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9화 〉 44권 어른이 되어 버린 소녀의 세계(3)
* * *
메르헨 배틀로 인한 강력한 압력과 급격한 몸의 성장으로 인해서 옷이 버티질 못했고.
어른이 되어버린 페트라의 옷이 터져나가면서 전라의 상태로 뒹굴면서 쓰러졌다.
만화를 보던 여성은, 그 화려하면서도 야한 연출에 감탄했다.
특히 힘차게 흔들리는 가슴의 연출이 아름다웠다.
"페트라가 정말로 어른이...."
그 뒤에는 엄청난 거유의 미녀로 성장한 웬디가 다가와서 페트라를 안아주면서 만화가 끝났다.
나체의 두 여성이 서로를 껴안고 있는 모습은, 외모만 보면 굉장히 이상했지만,
그녀에게는 웬디가 다 커버린 딸인 페트라를 안아주는 어머니로 느껴졌다.
"응? 이거 카드가 마지막 그림이네!?"
여운을 느끼며 살피기 시작한 어른 웬디의 메르헨 카드는, 페트라와 웬디의 마지막 포옹을 그려낸 것이었고.
그녀는 무조건 이 덱은 돌려야겠다고 감탄하면서, 살핀 카드들을 마저 정리했다.
"그나저나, 작품 내에서는 카드를 바꾸거나 했었지."
실제로 새 작품이 나오면서, 구 캐릭터들의 카드가 일부 변경되긴 했지만.
그건 그녀가 선택하거나 한 것이 아니라, 일괄적으로 변하는 것이었다.
"...작품 안에서처럼, 카드를 직접 바꿔서 게임을 하면 안 되는 건가?"
그녀의 안에서, 작은 의문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야한 만화가 합법인 세상에서』
"역시 이 장면은 내가 봐도 좋단 말이지."
카드게임 만화인 만큼, 카드게임에 집중된 것 같지만.
사실 마지막 배틀에서 가장 신경 썼던 건, 카드가 아니라 외모와 연출이었다.
이번 작품은 어른들로 서비스씬을 넣기는 했지만, 아무래도 본격적인 야한 짓을 하는 주제는 아니었고.
까놓고 말해서 긴 작업 동안 나도 많이 참아야 했다.
그랬던 것이 마지막 배틀이 끝날 때쯤 폭발했었지.
'뭐, 어른의 벽을 넘었으니. 야한 게 당연하지.'
꿈을 이루는 행복감으로 인해, 살짝 절정했다는 내부 설정도 있어서, 아랫도리가 애액으로 질척질척해져 있는 등.
은근히 야한 설정들이 제대로 녹아 있는 그림이었다.
"밸런스 조절 실패한 거 아니야?"
"그런가? 나름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카드 말고,"
"아."
너무 주인공 밀어주기 느낌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어른 웬디가 나오는 마지막 배틀이 워낙 인상이 깊었다 보니.
작품을 본 다수의 플레이어가 어른 웬디 덱을 사용했으니까.
그렇다 보니, 비슷한 성능인 덱이더라도 결승전에 올라오는 인원수 자체가 많았다.
덱을 2개씩 쓰니까, 완전히 조합이 같다고는 하기 어렵지만.
그렇다고 해도 환경이 그다지 좋아 보이는 느낌은 아니긴 했다.
"뭐, 나도 처음이니까. 차차 개선해 나가야지."
"...너랑 되게 안 어울리는 말이네."
"그래?"
"응, 다 알아서 착착 해결할 것 같아서."
"올려치기 하지 마."
평소에 유리아가 저런 소리를 했던가?
오늘 머리 위의 바보털도 시들시들하고, 좀 이상하긴 했다.
아니지, 요즘 들어서 계속 좀 그런 느낌이야.
"무슨 일 있어?"
"딱히?"
"흐음, 수상한데."
"뭐가."
"내가 아는 유리아였으면, 저기서 딱히가 아니라 개소리를 던졌을 거야."
"...쓸데없이 눈치만 빨라서."
"뭐?"
"아니야. 아무것도."
대놓고 그렇게 말하면 더 신경 쓰이잖아.
아니면 신경이 쓰이라고 일부러 저러는 건가?
가끔 여자애들은 이해할 수가 없다니까.
"결국 이번 대회는 싱겁게 끝났네."
"나름 아슬아슬하지 않았어?"
