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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한 만화가 합법인 세상에서-215화 (215/229)

〈 215화 〉 43권 ­ 어른이 되지 않는 소녀의 세계(4)

* * *

"오...."

이제까지 웬디는 굉장히 어른스럽게 네버랜드가 잘 운영되도록 도왔지만.

전투에 대해서는 항상 페트라에게 일임했다.

아무래도 메르헨 배틀에 대해서는 젬병이었으니까.

하지만 이번에는 굳이 충돌하지 말라는 페트라의 말도 무시하고.

남을 자기 멋대로 재단하는 말을 하는 벨의 행동이 잘못되었다고 말하며.

자신이 얼마나 진심으로 어른이 되고 싶지 않은지, 얼마나 네버랜드를 좋아하는지 보여주고 싶다며 메르헨 배틀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이제까지 페트라의 행동을 보면서 배웠던 것들을 기반으로 삼아.

자신의 메르헨 덱을 새롭게 창조해, 결투에 임한다.

「생각보다 배짱은 있네. 하지만, 어리석어. 내가 네버랜드에서 얼마나 긴 시간을 싸워왔다고 생각하는 거야?」

「맞아. 네가 더 강하겠지.」

「...뭐?」

「하지만, 강하다고 해서 굴복하는 건. 어른이나 하는 일이라고 페트라가 그랬어.」

「너.... 건방지네.」

만화를 읽던 여성은, 자신감 있게 제 생각을 쏟아내는 웬디의 모습이 멋있다고 생각했다.

또한 그런 감정을 느끼는 것으로 인해, 웬디의 이야기에 몰입하게 되고.

점점 자기 자신을 투영하여, 어느새 그녀는 웬디처럼 어른이 되고 싶지 않은 한 소녀가 되어 있었다.

벨의 덱은 굉장히 질척거린다는 말로 표현할 수 있는 덱이었다.

어떤 행동을 양쪽에 모두 금지하는 식으로, 상대방의 행동을 제약하고.

남은 플랜을 사용하면, 그것을 트리거로 상대방의 손해를 추가로 창출하는....

승리보다는 괴롭히는 것에 치중된 덱이다.

내가 승리를 가질 수 없다면, 너 또한 승리를 가질 수 없다는.

그런 이기심과 질투가 가득한 덱이었고.

그 어두운 마음을 갈고 닦아,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하나씩 예측하면서 괴롭히고.

그것을 통해 승리를 달성하는 것이 벨의 강함이었다.

「그래봐야, 아직 페트라의 덱을 따라 하는 수준밖에 안 될 거 아니야? 페트라면 모를까, 너 같은 초심자한테 질 리는 없거든?」

「그건 어디까지나 해봐야 아는 거지. 드로우...!」

얼마 전까지 적들과의 전투로 소개된 페트라의 덱은, 강력한 화력으로 밀어붙여서 상대를 압박하는 '힘'을 상징하는 덱이었다.

온갖 하이리스크와 하이리턴을 가진, 하지만 왠지 테마는 서로 전부 다른 카드들을 잔뜩 덱에 넣고 다니면서.

부족한 카드 간의 연계와 하이리스크라는 단점을, 말 그대로 화력으로 보완하는 듯한 컨셉이다.

하지만 그걸 보고 메르헨 배틀을 배웠을 웬디의 덱은 전혀 달랐다.

마찬가지로 상대의 덱과 패를 박살 내서 승리한다는 것은 같았지만.

덱의 내용물이 전혀 따로 놀지 않고, 서로 합이 잘 맞는 연계형 덱이었다.

「...어? 페트라랑 스타일이 전혀 다르잖아!?」

「그래, 그걸 예측하지 못한 것이 네 패배 원인이 될 거야.」

「잘난척하긴, 지금부터 대응해도 너 같은 건 충분히 이길 수 있어.」

웬디의 덱은 꽤 특별한 방식을 가지고 있었다.

어른스럽게 모두를 이끌고, 엄마처럼 이끌어나가는 평소 모습을 그대로 그려낸 듯.

덱의 흐름에 있는 모든 요소를 포용하며, 안아주는 듯한 느낌이다.

