
"그, 미안...."
아마 니아가 청소부터 빨래까지 다 도와준 모양이다.
뒷일 생각 안 하고 섹스에만 열중해서 완전히 잊고 있었는데....
이건 완전히 빚을 만들어버렸네.
"아모리 너도 그만 반성하고 여기 와서 앉아. 차라도 한 잔 마시면서 진정해."
"네? 넵...!"
"왜 반응이 그러냐?"
"내가 엄청나게 혼냈거든."
"잘못한 건 난데, 왜 쟤를 혼냈어."
"나는 앞뒤 상황을 모르는데, 그걸 어떻게 구분해서 혼내냐?"
"아하?"
생각해보니까 그렇네.
니아에게 무슨 내막을 설명하거나, 미리 경고한 것도 아닌데.
갑자기 기숙사에 돌아오니까, 아모리가 내 자지를 빨고 있고 내가 기절해 있으면 혼낼 만하지.
"나도 잘 모르고 화냈던 거야. 화 안 났으니까 이리 와."
"역시 황태자, 얼마나 갈궜으면...."
"그런 권력 쓴 적 없다. 학생회 권력이라면 썼지만."
"그건 썼구나...."
그리고 말은 하지 않지만, 은근히 나를 걱정하고 있는 니아와.
겉으로 팍팍 티를 내면서 어쩔 줄 몰라 하며 나를 걱정하는 아모리.
이 둘을 보니까, 사랑받는구나 싶어서 살짝 발기할 것 같았다.
"악!?"
"선배 괜찮아요!?"
"으, 응. 아직 몸이 좀...."
얼마나 자지를 혹사했으면 발기하는 것만으로도 통증이 몰려왔다.
최소 내일까지는 야한 것을 멀리하고 요양해야겠는데?
전생을 포함해서 이 정도로 많이 사정한 것은 처음이라, 조금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아모리 너는 정상적으로 몸이 움직여?"
"그런 것 같아요. 근데 아직 서툴러서 그런지, 능력 조절이 잘 안 된다고 할까...."
"무슨 능력인데?"
"두뇌 강화? 뭐 그런 것 같은데요."
그 말을 듣고 나서야, 그녀가 폭주할 때 보였던 이상한 행동들이 떠올랐다.
그녀의 행동 하나하나가 내 몸을 음탕하게 자극해서 정액을 갈취했었다.
조금만 틀려도 놓칠만한 위치까지 단 한 번을 틀리지 않았었는데....
'마력을 써서 천재가 된 건가?'
간단히 표현해서 그렇게 볼 수 있는데.
서큐버스인 만큼, 그걸 야한 곳에 이용하는 것이 더 두드러지게 드러난 모양이다.
아마 아모리가 저렇게 말했으니, 굳이 야한 곳 말고도 이용할 수는 있겠지만.
"혹시나 해서 하지 못하고 있던 과제도 해봤는데, 바로 풀리더라고요. 야한 쪽이긴 하지만 바로바로 뭘 해야지 좋은 결과를 낼지 떠오르기도 하고요."
"맨날 바닥 성적을 수집하던 아모리답지 않은 모습이네."
"그, 그건 어떻게 알아요!?"
"코코아가 말해줬지."
특히 요즘 들어서 아모리 때문에 나와 섹스를 하지 못한다고 불만이 많았거든.
그 덕분에 요즘 네 험담이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단다.
물론 자신을 걱정해서 하는 행동이라는 것은 알고 있기에, 농담처럼 말하는 거지만.
"섹스의 천재가 되는 능력이라. 확실히 서큐버스 다운 재능이야."
"마음에 들어요?"
"응?"
아니, 왜 여기서 태클을 걸지 않는 거지?
내가 아는 아모리라면 여기서 태클을 걸어서 귀엽게 부끄러워해야 하는데?
당신 누구야.
"그야 여기서 태클을 걸지 않아야, 선배가 그렇게 당황한 표정을 지어줄 테니까요. 그런 표정이 귀엽잖아요."
"...그런 부분까지 천재가 되는 거냐?"
"아마도요?"
그 영향인지, 원래는 굉장히 열혈 바보 사고뭉치 음란한 아이였던 모습이.
평범하게 요염한 서큐버스가 되어버린 느낌이었다.
이건 조금 아쉬울지도?
"지금 아쉽다고 생각하셨죠."
"사실 생각 읽는 능력이지?"
"얼굴에 대놓고 보여주셨으면서."
"그렇긴 하다만. 하여튼 내가 알던 아모리가 아니라 실망이야."
"히잉.... 저라고 이러고 싶어서 이러는 게 아니라고요. 머릿속에 마구 쑤셔지는데 어떻게 해요."
그래도 말에 자연스럽게 변태 같은 소리를 섞는 건 그대로네.
저건 무자각으로 하는 거라서 그런가?
