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화 〉 41권 내 수영복 만화가 아카데미 하렘 코미디를 전력으로 지원하고 있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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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대단하네."
이미 스토리라인을 알고 있어서, 사실상 스포를 당한 채로 플레이를 했지만.
그런데도 아모리의 게임북인 '시간의 서클라인'은 엄청난 감동을 줬다.
아무리 길어도 책 한 권 분량이라, 플레이 타임 자체는 말도 안 되게 길 수 없었지만.
그 한 권에 담긴 감동은 그 누구도 재현할 수 없으리라.
내가 고른 선택에 어떤 예상하기 힘든 결말이 나오더라도.
굉장히 자연스럽게 녹아있는 흐름이, 전부 내 선택 때문에 벌어졌다고 느끼게 만든다.
내가 정말 만화의 주인공이 된 것 같은 엄청난 일체감이 생기고.
결국은 스토리 때문에 눈물을 한 번은 쏟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솔직히 '게임성'이라는 장르로 따진다면 내가 패배했다고 봐도 되겠지.
'하지만, 결국 우리가 싸우는 카테고리는 만화니까.'
내가 이번에 몸을 갈아 넣어서 만든 '잔잔한 물가의 일렁임'은 선택지가 배제된 형태의 미연시를 표방했다.
따라서 히로인만 고를 뿐, 모든 루트 전개는 내가 정해준 대로 따라가야 하지만.
그만큼 내가 보여주고 싶은 엔딩들을 딱 보여줄 수 있는 장점도 있다.
"괜히 이런 형식을 한 미연시들이 다수 존재하는 게 아니지."
특히 평범해 보이는 이 시골에 담겨있는 비밀과.
그 비밀을 풀어나가는 루트마다 담긴 실마리들, 그리고 그 비밀에 제대로 부딪히는 메인 루트까지.
장르에서 자주 쓰이는 공식까지 전부 끌고 왔다.
흥행에는 이유가 있는 법이니까.
"뭐, 비키니섬이라는 컨셉을 떠올린 건 우연이었지만.... 꽤 괜찮았지."
세계관인 비키니섬은 인어들이 살아가는 소수 종족의 섬인 동시에.
다른 세계와는 격리된 시골로 표현되지만.
그 이전에 인어를 이용한 '인체 실험'을 동족인 인어들에 의해 실시하는 잔혹한 실험대이기도 하다.
현실의 비키니섬이 핵실험 장소라는 것에서 모티브를 딴 설정인데.
비키니를 입은 비키니와 마이크로 비키니를 입은 미크로가 그 인체 실험의 피해자로 그려지고.
외부인인 미즈기라는 주인공이, 그것에 휘말리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였다.
실험에는 실패했지만, 실험으로 인해 정신이 망가져 있는 상태로 방치된 비키니.
실험에 성공해, 정신을 망가트려 가면서 그 힘을 악용당하는 미크로.
실험과는 무관하게, 그 섬에서 권력에 해당하는 자리에 도전하고 쟁취하는 원피스.
그 실험을 자행하는 것에 연루되어, 갈등하고 괴로워하는 슬링.
나름 캐릭터성을 살리기 적당한 설정이라고 생각했고.
실제로도 각 히로인이 나름의 매력을 보여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당장 들려오는 평가만 해도, 굉장히 최애캐가 갈리는 듯해서.
꽤 흡족해하는 중이었다.
솔직히 나와 아모리의 작품 어느 쪽도 다 재밌지만.
취향에 맞는 히로인을 저격당하기엔, 다수의 히로인이 포진한 내 작품이 유리했고.
아마 그 부분에서 근소하게 내쪽이 좋은 평가를 받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와, 근데 진짜 시간 빨리 간다."
방학이 시작되고, 정신없이 작품을 마무리하고.
그 뒤로는 누적된 피로를 풀겠다며 별장에서만 뒹굴뒹굴했는데.
니케랑 로자리아와 함께라 그런지, 시간이 쭉쭉 흐르는 느낌이다.
'슬슬 일정을 잡아야겠네.'
나랑 아모리도 무사히 작품을 출간했고.
방학 때 동아리원에 니아까지 추가해서 만나는 시간을 가지기로 했었는데.