"상위권에 죄다 어른덱만 도배되어 있잖아."
"음, 그건 그렇네."
유리아는 아이덱을 좋아하는 편이었다.
페트라의 덱이랑 아이 웬디덱을 가장 자주 사용했었으니까.
본인이 좋아하는 덱이 대회에 없어서 불만이었나?
"이번 대회는 그냥 평범한 상품이었지?"
"응, 첫 대회니까."
어디까지나 긴급 밸런스 패치가 필요한지 확인하기 위한 대회였는데.
굳이 그럴 필요는 없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이제부터는 제대로 준비해서 이번 시즌 메인 대회를 진행해야지.
"자신을 본떠서 만든 덱이라...."
"왜, 너도 나가게?"
"조금 탐나네."
워낙 이너 메르헨 대회가 유행하니까, 아카데미에서도 신청자들의 편의를 주는 편이었으니.
이번에 열릴 대회라면 유리아도 충분히 나갈 수 있을 것 같기는 했다.
"...어라"
그리고 그런 가벼운 대화를 하고 나서, 정말로 유리아는 대회에 나갔다.
딱히 나간다는 말도 없어서, 예선 단계에서는 전혀 모르고 있다가.
지금 본선을 보러와서 뒤늦게 알게 된 거였다.
페트라의 덱으로 확실한 화력을 써 1승을 따낸 뒤.
유리아 특유의 능글거림이 드러나는 플레이로, 아이 웬디의 덱을 완벽하게 소화했다.
상대 카드를 빼앗아서 창출한 밸류로 공격하는 게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대단하네...."
운빨 요소가 많은 카드 게임에, 그 많은 예선전에서 다 뚫고 저 자리에 선 것도 대단한데.
당장 본선에서도 패배를 모른다 싶을 정도로 연승을 거듭했다.
심지어 압도적인 승리의 횟수가 대다수를 차지했다.
"어서 와. 축하해."
"갑자기 대회 보상이 바뀌거나 하는 건 아니지?"
"그럴 리가 없잖아. 원하는 캐릭터는?"
"웬디."
유리아는 그렇게 압도적인 실력으로 대회를 우승했고.
그녀의 바람대로, 아이 웬디 덱을 유리아가 원하는 유리아의 컨셉으로 새로 만들게 되었다.
그나저나 유리아는 이번 작품 공개 전까지는 이렇게 열심히 게임을 하진 않았던 것 같은데, 스토리가 마음에 들었던 건가?
"어떤 걸 원하는데?"
"아이덱은 다 야하질 않잖아. 야하게 만들어줘."
"음, 확실히 유리아를 베이스로 하면 그쪽이 어울리겠네."
"그리고 엄마 느낌보다는, 집착하고 가지려는 느낌으로."
"집착이라."
확실히 웬디 덱에서 카드를 설득하고 보듬어서 가져와서 쓴다는 건.
말을 예쁘게 했을 뿐, 훔치고 빼앗아서 쓰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럼 집착 컨셉으로 리뉴얼하는 것도 가능하지.
"아이 느낌은 전혀 아니게 되어버렸네."
"그래서 싫어?"
아이가 아니지만, 그런데도 메르헨을 방해하는 방향으로 승리를 쟁취하는 덱이 나오는 셈이었다.
유리아가 원해서 만들기로 한 덱이기는 한데.
이건 그거 나름대로 잘 팔릴 거 같고, 디자인도 뽑을만해 보였다.
"오히려 좋지."
"그럼 언제부터 작업 들어가?"
"바로."
"곧 시험인데, 괜찮겠어?"
"이미 계획에 다 들어가 있으니까. 애초에 내가 그렇게 성적을 신경 쓰는 편이 아니라는 건 알잖아?"
"그건 그렇네."
기반이 되는 것이 유리아니까, 엄청나게 큰 가슴으로 밀어붙여야지.
흠, 원래 원본보다 더 과장하는 것이 국룰이니까 말도 안 되게 키워볼까?
가끔 힘으로 제압하는 그림 같은 건 가슴으로 깔아뭉갤 수 있는 정도면 되겠다.
"어때?"
"좋네. 조금 더 과장해도 상관없어."
"응, 참고할게. 아, 유리아가 상대니까 막 나가도 돼서 좋다."
"앞으로도 내가 다 나가서 우승할까?"
