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화 〉 3화 내 능력은 암컷타락
* * *
이게 무슨 소리야? 암컷타락 능력의 레벨이 증가했다고?
여기도 무슨 상태창 같은 게 있는 건가?
“나자, 나 방금 이상한 소리를 들었는데…”
“응, 응오옷…”
나자는 아직 절정의 후유증에 몸부림치고 있었다. 이 상태라면 내가 무슨 말을 해도 듣지 못할 것 같았다.
어쩔 수 없지. 나중에 물어보는 수밖에.
어쨌든 거래는 성립됐다. 나는 나자의 몸을 받았고, 그 대가로 마왕인지 뭔지를 무찌르기만 하면 된다.
나는 헤롱대는 나자의 엉덩이를 두어 대 팡팡 쳐 준 다음 침대에서 일어나 나자가 들고 온 옷을 입었다.
방문은 여전히 살짝 열려 있었다. 방문을 열자 안을 빼꼼 바라보고 있던 세이라와 아이라의 시선이 나와 마주쳤다.
“너, 너… 나자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세이라가 부들부들 떨며 말했다.
“무슨 짓을 하긴? 거래를 한 거지. 나자도 만족하는 모양이고.”
“거짓말하지 마! 나자가 계속 비명을 질렀잖아!”
“저건 비명이 아니라 교성인데… 잠깐, 세이라 너 남자랑 자 본 적 없어?”
“…”
세이라가 아무 말도 못 하고 주먹을 꽉 쥐고 있으니 옆에 있던 아이라가 대신 대답했다.
“…우리는 갓 성인이 된 나이. 아이케의 마법사들은 성인이 되기 전까지 성관계를 맺을 수 없어.”
그 얘긴 즉슨 세이라와 아이라 모두 처녀라는 이야기? 오케이, 다음 목표는 너희다.
내가 머릿속으로 세이라를 따먹을 500가지 방법을 궁리하고 있을 무렵, 어디선가 나타난 흰 수염의 남자 하나가 자연스럽게 세이라의 엉덩이를 툭 만졌다.
“꺄악! 이 변태 늙은이가!”
“허허, 세이라. 이제 성인도 됐는데 점잖게 행동할 때도 되지 않았니?”
“나도 점잖게 행동하고 싶은데 성인이 된 이후로 자꾸 이런 짓거리를 하잖아!”
세이라가 노인에게 항의하듯 말했다.
“…저질.”
옆에 있던 아이라가 거들었다. 뭐야, 창작물에 흔한 변태 노인인가 보네.
노인은 잠시 껄껄 웃다가 내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자네가 이번에 용사로 소환된 사람이군. 난 칼벤이라고 하네. 자, 이럴 게 아니라 어디 가서 차라도 한 잔 마시면서 이야기하는 게 어떻겠나?”
“좋네요.”
“너희는 같이 갈 생각 없니?”
칼벤이 세이라와 아이라를 보며 말했다. 하지만 둘은 동시에 고개를 저었다.
“나, 나는 지금 나자를 간호해 주러 가야 해.”
“…나도.”
“그래? 마음대로 하렴.”
그렇게 말하며 칼벤은 다시 세이라의 엉덩이를 툭툭 쳤다. 세이라는 몸서리치며 나자가 있는 방 안으로 달려들어갔고 아이라가 그 뒤를 따랐다.
“…지금은 안 들어가는 게 나을 텐데.”
내가 말하자 칼벤은 씨익 웃으며 복도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
칼벤의 방은 수수했다. 마법사의 방이라기보다는 뭔가 모텔방 같은 느낌이 났다.
방 한가운데에는 더블베드가 있고, 베드 맞은편에는 커다란 액자가 걸려 있었다.
다만 특이한 점이 있다면 액자가 비어있다는 점이었다. 침대에 누워서 감상하기 딱 좋은 위치인데 빈 액자를 놔둔다고?
노인의 고상한 취미인가 보다.
내가 테이블에 앉아 칼벤을 기다리고 있으니 칼벤이 다가와 찻잔을 건네주었다.