아무래도 슬슬 날짜를 잡아야 할 것 같았다.
'뭐, 그래봐야 대부분은 연락이 닿지만.'
대부분은 어디에서 지내는지 주소를 받아 놓았기에, 연락을 넣으면 되는데.
그나마 문제가 되는 건 니아 정도가 아닐까 싶었다.
아무래도 방학에 나랑 '니아르' 상태로 만나려면, 쉽게 연락하기 어려우니까.
저쪽에서 접촉할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나?
"어, 안에 있지. 들어와."
"...응?"
그때 현관 쪽에서 로자리아가 누군가를 맞이하는 소리가 들렸고.
무슨 일인가 싶어서 나가봤더니.
니아가, 그러니까 니아르 상태가 아니라 평범하게 황태자인 니아가 우리 집 앞에 와 있었다.
...조금 상태가 이상한 채로.
"그래서, 뭐가 어떻게 된 거야."
"물어보지 않으면 안 될까?"
뜬금없는 타이밍에 찾아온 니아가 묘한 부탁을 하니, 아무래도 이상한 느낌이라 물어봤지만.
니아는 대답해줄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약간 표정에 긴장이나 불안 같은 것도 보이고....
무슨 일 있었나?
"뭐, 니아 네가 물어보지 말라니까.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굳이 묻지 않겠지만.... 아무튼 별일이네."
"어려운 부탁을 해서 미안해."
"미안할 게 뭐가 있어. 나야말로 네 핑계로 애들 두 번 보면 좋지."
방금 니아가 했던 부탁은, 니아르가 아닌 니아 상태로 한 번 모임에 따라가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그다음에는 니아르로 한 번 더 가고.
...아직 방학에 그 정도 여유는 있으니까, 큰 상관은 없을 거다.
"아무튼 최대한 빨리 연락 넣어볼게. 그나저나 어떤 걸 원하는 건데?"
"딱히 원하는 건 없는데. 평소에 동아리 방에서 만화 말고 놀 때 있을 거 아냐. 그거에 나도 좀 어울리고 싶다고 할까...."
"어...."
대부분은 야한 짓이라서 어울리라고 하기가 뭐한데.
다른 애들은 니아가 황태자라는 사실을 모르고, 앞으로도 몰라야 하니까.
물론 반쯤 농담 같은 소리고, 야한 짓 말고도 같이 밥이나 디저트를 먹는 등의 컨텐츠도 충분히 있긴 해.
"게임 해도 되고."
"게임?"
"이너 메르헨이라던가."
"아하...."
슬슬 이너 메르헨도 확장판인 후속작을 만들 필요가 있네.
아무리 이쪽에 있어서 새로운 형식의 게임이라지만, 반년쯤 지나면 좀 메타가 굳어지는 시점이니까.
이제 새로운 덱들이 필요할 때다.
그래도 지금은 작품을 마무리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라.
여기서 더 원고 작업을 하는 건 무리라, 일단 방학이 끝날때 까지는 놀아야겠지만.
"그럼 장소는?"
"흠, 평범하게 단체용 여관 같은 걸 빌릴까? 2개 빌려서 남자랑 여자방으로 나누면 될 것 같은데."
근처에 괜찮은 게 있었던 것 같은데.
물론 좀 낡긴 했지만, 그 집은 오히려 그게 매력이었다.
오히려 낡은 건물인데, 냉난방 마법 도구는 설치된 특이한 곳이었으니까.
큰 방은 빌려본 적이 없지만, 맨날 안 나간다고 불평하시는 건 들었거든.
그러니까 아마 방을 잡는 것도 그다지 어렵지 않을 테고.
"좋아, 그럼 그렇게 하는 걸로."
일단 최대한 빠르게 일정부터 잡아서, 편지를 보내야겠다.
『야한 만화가 합법인 세상에서』
"오, 생각보다는 빨리 모였네요."
"오늘은 원래 계획했던 그건 아니고.... 그건 바로 직후에 날짜 잡을 거야."
"아하. 그럼 이건 작품 뒤풀이 같은 거예요?"
"그렇지."
다음 모임은 수영복이 더 나오면, 다 같이 수영하러 갈 생각이거든.
