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야한 만화가 합법인 세상에서-217화 (217/229)

〈 217화 〉 44권 ­ 어른이 되어 버린 소녀의 세계(1)

* * *

「나는 꽤 네버랜드의 초반에 들어온 사람 중 하나야. 실제로 어른 중에서도 나이가 좀 있어 보이잖아?」

「아.」

「놀랍게도 그때도 지금도 페트라가 정한 네버랜드의 규칙은 그대로야. 바뀐 게 하나도 없어.」

「...어른이 되는 배신자는 처단한다.」

「응, 그리고 그 규칙이 제일 문제였지.」

다만 그때의 페트라는 지금처럼 다른 아이들보다 압도적으로 강하진 않았다고 한다.

아직 페트라가 네버랜드를 운영하는 것도 서투르던 초반이라, 별다른 힘이 없던 라헬은 어른이 된 상태로도 겨우겨우 도망칠 수 있었고.

그 뒤로 라헬은 페트라에 대해서 완전히 다른 생각을 가지고, 그녀와 대척점에 섰다고 한다.

「그럼, 어쩌다가 어른이 된 거예요? 원래는 아이였다면서요.」

「나는 당시에 맛있는 과자를 만들고 싶었어. 그래서 네버랜드 모두에게 과자를 만들어 줬었지.」

「설마....」

「너도 비슷했겠지만, 결국 이 네버랜드가 어른이 되지 못하게 하는 건. 메르헨으로 꿈을 이루지 못하게 하기 때문이야.」

「하지만, 꿈이라기보다는 평소의 행동이라 제지 없이 꿈에 가까워진 거군요.」

「그렇지.」

릴리는 자신도 비슷한 이유로 어른이 되었기에, 라헬의 이야기가 남 일처럼 들리지 않았다.

불완전한 네버랜드의 시스템은 저런 애매한 꿈들까지 막지는 않는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본인이 원하지 않더라도 어른이 되는 거고.

「그래서 겨우겨우 살아남고 나니까, 많은 생각이 들더라고. 내가 믿고 따랐던 대장은 사실 저런 괴물이었구나. 나와 비슷한 녀석들이 더 생기면, 대장이 훨씬 강하면 정말로 죽을지도 모르겠구나.」

「.......」

어른이 되어 버린 소녀는, 어른이 되지 않는 소녀를 막기로 했다.

더 이상 죄 없는 어른들이 다치지 않도록, 자신과 비슷한 경험을 하는 아이들....

아니 어른들을 구해냈고, 그렇게 하나씩 늘어서 지금이 되었다고 한다.

「다들 속고 있는 거야. 페트라는 애초에 너희 따위는 전혀 신경 쓰지 않거든.」

페트라는 자신을 홀로 두고 어른이 되는 아이들이 미웠다.

자신은 가지지 못한 걸 가지고, 그것으로 인해 자신과 멀어졌으니까.

자신을 잠식하는 외롭고 쓸쓸한 마음을 달래고 싶었다.

「그래서 네버랜드를 만들고, 사람들을 계속 데려오는 거야. 정말로 자신처럼 어른이 되지 않는 녀석들이랑 지내면서. 외로움을 잊기 위해.」

「불쌍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용납할 수 없어요. 어른이 된다고 해서, 죽이면서까지 자신의 화풀이를 한다니.」

「그렇지. 아마 이번 녀석들도 실체를 보고 나서 조금 놀랐을 거야. 특히 네 언니가.」

「...언니는 어른스러우니까요.」

그리고 지금 네버랜드의 중심을 웬디가 쥐고 있는 이상.

웬디가 페트라를 의심하기 시작하면, 아이들은 굉장히 흔들리게 될 거다.

「이런 경우가 있었어요?」

「자주, 비슷한 사건으로 인해서 다 같이 바깥으로 돌아간 녀석들도 있어. 우리가 도와줬거든.」

「아....」

「애초에 어른이 되는 것 자체가 자주 있는 일은 아니야. 꼭 한 명 정도는 있지만, 그렇다고 여러 명이 그렇게 되는 경우는 적지.」

「그럼....」

지금 이 많은 어른이, 대부분은 다른 모임에서 한 명씩 구해진 것이라는 소리다.

