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야한 만화가 합법인 세상에서-225화 (225/229)

〈 225화 〉 45권 ­ 성인식(4)

* * *

"맛있어."

"......."

갑자기 오르카가 뭘 하는 건가 싶었는데, 한참을 내 팔을 핥고 나서야 멈추고 한다는 말이 저거였다.

아마 팔에 긴 시간 달라붙은 설탕을 핥아서 먹고 있던 거겠지.

물론 나도 모유 솜사탕 따위를 먹긴 했지만, 이런 식으로 복수 당할 줄은 몰랐다.

"꼬추도 달콤하려나?"

"달겠냐!?"

내가 좆으로 솜사탕을 만든 것도 아니고, 가만히 있던 좆이 왜 달아지는데.

일부러 솜사탕을 발라서 펠라를 시키는 건 좀 꼴리긴 하는데, 나중에 찐득거려서 찝찝할 것 같아.

아무튼 지금은 야한 짓을 할 기운도 없어서, 그것조차 예외라고 생각하지만.

"크흠, 아무튼 다들 고생했어."

"저 돈은 어디다 쓸 거야?"

"맞아. 특히 오르카가 엄청나게 많이 벌었던데."

"저거로 요정의 실 마차를 생산할 생각이야."

물론 내 사비도 좀 얹어서, 확실하게 대량으로 만들어낼 생각이다.

그래서 전국에 납품하면, 아마 우리가 가장 빠르지 않을까?

그럼 다시 돈이 복사되는 버그를 볼 수 있을 거다.

"그럼 이제 그 돈은 어디 쓰는데?"

"다음에는 이런 짓을 할 때, 더 돈의 제약을 무시하고 할 수 있게 되는 거지."

물론 그래봐야 아직 내가 만화로 버는 돈에 비하면 작지만.

이런 식으로 단계를 몇 번 밟는다면, 나중에는 정말로 컴퓨터를 만들 때 자금으로 충분해지지 않을까.

솔직히 내가 돈을 때려 박아도 되긴 하지만, 그것보다는 출처가 확실한 자금이 있는 게 좋으니까.

아무래도 외부에는 내가 시우라는 사실을 숨기고 있는 만큼, 이런 부분은 주의해서 나쁠 게 없지.

"이런 짓을 또 할 생각이구나. 우리를 과로로 죽일 셈이지...."

"아니, 앞으로는 이런 시연 이벤트는 안 할 거야."

그냥 제작해서 발표하는 정도로 하는 게 좋지 않을까.

어차피 아카데미 학생들은 대부분 똑똑하니까, 우리가 대충 해놔도 찰떡처럼 알아먹을 거라고 믿는다.

체험 정도만 적당히 시켜주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효과가 있을 것 같은데?

"아쉽네, 그럼 자위 도구를 만들면 공개적으로 시연하는 건가 했는데."

"너는 진짜...."

물론 농담이겠지만, 말하는 주체가 유리아니까 가끔은 정말로 할까 봐 무서워진다.

최근에 여린 모습을 봤는데도, 이 정도로 폭주하는 광기를 보면 무섭다니까.

"오늘 다들 좋아하더라. 자기 작품의 인기를 실감하신 만화가님의 기분은 어떠신가요?"

"좋지. 앞으로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고."

당연히 열심히 하는 건 만화랑 이런 미친 짓거리 모두지만.

몇 년 뒤에는 다시 타블렛으로 만화 그렸으면 좋겠다.

"...후"

그리고 그렇게 일이 마무리되고, 미리 계획했던 대로 잔뜩 생산한 솜사탕 기계를 팔기 시작했다.

진짜 잘 될 건 알았지만, 대부분의 일이 아카데미에서 일어났음에도 소문이 다 퍼져서 미친 듯이 수주 물량이 들어왔다.

벌써 시간이 꽤 지났는데도, 우리가 맡긴 공장이 쉬지도 못하고 계속 찍어내며 전국에 물량을 공급하는 걸 보면.

생각보다 솜사탕의 영향력이 강했다.

솔직히 생각해보면, 솜사탕이라는 것 자체가 퍼지기에 너무 좋은 환경이었다.