분명 페트라의 덱처럼 따로 노는 컨셉들을 가져와서 사용하는데.

그 컨셉들이 신기할 정도로 잘 연계되어, 새로운 가치를 창조해냈다.

그리고 그것뿐만이 아니라, 웬디의 포용력은 다른 것까지 안아버렸고.

「무, 무슨 짓이야...!」

「네가 너무 험하게 다뤄서, 잠시 내 품에 안겨서 쉬려는 것뿐이야.」

상대방의 버려진 카드를 설득해, 자신과 함께하도록 한다.

벨은 자신이 가장 싫어하는 '빼앗긴다'라는 감정을 만든 웬디에게 분노했고.

흥분하지 않고 판단해야 할 것들에서, 계속해서 잘못된 선택을 했다.

「아, 아아아아악! 그러지 마, 그만, 그마아안...!」

결국 벨은 패배했고, 악몽과도 같은 싸움의 내용 때문에 충격을 받아.

그대로 자리에 주저앉아서 아주 어린 아이처럼 엉엉 울기 시작했다.

페트라는 정말로 벨을 이긴 웬디에게 박수를 쳐줬다.

「고맙긴 한데, 조금만 있다가.」

하지만 웬디는 페트라의 축하보다 급한 것이 있었다.

웬디는 주저앉아서 울고 있는 벨을 꼭 안아주더니, 그렇게 싫어할 줄 몰랐다며 사과했다.

그리고 이제 괜찮다며, 주인에게 돌아간 카드들을 보여줬다.

"...엄마랑 딸 같네."

분명 초반에는 웬디를 괴롭히려는 악역 같은 느낌이었는데.

왠지 지금은 엄마한테 어리광을 부리던 어린아이처럼 느껴졌다.

여성은 흐뭇한 감정을 느끼며, 페이지를 다음으로 넘겼다.

벨은 결국 웬디를 인정했고, 웬디의 주도하에 네버랜드는 굉장히 안정화되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강한 힘을 가진 페트라에 의해서 어떻게든 억제되던, 시한폭탄 같던 네버랜드가.

이제는 점점 진심으로 소속감을 느끼고, 발전하는 아이들의 세상이 되어갔다.

하지만 그런 상황이 지속되면 지속될수록, 또 다른 문제가 생겨날 수밖에 없었는데.

그렇게 네버랜드가 안정되길 원하지 않는 집단이 있었기 때문이다.

"슬슬 잘 돼 가니까 방해가 들어오네...."

바로 라헬과 그녀를 따르는 추종자 어른 집단이었다.

굉장히 커다란 가슴과 가는 몸매를 가진 미녀들로 이루어진 약탈자들.

항상 페트라가 있는 곳마다 찾아와서, 메르헨 배틀로 시비를 건다.

특히 평소에는 얌전하던 녀석들이, 최근 들어 웬디가 네버랜드를 좋게 만들자.

그게 부럽다는 이유로 웬디를 빼앗으려고 달려들었다.

물론 겉으로는 웬디는 어른이 되어야 한다며, 자신들과 함께 가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웠지만.

이제 네버랜드의 어머니나 다름없어진 웬디를, 그런 식으로 빼앗으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 소리였다.

이전에도 그런 식으로 인재들을 어른들로 만들어, 빼앗아 오던 악랄한 집단이라는 걸.

페트라를 통해 모든 네버랜드의 아이들이 알고 있었으니.

그런 거짓말이 통할 리가 없었다.

「하, 아무리 생각해도 웬디 너는 그런 애새끼들이랑 같이 있을 녀석이 아닌데.」

「라헬, 미안하지만 나는 어른이 되고 싶지 않아. 이 아이들과 함께 평생 아이로 사는 것이 행복해.」

「그거야말로, 누구보다 어른스러운 말이라는 걸. 아직도 자각하지 못하는 거야?」

「...그렇더라도, 나는 아이처럼 고집을 부릴 거야.」

「그래, 그게 네가 그 자리에 있을 수 있게 도와주는 힘이구나.」

라헬은 페트라도 죽이는 것에 실패했을 정도로 강대한 적이었고.