아니면 나를 꼴리게 하고 싶어서 굳이 그런 말을 고르는 건가?
"농담이니까 그런 표정 짓지 마. 어차피 조절 가능해지면 돌아올 수 있는 거잖아?"
"아니면 마력을 다 쓰던가요."
"다 쓰면 내가 채워줘야 하는 거 아니야?"
"그러니까, 선배가 좋아하던 아모리랑 섹스할 수 있다는 소리죠."
"오, 천잰데?"
순간 거기까지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확실히 그녀의 가슴에 있는 저장 정액이 사라져서 빈 통이 되면, 원래 아모리 성격으로 돌아오게 될 거다.
그리고 그때가 되면 그녀에게 정액을 충전해줘야 하니 섹스를 할 거고....
"물론 그렇게 두지는 않을 거예요. 제 머리를 전부 써서, 선배가 그 전에 정액을 충전할 정도로 유혹할 거라고요."
"...굳이?"
"솔직히, 지금 생각하면 모든 게 예상이 가서 무섭지도 부끄럽지도 않단 말이에요. 근데 만약에 그때로 돌아가면, 또 죄다 부끄러워서 어버버 거리고 제대로 하는 것도 없는 저로 돌아가야 하는데...."
그게 좋은 건데.
물론 그녀도 그 정도 상식은 알고 있겠지만, 본인 일인지라 부끄러워서 싫은가보다.
그거까지 어쩔 수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쉽게 양보할 수는 없지.
"좋아, 승부다. 너는 유혹하고 나는 버티는 승부!"
"좋아요. 이 가슴이 오르카 선배보다 작아질 때까지 유혹하는 건 어때요?"
"왜 너희들은 여기서 그런 이상한 내기를 하는 거야...."
아모리가 아무리 천재가 되었다지만, 음탕한 몸은 그대로겠지.
그걸 이용해서 그녀를 함락시키면, 굳이 정액을 사정하지 않고도 충분히 이길 수 있다.
예로부터 '가버리면 바보가 된다'라는 말이 만화계에 전해지고 있을 정도니까.
...아마도.
"아, 물론 내기와 별개로 한동안 내가 요양할 시간을 줄래? 진짜 힘들어서 그래."
"그럼 곧 방학이잖아요. 설마 그렇게 도망치시려는 건 아니죠?"
"당연히 아니지. 가능하면 이번 여름에는 다 같이 모이고 그러자."
"정말요!?"
"그러지 뭐."
물론 방학 초기에 그리고 있을 차기작까지 마무리가 된 이후 이야기지만.
여름 방학에 모이는 거면, 역시 수영이 국룰이려나?
그나저나 수영하니까 비키니 같은 것도 오랜만에 그려보고 싶어지네.
"알았어요. 그럼 한동안은 선배랑 야한 짓은 금지인 거죠?"
"응."
"그럼 대신에 이 넘쳐나는 야한 상상을 풀 곳이 필요한데...."
"만화 그리고 싶다며. 그걸 만화에 풀어보면 어때? 원래 창작은 욕망을 풀어내는 배출구기도 하거든."
"...좋은 생각 같아요."
"내가 도와줄 테니까, 한 번 처녀작을 그려보는 것도 괜찮겠다."
아무래도 만화가를 노리고 있었던 만큼, 괜찮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는지.
마구 고개를 끄덕이며 만족한 얼굴로 기숙사를 나갔다.
이렇게 보니까 원래 모습도 좀 남아 있네.
"정말이지, 이 바보가."
"아, 다시 한번 미안."
물론 아모리가 떠난다고 해서 모든 상황이 끝나는 것은 아니었다.
당장 내 걱정을 해준 니아가 남아 있으니까.
심지어 같은 룸메이트가, 여자를 데려와서 정액 범벅 침대를 만들어놓은 걸 치웠다?
미치겠네.
"몰라. 솔직히 아직도 정액 냄새가 코를 찔러서...."
"코를 찔러서...?"
"당장이라도 벗고 유혹해서, 주인님의 자지가 부서질 때까지 사용하고 싶지만."
"히익!?"
"아프다니까 용서해줄게."
"압도적으로 감사합니다...."
만약에 정말로 그랬다면, 컨디션 불량으로 아카데미를 2주간 쉬었을지도 모른다.
당장 발기만 해도 아픈 너덜너덜한 몸을 가지고 무슨 짓을 할 생각이었던 거야.
생각에서 그쳐서 다행이지, 나는 벌써 죽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대신, 하나 조건이 있어?"
"조건?"
"이번 방학에, 최대한 시간을 낼 테니까. 나도 같이 만날래."
"다른 애들이랑 같이?"
"응, 나도 한 번쯤은 평소의 너랑 어울려보고 싶거든."
그렇게 말하는 니아의 표정이 어딘가 쓸쓸해 보여서.
나는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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