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화 〉 11화 출근 첫날부터 손놈이
* * *
가게에 가니 미리 출근한 릴리가 가게 구석구석을 청소하고 있었다.
“좋은 아침이야, 릴리.”
“어서 오세요, 점장님.”
고개를 돌리며 엘레스티의 말에 대답한 릴리는 엘레스티의 옆에 있는 나를 보고는 살짝 움찔거렸다.
나는 성큼성큼 릴리에게 다가가 릴리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좋은 아침이야, 릴리.”
“좋… 좋은 아침이에요…”
“주인님이라고 불러야지?”
“읏… 좋은 아침이에요, 주인님…”
“잘했어.”
나는 릴리에게 입을 맞출 심산으로 입을 가져다 댔다. 하지만 릴리는 살짝 입을 앙다물고 고개를 돌렸다.
“아직 내가 싫은 거야?”
“…청소해야 하니까 비켜주세요.”
앙칼지긴.
나는 릴리의 얼굴을 붙잡고 강제로 입을 맞출까 하다가 순순히 릴리에게서 떨어졌다. 제대로 조교하기 위해선 강약 조절이 필요하니까.
“성기 씨, 이쪽으로 와 보세요.”
가게에 달린 쪽방에 들어가던 엘레스티가 나를 불렀다. 나는 릴리에게 미소를 한 번 지어주고는 엘레스티를 따라 쪽방으로 들어갔다.
“자, 이거 받아요.”
엘레스티는 내게 손걸레 하나를 내밀었다. 손걸레를 받아든 내가 멍하니 있으니 엘레스티가 말했다.
“아무리 그래도 성기 씨는 우리 가게의 점원이에요. 릴리를 도와 가게 청소하는 정도는 할 수 있죠?”
“뭐, 그 정도는…”
“좋아요. 성기 씨는 매대에 진열된 딜도들을 이걸로 닦으면 돼요. 시범을 보여드릴 테니 따라오세요.”
엘레스티는 매대에 진열된 딜도 하나를 꺼내 손수건으로 열심히 닦았다.
“대충 닦으면 안 돼요. 딜도에 먼지가 쌓여 있는 걸 손님이 보기라도 한다면 큰일일뿐더러 이걸 사용하시는 손님의 청결과도 관련된 일이니까요.”
엘레스티는 다 닦은 딜도를 내게 내밀었다. 확실히 솜씨가 좋은 것인지 딜도에서 반짝반짝 윤이 났다.
나는 엘레스티가 시킨대로 딜도를 하나씩 닦기 시작했다. 엘레스티가 했던 것처럼 꼼꼼히, 먼지 한 톨도 붙어 있지 않도록.
그나저나 남자인데 남자 성기를 본뜬 걸 닦고 있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이상하네…
그렇게 매대에 놓인 딜도를 닦고 있으니 릴리가 천천히 내 옆으로 왔다.
“무슨 일 있어, 릴리? 나한테 귀여움이라도 받고 싶은 거야?”
“그, 그럴 리가 없잖아요! 그냥 여기를 청소할 차례가 돼서…”
나는 릴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릴리의 찰떡 같은 엉덩이를 움켜쥐고는 주물럭거렸다.
“읏..! 그만하세요..!”
“왜? 릴리도 이런 걸 좋아하잖아?”
“이런 걸 좋아할 리가 없잖아요..!”
그렇게 릴리와 아웅다웅을 하고 있던 차에 가게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첫 손님이 들어오는 순간이었다.
“어서 오세요~”
릴리는 기회라는 듯 내게서 엉덩이를 빼내고 손님에게 다가갔다. 나는 릴리의 엉덩이 감촉을 기억하며 허공을 몇 번 주물럭거리다 다시 딜도를 닦기 시작했다.
오늘의 첫 손님은 내 예상과는 다르게 젊은 남자였다. 연인과의 뜨거운 밤을 위해 무언가를 사러 온 모양이지.
“여기 슬라임 젤 있어?”
오자마자 반말부터 하다니, 못 돼먹은 인간이군.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 이쪽으로 와 주시겠어요?”
릴리는 재빨리 매장 한 쪽으로 손님을 안내했다. 알 수 없는 통이 잔뜩 늘어서 있어 뭔가 했더니 젤을 담아 놓는 통이었구나.
“여기 이게 기본적인 젤이고요, 하급 슬라임으로 만든 젤이에요. 그리고 이쪽으로 가면…”
릴리는 차근차근 손님에게 가게에 있는 젤을 설명해 줬다.
