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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한 만화가 합법인 세상에서-214화 (214/229)

〈 214화 〉 43권 ­ 어른이 되지 않는 소녀의 세계(3)

* * *

"미안하다. 원래라면 너희도 이런 식으로 내용부터 알게 되면 안 되는 건데."

"신경 쓰지 마세요. 저희가 하겠다고 한 거니까요."

"맞아, 싫으면 미리 거절했겠지."

"그럴 시간 있으면 빨리 작품 완성이나 해."

"...고마워."

아무래도 작품이 완성되기 전에, 카드 환경부터 테스트할 필요가 있기에.

효과만으로 이루어진 테스트 덱을 통해, 만화 동아리 애들이 테스트 플레이를 해주고 있었다.

물론 효과뿐이지만, 그래도 나중에 덱 내용물은 스포가 되기 때문에.

솔직히 좀 미안했다.

내 지인이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얘들도 내 작품을 좋아해 주는 독자다.

그런데 내 부탁 때문에 온전히 작품을 즐기지 못한다는 소리니까.

하지만 카드게임인 이상, 이런 인원이 없으면 정상적인 결과가 나오지 않아서 도와달라고 하지 않을 수도 없다.

"대신 맛있는 밥 사는 거였지?"

"제대로 대접해야지. 가서 먹을 시간도 없으니까, 내가 아예 사람을 부를게."

어차피 돈은 썩어 넘치는데, 가끔은 그걸 이용해서 모두에게 대접할 필요도 있지.

사실 방학 때 모이는 걸 그렇게 해야 했는데, 그 비용은 대부분 니아가 처리해버려서.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대접할 필요가 있었다.

"이거 덱 파괴가 너무 빠른 것 같아."

"그래?"

"응, 덱이 파괴되는 만큼 서치카드 영향력이 줄어드는데. 그 부분이 고려되지 않은 느낌? 그것 때문에 메르헨 진행 속도가 느려지거든."

"아하, 그건 고려 안 했네. 오케이, 밸런스 좀 조정해봐야겠다."

하여튼 덕분에 최소한의 밸런스 조정에 필요한 것들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사실 제대로 전문 팀을 가지고도 완벽하게 잡지 못하는 것이 밸런스인 만큼, 이런다고 완벽하게 밸런스를 해결할 수 있을 리는 없다.

하지만 최소한 게임을 적당히 굴릴 정도의 밸런스는 맞아야 하니까.

"그래서, 작품 쪽은 잘 진행하고 있어?"

"적당히? 1권 작업은 끝났어. 2권 시작했고."

다만 말이 끝난 거지, 밸런스 부분에서 문제가 발견될 수 있어서 제출은 어렵다.

그 경우에는 작품 내에 등장하는 카드를 수정해야 하거든.

카드까지 최종안이 결정되면, 그때 카드랑 같이 인쇄에 들어갈 거다.

"맞다. 그럼 이번 작품은 신작이잖아. 예약 보상은 뭐야?"

"특전 레어 카드."

원래 일반 카드지만, 특정 시점에서 굉장히 활약하는 카드가 하나 있어서.

심지어 세계관과 관련된 카드라, 사실상 이번 모든 덱에 들어있는 카든데.

무려 카드를 2장 뽑는다는 사기적인 이벤트 효과를 지니고 있다.

하여튼 효과는 그대로지만, 디자인만 컬러로 뽑아서 제공할 생각이다.

모든 덱에 들어가니까, 원하는 덱에서 사용할 수도 있고.

성능도 강력하니까, 자주 보여서 기분 좋을 거다.

"그 카드면 엄청나게 자주 보이겠네."

"다음부터 예약은 무조건 놓치기 싫어질걸."

"악질적이네."

"최대한 내 작품을 바로 즐겨줬으면 하는 마음이 있으니까. 어쩔 수 없잖아."

솔직히 이렇게 사전 예약 보상까지 챙겨주면, 안 그래도 마진을 적게 잡는 내 스타일상 돈을 못 번다.

하지만 오히려 돈은 못 벌어도 되니까 더 많은 사람이 작품을 즐겨줬으면 하거든.

솔직히 지금도 정말 많은 사람이 즐겨줘서 고맙지만, 내 욕심은 끝이 없어서 말이지.

