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3화 〉 39권 가짜 천재와 진짜 천재(2)
* * *
"그래서 선배, 그 연약한 자지는 아직도 요양 중이에요?"
"슬슬 좀 좋아지긴 했는데. 설마 예상하고 던지는 거냐?"
"후후, 그럴 리가요. 그렇게나 약해진 선배의 허접 자지가 어떤 상태인지 굳이 예상할 리가 없잖아요?"
코코아가 저렇게 도발하는 것도 오랜만이다.
하긴 슬슬 반쪽이 되었던 내 얼굴도 정상에 가깝게 돌아왔잖아?
내 몸이 이렇게 되기 전부터 코코아는 꽤나 몸이 달아올라 있었던 만큼, 저렇게 군침을 흘리면서 도발을 하고 싶긴 했겠지.
"조금만 더 기다려줘. 왠지 지금 상태로 하면 금방 체력이 무너질 것 같아서."
"아, 그런 거라면야...."
코코아는 언제 준비했는지, 자신의 모유를 차갑게 만든 쪼꼬 모유를 컵에 담아서 내왔다.
말로는 허접이니 뭐니 하면서 참교육 섹스를 하기 위해 도발을 하지만.
여전히 행동은 엄청나게 배려심이 깊고, 내가 힐링 될 수 있도록 도와주곤 했다.
"후, 치유된다...."
"그건 다행이네요."
"그나저나 정말 너는 이번에 작품 안 하는 거야?"
"말했잖아요. 저는 그림이나 만화에 큰 흥미는 없다고."
하긴, 코코아가 동아리에 들어온 이유는 전부 나 때문이지.
그나마 그림을 그리는 것도, 기본적으로는 설계도 쪽에 치중되어 있었다.
그래도 재능이 좀 아깝다고 생각하는데....
"아, 그래도 아예 할 생각이 없진 않아요."
"그래?"
"제가 만든 제품의 설명 만화 정도라면, 직접 그려보고 싶어요."
"오, 그건 재밌는 아이디어네."
예를 들어 로터를 만들어서 판매한다고 할 떄.
그 로터를 사용하는 방법을, 만화로 직접 보여줄 수 있다면?
그냥 글자만 가득한 설명서보다 훨씬 가독성이 뛰어날 거다.
"그러니까, 새로운 자위기구를 개발하는 데 성공하기 전까지는 굳이 생각이 없어요."
"뭐, 그건 그렇겠네."
굳이 강요할 필요는 없겠지.
그리고 이번에 아모리가 만화를 그리게 되면서, 다른 애들까지 그림과 만화 그리기에 몰두해버린 상황이다.
그런 와중에 코코아만 작품 활동을 하지 않다 보니, 남는 시간에 나를 도와줘서 회복에 많은 도움을 줬지.
"생각해보니까, 요즘 오르카 선배가 통 보이질 않네요?"
"검술 연습에 엄청나게 몰두하는 모양이더라."
워낙 천재였다 보니, 이제까지는 엄청난 속도로 실력이 늘었었는데.
최근 들어서 막히는 부분이 있는지, 좋아하는 만화도 줄여가며 노력하고 있었다.
심지어 그 노력의 끝이 나를 지켜주기 위해서라는 점이 내 쥬지를 울린다.
"오르카 선배 이야기로 발기하다니, 이건 조금 괘씸하네요. 패배한 기분이랄까요."
"기특하잖아. 그리고 딱히 오르카만 기특한 건 아니야. 너한테도 굉장히 고마워하고 있어."
"정말요?"
"응, 몸 좋아지면 너부터 원하는 대로 만들어줄게."
"흐, 흥. 전혀 기대되지 않거든요? 그, 그래봐야 그 허접한 실력으로 얼마나 대단한 걸 보여줄 수 있다는 거죠?"
그렇게 강아지처럼 꼬리 살랑살랑 흔들면서 말해도 설득력이 없잖아.
슬슬 나를 도발하는 게 아니라, 행동이랑 몸짓이 다른 걸로 꼴리게 하려는 셈인가?
사실 너도 서큐버스의 일종이니?
"조용히 해. 이 암코양이야. 머리가 울린다."
