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화 〉 4화 왕궁의 중심에서 암컷타락을 외치다
* * *
여왕. 여신과 닮은 존재.
그녀의 푸른 눈동자만큼이나 순수하고, 언제나 고결해야 하는 사람.
그런 사람 앞에서 나는 당당히 암컷타락이라는 단어를 말한 것이었다.
“뭐, 뭐라고 했느냐?”
여왕은 자기가 들은 바를 믿을 수 없다는 듯 내게 되물었다.
“그런 말을 하시면 어떡해요!”
나자도 당황스럽다는 듯 내 어깨를 잡고 흔들었다.
물론 나는 주저하지 않고 한 번 더 큰소리로 당당하게 외쳤다.
“마왕을 암컷타락시키겠습니다!”
여왕은 말문이 막힌 듯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 사이 여왕의 옆에 있던 남자 하나가 칼을 뽑으며 소리쳤다.
“이 불경한 자가!!!”
동시에 여왕을 지키는 근위대로 보이는 병사들도 각자의 무기를 꺼내들고는 내게 겨눴다.
허어, 이거 분위기가 상당히 험악해지는구먼.
“다시 한번 그따위 추잡한 말을 지껄였다간 살아나가지 못할 것이다!”
여왕의 옆에 있던 남자가 내게 칼을 겨누며 윽박질렀다.
글쎄,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은 것이 사람 심리라서 말이야.
“마왕에게 섹스의 기쁨을 가르쳐 주겠습니다. 아니, 섹스밖에 모르는 성노예로 만들어 맨날 보지 팡팡 해달라고 애원하는 한 마리의 암컷으로 만들겠…”
“더 들을 것도 없다! 저 자의 목을 당장 쳐라!!!”
남자가 당장이라도 내 목을 썰기 위해 뛰쳐나올 기세로 말했다. 하지만 옆에 있던 여왕이 살짝 손을 올려 남자를 제지했다.
“여왕님! 저 자는 지금 왕실을 모욕하고 있습니다! 지금 당장 목을 베야 합니다!”
“근위대장, 잠시만. 저 자의 말을 조금 더 들어보고 싶다.”
여왕은 근위대장을 진정시킨 뒤 우아한 발걸음으로 왕좌에서 내려와 내게 다가왔다. 여왕이 가까워질수록 그 아름다운 얼굴이 점차 또렷해졌다.
가슴을 옷이 제대로 잡아주지 않아 미약하지만 분명하게 출렁거리는 가슴은 덤.
“그렇게 하면 내 백성들을, 이 땅을 지킬 수 있는가?”
“그렇습니다. 육노예가 된 마왕은 제 말에 복종할 테니까요.”
“마왕을 복종시킨다…”
여왕 헤리아는 무언가를 곰곰이 생각하고 있는 듯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가당찮은 거짓말입니다! 이미 몇 명의 용사들이 어떤 최후를 맞이했는지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그들은 저 자와는 비교할 수도 없이 강했는데도 말입니다!”
“…”
“마왕은 우리의 백성을 죽이고 이 땅을 멸망시키려 하는 자입니다! 그런 마왕을 어떻게 복종시킬 수 있다는 말입니까!”
근위대장이 길길이 날뛰며 소리쳤다. 하지만 헤리아는 그 말을 듣고도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저, 지금이라도 용서를 구하면 목숨은 보전할 수 있을지도 몰라요. 그러니…”
내 옆에 서 있던 나자가 조그맣게 내게 속삭였다.
“뭐라고?”
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는 나자를 쳐다봤다. 나자는 안절부절못하며 계속 나를 만류했다.
“어쨌든 당신은 아이케 제단의 마법사인 제가 소환하고 데려온 사람, 용서를 구하면 저분들도 목숨은 살려주실 수도…”
“나한테 반항하는 거야?”
나는 몸을 확 움직여 나자의 젖가슴을 움켜쥐었다.
“앗♡”
나자의 입에서 교태 어린 신음이 흘러나왔다.
“이것들이 신성한 왕궁에서 뭐 하는 짓이냐!!!”