"그런데 은근히 기존 캐릭터들도 많이 신경을 썼네. 카드는 적게 바뀌었는데, 그 영향력이 꽤 강해."

"그래야 플레이 경험이 조금이라도 바뀌니까. 아무래도 계속 같은 덱을 똑같게만 굴리면 질릴 거 아냐."

최대한 적은 영향력을 가진 카드나, 성능이 낮아서 사용률이 낮은 카드를 가져다가.

확실하게 덱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강력한 리턴을 줄 수 있는 카드들로 리뉴얼했다.

다만 무조건 강한 게 아니라, 덱별 컨셉을 살리는 조건들로 재미를 느끼게 했지.

"라푼젤의 임신 중독 대체 카드가 장난 아니라니까?"

"아, 대형화 말하는 거지?"

기존 임신 중독은 출산하지 않은 촉수들을 많이 만들어 메르헨 턴을 빠르게 오게 만드는 카드였다.

초반에 제대로 연구되기 전에는 대회에서 조커픽으로 쓰이다가, 최근에는 너무 대응책이 많아져서 사장된 카드지.

그걸 진행하기 위해 들어가는 코스트도 꽤 비싸고.

하지만 그 대체인 대형화는 그런 막타 카드가 아니라.

출산하지 않고 방치된 촉수들을 대형 촉수로 특별 출산시키는 저렴한 코스트의 카드였다.

그 대형 촉수는 일반 촉수보다 아주 조금 더 좋다는 것 말고는 대단한 장점이 없지만, 다시 낳는 것도 대형 촉수가 나온다는 특징이 있다.

그리고 그 대형 촉수에 다시 대형화를 사용하면, 초대형 촉수가 되고.

마찬가지로 약간 좋을 뿐, 엄청 특별한 효과는 가지고 있지 않다.

하지만 초대형 촉수가 다음 아기를 낳을 때 거대화를 사용하면 이야기가 달라지지.

"완전태로 이겨봤어? 어려웠을 텐데."

"그런가? 할 만하던데."

그럼 완전태라는 이름의 특별한 촉수로 변하는데.

이 촉수는 놀랍게도 상대와 내 모든 카드를 확인하고, 둘의 카드 중 캐릭터 카드 하나를 골라.

그 캐릭터 카드를 아래 깔고 숙주로 삼는데.

이 촉수는 촉수의 특징과 그 카드의 능력 모두를 가지고 있고.

그 카드가 요구하는 모든 코스트를 0으로 하여 능력 등을 사용할 수 있다.

심지어 더 강해진 촉수의 능력과 번식까지 가지고 있는데.

번식할 때마다 생기는 완전태는 다 그 캐릭터 카드의 복제가 되니까.

그 개수만큼 캐릭터 카드의 효과를 발동할 수 있다.

성공만 하면, 리턴 값 자체는 장난이 아니다.

'사실 3번 그렇게 한다는 것 자체가 힘들지만.'

아무리 라푼젤이 사용한 카드를 재활용할 방법이 꽤 있는 덱이라고는 해도.

아무래도 발동시키기는 쉽지 않은 효과였다.

"다행이네. 나름 즐기고 있는 것 같아서."

"응, 그러니까 걱정하지 말고 작품 활동이나 해. 우리도 나름 미리 즐기면서 재밌으니까."

"그렇게 생각해줘서 고맙다."

그래, 자꾸 이런 걸로 고민할 시간에 더 좋은 작품을 그려내는 것이 더 낫다.

그게 오히려 조금이나마 고마움을 갚을 방법이겠지.

『야한 만화가 합법인 세상에서』

"감사합니다."

한 여성이, 꽤 크기가 있어 보이는 박스를 받으며 감사 인사를 했다.

그리고 그녀는 급하게 집으로 뛰어가더니, 그 박스를 열어서 책으로 보이는 것을 꺼냈다.

그 책에는 '어른이 되지 않는 소녀의 세계'라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

"이 아래 있는 게 덱들이고.... 아, 이게 전작 변경 카드구나."

박스에 들어있는 10개나 되는 구성물을 하나씩 살피던 그녀는, 처음 꺼냈던 책을 제외하고는 깔끔하게 정돈해서 책상에 올려놨다.