유사 중세인 이 마법에 미친 제국에서, 설탕은 적당히 값이 있는 물건일 뿐이었고.

그런 설탕만 있으면 무한히 괜찮은 과자를 만들어 주는 기계는, 내 작품의 인기와 별개로도 흥할 요소가 많았다.

"요즘 나갈 때마다 행복해, 요정의 실 하나씩 사서 먹으면서 들어올 수 있거든."

"질리지도 않냐?"

나는 축제 때 너무 많이 만들어서 그런가, 냄새만 맡아도 기분이 나빠지던데.

물론 먹으라면 나도 먹을 수 있긴 한데, 굳이 사 먹고 싶은 느낌은 아니라고나 할까.

아마 시간이 지나면 좋아지긴 할 텐데.

"오르카, 오랜만에 기분 좋아 보이네? 요정의 실 때문이야?"

"그건 아니고, 아까 밖에서 되게 재밌는 이야기를 들었거든."

음, 그런 이유로 기분이 좋아질 수 있구나.

여전히 검술 발전이 막혀서 기분이 나쁜 상태를 유지하는 중인데도, 저런 어처구니없는 이유로 기분이 좋아질 수 있다니.

여러모로 신기한 녀석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긴, 기분 별로 일 때 오르카가 와서 가슴 만지게 해주면 좋아질 것 같긴 하네.'

사실 인간은 원래부터 단순한 동물이 아니었을까.

그렇다면 다음에 오르카가 기분이 나빠 보이면, 가슴 애무라도 해주면서 풀어줘야 하는 걸까.

그렇게 반쯤 미친 생각을 하고 있는데, 오르카는 신난 표정으로 오늘 수도에서 들은 이야기를 해주기 시작했다.

"대체 무슨 이야기기를 들었길래, 그렇게 날아다닐 것 같은 목소리 톤인데?"

"요정의 실이랑 관련된 이야기!"

"요즘 요정의 실에 푹 빠져 사는구나."

하긴, 최근 검술이 안 되던 걸 그나마 자신감을 돌려준 게 솜사탕이니까 그럴 수 있지.

그나저나 솜사탕이 잘되고 있는 건 나도 방금 그녀에게 말해준 참인데.

밖에서 뭘 들었길래 저렇게 즐거워하는 거지?

"칼리, 그거 알아? 요즘 솜사탕이 선물로 엄청나게 인기래."

"음, 그래? 그렇게 비싼 건 아닌데."

"의미 있는 선물 같은 거지."

"의미?"

"응, 주는 대상이 특별할 때 주는 선물이거든."

뭐, 솜사탕으로 특별한 모양이라도 그려서 주는 건가?

근데 그건 대상이 특별한 게 아니라, 솜사탕이 특별한 거지?

감이 잡히질 않아서 고개를 갸웃거리던 도중, 오르카가 말해준 정답에 깜짝 놀라서 넘어질 뻔했다.

"성인이 되는 해 선물, 그러니까 성인식 때 선물로 주는 거야."

"...뭐?"

대체 그걸 왜 주냐고 말하려던 도중, 나는 내가 그린 만화의 스토리가 떠올라서 그대로 경악하고 말았다.

『야한 만화가 합법인 세상에서』

"드디어 샀다."

한 여성이, 엄청난 인파를 뚫고 요정의 실의 덩어리를 들고나오며 한숨을 쉬었다.

분명 단가도 싸고 엄청나게 생겨서, 전보다 구하기 쉬울 거라고 들었는데.

그런데도 오픈 초기라 그런지 몇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그래도, 오늘 안에 구한 게 어디야.'

혹시 오늘 안에 구하지 못하면, 여러모로 계획이 틀어져서 기분이 좋지 않았을 거다.

딱 한 번만 있는 기회를, 그런 식으로 날려 먹으면 슬프니까.

하여튼, 아이에게 좋은 추억을 만들어 주는 것은 부모의 덕목이고.

그런 의미에서 그녀는 항상 아이에게 좋은 부모가 되고 싶었다.

"다녀왔습니다."

"와, 오래 걸렸네. 사용인한테 시키라니까."

"우리 애 생일인데, 내가 직접 고르고 싶었지. 이거 색 엄청 예쁘지?"

