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1화 〉 44권 어른이 되어 버린 소녀의 세계(5)
* * *
"처음 들어."
"그래?"
아카데미로 복귀하고, 나는 곧바로 키리시마시라는 인체 실험장에 대해서 니아에게 물어봤지만.
그녀도 완전히 처음 듣는다는 듯, 화들짝 놀라면서 설명을 들었다.
뭐, 나도 유리아가 자세히 말해준 것은 아니라서 잘은 모르지만.
"...이상해, 그런 곳이 있다면 폐하가 나에게 말씀해주지 않으실 리가 없는데."
"딸한테는 보여주고 싶지 않았던 게 아닐까? 사실이라면 제국의 치부기도 하고."
"치부니까 더 알려줘야지. 만약 폐하가 잘못되시기라도 하면, 그 관리는 내가 맡아야 하는 거니까."
확실히 그렇긴 한데, 들은 바에 따르면 꽤 니아를 아끼신다고 했으니.
굳이 그 시스템에 니아를 연관시키고 싶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결국 그걸 인수인계한다는 건, 시스템이나 단체를 운영하는 것이 황제일 경우에나 필요한 거니까.
만약 니아가 모르더라도 잘만 돌아가는 독립성이 확립된 기관이라면, 굳이 말해주지 않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아니지, 그렇다고 해도 니아가 필요하면 이용해야 하니까 알려줘야 해.'
만약 그걸 감안하고 말해주지 않았다면, 그 알려주는 것까지 다른 사람에게 맡겼다는 소리가 되는데.
아무리 그래도 그 정도 비밀을 직접 전달하지 않을 이유가 되나?
좀 이상하긴 하네.
"아니면 정말 믿을만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나?"
"폐하께서 엄청나게 신뢰하는 이가 맡고 있다는 거야?"
"응, 당장 그런 사람들은 내가 여자인 것도 알고 있을 거야."
"흐음...."
다만 니아도 그게 정확하게 어떤 이들인지까지 리스트를 가지고 있지는 않다고 했다.
그나마 확실하게 알고 있는 사람은 샤론 원로님이라는데....
이번 일은 샤론 원로님과는 아무래도 이미지가 맞질 않았다.
"뭐, 이렇게 고민한다고 답이 나오는 건 아니니까.... 내가 한 번 파볼게. 아무래도 내가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이 더 많으니까."
"그래, 고마워."
지금 유리아를 굳이 찾고 있는 것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할 필요는 있으니.
우리도 저쪽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애초에 그런 시스템이 제국에 존재한다는 것 자체도 문제다.
이런 문제가 괜히 잘못 터지면, 겨우 안정화된 제국을 뒤흔들 수도 있어.
가능하면 최대한 조용하게 해결해야 하는 문제다.
물론 굳이 그런 위험성을 가지고도 운영되는 걸 보면, 그만큼 메리트는 있겠지만.
지금 제국은 리턴이 아니라 리스크를 관리하는 플레이가 필요한 시점이니까.
"자, 이번에 내가 알아낸 내용은 여기까지. 결론은 아무리 뒤져도 아무것도 찾지 못하는 중이라는 거."
"의외네."
"뭐가?"
"평소 칼리를 보면, 그런 대답을 전혀 하지 않을 것 같잖아."
"너희가 이상한 오해를 하는 거지, 나는 평범한 아카데미 학생이야."
물론 내 작품이 그런 오해를 받을만한 상황이 자주 일어나긴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우연히 그렇게 된 거지, 나는 그냥 최대한 열심히 자료 조사 정도만 했던 거다.
물론 그것 때문에 현실감이 생기고, 그래서 실제로 있는 사건과 충돌하긴 하지만.
현실은 원래 작품 내 사건보다 더 대단한 일이 많이 벌어지는 장소니까, 그럴 수도 있는 부분이고.
"아무튼, 유리아 너도 너무 신경 쓰지 마. 어차피 너는 거기서 죽은 애 취급이었다며."
"...그렇긴 하지."
