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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한 만화가 합법인 세상에서-224화 (224/229)

〈 224화 〉 45권 ­ 성인식(3)

* * *

"오, 완성한 거야?"

"네, 지금 내열 테스트랑 다 해보는 중인데 문제없네요. 디자인도 나름 주셨던 거 기반으로 싹 통일했고요."

"음, 되게 마음에 든다."

다들 일을 즐기고 있어서 그런 건지, 예상보다 훨씬 빨리 최종 시제품이 나왔다.

이제 당장이라도 솜사탕을 팔 수 있을 것 같은데....

아, 그나저나 이제까지 초기 시제품으로 연습한 오르카의 실력을 봐야겠네.

"오...."

"와, 내가 하면 주변에 엄청나게 묻던데.... 오르카는 깔끔하네."

오르카는 처음 써보는 완성 시제품을 능숙하게 다루더니, 단숨에 솜사탕 하나를 만들어냈다.

누가 보면 저 시제품으로 연습한 줄 알겠네.

만든 것은 그냥 흰색 솜사탕이지만, 굉장히 정갈하게 모양을 잡아서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어때?"

"높이랑 크기, 위치, 주변에 있는 추가 물건들까지 완벽해. 엄청나게 편한데?"

"다행이네."

그리고 오르카는 이전에 만들어둔 색깔이 있는 설탕을 이용해, 색이 있는 솜사탕을 만들기 시작했는데.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퀄리티 높게 만들어지는 솜사탕의 모습에, 나는 놀라서 멍하니 그 장면을 바라보았다.

"와아...!"

"무지개같아."

"오, 이렇게 되는 거구나."

지구에서 보던 것보다도 깔끔하고 예쁜 솜사탕이었다.

솔직히 크게 기대하지 않았던 것이....

오르카는 기본적으로 그림을 그리는 등의 행위에 재능이 없고, 심지어 그다지 시간 투자를 한 적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적 감각이 필요한 활동에서 이 정도 결과물을 내놓는다고?

"아?"

다들 엄청나게 황홀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자, 오르카는 신이 나서 하나씩 솜사탕을 만들어 나누어주기 시작했다.

그렇게 연속해서 솜사탕을 만드는 오르카의 손 움직임을 더 길게 보고 나서야, 아름답게 뽑힌 솜사탕의 모양이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일종의 검술이었네.'

오르카는 뭔가 특정한 모양을 노리고 솜사탕을 만드는 것이 아니었다.

자신이 편한 대로, 막대를 가지고 기초적인 검술을 펼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그 검술에 녹아있는 미려한 동작이, 자연스럽게 솜사탕의 형태를 아름답게 그려내는 것이었다.

'참 신기하지, 검술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아름답다고 느끼게 된다는 게.'

솜사탕의 형태가 아니더라도, 이 세상의 검술은 그런 특성이 있었다.

지구의 상식으로는 그런 겉멋만 있는 보여주기 검술과 실전에서 싸우는 검술은 반대에 있어야 하는데.

이곳의 검술은 강하면 강할수록 아름다웠으니까.

"맛있네...."

오르카가 설탕에 색을 입힐 때 사용한 색소들은, 대부분 과일에서 비롯된 것인데.

그래서인지 은은하게 느껴지는 과일의 향이, 진한 설탕의 단맛과 어우러져서.

굉장히 고급스러운 맛을 만들어내고 있기까지 했다.

"바로 축제까지 이렇게 시간을 많이 남기고 끝낼 수 있을 줄이야."

"이럼 사실상 준비가 다 끝난 거잖아?"

"그렇지. 그래도 가능하면 이 제품을 미리 양산화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

메인이 되는 고급 솜사탕은 오르카가 만들더라도.

그 외의 기본적인 솜사탕 정도는 다 같이 만들어야, 이 솜사탕으로 몰릴 인파를 견딜 수 있을 것 같거든.

가격을 높여서 받는 인원을 줄이는 것으로도 해결할 수 있겠지만, 그럼 결국 지금 유행 중인 고급 요정의 실과 다를 바가 없다.

"그럼 지금부터는 설계도 쪽 완성하고, 발주 넣으면 되는 거지?"

"응, 물건이 오는 동안에는 번갈아 가면서 솜사탕 만드는 연습을 하고."