결국 참지 못한 근위대장이 자리를 박차고 내게로 달려왔다.
그리고 근위대장이 내 목을 치려는 순간,
“안 돼요!”
나자가 나를 감싸 안아 보호하며 말했다. 역시, 한 번 한 것치곤 이미 내게 푹 빠졌군.
“나오십시오, 아이케의 마법사! 죄인을 보호한 자 역시 죄인에 버금가는 처벌을 받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나자는 나를 꼭 끌어안고 놔주지 않았다.
“제가 소환한 용사입니다. 만약 죄가 있다면 저도 처벌을 받겠습니다.”
“그러시다면야!”
근위대장은 나와 나자를 한꺼번에 썰어버릴 심산으로 칼을 휘두를 준비를 했다.
“멈추거라!”
뒤에서 헤리아가 근위대장에게 말했다. 하지만 근위대장은 못 들은 척 그대로 칼을 휘두르려고 했다.
“멈추라고 했다.”
헤리아의 싸늘한 말에 결국 근위대장의 팔은 멈추고 말았다. 휴, 살았다. 이대로 목이 달아나는 줄 알았네.
근위대장은 거친 숨을 내쉬며 칼을 칼집에 넣었다.
헤리아는 천천히 우리를 향해 다가오는가 싶더니 나자에게 손을 내밀었다.
“나자, 이 사람의 말이 사실이라고 생각하느냐.”
“네? 무,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습니다.”
나자가 머리를 조아리며 대답했다.
“나자, 내 손을 잡고 말하거라. 지금은 여왕이 아니라 네 벗으로서 물어보는 것이니라.”
그 말을 듣고서야 나자는 고개를 살짝 들고 조심스럽게 헤리아의 손을 잡았다.
“나자, 나는 네가 그런 목소리를 내는 걸 들어본 적이 없노라… 네가 그렇게 할 거라고 상상해 본 적도 없고 말이다.”
“…”
나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말하기엔 너무 부끄러웠던 걸까.
“이 남자가 널… 그렇게 만든 것이더냐?”
“아, 아니옵니다. 이건 그저…”
나자가 황급히 변명을 하려는 순간, 내가 옆에서 끼어들었다.
“네. 제가 나자를 암컷으로 만들어줬습니다. 아직 부족하지만, 나자는 분명 훌륭한 암컷타락한 노예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누가 너더러 입을 열랬느냐.”
“죄송합니다. 하지만 가만히 있다간 진실이 숨겨질 것 같아서.”
나는 여유롭게 대답하며 나자의 등 뒤로 걸어가 나자를 꽉 끌어안고는 가슴을 주물럭거렸다.
“그, 그만둬요. 이런 짓…”
나자가 몸을 배배 꼬며 말했다. 하지만 나는 멈추지 않고 나자의 풍만한 가슴을 이리저리 만졌다.
“정 싫으면 날 뿌리치면 되잖아? 왜 그러지 않는 건데?”
나자가 애처로운 소리를 내고 있으니 여왕이 말했다.
“나자, 네 의견이 듣고 싶도다. 이대로 그만하는 것을 원하느냐, 아니면 여기서 저 자의 능력을 보여주는 데 협조할 것이더냐?”
나자가 고민하고 있길래 나는 더 격렬하게 나자의 가슴을 주물렀다. 얇은 천 옷 위로 꼭지를 찾아서 살살 건드려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앗, 으응… 조금 더 지켜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입니다…”
“그렇지, 나자. 말 잘 했어. 이 이쁜 입에 상을 줄게.”
나는 곧바로 나자의 입에 내 입술을 가져다 댔다.
나와 입을 맞추고 가슴을 농락당하던 나자는 얼마 지나지 않아 온몸을 팡팡 튕겼다. 그 세기는 나와 섹스할 때와는 비교할 수 없었지만 누가 봐도 절정을 했다는 것은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아아… 신성한 왕실에서 이게 무슨 음탕한 짓이란 말인가…”
근위대장이 좌절을 하는 것 같긴 한데, 솔직히 내 알 바는 아니었다.
