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화 〉 19화 맞다 나 용사였지
* * *
“칼벤!”
나자가 덜 입은 옷을 황급히 입으며 소리쳤다.
“제 방에 들어올 땐 노크 좀 해 달라니까요!”
“아, 미안하네. 하지만 보고만 있기 뭐해서 말일세.”
“보고 있었다고요!?”
나자가 황급히 배를 가리며 말했다.
맞다, 저 변태 노인네, 나자를 따라다니는 몰카 마법을 쓰고 있다고 했지…
“나자, 부끄러워할 필요 없네. 나는 언제나 자네가 행복해지기를 바라고 있었고, 자네는 행복해지는 길을 택한 것뿐이잖나?”
“하, 하지만…”
나자의 얼굴이 터질 듯이 빨개졌다.
“아, 물론 나도 자네 배에 그려진 그 문양의 효과가 궁금하긴 하네만…”
그렇게 말하며 칼벤은 내게 눈짓을 했다. 아무래도 문양의 효과를 직접 보여달라는 거겠지.
나는 곧바로 나자에게 명령했다.
“나자, 옷 벗어.”
“하지만 칼벤 님이 앞에 계신데…”
“칼벤? 저 이제 모험을 떠나려고 하는데 마지막 악수라도 한 번 할까요?”
“아, 알았어요! 벗을게요!”
나자는 곧바로 옷을 벗고 가슴과 음부를 가렸다. 그러고도 부끄러운지 나자는 다리를 배배 꼬고 고개를 푹 숙였다.
“나자, 손 떼.”
“하, 하지만..!”
“명령이야.”
그러자 나자의 배에 있던 문양이 밝게 빛났다. 나자는 잠시 주저하다가 천천히 몸을 가리고 있던 손을 뗐다.
“오오…”
칼벤이 놀랍다는 듯 추임새를 넣었다. 나자는 부끄러움에 몸서리치다 얼굴을 손으로 가렸다.
“아니, 이러고 있을 게 아닐세. 자네, 지금 당장 내 방으로 가서 같이 이야기 좀 나누세.”
“그러죠. 나자, 이제 옷 입어도 돼.”
칼벤과 나는 황급히 옷을 입는 나자를 뒤로하고 방 밖으로 나왔다. 그러자 저만치에서 세이라가 뛰어오는 것이 보였다.
“너! 나자한테 이상한 짓 한 거 아니지!”
세이라의 말에 나는 빙긋 웃으며 대답했다.
“지금 한 번 들어가서 직접 보렴.”
***
칼벤은 문을 닫자마자 잔뜩 들뜬 목소리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내 생에 그렇게 정열적이면서도 오래가는 섹스는 처음 봤네! 자네 정말 대단하군!”
“과찬이십니다.”
“아니, 이 정도면 너무 인색한 칭찬이야. 게다가 나자를… 자네 능력으로 암컷타락시켰지 않나!”
나는 의자에 앉아 고개를 끄덕였다.
“힘들지는 않은가?”
“능력 덕분에 평소보다 오래가긴 했지만… 힘이 들긴 하네요. 혹시 차라도 한 잔 없나요?”
“조금만 기다리게. 내 금방 만들지.”
칼벤은 엄청난 속도로 차를 만들어 내게 내밀었다. 이 양반은 평소에 차 만드는 것밖에 안 하나?
“솔직히 자네 능력이 탐나긴 했지만, 그걸로 마왕까지 다가갈 수 있을지는 의문이었네. 하지만 지금 보니,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었군. 자네는 분명 마왕을 암컷타락시킬 수 있는 잠재력을 가졌어.”
“어떻게 그렇게 자신하시죠?”
“자네 능력이 심상치가 않거든. 게다가 마력도 흐르는 것 같고.”
마력? 그러고 보니 내 상태창에서 내 마력이 얼마인지 같은 정보는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성인용품점에서의 일을 떠올려보면 마력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었다.
“상태창을 열면 마력 상태를 볼 수 있나요?”
“아니, 안타깝지만 마력은 순수 그 자체야. 자네 스스로 느끼는 수밖에 없네.”
“제 마력이 얼마나 강한지도요?”
칼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걸 어떻게 쓰죠?”
“자네 마력으로 딜도 만들 줄은 알지 않나?”
“어떻게 하는지 대충은 알죠.”