최대한 친숙한 가격으로 찾아와서, 많은 이들에게 경험하게 해주고.

그 가격대가 실제로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을 솜사탕 기계의 단가와 사용법으로 설명한다면, 제국에서도 솜사탕이 국민 과자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내 작은 야망이 담긴 계획이 제대로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야한 만화가 합법인 세상에서』

"음, 생각했던 것 이상이네."

정말 심각할 거라는 것은 예상했고, 그 예상을 기준으로 최선을 다해 준비했는데.

현실이라는 벽은 항상 그 이상을 준비해놓고 기다리는 모양이다.

아무리 미리 광고해놓고 시작한다지만, 이 말도 안 되는 줄은 도대체 뭐야.

'거의 내 만화 살 때 수준의 줄이네.'

설마 그걸로 익숙해져서 저러고 있는 건가...?

아무튼, 우리야 아카데미 바깥에 자주 나가면서 신상을 확인하고.

그런 과정에서 요정의 실을 사 먹을 수 있었지만.

다른 학생들은 아무래도 아카데미 바깥에서 한가롭게 인기 디저트를 사다 먹기는 어렵고.

그 때문에 가격을 떠나서 먹어볼 기회가 처음이라서 줄을 선 학생들이 많았던 것이 상황을 심화시켰다.

너무 자연스럽게 바깥을 놀러 다녔기에, 그게 원래는 금지된 것도 잊고 있었던 게 원인이리라.

"진짜로 인원수별로 기계를 준비하는 게 정답이었네요."

"...거기에 추가로 도와줄 사람을 구하는 게 진짜 정답 아니었을까?"

저 까마득한 줄을 소진하는 것도 힘들 텐데, 실시간으로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 조금 공포스러웠다.

이러다가 입소문까지 추가로 타면 아카데미 학생이 전부 한 번씩 먹는 건 아니겠지?

"...그러게, 이번 기회에 제품도 판다고 알려주고 그럴 시간이 없겠네."

"저기다가 적어서 붙여놓은 게 다행이지 뭐."

그건 원래부터 기대도 하지 않아서, 미리 약간의 대비는 했거든.

솜사탕 기계에 대한 설명과 가격 등은 이미 줄을 서는 곳 옆에 붙여놨고.

아마 기다리는 사이에 대부분이 읽어보게 될 거다.

"오르카가 큰일이네."

"...저거 가격 10배로 잡은 거 아니었어? 왜 저래?"

"그 가격이어도, 처음 보는 걸 먹겠다는 사람이 많은 거지."

심지어 오르카의 색깔 솜사탕의 줄은, 혼자서 소화하기에는 너무 무리가 있는 수준이었다.

나름 본인은 자기 솜사탕을 기대해주는 사람이 많다고 기뻐하고 있긴 한데....

"감사합니다!"

"네, 맛있게 드세요."

"와, 진짜 요정의 실이네...."

그래도 일부러 길게 늘어선 줄을 보고 있지 않으면, 나름 대응할 수 있었다.

오랜 시간 기다리더라도, 눈앞에 솜사탕이 내밀어지면 다들 행복해하면서 받아들었으니까.

뭔가 아카데미 축제가 아니라 놀이공원이 되어버린 느낌이긴 한데, 이러나저러나 잘 되면 다행이지.

"론도 교수님?"

"음, 요즘 다들 뭐에 푹 빠져 있는 것 같더라니. 이런 걸 준비하고 있었군요."

"아."

론도 교수님에게 이번 일에 대해서 전혀 말하지 않고 진행하긴 했다.

본인이 담당인 동아리인데, 말없이 진행했으니 기분이 나쁠 법도 하지.

하지만 론도 교수님이 끼어들면, 정말로 일이 커질 것 같아서 무서웠단 말이지....

"다음부터는 주의해주세요. 저도 상처받는 엘프랍니다."

"...알겠습니다."

생각해보면 론도 교수님도 참 좋은 인재인데....

나중에 내가 만들려는 타블렛과 컴퓨터 등에 대해서 말을 흘려서, 자연스럽게 동참하시도록 유도해 볼까?

매번 론도 교수님의 가르침을 소화하려고만 생각했지, 본인을 써먹을 생각은 못 했었네.