한 번 더 나자의 절정 쇼를 보여주기 위해 팬티에 손을 넣으려는 찰나, 여왕이 날 제지했다.
“그만하면 됐다. 이제 그만하거라.”
“아직 제 진가의 10분의 1도 보여드리지 못했습니다.”
“아니, 충분하다. 나자랑은 얼마나 정을 나눴느냐?”
“떡정을 말씀하시는 거라면, 아직 한 번 밖에 나누지 않았습니다.
“한 번?”
여왕의 눈이 동그래졌다. 하긴 자기 친구가 고작 섹스 한 번에 이렇게 음탕하게 변했다는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긴 힘들겠지.
하지만 어쩌랴, 그것이 사실이고 내 암컷타락 능력은 최강인 것을.
“나자, 저 말이 진짜인가?”
“그렇사옵니다.”
나자는 차마 고개를 들지 못하고 쩔쩔매는 목소리로 말했다.
여왕은 놀랍다는 듯이 나와 나자를 번갈아 쳐다보다 입을 열었다.
“어쩌면, 그 정도 능력이라면 정말로 마왕을 제압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겠구나.”
“하하, 여부가 있겠습니까.”
나는 자신만만하게 웃으며 근위대장을 쳐다봤다.
근위대장은 분해서 어쩔 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잠자코 여왕의 다음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좋다.”
여왕 헤리아는 다시 우아한 발걸음으로 왕좌로 돌아갔다.
“내가 상스러운 말을 쓰는 것을 이해해 주길 바라노라. 저 자의 암컷타락이라는 능력… 굉장한 잠재력이 있는 것 같노라. 예를 들면…”
그렇게 말하며 헤리아는 살짝 안타깝다는 눈빛으로 나자를 바라봤다. 나자는 고개를 땅바닥에 처박을 기세로 숙여 그 눈빛을 피하고 있었다.
“…그렇게 된 것이노라. 이에 나 여왕 헤리아가 명하노라.”
나에게 백만 대군을 주고 마왕성으로 진격을 시키려고 그러나? 아니면 암살 특수부대를 붙여 마왕에게 접근한 다음 바로 마왕을 암컷타락을 시키려고 그러나?
“저 자를 당장 지하 감옥에 가두거라.”
???
“알겠습니다!”
근위대장은 곧바로 병사들과 함께 달려와 나를 밧줄로 꽁꽁 묶었다. 졸지에 밧줄 본디지를 당하게 된 나는 여왕에게 소리쳤다.
“이런 법이 어딨습니까! 분명 제 능력을 알아주시지 않으셨습니까!”
그러자 옆에 있던 근위대장이 내 뺨을 때렸다.
“멍청한 놈! 여왕님이 곧 선이고 여왕님의 말이 곧 법이거늘! 어느 안전에서 그따위 말을 한단 말이냐!”
“그래도 전 여쭤봐야겠습니다! 제 능력을 알아주셨으면서 저를 감옥에 보내는 이유를!”
“너무 천박하다.”
고결하신 여왕님의 입에서 나온 말이었다.
“그렇게 마왕을 제압했다가, 다른 마음을 품은 마왕이 이 세상 사람들을 천박하게 만들면 어떡할 것이더냐?”
아, 역시 여왕님, 그런 쓸데없는 걱정까지 하고 계셨구나.
다 같이 암컷타락하면 다 같이 욕망에 충실하게 행복하게 사는 거지! 그게 뭐가 나빠!
“…나자는 나와 잠시 이야기를 나눠 보는 게 어떻겠느냐.”
“알겠습니다.”
나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여왕에게 다가간 뒤 여왕의 손을 잡았다.
“잠시만! 잠시만 더 시간을 주십시오! 그 문제에 대해서도 해결책을 생각해 내 여왕님께 알려드리겠습니다!”
나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소리쳤다. 하지만 여왕은 슥 나를 뒤돌아봤다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다시 고개를 돌렸다.
결국 나자는 여왕이 있는 쪽으로 걸어갔고, 나는 지하 감옥이 있는 쪽으로 끌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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