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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한 만화가 합법인 세상에서-218화 (218/229)

〈 218화 〉 44권 ­ 어른이 되어 버린 소녀의 세계(2)

* * *

"아...."

결국은 페트라와 웬디가 충돌했다.

웬디는 여전히 페트라를 설득하고 싶었기에, 메르헨 배틀을 통해서 뭐라도 전해보려고 한다.

하지만 페트라가 웬디를 배신자로 낙인찍은 순간, 벨도 웬디를 적대하기 시작했고.

사실상 두 사람을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 되자, 웬디는 막기에 급급한 상태가 되어버렸다.

「언니...!」

그러던 중 릴리가 싸움에 끼어들었고.

벨이 페트라와 웬디의 메르헨 배틀을 방해하지 못하도록, 자신이 벨을 대신 상대하기 시작했다.

「귀찮게 하네.」

「그게 싫으면, 나를 이기고 가.」

릴리는 자신의 메르헨을 진행하며 말했고.

벨은 이제까지 제대로 싸우지도 못했던 릴리가 그런 말을 하자, 어이없어했다.

「...뭐?」

하지만 그렇게 방심하고 있던 벨은, 완전히 바뀐 릴리의 실력에 인상을 찌푸렸다.

아무리 어른이 되어서 연습했다고 쳐도, 실력의 향상 폭이 너무 컸고.

심지어 체감상 자신과 거의 비슷한 실력을 상대하는 것 같았으니까.

「여기서, 메르헨 효과로 토큰 카드를 덱으로...!」

그리고 릴리는 꽤 특이한 덱 운용방식을 활용했는데.

웬디나 라헬이 쓰는 카드와 비슷한 카드들을, 토큰이라는 이름의 사용 불가 카드를 따로 가지고 있다가.

카드의 효과를 통해서 토큰들을 게임에 가져와서 활용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자신이 존경하고 따라가고 싶은 이들의 길이 토큰 덱이 존재하고.

그것을 상황에 맞게 따라감으로써, 최고 성능은 낮더라도 선택지가 엄청나게 늘어나게 된다.

그리고 그 다수의 선택지는, 제약을 걸고 손해를 입히는 벨의 스타일에 너무나 치명적이었다.

「좋아.... 이제 언니만 믿으면 돼.」

릴리가 메르헨 배틀로 벨을 완벽하게 제압했을 무렵.

아직 웬디는 페트라를 설득하지 못한 상태였다.

정확히는, 최선을 다해서 자신의 마음이 페트라에게 닿도록 메르헨 배틀에 집중할 뿐이었다.

「페트라, 제발. 나는 계속 네 옆에 있을 거야!」

「거짓말, 결국 어른이 되어서 떠나갈 거잖아. 이제까지 벨 말고는 다 그렇게 떠나갔다고...!」

페트라는 외로웠다.

아무리 친구를 사귀어도, 다들 어른이 되어서 사라져버리니까.

자신은 평생 어린아이로 살아야 하는데, 다들 훌쩍 커서 어른이 되어버리니까.

그러니 다들 무섭게 만들어서, 도망가지 못하게 했다.

어른이 되면 죽여서, 무서워서라도 아이로 살게 한다면.

분명히 조금이라도 더 아이들과 오래 있을 수 있으리라.

「그런 짓 하지 않아도, 나는 페트라랑 함께 할 거야.」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어른들은 전부 거짓말쟁이야. 돌아오기로 해놓고, 돌아오지 않은 어른들이 몇인 줄 알아?」

「나는 아직 어린애야.」

「하지만 어른이 되려는 거잖아. 그래서 지금 이러는 거잖아!」

웬디는 저렇게 분노와 울분을 쏟아내는 페트라를 보면서, 자신이 바라보던 페트라는 껍데기였을 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웬디는 어른이 되고 싶지 않았고, 어른이 되지 말자고 하는 페트라를 동경해왔다.

하지만 사실 페트라는 그 누구보다 어른이 되고 싶은, 그냥 자그마한 아이일 뿐이었다.

「있지 페트라. 나는 어른이 되고 싶지 않아.」

「그렇다면, 이제라도 전부 멈춰. 다시 돌아가면 되잖아. 아직 어른이 된 건 아니니까, 되돌릴 수 있을 거야.」

페트라는 여전히 웬디와 지내던 최근 시간이 좋았고.