그럼 이제까지 네버랜드에 얼마나 많은 아이가 찾아왔다는 소리인지.

릴리는 조금 당황했다.

「네가 어른이 된 건, 언니와 닮아서지?」

「네.... 억누르고 싶지만, 언니처럼 멋지게 행동하고 싶거든요.」

「음, 좋네. 이제 억누를 필요 없어. 잔뜩 만끽해.」

「아....」

「아, 그전에.」

라헬은 어른들은 이곳에서 신고식 비슷한 것이 있다면서 잠시 밖으로 나갔다.

그러자 옆에 있던 다른 어른들이 웃으면서, 깜짝 놀랄 준비를 하라는 소리를 했다.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릴리는 당황하고 있었는데, 안으로 다시 들어오는 라헬을 보고 조금 놀랐다.

「그, 그게 뭐예요?」

「요정의 실이라는 거야.」

「실...?」

「실을 뭉쳐서 솜처럼 만든 거지, 잘 보면 아주 얇은 실이야.」

라헬이 들고 온 건, 사람 머리보다 훨씬 큰 솜덩어리였다.

다만 특이한 건, 나무 막대기에 그 솜덩어리를 꼽은 채로 들어왔다는 거다.

근데 저 솜이 신고식이랑 도대체 무슨 상관이라는 거지?

「이걸 혼자서 다 먹는 것, 그게 우리 신고식이야.」

「네, 네? 이걸요!?」

갑자기 솜을 먹으라는 소리에 당황한 리엘을 보고, 옆에 있던 다른 이들이 낄낄거렸다.

릴리는 여기는 참 무서운 곳이라고 생각하며, 거절할 방법을 찾아보려 했지만.

다들 자신이 솜을 먹길 기대하는 것 같으니, 결국은 어쩔 수 없이 요정의 실이라는 걸 입으로 물었다.

「어...?」

입에 들어가자마자 요정의 실은 사르르 녹아버렸고.

강렬한 단맛이 릴리의 입 속을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릴리는 솜인 줄만 알았던 것이, 사실은 그런 모습을 한 디저트였다는 걸 깨달았고.

다들 이 사실을 알고, 자신이 당황하는 모습을 즐기고 있었다는 것도 눈치챘다.

「푸하하, 그래 저 표정이 진짜 재밌다니까.」

「네가 할 말이냐? 너는 먹기 싫다고 울었잖아.」

「크흠, 신입 앞에서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어때?」

「푸흐.... 다들 짓궂으시네요. 맛있어요.」

「후후, 만족했다면 다행이고.」

"...저런 과자가 있으면 재밌긴 하겠다."

크기가 커서 그런지, 마치 구름을 베어 무는 것 같은 몽환적인 느낌이 있었다.

그리고 워낙 반응이 좋은 릴리라서, 되게 행복한 표정으로 먹으니까 부럽기도 했고.

「좋아, 이제 너도 어엿한 어른이야. 앞으로 잘해보자.」

「네!」

그리고 릴리의 합류는 어른들에게 있어서 엄청난 도움이 되었다.

당장 웬디를 원했을 정도로, 어른들도 그런 엄마 같은 이를 원했는데.

그 웬디를 따라서 비슷해지려고 노력하던 것이 릴리였기에, 어느 정도는 그녀의 대체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렇게요?」

「잘하네. 응, 그런 식으로 하면 더 안정적으로 공격을 피하면서 메르헨을 진행할 수 있을 거야.」

또한 메르헨 배틀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없던 페트라와 다르게, 라헬은 제대로 된 연습을 통해서 릴리에게 싸우는 법을 알려줬다.

릴리는 이제 언니인 웬디뿐만 아니라, 자신을 구해준 라헬까지 닮아가고 싶어 했고.