"참고로, 아직 줄은 엄청나게 길답니다. 열심히 하세요."

"끄응.... 넵."

그렇게 우리는 온종일 솜사탕을 만들어야 했고.

슬슬 지나쳐서 준비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던, 대량의 설탕이 바닥을 보이기 시작했다.

다행히 설탕이 완전히 다 동나기 직전에, 마지막 손님이 오르카의 현란한 솜사탕 검술을 관람하며 끝이 났다.

"...이게 축제? 뭔가 상상했던 거랑 다른데."

"와, 슬슬 좀 어지럽다."

마지막 손님이 돌아가자마자, 우리는 부스를 닫고 동아리 방으로 돌아와 다 같이 바닥에 드러누웠다.

축제에서 다른 동아리가 하는 활동조차 보러 갈 시간이 없이, 하루를 전부 솜사탕만 만들다 끝이 났다.

이딴 게 축제...?

"와, 팔이 부서질 것 같아."

"이게 그림 그리는 거랑 달라서 그런가, 더 힘든 것 같네."

물론 종일 그림을 그려도 힘들긴 한데, 뭔가 안 쓰던 근육을 써서 그런지 이게 더 힘들어.

워낙 솜사탕의 설탕 실이 몸에 달라붙어서인지, 동아리 방 안에서 끈적한 단내가 심하게 났고.

실제로 온몸과 옷이 끈적거려서, 굉장히 기분이 나빴다.

"아으, 못 참겠다."

"리아야!?"

"뭐 어때, 어차피 남편이랑 첩들밖에 없는데."

"어허, 첩이라뇨. 저도 엄연하게 칼리에게 함께하는 미래를 약속받은...."

"애도 없는 게 자꾸 까불지 말라고 했지."

"자꾸 그러면 저도 이번 학기에 질싸 매일 받아서 임신해 올 거예요."

"하던가. 그래봐야 우리 니케가 첫째야."

쟤들은 대체 저 주제를 언제까지 우려먹을 예정인 걸까.

기분 나쁜 끈적임을 견디지 못한 로자리아가 옷을 벗어 던지면서, 자연스럽게 다들 옷을 벗는 분위기가 되었고.

솔직히 나도 비슷한 감정이라서, 바로 옷을 집어 던졌다.

"하, 진짜 온몸이 지쳐서 움직일 수가 없네."

"...그래? 나는 재밌었는데."

그건 오르카 네가 괴물이라서 그런 거 아닐까?

나도 원래는 검술을 해서, 기초적인 체력은 자신이 있는 편이긴 하거든?

근데 오르카 너랑 붙으면, 그냥 평범한 마법 학부 1이 되는 것 같아....

"오르카 선배는 진짜 대단하네요, 나름 저도 체력에는 자신 있다고 생각했는데, 오늘은 정말 힘들거든요."

"흐음, 뭐 지친 편이긴 한데. 아직 몇 시간은 더 만들 수 있어."

항상 느끼는 거지만, 다른 사람한테는 다 깝쳐도 오르카한테는 깝치면 안 되겠다.

그렇게 다 같이 알몸으로 드러누워서, 지친 몸을 휴식으로 풀고 있는데.

어느새 오르카가 내 쪽으로 다가오더니, 킁킁거리면서 냄새를 맡았다.

"역시, 다들 엄청 달콤한 냄새가 나네."

"그럴만하지, 하나도 묻지 않은 오르카 네가 신기한 거야."

공기 중에 설탕 실이 날아다니고, 그걸 막대기에 감는 건데.

당연히 설탕 실이 막대가 아니라 몸에도 달라붙을 수밖에 없다.

짧은 시간이야 눈치채기 힘든 정도만 달라붙겠지만, 오늘 하루 내내 그 작업을 했으니까.

"하움...!"

"히익!?"

그때 오르카는 갑자기 고개를 끄덕이며 확신한 표정을 짓더니, 그대로 내 팔을 입에 물고 혓바닥으로 진하게 핥았다.

갑작스러운 혓바닥의 까슬거리는 감촉이 팔을 괴롭히니, 나는 깜짝 놀라서 그녀에게서 도망치려고 했지만.

당연하게도 나보다 훨씬 강한 오르카의 팔에 제압당해, 그대로 그녀에게 깔려서 움직이지 못하게 되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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