“궁금한 게 많을 테지.”
“사실 그렇게 많진 않아요.”
“뭐가 됐든 말해보게.”
“일단, 아까 나자랑 그…”
“알고 있네. 나자랑 짐승같이 교미하더군.”
? 이 양반은 그걸 어떻게 알고 있어. 내가 방 밖으로 나온 이후에 온 거 아니었어?
“신기한가? 마법이라면 가능하다네.”
그렇게 말하며 칼벤은 손가락을 탁 튕겼다. 그러자 비어있던 액자에 TV라도 켜진 것처럼 무언가 보이기 시작했다.
“괜찮아, 나자?”
액자에 떠오른 모습은 다름 아닌 내가 아까까지 있던 방이었다. 세이라와 아이라가 나자의 옆에 앉아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나자를 쳐다보는 모습.
나는 휙 칼벤을 돌아봤다. 그러자 칼벤은 웃음을 참지 못하고 박장대소하기 시작했다.
“하하하하하!”
“몰카라도 설치해 놓은 거예요?”
“몰카? 그게 뭔가?”
“그…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어쨌든, 자네 기술은 정말 대단했네. 이 늙은이도 발딱 세울 만큼 대단하고 격정적인 교미였어.”
“방을 볼 수 있게 마법을 깔아놓은 거예요?”
“아니. 저 방은 손님 올 때만 쓰는 방이라네. 웬만한 일이 없으면 빈 방으로 남아있지. 그런 데를 봐서 뭐 하겠나?”
“그럼 저 화면은..?”
“그야 당연히 나자를 따라다니는 마법이지.”
칼벤은 한 치의 머뭇거림도 없이 내 질문에 답했다. 아니, 시발 뭐라고요? 그거 몰카보다 더 심각하잖아.
이 양반, 처음 보기엔 그냥 변태 노인네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훨씬 더 정신 나간 노인네였구나…
“뭘 그렇게 생각하나?”
“칼벤 님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후후. 마법사라면 누구나 꿈꾸는 일 아닌가?”
대체 이 세계의 마법사들은 어떻게 되먹은 인간들인 거야?
“그리고, 자네니까 털어놓고 하는 말이다만, 나자 몸매가 보통 몸매인가? 그 커다란 가슴에 툭 튀어나온 엉덩이, 정말 들어갈 데 들어가고 나올 데 나온 끝내주는 몸매지 않는가?”
“그, 그렇죠.”
“나자 같은 여자랑 몸을 섞다니… 이 나이를 먹었지만 자네가 부럽구먼.”
부러울만 하긴 하지. 방금까지 몸을 탐해 본 결과 나자는 내가 만난 미시들 중에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명기였다.
“아, 칼벤 님. 질문이 있어요.”
“이런, 내가 괜히 딴소리를 했구먼. 그래, 궁금한 게 뭔가?”
“나자와 관계를 마쳤을 때, 제 귀에 이상한 소리가 들렸는데요.”
“응? 나자가 설명해 주지 않던가?”
“나자한테 물어보고 싶었지만, 나자가 이미 암컷절정으로 뻗은 상태였어서요.”
“암컷절정이라… 그거 정말 좋은 말이로군. 그래, 어떤 말이 들렸나?”
사실 누구한테 말하기 참 부끄러운 말이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 사람한테라면 아무런 걱정 없이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제게 ‘암컷타락 능력의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라고 했습니다.”
“호오..?”
칼벤이 흥미롭다는 듯이 턱에 손을 가져다 대고는 수염을 쓸어내렸다.
“상태창은 확인해 봤나?”
“상태창이 따로 있나요?”
“아니, 자네 용사의 제일 기본인 상태창조차 확인해 보지 않았다는 건가?”
칼벤이 놀랍다는 듯이 말했다. 아니, 나야 뭐 나자가 나보고 용사라니까 그런 줄 알았지…
“나자가 또 너무 순진했군. 자기가 소환한 사람이 용사인지 아닌지도 확인해 보지 않고 몸을 대 주다니…”
칼벤이 안타깝다는 듯이 말했다.
