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야한 만화가 합법인 세상에서-198화 (198/229)

〈 198화 〉 40권 ­ 잔잔한 물가의 일렁임(2)

* * *

"확실히 빡세긴 하네."

처음 계획을 짜고 실행할 때는 양으로 승부하겠다면서 쉽게 말할 수 있었지만.

이걸 정말로 4개의 히로인에 맞춰서 만화를 5권 분량이나 그려내니, 내 정신이 다 피폐해질 것 같았다.

이제 곧 방학인데, 작품이 완성될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스토리 라인 자체는 다 완성했는데 말이야.'

아무리 이쪽이 게임북보다 적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해도.

결국 같은 시간대에서 다른 선택으로 벌어지는 일들을 4중첩으로 그려내야 하니.

그 유기적인 연계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고민이 필요했었다.

그리고 다른 히로인들에 관심을 가질 필요도 있으니, 조금씩 다른 루트에 대한 떡밥도 섞어놔야 했고.

루트 별로 달라지는 경험에 따라 달라지는 성격 차이도 고민을 많이 해야 했다.

이런 작품은 캐릭터성을 온전히 살리는 게 가장 중요하니까.

하여튼 그런 이유로 예상보다 작업이 늦어진 것도 있고.

아무리 시험이 끝나고 자유로운 시간이라곤 해도.

강의 자체가 없는 것은 아니라서 작품에만 온전히 올인하기는 어려운 상태였다.

아마 방학이 시작되면 집에 틀어박혀서 작품만 그리지 않으려나.

...물론 작품 말고 니케나 로자리아도 어느 정도 신경을 써야겠지만.

아무튼 지금처럼 셋을 전부 신경 쓰는 것보다는 빠르게 밀고 나갈 수 있겠지.

"아, 졸려...."

"요즘 너무 열심히 하는 거 아니야? 뭐, 원래 칼리는 그랬지만."

"아모리가 그림 연습할 때, 빨리 진행해야지. 나만 한참 뒤에 내면 보기 좀 그렇잖아."

"흐응...."

그나마 다행인 건, 아모리가 다른 애들한테 문제점을 묻고는 그림 연습에 시간을 쏟아붓고 있다는 점이었다.

솔직히 아모리의 작품 자체는 많아야 일반적인 2권 분량 정도면 끝인 만큼,

그런 차이도 없었으면 벌써 완성해버렸을 거다.

"안녕하세요...."

"저기 잠 부족한 애 하나 더 왔네."

아모리도 나와 비슷하게 좀비 같은 꼬라지로 동아리 방에 들어왔다.

물론 그런데도 아름다움이 잔뜩 드러나는 외모긴 했다.

피폐한 마족 느낌이라 느낌이 좀 있네.

"이번에는 정말 가능성을 엿봤어요."

"오, 보여줘."

아마 성장한 것을 동아리 애들한테 보여주러 온 모양이었다.

아모리가 천천히 자신이 그린 그림들을 꺼내 드는데.

유리아 만큼 무서워지는 수준의 감정 전달력은 아니지만, 기존과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실력이 올라 있었다.

최근에 유리아의 그림을 엄청나게 참고하는 느낌이었는데.

결국 일부지만 그 마성을 녹여내는 것에 성공한 모양이다.

그림체도 원래와 비슷하게 귀여움을 유지하면서, 저 정도로 좋은 퀄리티를 내다니 대단하네.

"응, 좋은데? 나 처음으로 보자마자 확 느껴졌어."

"정말요!?"

"응, 이 정도만 가능하면 될 것 같은데?"

솔직히 개선하지 않고도 엄청나게 좋은 작품이 나왔겠지만.

저 정도로 업그레이드된 상태로 작품을 만든다면, 아마도 사람 여럿 울리지 않을까 싶었다.

유기적인 시스템 때문에 몰입도도 워낙 높은데, 그걸 가속하는 격이니까.

'하지만 딱히 질 거라는 생각이 들지도 않아.'

아무리 아모리가 그렇게 빨리 성정하고, 엄청난 퀄리티의 게임북을 들고 왔다지만.