그리고 그녀의 어머니는 내가 따로 보호해서 약물 중독에 대해서 치료받을 수 있도록 격리 조치했지만.
그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 설명하지 않았다.
나중에 완치가 되면, 그때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내 봐야지.
"그래서, 쟤는 왜 저렇게 풀이 죽어 있어?"
"이번 시험에서 2등 했대."
"오.... 3등 이하가 들으면 찌르러 오겠네."
"반격으로 걔가 찔리겠지."
"그러네."
매번 1위를 하던 애가, 갑자기 저런 결과를 받으면 저럴 만 하지.
그나저나 풀 죽어서 엎어져 있는 오르카의 모습이라니, 뭔가 신선하게 느껴진다.
내가 오르카의 볼을 쿡쿡 찌르며 장난을 치고 있는데, 갑자기 동아리 방의 문이 열렸다.
"어, 왔어."
"다행히 다 있었네. 얘들아, 조심해서 들어와."
""네!""
그리고 그 문에서 로자리아가 나오더니, 뒤에 있던 아모리와 코코아가 무언가를 들고 안으로 들어오도록 도와줬다.
저 커다란 건 뭐길래 저렇게 조심하면서 들어오는 거야?
"후, 어떻게든 도착했나? 다들 수고했어. 그냥 사람 쓸 걸 그랬다."
"뭘 굳이 이거 옮기는데, 사람을 써요. 무거운 것도 아니고."
"가격 듣자마자 심적 무게감은 올라갔지만."
뭔가 비싼 건가 싶어서 조금 기대하고 있었는데.
짐의 포장을 벗기면서 등장한 것은, 내 예상과는 꽤 동떨어진 것이었다.
...저걸 어디서 구했지?
"요정의 실! 최근에 가장 고퀄리티로 만든다는 곳에서 사 왔어."
"...실 하나하나 마법사가 손으로 뽑아야 한다고, 엄청 비싸던데요."
"아, 솜사.... 요정의 실을 사 온 거였구나."
확실히 최근에 신작에 나오는 디저트들을 똑같이 만들려는 움직임이 있었지.
마카롱 같은 거야 그냥 바리에이션만 만들어내면 되는 거지만, 이쪽에는 아직 솜사탕이라는 디저트는 없다.
거의 비슷한 얇은 설탕 과자는 있지만, 그건 바삭바삭한 맛에 먹는 거니까 다르지.
그런데 일단 아이디어가 나오니까, 마법으로 설탕을 얇게 뽑아서 실로 만드는 이들이 나왔고.
그렇게 수제 솜사탕이 스멀스멀 만들어지기 시작한 상황이었다.
아마 오늘 외출했다가, 우리한테 먹이고 싶어서 사 온 모양이네.
"와아...."
"오, 살아났다."
아까까지 반쯤 죽어 있던 오르카가, 솜사탕을 보자마자 함박웃음을 지으며 행복해했다.
눈치를 보니까 이 상황을 알고 있던 로자리아가 일부러 챙겨온 모양이었다.
로자리아가 고집이나 자존심이 강해서 그렇지, 이런 부분에서 눈치는 좋다니까.
예전의 나는 오히려 그렇게 잘 챙겨주는 부분이, 마음속을 들키는 것 같아서 싫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이렇게 따뜻한 애한테 못하는 생각이 없었네.
괜히 로자리아에게 미안해지는 와중에, 솜사탕을 한 입 깨문 오르카가 행복해하면서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하으.... 엄청나게 달아, 푹신해.... 이런 맛이었구나."
"오...."
내가 아는 솜사탕보다는 조금 거칠긴 했지만, 그래도 상당히 재현율이 높았다.
물론 이걸 마법으로 하나하나 만들고 있다는 부분이, 굉장히 낭비긴 하지만.
만드는 방법조차 나오지 않은 과자를 재현했다는 것만으로도 칭찬할만하네.
"이거, 적당히 간질간질해서 좋네. 젖꼭지 자위에 쓰면 괜찮을 것 같아."
"해볼까?"
"그거 괜찮네요."
"...뭔 미친 소리를 하는 거야?"