"굳이 그럴 필요는 없고. 사실 저번 우승자도 정상은 아니었잖아, 딱히 막 나가지 않았던 건 아니야."
오히려 본인이 더 막 나가달라고 요청하긴 했지.
사실 그런 미친놈들만 이너 메르헨을 잘하는 거 아닐까?
하필이면 유리아가 압도적으로 이기니까 그런 생각도 드네.
"참 이상해."
"뭐가?"
"답을 다 주는데, 다 알려줬는데도. 사람은 그 답을 의심하더라."
"그럴 수 있지. 특히 이전에 배신당한 적이 많으면."
"배신이라...."
뭐, 그럴 수도 있는 부분이지.
실제로 그렇게 배신당하는 경우가 없는 것은 아니니까.
말뿐이 아닌 제대로 된 증거나 약점을 가지고 싶은 것이 사람이니까.
내가 아무리 누군가를 책임지겠다고 말하더라도.
그것보다 그녀의 처녀막을 따고 질내사정을 진득하게 한 뒤, 임신까지 시키는 것보다 확실하지는 않거든.
"그럼 어떻게 하면 될까."
"계속 확인받는 수밖에 없지 않을까? 더 확실하게, 더 안전하게, 더 진심으로."
그러다 보면 언젠간 믿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나저나 유리아한테 그런 믿음을 받아야 하는 상대가 있는 건가?
그렇게 인간관계가 넓은 애가 아닌데, 누구 이야기지?
"...확인, 확인이라. 이미 말한 건데도 계속 답을 요구한다는 거네."
"원래 사랑하는 사이도, 굳이 말하지 않아도 서로 사랑하는 걸 알잖아? 하지만 굳이 서로 사랑한다는 말로 사랑을 확인하잖아. 비슷한 것이 아닐까?"
"그래서 가끔 칼리가 뜬금없이 사랑한다는 소리를 하는 거구나."
그건 굳이 따지자면 되게 꼴리거나 재밌는 모습을 보여줘서.
그것에 대한 감상에 가까운 것이긴 한데.
그 근간에는 저런 생각이 아예 없지는 않다.
"그래서, 우리 사랑하는 유리아씨는 누구 때문에 그런 이야기를 하시는 걸까요."
"나."
"뭐?"
"내가 그렇거든."
그건 또 무슨 소린가 싶었는데.
생각해보면 깊게 물어보지 않아서 그렇지, 유리아의 가정사도 꽤 기구한 편으로 알고 있다.
그럼 '배신당했다'라는 상황이 자기 이야기이라서, 저렇게 동의하는 듯한 반응을 보인 것일 수 있고.
그럼 믿음을 가지지 못한다는 건 본인이 믿음을 가지지 못한다는 이야기였다는 소리가 된다.
"알고 있어. 칼리는 몇 번이고 그 문제에 답을 줬다는 걸. 이번 작품에서도 마찬가지였고."
"...응?"
이번 작품이 왜 나오는지 잘 모르겠다.
내가 거기서 뭔가 대답했다고?
나는 진짜 별생각 없이 내가 그리고 싶은 내용을 그린 건데?
"그래도 한 번만 더 확인하게 해줘."
"아니, 잠시만. 대체 뭘 믿지 못하는데?"
"...모른 척해주는 거야?"
아니 진짜로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니까.
네 머릿속에서 알아서 사건을 진행하지 마.
"말을 해줘야 알지."
"...그건 싫어. 말했잖아, 아직 너를 믿지 못한다고."
"아오, 그게 아니라...."
그렇게 생각하다가, 눈앞에 흩어져있는 카드를 보고 괜찮은 생각이 떠올랐다.
물론 유리아는 시즌2 메인 대회의 우승자지만.
그래도 내가 지금 생각해낸 꼼수는 잘 모를 거다.
"...소원권을 걸고 메르헨 배틀하자."
"뭐?"
"원래 부딪히는 문제가 있으면 메르헨 배틀로 해결하는 거잖아?"
"소원.... 확인, 믿음...."
"왜 그래?"
"응, 하자. 규칙은 그게 끝이야?"
"단판으로 끝내자. 비기면 다시 하지 말고, 둘 다 이긴 거로 하는 식."
유리아는 그 룰을 의심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그제야 안도하면서 카드를 꺼냈다.
뒤졌다 이 시발년, 어디서 입을 다물고 지랄이야.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