그리고 남은 책만 들고 소파에 앉더니, 몸을 부르르르 떨면서 페이지를 넘겼다.

"흐,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르겠네. 이번 작품은 또 무슨 내용일까?"

이미 그녀는 시우라는 이름만으로도, 작품에 엄청난 기대를 품고 있었는데.

심지어 굉장히 환상적으로 보이는 책의 표지는, 그녀에게 그런 감정을 더 부추겼다.

"오...."

책의 초반부는 그녀에게도 익숙한 '메르헨'에 대한 이야기였다.

다만 조금 과격한 이야기였던 것이, 어떤 여리고 작은 소녀의 메르헨 카드가 어른들의 무심한 행동 때문에 찢겼기 때문이다.

그것으로 인해 그 소녀는 어른이 되지 않았고, 세상은 그런 그녀를 마녀로 취급하며 핍박했다.

부모까지 그녀를 가져다 버릴 정도였으니, 굉장히 어두운 이야기였으리라.

"...어?"

그렇기에 그녀는 정말로 마녀가 되었다.

어른이 되어서, 메르헨 카드가 필요 없어진 이들은 자신의 카드를 방치하거나 버렸고.

그녀는 그렇게 어른들에게 버려진 카드들에 속삭인다.

「어른이 되는 건, 정말이지 나쁜 거야. 너희도 그래서 버려졌잖아.」

「그러니까, 어른에게 버려진 우리가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보자.」

「아무도 버려지지 않는 아이들의 낙원, 네버랜드를.」

여러 색이 뒤섞인 빛이 뿜어져 나오고.

강렬한 빛이 완전히 페이지를 뒤덮더니, 굉장히 아기자기한 환상의 나라가 펼쳐진다.

어디에도 없는 환상의 세상, 네버랜드의 모습이었다.

「어른이 되지 않아도 된다고?」

「그래, 네버랜드에서는 영원히 어린아이인 채로 지낼 수 있어.」

그리고 어느새 그 환상의 세계는, 그 세계로 향하는 문으로 바뀌고.

그 문 앞에서 아까 그 아이, 페트라가 웬디라는 소녀에게 네버랜드를 소개하고 있다.

어른이 되고 싶지 않았던 웬디는, 쌍둥이 동생인 릴리와 함께 페트라를 따라간다.

"와아...."

그녀는 마치 자신이 모험하는 기분이 들어서, 굉장히 들뜬 마음으로 페이지를 넘겼다.

네버랜드라는 세상은, 일반적인 상식과는 전혀 다른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환상의 세계였다.

빵과 쿠키가 나무에서 열리는 건 물론이고, 딸기시럽이나 초코시럽이 흐르는 강까지 있었으니.

굉장히 비상식적이고 환상적인 장면들이, 그녀의 무언가를 충족시키기 시작했다.

다만 그렇다고 네버랜드가 완벽한 것은 아니었다.

네버랜드를 만든 페트라조차, 네버랜드를 마음대로 할 수는 없었고.

어른들인 라헬과 그 부하들이, 시도 때도 없이 아이들을 공격해왔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페트라의 메르헨 배틀 실력이 매우 좋다는 것이었는데.

페트라는 아직 실력이 좋지 않은 웬디를 대신해, 꽤 많은 적을 물리쳤고.

그렇게 웬디와 릴리는 페트라의 도움을 받아, 네버랜드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나는 페트라를 이해할 수 없어. 어차피 이 아이들도 배신할 거야. 페트라의 옆에 남아있는 건 나 뿐일걸?」

「조용히 해. 벨. 웬디는 달라, 진심으로 어른이 되기 싫어했다고.」

「맞아 벨. 나는 어른이 되고 싶지 않아! 페트라처럼 되고 싶어서 열심히 노력하고 있어!」

그렇게 어느 정도 웬디가 네버랜드의 생활에 익숙해지나 싶었는데.

갑작스럽게 나타난 '벨'이라는 소녀가, 페트라에게 달라붙으며 웬디에게 적대의 눈빛을 보냈고.

벨은 웬디를 믿을 수 없다며, 네 각오를 보여달라는 이유로 웬디에게 메르헨 배틀을 신청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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