"그러네."

그녀는 자기 남편에게, 굉장히 오묘하게 뒤섞인 요정의 실의 모습을 보여주며 자랑했다.

일반적인 요정의 실보다 거칠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끝부분일 뿐.

실질적인 내부는 동그랗고 부드럽게 뭉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우리 애 같더라고."

"고생했어. 그나저나 이번에 장비가 풀려서 구하기 쉬워졌다고 들었는데, 아직은 아닌가 보네."

"생각보다 사람이 많더라. 그래도 우리 애 생일인데 이 정도는 해야지."

"음, 근데 이거 내일까지 버틸 수 있을까? 재료가 뭐라고 했더라?"

"설탕, 냉장고에 넣어두면 괜찮을 거래."

그녀는 과연 이번에 성인이 되는 자기 딸아이에게 어떤 선물을 해야 하는지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러다가 최근 딸아이가 친구들과 빠진 이너 메르헨, 정확히는 새로 나온 '어른이 되지 않는 소녀의 세계'와 '어른이 되어 버린 소녀의 세계'를 알게 되었다.

마찬가지로 그 작품에서 펼쳐지는 어른이 될 수 없는 아이와 되기 싫은 아이의 이야기를 보자, 그녀 또한 푹 빠져들고 말았다.

그런데 그 작품에서 나오는 장면 중, 요정의 실이라는 것을 먹는 신고식이 있었고.

마치 어른의 관문을 넘는 것만 같은 연출에, 그녀는 자기 딸의 이번 생일에 그런 이벤트를 해주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굳이 사람도 시키지 않고, 직접 나가서 요정의 실을 산 것이었다.

그녀의 딸이 보여주는 성격을 닮은, 까칠해 보이지만 속은 푹신하고 여린 느낌의 것으로 말이다.

"뭐야, 아직 안 주무세요?"

"아, 그렇지 뭐. 너는? 내일 일찍부터 준비할 텐데, 미리 좀 자두지."

"기분이 이상하세요. 이제 저도 어른이고, 심지어 내년에는 아카데미도 들어간다니...."

"너무 걱정하지 마. 내일 파티에서 인사 잘하고."

"그런 건 말하지 않아도 안다니까요."

"그래."

가볍게 포옹을 한 뒤, 그녀는 미리 요정의 실을 넣어둔 냉장고를 보면서 슬며시 웃었다.

물론 딸아이 성격이면, 벌써 요정의 실은 먹어봤을 테지만.

이렇게 성인식 날에 맞춰서 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거다.

"...어머니?"

"오늘부로 성인이 되는 저희 딸아이를 위해, 이 자리를 찾아주신 여러분 모두 감사합니다."

그리고 다음 날, 그녀는 파티 도중에 미리 계획해둔 타이밍에 딸아이의 앞에 나타나며 이벤트를 시작했다.

그녀는 '어른이 되어 버린 소녀'에서 나오는 라헬의 복장을 최대한 비슷하게 입고 있었고.

딸은 그 모습을 바로 알아차리고, 이 자리가 공적인 자리라는 것도 잊고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 했다.

"우리 딸은 이제 나이도 몸도 어른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아직 부족한 것이 있습니다."

"엄마, 갑자기 뭘...."

그녀의 딸이 귓속말로 말리려고 했지만,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이 준비한 선물을 꺼내 들고는.

마법으로 이루어진 조명 연출과 동시에, 들고 있었던 요정의 실의 포장을 벗겨버렸다.

커다란 요정의 실이 보여주는 아름다움에, 그녀의 딸은 깜짝 놀랐다.

"어, 어?"

"어른이 되는 신고식으로, 이 솜을 먹이도록 하겠습니다."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요정의 실을 건네줬고.

딸은 마치 지금 네버랜드의 세상에 들어온 기분이 들어 당황했으며.

이런 이벤트를 받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보니, 굉장히 감동하고 말았다.

아니, 평범하게 감동하는 수준을 넘어서 주변의 시선을 신경을 쓰는 것조차 잊어버렸고.

어린애처럼 눈물을 흘리면서 부모의 품에 안겼다.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