그 둘의 장점만을 닮고 싶은 마음을 담아, 메르헨을 갈고 닦으며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된 거야.」

「네 말이 정말이라면, 페트라의 생각은 이해할 수 없네.」

「언니....」

「물론, 어디까지나 전부 사실이라는 가정하에. 라헬이 거짓말을 했을 수도 있으니까.」

그리고 어느 정도 상황이 진정되자, 릴리는 웬디를 만나서 이전에 퉁명스럽게 굴며 대화하지 않으려고 했던 것을 사과했다.

다시 관계를 회복한 자매는, 자신들이 듣고 겪었던 것을 서로에게 말해주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를 이야기를 나누었다.

「만약 네 말이 정말이면, 나는 계속 페트라의 손을 들어줄 수 없어.」

「언니는 어른이 되고 싶지 않은 거잖아? 그럼 결국 페트라와 네버랜드는 필요해.」

「만약 정말로 페트라가 잘못하고 있는 거라면. 그걸 눈감으면서까지 이루고 싶은 건 아니야. 아직은 나도 페트라를 믿고 있지만.」

"어렵네."

그녀는 당장 모든 이야기를 들은 상태에서, 라헬의 손을 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제까지 경험한 페트라와의 아이 생활도 포기하기는 어려운 문제였다.

웬디는 아이로 평생 살 수 있다는 사실에 진심으로 행복해했으니까.

"웬디...."

그리고 이후로는 다시 웬디를 중점으로 이야기가 흘러갔다.

진지하게 이런 식으로는 안 된다며 페트라와 이야기를 나누고.

그녀를 설득해서, 좀 더 나은 네버랜드를 만들고 싶어 했다.

「결국, 너도 어른을 닮아서 똑같은 소리를 하는구나. 라헬한테 물들었어.」

「그게 아니야. 나는 어디까지나 더 나은 네버랜드를 위해서....」

「너도 나를 배신할 셈이야?」

「...페트라?」

하지만 웬디가 진지하게 고민하고, 또 고민해서 내린 결정을 보고 페트라가 한 말은 '너도 배신자'라는 낙인뿐이었다.

결국 페트라가 원하는 것은 자신이 배신감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쉬운 친구일 뿐, 제대로 된 서로 존중하는 관계가 아니라는 것을 웬디는 깨닫게 된다.

「그럼, 나도 죽일 거야?」

「...아직은 설득할 거야. 어른이 된 건 아니니까, 기회는 아직 있다고 생각하거든.」

다만 그 페트라도, 웬디에게는 미련이 남는지 조심스럽게 판단을 내리려고 했고.

웬디는 그 모습에서 마지막 희망을 보고 있었다.

「그렇게 되면 좋지. 하지만 그게 그렇게 쉽지 않아서 이제까지 우리가 이러고 있는 거고.」

그리고 웬디는 라헬의 말이 거짓말이 아니라는 것까지는 확인했기에.

직접 라헬을 찾아와서, 어떻게 해야 할지를 함께 의논했다.

다만 라헬은 긴 시간을 페트라를 보며 살아와서인지, 페트라를 바꾸려는 웬디의 계획을 꽤 부정적으로 생각했다.

「도와줄 수는 있어. 하지만, 너무 기대는 하지 마.」

「네, 감사합니다.」

웬디는 페트라가 생각하는 것과 달리, 이곳의 어른들은 배신자가 아니며.

어디까지나 완전하지 않은 네버랜드의 시스템의 피해자라는 걸 설명하고.

어른들과 페트라를 화해하게 해서, 우연히 어른이 된다고 해서 죽이면서까지 처단할 필요는 없다는 걸 알려주고 싶어 했다.

「이게 무슨 짓이야?」

「페트라, 일단 내 말을 들어봐. 다들 그러려고 그랬던 게 아니라, 네버랜드의 시스템 때문에 우연히....」

「그래, 역시 내가 너무 물렀던 거겠지. 결국 믿었던 웬디까지 나를 배신하다니.」

「배신한 게 아니라.... 읏!?」

그래서 웬디는 페트라가 변화할 거라고 믿고 일을 진행했지만, 페트라는 그런 변화를 받아들일 생각이 없었고.

곧바로 자신의 카드를 꺼내 들어, 배신자인 웬디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