“자, 여기 이걸 받게.”
칼벤은 내게 흔해빠진 나무 막대기 하나를 건넸다.
“이걸 자네의 무기로 만들어 보게.”
“하지만 저는 무기 만드는 법을 배우지 못한걸요.”
“딜도는 만들 수 있잖나.”
아니 그니까 딜도 만드는 거랑 무기 만드는 거랑 무슨 상관이냐고…
“마력의 이용법을 아직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모양이군. 그 나무 막대기를 잡고 무기를 상상하며 마력을 흘려보내게. 자네 능력에 따라 적당한 무기가 되어 줄 걸세.”
나는 믿는 둥 마는 둥 하며 눈을 감고 막대기에 마력을 흘려 넣었다. 그러자 나무 막대기가 스스로 모습을 바꾸기 시작했다.
“그래, 바로 그걸세! 과연 어떤 모양이 나올지 나도 벌써부터 기대되는구먼.”
그렇게 만들어진 것은… 그냥 딜도였다.
나무 막대기로 만든 딜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제 마력은… 이런 쪽으로밖에 못 쓰는 겁니까?”
“흐음… 여러 가지 가능성이 있다네. 자네의 마력이 아직 부족하거나, 아니면 머릿속에 든 게 그것밖에 없거나.”
“전자라고 치죠. 마력을 늘리려면 어떻게 해야 하죠?”
“명상을 해야 한다네.”
명상? 그 고리타분한 짓을 해야 한다고? 명상할 시간에 여자들 따먹고 다니는 게 더 이득이라고 늘 주장하던 나에게는 잔인한 말이었다.
내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칼벤은 웃으며 내게 설명해 줬다.
“명상이라는 것이 꼭 가만히 앉아서 정신을 가다듬는 것만을 말하는 것은 아닐세. 자, 예를 들어주지.”
“예를 드신다고요?”
“그래. 만약 검을 휘두르는 검사가 있다고 칩세. 물론 검사도 마력을 이용하지. 하지만 그의 명상 방법은 가만히 앉아 있는 게 아닐세. 오히려 뛰고, 휘두르고, 부딪치는 것이 그의 명상일세.”
“오호라…”
“그럼 악사의 명상은 어떻겠나? 악기를 연주하는 것. 그거야말로 악사의 최고의 명상 방법이지.”
“그럼 제 명상은 무엇일까요?”
“자네 잘 하는 게 뭔가?”
“섹스요.”
“섹스를 잘하기 위해서 하는 것은?”
“섹스..?”
“섹스를 못할 때 하는 것은?”
“…딸딸이?”
“뭐, 이 정도면 답은 다 나온 거 아닌가?”
답이 나오긴 뭐가 나와 이 미친 노인네야. 그러니까 나는 마력을 얻는 방법이 섹스를 하거나 딸을 치는 거라고?
…잠깐. 이거 생각보다 나쁘지 않은데?
섹스도 하고 마력도 얻고. 이거 완전 꿩 먹고 알 먹기 아닌가.
“여기서 며칠 수련을 하다 가는 것이 어떤가? 아무리 그래도 자네는 용사인데 마력 하나 제대로 다룰 줄 모르고 출발할 수는 없잖는가. 좋은 무기가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일세.”
방금 칼벤의 말은 내 정곡에 날아와 꽂혔다. 나는 용사다. 마왕을 무찌르…아니 암컷타락시켜야 하는 용사. 얼마 뒤면 모험도 떠나야 한다.
“칼벤 님이 모험을 따라다니면서 마법사의 역할을 해 주실 생각은 없으신가요?”
“귀찮다네.”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면 얼마나 예쁘고 쭉쭉빵빵한 여자가 많을 텐데요.”
“그래도 귀찮다네. 그리고 여기엔 나자가 있지 않나.”
그 순간 나자가 떠올랐다.
나자는 내게 암컷복종을 한 상태고, 내가 마력 연습을 이유로 섹스를 해달라고 하면 거절할 수 없다.
나쁘지 않은데?
“그럼 앞으로 한 1주간은 마력치를 높여오는데 집중하게. 다른 기술들은 그때 가서 알려줄 테니까.”
“알겠습니다!”
나는 어느 정도 식어있던 차를 원샷하고는 방 밖으로 나가며 소리쳤다.
“나자!”