“가장 효과가 좋은 게 뭐야?”
“효과가 좋다면, 어떤 효과를 찾으시는 거세요, 손님? 윤활이 잘 되는 거? 아니면 인체에 가장 무해한 거? 아니면…”
“그야 당연히 윤활이 잘 되는 거지. 내 자지가 너무 커서 여자친구 보지에 제대로 들어가지가 않거든.”
“아… 그러시구나…”
와, 성인용품점 점원을 하면 저런 말을 듣고도 그냥 넘겨야 하는구나.
그나저나 릴리는 꽤나 프로 의식이 있는 점원인 모양이다. 초면에 반말부터 하는데도 그냥 넘어가고, 성희롱을 듣고도 침착하게 반응하고.
하지만 손님에게는 릴리의 반응이 영 마음에 들지 않은 모양이었다.
“뭐야. 반응이 왜 그래? 내가 거짓말이라도 하고 있는 것 같아?”
“아, 아뇨. 그게 아니라…”
“지금 여기서 보여줄까?”
손님… 아니 손놈이 바지끈을 풀며 말했다.
“꺄악! 손님,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뭐긴 뭐야, 싸가지 없는 점원 교육 좀 시켜주려는 거지.”
“제가 잘못했어요! 그러니까 그만 두세요!”
릴리가 애써 남자의 손을 잡으며 만류해 봤지만 남자는 기어이 바지끈을 다 풀고 바지를 내렸다. 뭔가가 뭉툭 튀어나온 남자의 속옷이 모습을 드러냈다.
“자, 봐!”
릴리가 고개를 돌리자 남자가 릴리의 머리채를 잡고 자기 자지가 있는 쪽으로 릴리의 얼굴을 끌어당겼다.
릴리는 남자의 허벅지를 손으로 밀어내며 저항했지만 역시 젊은 성인 남자의 힘을 이길 수는 없는 모양이었다.
“너 때문에 이 녀석 화난 거 보여? 네가 진정시켜줘야겠어.”
남자가 음흉하게 웃으며 릴리에게 말했다.
“제, 제발 그만…”
“빨아!”
아, 이건 선 넘었지.
나는 닦고 있던 딜도를 냅다 남자에게 집어던졌다. 일직선을 그리며 날아간 딜도는 그대로 남자의 뒤통수에 적중했다.
그리고 내가 닦고 있던 딜도는 고무 딜도가 아니라 목제 딜도였다.
빡!
“으아악!”
남자가 뒤통수를 부여잡으며 소리를 질렀다.
“어떤 새끼야?”
남자가 내 쪽으로 눈을 부라리며 말했다.
“나? 이 가게 점원이다.”
“점원? 점원이 손님한테 이게 무슨 짓이야!”
“너 같은 건 손님이 아니라 손놈이라고 부르지.”
“뭐라고?”
남자는 성큼성큼 내게 다가왔다. 하지만 나는 눈 하나 꿈쩍하지 않았다.
“너 내가 누군지 알고 이러는 거야?”
“모르는데.”
“이 가게 망하는 꼴 보고 싶어?”
가게를 망하게 하네 마네 하는 걸 보니 뭐 높으신 분 자제라도 되는 모양인데, 솔직히 내 알 바는 아니었다.
가게가 망하면 분명 엘레스티가 날 거둬 줄 테니까. 거둬주지 않더라도, 나 없이는 못 사는 몸으로 만들어 줄 테니까.
덕분에 나는 지지 않고 손놈과 맞서 싸울 수 있었다.
“그 크지도 않은 자지 가지고 부심 부리기는.”
“뭐, 뭐라고?”
“솔직히 별로 크지도 않잖아. 아마 이 딜도보다도 작을 것 같은데?”
나는 웃으며 매대에 진열돼 있는 딜도 중 가장 작은 딜도를 꺼내 남자에게 들이밀었다. 그러자 남자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
“감히 날 모욕해..?”
“뭐, 사실이 아니라면 여기서 직접 까서 보여 주든가.”
“얼마든지!”
남자는 그 자리에서 속옷을 내렸다.
“꺄앗!”
멀리서 우리의 싸움을 지켜보고 있던 릴리가 눈을 가리며 비명을 질렀다.
“어때? 저 아가씨도 보고 비명을 지를 만큼 대단한 물건이라고!”
남자가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하지만 내 반응은 달랐다.
“하하하하하!”
“웃, 웃어!?”
“아, 미안, 미안.”