“어쨌든, 상태창을 여는 방법은 간단하네. 머릿속으로 어떤 방식으로 상태창을 열지를 생각하면서 입으로 ‘상태창’이라고 말하면 되네.”
간단하네. 나는 곧바로 칼벤이 알려준 것을 실행에 옮겼다.
‘일단 형식은 눈앞에 파란색 글씨가 떠오르는 거로 하면 되겠지. 좋아, 그럼 이제…’
“상태창.”
그러자 내 눈앞에 파란색 글씨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칼벤과 나는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상태창을 하나씩 읽어내려갔다.
[이름 : 남성기]
자기 이름에 꽤나 자부심이 있는 듯하다.
[아이덴티티 스킬]
[암컷타락]
Lv.???
여자를 자기 욕망에 충실한 한 마리 암컷으로 타락시키는 능력. 이 능력의 희생양은 주인님을 위해서라면 언제든지 몸으로 봉사하는 충실한 성노예가 된다.
[부가 스킬]
[말자지]
Lv.1
엄청난 크기의 자지다. 레벨이 증가할수록 자지의 크기가 증가한다.
[멈출 수 없는 힘]
Lv.1
멈출 수 없는 힘으로 몇 번을 사정하든 가라앉지 않는다. 레벨이 증가할수록 가능한 사정 횟수가 증가한다.
[꿰뚫는 정액]
Lv.1
상대방의 피임 마법을 확률적으로 무시한다. 상대의 피임 마법의 레벨이 낮을수록 성공률이 상승한다. 레벨이 증가할수록 피임 마법을 무시할 확률이 상승하며, 일정 수준 이하의 피임 마법은 완벽히 무시한다.
..?
어이가 없어 할 말을 잃은 나와는 다르게 칼벤은 아주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내 상태창을 바라보고 있었다.
“대단해, 대단해!”
“뭐가 그렇게 대단하다는 건가요?”
“딱 내가 찾던 용사야!”
…당신이라면 그럴 만하지.
“저 말고도 암컷타락을 아이덴티티 스킬로 가진 사람이 있었습니까?”
“있었을 수야 있지만… 적어도 내 주위에는 없었네. 이런 아이덴티티 스킬은 처음이야.”
“그런데 왜 암컷타락의 레벨은 물음표로 나오는 거죠?”
“흠… 거기에는 두 가지 가능성이 있네. 자네의 레벨이 이미 자네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높아 자네 자신조차 다 활용할 수 없거나, 아니면 자네의 가능성이 무한히 열려 있거나, 뭐가 됐든 나쁜 뜻은 아니니 걱정할 필요 없다네.”
그렇게 말하니 조금 안심은 된다지만 여전히 이상함은 지울 수가 없었다.
명목이 세상을 지키고 마왕을 무찌른다는 용사인데, 아이덴티티 스킬이 암컷타락이라고?
“부가 스킬이 더욱 강해질수록, 자네의 아이덴티티 스킬도 더더욱 강해지겠지.”
“그럼 부가 스킬은 어떻게 강하게 하나요?”
“자네도 이미 알고 있지 않나?”
그렇게 말하며 칼벤은 손가락으로 동그라미를 만든 뒤 그 안을 손가락으로 쑥쑥 쑤셨다. 하여간 고결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마법사다.
“그래, 상태창 설명은 어느 정도 된 것 같고. 더 묻고 싶은 건 없나?”
“이 세계의 정황이 궁금하네요.”
“역시 준비된 용사의 자세구먼. 그런 게 궁금해야지.”
칼벤이 다시 손을 들어 손가락을 탁 튕기자 액자에 나오던 화면이 바뀌었다. 아, 나자 생가슴 잘 보고 있었는데 아깝다.
순식간에 액자 안 화면에는 지도가 그려지기 시작했다.
“여기가 인간들의 땅이고.”
칼벤이 말하자 지도의 좌측 반이 푸르게 빛났다.