나는 흥행 치트키를 잔뜩 들고 와서 그걸 상쇄한 데다, 나에게는 그녀보다는 훨씬 오랜 시간 갈고 닦은 그림 실력이 있었다.

아무리 아모리가 천재여도, 벌써 역전당할 타이밍은 아니지.

물론 방심하면 질 가능성이 큰 수준 높은 작품이 나올 확률이 높지만.

지금 나는 방심은커녕 최선을 다하는 중이었다.

여기서 맥없이 져버리면, 나는 물론이고 아모리에게도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으리라.

아무튼 이제 아모리도 연습이 끝났으니, 제대로 작품 작업에 들어갈 거고.

이미 완성된 콘티대로 그리기만 하면 되는 만큼.

그다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을 거다.

'대충 나랑 비슷하게 끝내겠네.'

나는 대충 2.5권 정도의 작업이 남아있는데, 아마 아모리는 적응하는 것에 시간이 걸릴 테니.

결과적으로는 비슷한 타이밍에 결과물이 나올 거다.

아마 우리 둘 다 방학 내에 출간까지 마칠 수 있겠지.

"그래서, 칼리는 어떻게 되고 있어?"

"보여줄까? 무거워서 원고를 보여주긴 힘들지만, 최근에 완성한 표지 정도는 가지고 있는데."

나는 모든 캐릭터가 각기 다른 포즈를 취하고 있는 1권, 즉 공통루트의 표지를 꺼내 들었다.

자신이 입은 수영복을 테마로 한 4명의 캐릭터가 다양한 색감으로 반짝거리는....

굉장히 미연시 커버스러운 일러스트였다.

"왜 속옷만 입고 있어요!?"

"응?"

"아니, 선배가 노출 심한 그림을 그리는 거야 자주 있는 일이지만.... 그러니까, 그...."

"속옷 아니야. 이 만화에서는 평상복이야."

"왜요!?"

얼마 전까지 가슴이 커져 있는 상태에서는 저런 반응이 거의 나오지 않았는데.

가슴이 줄어들어서 바보가 되니까, 또 예전처럼 야한 거에 면역이 없는 부끄럼쟁이가 되어 있었다.

슬슬 뿔이랑 날개도 꽤 작아졌던데, 이번 만화만 완성하면 정액 충전을 해줄 필요가 있어 보였다.

'그나저나 대단하네.'

서큐버스로 각성해서 큰 가슴과 뿔로 유혹하는 것도 물론 꼴리는 요소지만.

저렇게 야한 이야기만 나와도 발작하는 부끄럼쟁이인 모습도 괜찮은 포인트였다.

나름 두 가지 치트키로 따먹고 싶게 만든다는 점에서, 서큐버스라는 종족에 경의를 품게 만든다.

"이 종족은 인어라, 물이랑 엄청 가깝거든. 수영도 엄청나게 잘하고."

"수영이요?"

"그래서 대부분 수영을 위한 재질로 만들어진 수영복을 입고 살지."

"...제가 아는 수영복은 온몸을 완벽하게 가린 건데요."

"평상복을 그렇게 만들면 답답하잖아."

그렇다고 굳이 비키니나 슬링처럼 홀딱 벗겨놓을 필요는 없긴 하지.

따져보면 원피스 정도가 적당하려나?

하지만 노출이 심한 수영복은 꼴리니까 필수였다.

"맞다. 여기 아모리 너를 모티브로 한 캐릭터도 있어."

"저요?"

"응, 여기 있는 미크로 라는 애."

"오, 유일하게 옷 같은 걸 입고 있는 애네요."

"그렇지."

물론 저건 어디까지나 수영복 커버고.

그 내부에 따로 수영복이 있는데, 그것까지는 굳이 말하지 않았다.

그 반응은 나중까지 아껴두는 편이 좋겠지.

"미크로라, 특이한 이름이네."

"아, 응. 순서대로 비키니, 슬링, 미크로, 원피스라는 이름이야."

캐릭터들의 이름은 입고 있는 수영복에서 따왔다.

솔직히 캐릭터 이름은 이렇게 직관적인 편이 나에게 좋은데다.