나는 손을 저으며 사과했다. 하지만 한 번 터진 웃음은 쉽사리 그칠 생각을 하지 않았다.
“푸흡, 푸흐흐흐… 겨우 그 정도 물건 달고 그러고 다닌 거야?”
“이 자식이!”
“야, 진짜 큰 물건이 뭔지 보여 줄까?”
“말도 안 되는 소리!”
“우리 약속 하나 하자. 만약 내 자지가 너보다 크면 뒤도 돌아보지 말고 가게에서 나가.”
“내 자지가 더 크면?”
“뭐, 뭘 바라는데. 한 번 빨아주기라도 할까?”
“지랄하지 마! 내가 이기면, 저 여자를 여기서 따먹어버리겠어!”
남자가 릴리를 가리키며 말했다. 갑자기 상품이 되어버린 릴리는 이게 무슨 소리냐는 눈빛으로 나와 남자를 번갈아 쳐다봤다.
“뭐, 원하는 대로 해. 어차피 네가 이길 리는 없으니까. 릴리, 걱정하지 마. 넌 이미 알고 있잖아? 누구 자지가 더 큰지.”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아는 법이지. 빨리 바지나 벗어!”
“아니, 굳이 대보지 않아도 알 거야.”
나는 웃으며 바지를 내렸다. 그러자 흉악하게 불룩 튀어나와 있는 내 속옷이 드러났다. 남자도 내 육중한 무게감을 보고 놀란 눈치였다.
“거, 거짓말!”
“거짓말은 무슨.”
“안에 뭔가를 넣어 놓은 거지?”
“못 믿겠다면야 직접 보여주는 수밖에.”
나는 주저하지 않고 속옷을 내렸다. 그러자 남자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말도 안 되는 크기의 내 자지가 모습을 드러냈다.
“뭐, 뭐야, 이게 무슨…”
남자는 심히 당황한 눈치였다.
“뭐, 인정할게. 네 것도 그다지 작지는 않은 크기야. 하지만 나한테 깝치려면 10센티는 더 키워 와야 할 것 같은데?”
내가 웃으며 말하자 남자는 주먹을 꽉 쥐고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나는 다시 속옷을 주섬주섬 입고는 가게 문을 가리키며 남자에게 말했다.
“자, 이제 이 가게에서 꺼져 줄 시간이야. 설마 남자가 돼가지고는 약속한 것도 안 지킬 건 아니지? 그러다간 고추 떨어진다.”
남자는 잠시 아무 말도 없이 가만히 있다가 옷을 입고는 문으로 걸어갔다.
“아, 참! 젤 안 사가도 돼? 여친이 아파한다며!”
내가 뒤에서 남자를 놀리자 남자는 내 쪽으로 중지를 치켜올리고는 밖으로 나갔다. 어느 정도 소동이 정리되자 릴리가 내게 다가왔다.
“저, 저기…”
“왜, 고맙다는 말을 하려 온 거야?”
“아니… 그게 아니라… 손님한테 그렇게 하면 안 돼요…”
“저런 건 손님이라고 받아 줄 가치도 없어.”
“그게 아니라… 저희 가게는 불법이라 누가 신고하면 없어질 수도 있거든요… 지금이야 경비들이 눈감아주고 있다지만 신고가 쌓이면 어떻게 될지 몰라요…”
릴리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래서 고맙다고는 안 할 거야?”
“저 혼자서도 해결할 수 있는 일이었어요.”
“내가 왜 저놈을 쫓아냈는 줄 알아?”
릴리는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나는 그런 릴리의 턱을 잡고 그대로 입술 박치기를 했다.
릴리는 갑작스러운 내 입맞춤을 피하지 못하고 바둥거렸다. 하지만 나는 그대로 릴리의 입 안으로 혀를 밀어 넣었다.
아무리 내 혀를 피해 이리저리 혀를 움직여봤자 이미 독 안에 든 쥐, 릴리의 혀는 곧 내 혀에 감싸였다.
“으응… 으읏…”
릴리가 신음소리를 내며 나를 밀어내려 했다. 하지만 나는 그럴수록 더 꽉 릴리를 붙잡았다.
그렇게 강제로 시작된 키스가 끝났을 때 서로의 입술은 서로의 타액으로 범벅이 돼 있었다.
“잘 들어, 릴리. 내가 저놈을 쫓아낸 이유는 말이야…”
나는 릴리의 귓가에 입을 가져다 댄 뒤 속삭였다.
“널 따먹을 수 있는 건 나뿐이야. 벗어.”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