"죄송해요. 별 생각 없이 한 건데."
"신경 쓰지 마. 내 몸이 이상한 거지, 네가 잘못한 건 아니니까. 지금만 조금 조심해주고, 완전히 나으면 그때는 돌아와 줘."
"네!"
저렇게 착해빠진 성격인데, 성적으로 괴롭힘당하고 싶어서 도발을 배운 것도 참 웃긴다니까.
오늘따라 귀여움이 뿜어져 나오는 코코아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있는데.
천천히 동아리 방의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칼리, 있어?"
"어, 있는데."
"다행이다. 혹시 없으면 어쩌나 했는데."
누가 왔나 했더니 로자리아였다.
최근에 로자리아도 아이가 자는 옆에서 만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품에 종이를 가득 안고 들어온 것을 보아, 그 결과물을 나에게 보여주러 온 모양이었다.
"짜잔!"
"오, 귀엽다. 이번에는 아기도 나와?"
"응, 딸기와 우유의 딸인 딸기우유야."
"어.... 너무 노골적인 이름이네."
나도 가끔 그런 식으로 등장인물 이름을 직관적으로 짓긴 하는데.
아무리 그래도 이 귀여운 아기 이름이 딸기우유는 좀 그렇지 않나?
그나저나 우유량 딸기의 아이라....
"결국 그런 노선으로 가기로 했구나."
"당장 맨날 우리 예쁜 니케를 보고 있다 보니까. 욕망을 참을 수가 있어야지."
그래서 '핑크빛 일기장' 시리즈의 후속작을 아기가 생기는 방향으로 정한 모양이다.
사실상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이었던 '핑크빛 마지막 일기장'에서 메인 스토리는 막을 내리고, 그 외전인 '핑크빛 작은 일기장'로 이후 이야기를 보여주는 형태다.
...일단 딸기우유가 굉장히 귀엽다.
"이번에는 가족 일상물이 되겠네?"
"어떄?"
"전작에서 진지한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이렇게 되니까 느낌이 확 다르긴 한데."
하지만 이런 가족의 일상 분위기야말로, 동글동글한 로자리아의 SD 그림체를 완벽하게 활용하는 법이고.
아기는 LD로 그려도 귀여우므로, 전체적으로 작품의 내용이 귀여움으로 가득 차서.
장점을 극대화한 포근하고 달달한 감각이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이건 딱히 핑크빛 일기장의 후속작이 아니어도 흠잡을 곳이 없는데?"
"그래?"
"응, 내가 처음 로자리아 그림을 봤을 때 느꼈던 이상적인 결과물에 가까운 느낌이야."
사실 로자리아는 첫 작품인 '핑크빛 일기장'부터 좋은 퀄리티를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내 도움이 있었다고는 해도, 전체적으로 장점을 잘 살린 완성도 높은 작품이었거든.
하지만 그때 그녀는 아무래도 절대적인 경험이 부족했고.
그 때문에 이렇게까지 그림체와 스토리라인의 장점을 극대화하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노하우가 벌써 생겼는지, 작품을 보는 내내 입꼬리가 내려갈 생각을 하질 않았다.
웃기다기보단, 보고 있으면 귀여워서 따뜻해지는 그런 웃음을 놀라울 정도로 잘 유지하게 만들었다.
솔직히 이 정도면 오랜 시간 일상물 만화를 그렸다고 오해할 수도 있을 정도의 퀄리티야.
"대단해."
"에이, 너무 띄워주지는 않아도 되는데."
"아니야. 진심으로 하는 말이야."
처음 로자리아의 SD 그림을 볼 때부터, 엄청난 재능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그 이상으로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천재라는 말 말고는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로, 재능으로 똘똘 뭉쳐있는 녀석이었다.
"그나저나 완성도는 높은데 조금 짧네?"
"아, 응. 이번에는 그렇게 많은 분량을 넣을 생각은 없었거든."
"뭐, 그것도 괜찮지."
어차피 로자리아는 흑백 표지로 만화를 제작해 판매하고 있으므로.
어느 정도 분량이 줄어드는 정도는 큰 문제가 없을 거다.