***
“헤엑, 헤엑…”
나는 소파 위에 털푸턱 누워 있는 나자를 뒤로하고 옷을 입었다.
“나자, 오늘도 좋았지?”
“네… 좋았어요…”
“그럼 오늘도 마력 좀 가져갈게.”
“원하시는 만큼 많이 가져가 주세요…”
나는 암컷 각인이 새겨져 있는 나자의 배에 손을 올렸다.
그러자 나자의 암컷 각인에서 미묘한 마력이 흘러나와 내 손으로 흘러들어오는 것이 느껴졌다.
마력 흡수가 끝난 나는 손을 떼고 나자의 머리를 몇 번 쓰다듬어 준 뒤 밖으로 나왔다.
칼벤과 약속한 1주일이 지났다.
그 사이 나자와 몇 번이나 몸을 섞었는지 셀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하긴 했지만 나자와의 섹스는 내 마력을 끌어올리는 데 도움이 되었다.
그뿐이랴, 내 아이덴티티 스킬과 부가 스킬도 나자 덕분에 꽤 올랐다.
심지어 마지막에는 암컷 각인을 이용해 마력을 나자로부터 직접 흡수하는 법까지 배웠다.
그렇게 해서 강해진 나는 칼벤의 방문을 두드렸다.
“들어오게.”
칼벤의 방 안에 들어간 나는 곧바로 나무 막대기를 잡고 마력을 집중했다. 그러자 나무 막대기는 날카로운 나무 꼬챙이로 순식간에 바뀌었다.
“대단하군, 대단해!”
칼벤이 박수를 쳐줬다. 으쓱해진 나는 칼벤을 향해 꼬챙이를 내밀었다.
“어디, 칼싸움 한 번 해보시겠습니까?”
“칼싸움이라, 귀찮아서 안 하는 편이긴 하지만, 자네가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내 친히 놀아주지.”
나는 칼벤이 나무 막대기를 가져올 줄 알았다. 하지만 칼벤은 몇 마디를 웅얼거리더니 손을 앞으로 쭉 뺐다.
그러자 무슨 질럿이나 울버린처럼 칼벤의 손등에서 푸른색 빛나는 검이 만들어졌다.
“그, 그게 뭡니까?”
“이건 마검이라고 하지. 순수히 마력만을 이용해 만들어진 검일세.”
“그 마검은 강합니까?”
“자네 그 꼬챙이 정도는 닿기만 해도 산산조각이 날 걸세. 그래서 사실 호신용 무기로 이걸 만드는 법을 알려주려고 했다네.”
호신용 무기, 꼭 필요한 거다. 또다시 팔뚝만 한 쥐들에게 저항도 못하고 쫓기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저도 만들 수 있습니까?”
“자네의 마력과 집중력이 있다면, 불가능하지 않을 걸세.”
나는 칼벤이 했던 것처럼 손을 앞으로 쭉 뻗고 손에 마력을 집중시켰다.
속으로는 칼벤이 만들었던 검을 떠올리며 마력을 모으자 손에서 이상한 빛이 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빛은 이내 사그라들었다. 아무리 다시 하려고 해 봐도 빛은 다시 생길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자네 집중력이 부족한 거 아닌가?”
“아닙니다. 제 집중력은 지금 최고조입니다. 부족할 리가 없습니다.”
“다시 한 번만 해 보겠나?”
나는 온 힘을 담아 손끝에 마력을 집중시켰다. 하지만 여전히 커터칼 칼날 같은 일렁이는 작은 검 하나를 만들어내는 게 내 전부였다.
“허어… 그 정도 마검이면 쓸 데가 없을 텐데…”
칼벤이 걱정된다는 투로 말했다.
“다른 방법은 없습니까?”
칼벤은 다가와 내 손을 만지작거리더니 뭔가를 알아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 마력이 손으로 잘 안 모이는 타입이군. 그러니까 손끝에서 검을 만들기가 어려웠던 거야.”
“그럼 어떻게 해야 합니까?”
“마력이 잘 모이는 곳을 찾아야지. 온몸에 마력을 흩뿌려보게. 분명 어딘가는 마력을 받아 빛이 날 걸세.”
나는 칼벤이 말한대로 정신을 집중하고 온몸으로 마력을 흘려보냈다.
그러자 내 고추에서 빛이 나기 시작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