그때로 되돌아가고, 평생 그렇게 살아가고 싶어 했다.

하지만 웬디는 그래서는 결국 달라지는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해도, 페트라 너는 절대로 행복하지 않을 거야.」

「...뭐?」

「네가 정말로 원하는 건, 그런 게 아니잖아.」

「그게 무슨 소리야...!」

「너야말로 네버랜드의 배신자지?」

네버랜드에서 그 누구보다 어른이 되고 싶어 하는 아이.

마음가짐으로만 생각한다면, 아마 페트라만큼 배신자에 가까운 사람은 없을 것이다.

웬디는 그 근본적인 부분을 파고들어 후벼파기 시작했다.

「닥쳐...!」

페트라는 이제 웬디조차 제대로 보지 않고, 있는 힘껏 화력을 쏟아 부었다.

더 이상 들을 가치도 없다는 듯....

아니, 정확히는 듣고 싶지 않다는 뜻을 카드로 말하고 있는 셈이었다.

「나는 말이지, 아이로 평생 살고 싶어.」

하지만 이제는 그것보다 더 소중한 게 생겼다.

네버랜드에서 사귄 친구들이야말로, 웬디에게 있어서 최고의 보물이었다.

그리고 웬디는 그 보물인 친구가 가지지 못해서 괴로워하는 것이 있다면, 자신의 마음을 포기해서라도 도와줄 수 있는 어른스러운 사람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보다 더 원하는 게 있어.」

「크윽!?」

분명히 페트라가 웬디보다 훨씬 강했을 텐데.

지금은 조금씩 페트라가 밀리기 시작했다.

갈수록 페트라는 조급해하고, 결국은 아슬아슬하게 페트라의 패배로 끝이 난다.

「나, 나는....」

「처음 보네, 페트라가 패배하는 건.」

「대체 뭘 바라는 거야...!」

「페트라가 행복해졌으면 좋겠어.」

「그런 거라면, 차라리 이제까지 해왔던 것처럼....」

「그렇게는 안 돼. 그건 문제에서 눈을 돌릴 뿐이야.」

"...설마."

바닥에 떨어져 있는 페트라의 메르헨 카드를 웬디가 하나씩 줍는다.

그러자 1권 처음에 페트라가 네버랜드를 만들었을 때와 비슷하게, 강렬한 카드의 빛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한다.

웬디는 그 빛을 마치 어머니처럼 안아주더니, 허공에 카드 하나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나는 어른이 되고 싶지 않은 것 말고는 꿈이 없었어. 그래서 이제까지 제대로 된 미래를 그려본 적이 없어. 그러니까 아이로 남았던 거고.」

「웬디...?」

「그래서 다행이라고 생각해, 마음에 드는 사람을 도와줄 수 있게 되었으니까.」

만들어진 메르헨 카드에는 놀랍게도 어른이 된 페트라가 가려져 있었다.

페트라를 어른으로 만드는 것, 그것이 바로 웬디가 원하는 새로운 꿈이었다.

페트라는 자신의 메르헨이 망가져, 더는 어른이 되지 않지만.

웬디의 메르헨을 따라감으로써, 자신의 메르헨 없이도 어른이 될 수 있게 된 셈이었다.

웬디의 바램을 깨달은 페트라는 헛웃음을 흘렸다.

「겨우 이딴 걸로, 내가 어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

「그래, 그렇게 쉽지는 않겠지. 하지만 페트라, 이제 네가 어른이 되어야만 나도 어른이 되는 거야. 」

이제까지 항상 옆에 있었던 벨과는 달리, 현상 유지가 아니라 새로운 길을 제시하긴 했지만.

항상 옆에 있어 줄 거라는 것에는 변함이 없었기에.

처음으로 페트라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역시, 아직 대화가 부족했을지도 몰라.」

「...뭐?」

「다시 한번 이야기를 나눠보자. 우리의 메르헨 배틀로.」

메르헨 배틀은 싸움의 도구였지만.

그 이전에 자기 모습을 드러내고,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대화의 방식이기도 했다.