“여기가 지금 마왕에게 점령당한 땅일세.”
지도의 우측 반이 붉게 빛났다.
“와, 벌써 반이나 먹혔어요? 좆된 거 아니에요?”
“그러니까 나자랑 아이들이 무리해서라도 자네를 불러낸 거 아니겠나. 인간들의 여왕 헤리아는 오래도록 용사를 찾아 헤맸네. 하지만 용사를 자청한 여러 사람 모두 마왕에게 패배하고 말았어. 결국 아이케 제단에서 이대로 놔두면 안 되겠다고 생각해 자네를 소환한 거야.”
그러니까 나는 비공식 용사구나…
칼벤이 다시 손가락을 튕기자 지도 좌측에는 인간 여왕 헤리아의 모습이, 우측에는 마왕의 모습이 드러났다.
여왕은 여왕이란 말이 무색하지 않게 매우 고고하고 청초한 모습이었다. 맑고 깨끗한 피부와 길게 내려뜨린 흑색 머리, 가슴이 살짝 패어 있는 화려한 옷. 누가 봐도 여왕이었다.
그리고 마왕은… 어라?
나는 마왕이라길래 흑색 갑옷을 입고 눈에서 붉은빛을 내뿜는, 커다란 대검을 휘두르는 그런 이미지를 상상했는데, 여기 마왕은 다른 모양이었다.
헤리아와 비슷하게 흑색 머리카락을 가졌지만 살짝 더 곱슬기가 돌았고, 살짝 창백하지만 아름다운 피부의 색,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입고 있는 옷이었다.
가릴 곳은 겨우 다 가린 듯 보이지만 유륜이 살짝 보일 정도로 꼭지만 가린 가슴 갑옷, 그대로 드러나는 옆가슴과 윗가슴, 그리고 훤히 보이는 배꼽.
게다가 나자가 입었던 팬티처럼 얇은 하의 갑옷은 음모가 드러나지 않는 게 더 신기할 정도였다. 장갑과 신발은 꼈지만 맨 다리와 맨팔이 드러나는 옷은 또 어떻고.
“이 정도면 자네가 해야 할 일이 뭔지 확실하지 않은가?”
칼벤이 웃으며 말했다.
그때쯤 누군가 밖에서 문을 똑똑 두드렸다.
“누구인가?”
“나자입니다. 헤리아 여왕님께서 지금 당장 용사님을 뵙고 싶다고 하시네요.”
“금방 나가겠네.”
칼벤은 나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칼벤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
여왕의 궁전, 그곳은 아름답다는 말로 부족한 곳이었다. 곳곳에는 푸른 식물들이 곱고 정갈하게 자라 있었고, 백색의 대리석으로 지어진 건물은 흠잡을 곳이 없었다.
나는 궁전의 중앙 도로를 따라 그대로 안으로 들어갔다. 화려한 갑옷을 입은 경비병들이 검을 거두자 저 멀리에 왕좌에 앉아 있는 여왕의 모습이 보였다.
나는 나자의 안내를 받아 여왕의 앞까지 걸어간 뒤 여왕 앞에 머리를 조아렸다.
“고개를 들어라.”
여왕의 인자하면서도 위엄 있는 목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들어 바라본 여왕의 모습은 아까 화면으로 봤을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워 보였다.
“그대가 아이케의 마법사들이 불러낸 용사인가?”
“그렇습니다.”
“용사라. 여태까지 수많은 용사들이 내 앞에 있었다. 하지만 그들 모두 마왕군에게 죽거나 마왕군의 노예가 되고 말았지.”
뭐, 그 정도로 생긴 마왕이라면 노예 될 만하지.
“내 말을 듣고 있는 것이더냐?”
“듣고 있습니다.”
“그대는, 그대는 정말로 이 마왕을 몰아내고 이 땅에 평화를 가져와 줄 수 있겠느냐?”
“그렇습니다. 제가 꼭…”
그렇게 말하며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왕을 암컷타락시키겠습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