그만큼 가격을 낮추는 게 가능하니까.
"응? 가격은 그대로 간다고?"
"당연히 이대로 내고 그대로 낼 생각은 아니고."
로자리아는 작품의 중반부터 넣을 거라면서, 샘플을 몇 가지 보여줬는데.
바로 아이가 일기장을 쓴 듯한 느낌의 페이지였다.
이것으로 딸기우유의 귀여움을 어필하면서, 분량까지 확보하겠다는 거구나.
"그런데 조금 고민이 있어."
"뭔데?"
"만화인데, 이렇게 글자만 들어가는 게 좀 이상하잖아. 그러다가 생각해봤는데, 그림일기를 도입하는 거야. 이렇게."
"...그림일기?"
이쪽 세상에도 그런 개념이 있었나 싶었는데.
생각해보니까 로자리아는 마기우스 가문에서 태어났다.
그쪽은 마법사 가문인 만큼, 마법에 도움이 되는 조기 교육은 개발이 잘 되어있겠지.
"오...."
심지어 로자리아는 어린아이의 그림을 재현하는 것도 꽤 좋은 실력으로 해냈다.
반쯤 낙서와도 같은 아이의 그림 표현은, 자연스럽게 따라하기가 생각보다 어려운데.
이건 정말 로자리아의 어린 시절 그림일기를 뜯어온 것처럼 그럴듯했다.
"응, 엄청 좋아."
"칼리가 칭찬해주니까. 엄청나게 안심되네."
"안심할 만큼 잘 만들었어."
솔직히 뭐 개선할 만한 부분이라도 있으면, 뭐라도 말을 해줄 텐데.
오히려 건드리기가 겁날 정도로 완성도가 높았다.
그래도 뭔가 알려줄 만한 것이 있지 않으려나....
"아, 생각났다."
"응?"
"이거, 평소처럼 바로 발매하지 말고 예약판매도 하는 거 어때?"
"예약을?"
"응."
핑크빛 일기장 시리즈는 기본적으로 만화지만, 만화가 아닌 것도 하나가 섞여 있다.
'딸기 우유 만들기'라는 이름의 보드게임으로, 기본적으로 딸기와 우유가 이어질 수 있게 돕는 협잡게임이었다.
그리고 보드게임은 원래 일러스트가 다른 카드나, 자그마한 룰 변조 카드를 프로모로 제공한다.
"우유랑 딸기가 무사히 이어지는 엔딩 카드 하나를, 딸기우유가 그려진 걸로 새로 만드는 거야."
"아, 원래 엔딩 카드를 대체해서 쓸 수 있게?"
"응, 그걸 예약 보상으로 주는 거지"
이렇게 되면, 이 작품이 나오기 전에 나온 보드게임에 새 캐릭터를 끼워 넣을 수 있게 된다.
자연스럽게 이번 작품의 판매율도 급증시킬 수 있고 말이지.
"어떻게 알았어!?"
"뭐가?"
"내가 게임에 딸기우유를 못 넣는다는 사실 때문에 엄청나게 고민이었거든. 새로 들어간 걸 만들어야 하나 싶어서...."
"뭐, 그것도 방법이겠지. 하지만 시간 배경상 어렵잖아? 그럼 엔딩에 살짝 넣어서 대체하는 정도가 적당한 거 아니야?"
"칼리는 천재야...!"
아니, 아무리 생각해도 천재는 내가 아니라 이걸 그린 로자리아다.
어디까지나 이런 아이디어는, 내가 경험한 것들이 특이해서 나오는 것일 뿐이니까.
그리고 애초에 조금만 시간이 더 있었다면, 그녀 스스로 이 해결법을 알아차렸을 가능성이 크기도 하고.
"어, 어라? 로자리아?"
"당장 가서 그려야겠어."
"여기서 그려도 상관없는 거잖아."
"아니, 나는 지금부터 최고로 귀여운 딸기우유를 그려야 하잖아."
"그렇지?"
"그럼 최고로 귀여운 우리 니케를 보면서 작업을 해야 하지 않겠어?"
"그건 그렇네?"
확실히 설득력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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