웬디는 그 점을 아주 잘 알고 있었고, 말보다는 카드로 대화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고 믿고 말했다.

「...조건이 있어.」

「조건?」

「만약 내가 이기면, 전부 포기하고 그냥 내 옆에서 함께 어린아이로 평생 있어 줘.」

「...좋아, 대신 내가 이기면 죽이려고 했던 모두에게 사과하는 거야. 앞으로 누굴 죽이거나 하지도 말고.」

「...어.」

마치 어린아이를 달래는 어미처럼, 웬디는 풀 죽어있는 페트라를 쓰다듬어줬다.

이윽고 둘은 다시 진지한 표정으로 거리를 벌리더니.

자신의 신념이 담긴 카드를 뽑았다.

「참 신기해. 예전에는 페트라의 카드 하나하나가 멋지고 무서워 보였는데.」

지금은 그냥 울고 있는 것으로 보여.

더는 나를 다치게 하지 말라는 발악으로 보여서, 당장이라도 껴안고 같이 울어주고 싶어.

우리 가여운 페트라.

「동정받으려고 싸우는 거 아니야. 내가 원하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네버랜드를 지키기 위해서 싸우는 거야...!」

「그래, 그래야 페트라지. 내 턴이야, 드로우, 메르헨 효과 발동!」

본래 아이들의 카드는 메르헨의 결말을 포기했기에, 어디까지나 중간에 이득을 보기 위한 것일 뿐이다.

하지만 바뀐 웬디의 카드는 이제까지 봤던 메르헨 카드들과는 전혀 다른 형태를 띠고 있다.

어른도, 아이도 아닌 그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서브 메르헨을 페트라의 메르헨 필드에 추가!」

서브 메르헨이라는 특수한 시스템을 통해, 페트라에게 결말이 있는 메르헨을 만들어준다.

그리고 그 메르헨을 웬디가 진행해서, 최종적으로는 페트라가 메르헨을 달성하게 한다.

상대가 서브 메르헨의 결말에 도달하는 것, 그게 웬디의 메르헨이 가진 결말을 달성하는 조건이었다.

「흐윽!?」

「페트라? 괜찮아?」

「괘, 괜찮아.」

그런데 이번 메르헨 배틀은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그대로였던 페트라의 외모가, 조금씩 나이를 먹기 시작했으니까.

어른이 된다는 서브 메르헨이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웬디와 페트라는 천천히 어른이 되기 시작했다.

「죽어버린 개구리를 사용해서, 네 손 패를 뒷면 상태로 하나 선택해서 버리게 하겠어. 만약 그 카드가 이벤트 카드라면 패를 보여주고. 내가 하나 선택해서 버리게 할 수 있어.」

「하지만 캐릭터 카드라면, 그 캐릭터 카드를 소환하게 해주는 거지?」

상대에게 이득을 줄 수 있다는 리스크가 있지만, 리턴은 확실하다.

다만 지금 웬디가 쓰는 덱은, 이벤트의 비율이 굉장히 높은 덱이었고.

거의 패널티가 없다고 봐도 무방....

「캐릭터 카드, 사랑하는 소녀.」

「뭐...!?」

마치 그런 행동을 예측이라도 했다는 듯, 웬디의 손에서는 캐릭터 카드가 튀어나왔고.

본래라면 소환 조건이 까다로웠을 카드가, 단숨에 필드에 튀어나왔다.

「내 턴이야. 사랑하는 소녀의 효과 발동, 양쪽 플레이어는 카드를 5장씩 뽑는다. 추가로 사랑하는 소녀로 준비를 선언, 카드의 효과로 1장 대신 2장을 드로우.」

단숨에 카드 7장을 더 뽑은 웬디는, 단숨에 메르헨을 밀어붙였고.

그때마다 조금씩 여성스러워지는 페트라의 모습이 조명된다.

배틀 전에 있는 꼬마애의 흔적이 점점 희미해져 간다.

「좋아, 조건 달성. 메르헨 진행!」

「아...!」

그렇게 한 번 밀리기 시작한 승부는, 눈 깜짝할 사이에 결착이 났고.

배틀에서 패배한 페트라의 가슴이 크게 흔들렸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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