아모리가 마력이 없는 상태였으면, 이쯤에서 난리를 치면서 진행을 막았겠지만.
이미 젖꼭지 자위 중독자들과 함께 이야기 꽃을 피우며 즐거워하는 서큐버스 아모리라서, 오히려 동아리가 야한 주제로 폭주하기 시작했다.
"하윽, 하응...♡"
"어, 어어...."
물론 대부분 농담으로 하는 소리였지만, 오르카는 혼자 눈치 없이 이걸 직접 진행했고.
다들 당황하는 가운데, 정말로 젖꼭지 자위하다가 가버리는 오르카의 신음이 동아리 방을 가득 채웠다.
절정 모유를 끼얹은 솜사탕이라니 귀하네요....
"맛있어?"
"...의외로."
생각해보면 설탕이랑 우유의 조합은 꽤 괜찮았었지.
그래서인지 달달한 솜사탕에 모유가 좀 섞인 건, 고소한 맛을 추가해서 오히려 입이 즐거워졌다.
이게 왜 괜찮은지는 모르겠지만, 가끔 오르카한테 해달라고 해야겠네.
"그나저나, 이번에 축제는 뭐 할 거야? 동아리 시작하고 처음 참가하는 축제잖아?"
"그렇지...."
작년에는 우리끼리 지내기 위한 동아리기도 했고, 딱히 뭘 할 생각이 없었는데.
이번에는 후배들도 들어오고, 나름 무언가를 하는 편이 재밌을 것 같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러고 보니까 작년에는 축제를 무시하고 만화 작업만 했었네.
그래서 축제가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각기 동아리마다 자리를 부여받고, 그 자리에서 물건이나 서비스를 파는 거야. 자리는 동아리 활동 수준에 따라서 학생회가 정해준 순서대로 고를 수 있고."
"참고로 우리는?"
"꽤 빨라."
"딱히 자리로 인해서 할 걸 제한받지는 않는다는 거네."
평범하게 생각하면 만화 카페 같은 컨셉이 괜찮긴 하다.
우리 애들이 바니걸 복장이라도 입고 서빙해 주면 엄청난 인파가 몰려들겠지.
음, 하지만 이런 주제는 너무 평범할 것 같은데?
'슬슬, 우리 동아리 이미지를 바꿀 타이밍이긴 해.'
지금 동아리는 당연히 학교에서 만화를 관리하는 곳으로 느껴진다.
실제로도 그렇긴 한데, 나는 앞으로 이 동아리를 좀 다르게 써먹을 생각이니까.
컴퓨터와 타블렛이라는 대형 프로젝트를 혼자서 처리할 수 없고, 심지어 그 프로젝트에 도움이 되는 인재가 동아리에 넘쳐난다.
그런데 그걸 만화 동아리라는 이유로 썩히게 되면 아깝잖아?
다만 문제가 하나 있는데....
그때 가서 '결국 컴퓨터와 타블렛도 그림을 그리기 위한 도구니까, 만화 동아리에서 만들 수도 있지!'라고 주장하면 대부분이 억지라며 욕할 거라는 거다.
하지만 말이야, 지금부터 작지만 비슷한 짓거리들을 해서 원래 그런 놈들이라는 이미지를 만들어두면?
"오, 칼리가 이렇게 적극적으로 말하면 엄청난 걸 꺼내던데. 혹시 이번에도?"
"별 건 아닌데."
"엄청난 거네."
"재밌겠다."
"자, 잠시만 심호흡 좀 하고."
이것들아, 나 아직 말도 안 했어.
도대체 쟤들한테 있어서 내 이미지는 어떤 상태인 걸까.
진짜로 별생각 없이, 방금까지 먹던 것 때문에 떠오른 간단한 아이디어거든?
"요정의 실을 만들어서 파는 건 어떨까?"
그리고 내 말이 끝나는 순간, 방금까지 장난치면서 나를 놀리고 있던 애들의 얼굴이 굳더니.
진짜 미친 새끼가 눈앞에 있다는 표정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