그래서 그나마 라헬보다 살짝 강한 페트라가, 라헬을 물리치면서 버텨내 왔다.

그런데 오늘은 하필 페트라가 새로운 아이들을 데려오기 위해 벨과 함께 현실에 나갔고, 그런 타이밍을 골라서 라헬이 쳐들어온 것이 문제였지.

"...웬디가 막을 수 있을까."

이제 웬디는 벨 정도는 가볍게 이길 수 있는 건 물론, 페트라 정도가 아니면 상대가 되지 않을 정도로 성장했지만.

그렇다고 해도 페트라를 이길 수 있을 정도로 강해진 것은 아니었다.

그런 페트라와 거의 비슷한 실력을 갖춘 라헬을 웬디 혼자서 막아야 한다니....

「역시 아쉬워, 우리도 나 같이 우연히 리더가 된 녀석이 아니라, 너 같은 녀석이 있어야 하는데 말이야.」

「...무슨 소리야? 네버랜드의 리더는 페트라야.」

「흥, 그 녀석은 힘만 세고 질투심이랑 욕심만 가득 찬 바보잖아. 리더로써 하는 일이 없어. 지금 네버랜드의 진짜 리더는 너지.」

"그건 맞지."

악역이지만 맞는 말을 하는 건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한 여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페트라도 멋있긴 하지만, 실질적으로 네버랜드를 지탱하는 건 웬디였다.

그래서 그 둘의 조합으로 완벽하게 네버랜드가 발전할 수 있는 거고.

「...그래서? 나를 없애면 네버랜드를 와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그럴 리가. 그것보다는 우리한테도 네가 필요할 뿐이야. 스카우트하러 온 거지.」

「그렇게 될 가능성은 없어. 나는 어른이 되지 않을 거니까.」

「알아, 그래서 더 아쉬운 거고.」

라헬은 그렇게 말한 뒤, 자신의 실력을 모두 발휘해 웬디를 압박했다.

마카롱이라는 과자를 컨셉으로 한 듯한, 굉장히 귀여운 테마의 덱이었지만.

그 영향력은 흉포하던 페트라의 덱과 비슷할 정도였고.

몇 차례 뒤에 발동하거나 하는 기다림이나 시간을 중요시하는 스타일이었기에.

후반부에 엄청나게 많은 수의 효과가 터져 나오며, 빠른 속도로 메르헨을 진행해나갔다.

기다려야 발동하는 특성상, 웬디가 버려진 카드는 빼앗더라도 바로 효과를 발동하기 어려웠고.

결국 웬디는 한 끗 차이로 라헬의 메르헨이 완성되는 것을 보고 있어야만 했다.

물론 라헬은 거기까지 계산하고 이 자리에 온 것이기에, 당연하다는 듯 승자의 영향력을 발휘하여.

그곳에 있던 아이들 모두를 납치해갔다.

「...웬디?」

그리고 새로운 아이를 구하지 못하고 허탕을 친 페트라는 네버랜드에 돌아왔고.

이상할 정도로 비어있는 집을 보고 당황한다.

그러다가 최근에 계속 공격해왔던 라헬이 떠올랐고, 라헬이 이런 짓을 벌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역시 최대한 빨리 죽였어야 했는데.」

그렇게 분노하며 싸우러 가려던 페트라는, 집에서 처음 보는 메르헨 카드를 발견했다.

그 카드에 담긴 잠재성은 굉장히 강력해 보였고.

그게 있다면 확실히 라헬을 죽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앞뒤 생각도 없이 카드를 주우려 한다.

하지만 뭔가 이상함을 감지한 벨은, 페트라를 말리고 자신이 대신 카드를 붙잡았는데.

그 순간 메르헨 카드에 담겨있던 저주가 쏟아져 나와, 벨이 깨어날 수 없는 잠에 빠지게 했다.

당황한 페트라는 벨을 흔들며 깨워봤지만, 일어날 기미는 보이지 않았고....

「절대로, 용서 못해....」

페트라는 이제까지 보여준 적 없는 굉장히 험악한 표정으로 분노했으며.

라헬이 평소에 지내고 있는 본거지를 향해, 자신이 낼 수 있는 최고의 속도로 날았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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