그나저나 아무리 동아리 느낌으로 모이자고 했어도 그렇지.
굳이 이렇게 다들 제복을 입고 오지는 않아도 되는데....
'하긴, 요즘엔 마이크로 비키니 입고 다니는 애들도 있더구먼.'
우리 아카데미 제복이 굉장히 부끄럽긴 한데.
아무리 그래도 마이크로 비키니를 입고 다니는 것보단 낫겠지.
도대체 왜 도심에서 그런 걸 위에 아무것도 안 걸친 상태로 입고 다니는지는 의문이지만.
"아무튼, 일단은 짐도 적고 여유 있는 남자 방에서 놀고. 밤이 되면 여자들이 다 이동하는 걸로 하자."
"슬쩍 들어와서 보지에 자지 꼽은 채로 자도 되지?"
"되겠냐?"
유리아 너는 대체 무슨 사고를 하면 그런 결론이 나오는 거야.
내가 어처구니없어하니까, 잠시 생각한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했다.
그래, 아무리 네가 생각해도 미친 발언이었지?
"생각해보니까 후보가 다섯이나 있잖아. 말 없이 내가 하면 나쁜 짓이지."
"저기요?"
그게 왜 그렇게 되는 건데.
아무튼 저런 미친 의견은 미리미리 전부 컷해둘 필요가 있었다.
아예 섹스하지 않겠다는 건 아니지만, 준비되지 않았을 때 쳐들어오는 건 위험하니까.
왜냐면 오늘 표면상 남자 둘만 남으면, 니아랑 잔뜩 하는 타임을 가질 건데.
그 타이밍에 들어오면 니아가 여자라는 사실을 들키잖아.
그런 이유로, 평소라면 몰라도 이번에는 안 된다.
"이상한 소리 하지 말고, 이거나 먹어."
"먹여줘."
"네가 알아서 먹어. 왜 애도 없는 게 자꾸 나대."
"애 크기의 가슴은 있어서요."
"......."
대화가 꽤나 어지럽네.
하긴 이래야 우리 만화 동아리의 분위기지.
다만 후배들이 조금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하....
"선배, 뭘 그렇게 키우고 계시나요?"
"내가 괜한 걱정을 했네."
"히익!? 뭐, 뭐 하는 거야! 여긴 밥 먹는 곳이거든!?"
"오랜만에 아모리 말에 동의한다."
걱정하기 무섭게 내 자지를 발가락으로 건들면서 장난치는 코코아의 모습에 헛웃음이 나왔다.
생각해보니까 얘들은 원래 마이페이스였지.
걱정할 필요 없었던 것 같다.
"칼리도 빨리 먹어. 우물.... 맛있어."
"그래...."
오히려 열심히 먹고 있는 오르카가 가장 정상적으로 보일 정도였다.
그나저나 참 대단하네, 옆에 니아가 있는데도 저 페이스를 유지할 수 있다니.
...아니면 그냥 무시당하고 있나?
"역시 떠들썩하네. 나도 나름 재밌는 학생회 생활을 하고 있는데. 여긴 그 이상이야."
"난장판인 거지. 아마 학생회 쪽이 정상일 거야."
물론 이 난장판의 매력이 있는 법이지만.
나는 아까부터 자꾸 장난을 치는 코코아의 발가락을 애써 무시하며.
금방 비어버린 니아의 물컵을 채워줬다.
"...자비 없는 자식."
"본인이 하자고 했으면서."
"친구면 적당히 봐줄 줄도 알아야지."
"친구니까 용서 없이 괴롭히는 것도 있는 법이야."
지급 내가 계속 니아에게 물을 먹이고 있는 이유는.
그리고 니아가 얌전히 내가 주는 대로 받아먹는 이유는.
이 모임이 시작하기 전, 니아의 부탁으로 내가 하고 싶은 조교 플레이 하나를 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최대한 잘 버텨봐."
"버, 벌써 한계 같은데."
"황태자님치고는 너무 빠르게 나오는 약한 소리네요."
"......."
그리고 그 조교 플레이의 하나로, 지금 니아의 속옷 안에는 열쇠로 잠긴 정조대가 채워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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