만약에 수영복이 유행하면, 그 캐릭터 이름으로 유행할 가능성이 은근 커서 그렇게 한 것도 있었다.

괜한 이름으로 유행하는 것보다는, 원래 그 수영복의 이름이 붙는 게 낫겠지.

당장 화신 시리즈에 등장하는 속옷들도.

각기 형태들을 캐릭터들 이름을 붙여서 파는 이들이 많았었다.

그건 그나마 내가 나중에 브래지어 만화를 출시하면서 반쯤은 해결이 되었지만.

이번에는 애초에 그것까지 고려해서 만드는 것으로 해결할 생각이었다.

"이제 곧 방학인데. 우리 정말 방학 때 모이긴 하는 거죠?"

"그야 약속이니까. 아직 확정된 건 없지만, 나랑 아모리 작품이 나올 때 수도에서 보자. 여행 같은 건 그때 다시 일정을 잡는 걸로."

그 시기가 되면 아마도 아모리의 자궁에 정액 보충도 해줄 필요가 있을 거다.

생각해보니까 작품 때문에 완전히 잊고 있었는데, 나랑 아모리랑 내기도 하지 않았나?

아모리 가슴이 로자리아 가슴보다 작아지기 전까지, 아모리가 나를 유혹하는 걸로.

"...그런 내기를 했다고?"

"그, 그랬었죠."

자리에도 없었는데 가슴을 비교당한 피해자가, 아모리를 노려보았고.

정작 아모리는 그것을 눈치채지 못했는지, 나와 성적인 내기를 했다는 것 자체에 부끄러워하느라 바빴다.

저러니까 벌써 발기할 것 같은데 어쩌지.

"어, 없던 일로 하면 안 될까요? 역시 지금은 작품에 집중하고 싶고...."

"뭐, 그러자고 꺼낸 말이긴 한데."

"흐갹!?"

"요즘 아모리 반응이 귀여워서, 자꾸 괴롭히고 싶어진단 말이지."

"히익!?"

"무서워하잖아. 그만둬."

그게 꼴리는 건데, 로자리아는 뭘 모른다니까.

나도 슬슬 장난은 멈추고, 원래 이야기하려고 했던 본래의 주제로 넘어갔다.

"그냥 내기는 없던 걸로 할 거야."

"가, 감사합니다...."

"아니 원래 그럴 생각이었다니까."

"에헤헤...."

"대신, 우리 둘 다 만화 작업이 끝나면 만나자."

"왜요?"

"왜긴 왜야, 가슴 상태나 보고 말해."

벌써 정액을 다 써버려서, 납작해진 모습을 보면 절로 안쓰러워진다.

물론 어느 정도 마력이 부족한 상태로 살아가는 것 자체는 가능하겠지만.

저 상태로 오래 유지되면, 정액 결핍증이 다시 재발할 테니까.

"그, 그러니까 선배랑 섹스하자는 뜻이잖아요!?"

"그렇지?"

"엣, 에엣...."

"저번에는 내가 죽기 직전까지 역강간을 해놓고, 그런 반응을 해도 말이지."

"그, 그건...! 제가 폭주하는 바람에...!"

"애초에 폭주하기 전에도 나한테 정액 달라고 부탁했잖아. 뭘 인제 와서."

아모리는 계속 내 시선, 아니 정확히는 내 자지 쪽을 보지 않으려고 나에게서 고개를 돌렸다.

하긴 서큐버스가 보기에는 먹음직스럽게 발기해 있을 테니.

아무래도 똑바로 바라보기는 힘들려나.

"알아서 위험한 것도 있단 말이에요...."

"뭐가 위험한데?"

"선배랑 하면...."

"나랑 하면?"

"그...."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몰라서 말을 고르는 모습이 되게 귀여웠다.

다만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어서 저러는지 궁금한 것은 정말이었다.

나랑 하는 게 싫다는 건가?

"우으, 으으. 으아앙...."

"아모리, 그렇게 웅얼거리면 전혀 들리지 않아."

"너무 기분 좋아서 부서져 버릴지도 모른단 말이에요...!"

...유혹 내기를 정말로 강행 했으면, 이쯤에서 내가 패배했을 것 같은데?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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