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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용사의 무기는 암컷타락-32화 (32/157)

〈 32화 〉 31화 ­ 의사 선생님 저 쥬지가 아파요... (1)

* * *

“뭔데?”

“내가 계속 성기 씨랑 이야기를 해 봤는데, 성기 씨가 악의를 가지고 그런 짓을 할 사람은 아닌 것 같더라고.”

“그 얘기는..?”

“응. 굳이 재판까지 받지 않아도 될 것 같아.”

“너 진짜 괜찮겠어?”

“응. 난 괜찮아.”

자기를 강간했던 남자고, 자기가 직접 죽이려 했던 남자를 편들어준다?

나랑 엘리자베스랑 밤에 무슨 짓을 했는지 모르는 아론이라면 분명 혼란스럽겠지.

하지만 뭐 어쩌겠는가. 당신이 모르는 사이 밤은 뜨겁게 지나갔는걸.

“네가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내가 뭐라고 할 말은 없는데…”

아론은 말을 늘이며 나를 쳐다봤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생글생글 웃었다.

“알았어. 일단 도시로 들어가자.”

아론은 체념한 듯 다시 앞장서서 걷기 시작했다. 나는 엘리자베스의 옆에 붙어 엘리자베스의 엉덩이를 만지며 엘리자베스에게 속삭였다.

“잘했어, 엘리자베스.”

“우쭐대지 마. 마음만 먹으면 너 같은 거 사형시켜버리는 건 일도 아니니까.”

엘리자베스가 나를 노려보며 말했다. 이런 이런, 그렇게 뜨거운 밤을 보내놓고도 아직 마음을 완전히 내려놓지 못했다니.

이거 앙칼진 고양이 같아서 마음에 드는걸.

아론과 엘리자베스를 따라서 걷고 있으니 이번에는 릴리가 내 옆에 붙어서 내게 말을 건넸다.

“주인님은 저 엘리자베스라는 사람이 마음에 드나 봐요?”

“마음에 들긴. 그냥 저 아이한테도 암컷의 맛을 가르쳐주고 싶었을 뿐이야.”

“그렇다고 하기에는 지난 이틀 동안 쟤한테만 너무 관심을 쏟던데요.”

“선택과 집중 몰라? 암컷의 맛을 가르쳐주겠다고 마음먹었으면 최선을 다해서 자지 맛을 알려줘야 한다고. 보지가 근질거릴 때까지 말이야.”

“확실한 거죠?”

“뭐, 사실 엘리자베스가 조금 마음에 들기도 했달까?”

마지막 말은 농담이었다. 릴리가 질투하는 것 같길래 릴리를 살짝 놀려주려고 한 말이었다.

그러자 릴리는 고개를 돌리고 듣기 어려울 만큼 작은 목소리로 혼자 중얼거렸다.

“…역시 죽여버려야 하나…”

?

내가 잘못 들었나?

“릴리, 방금 뭐라고 했어?”

“네? 저 아무 말도 안 했는데요.”

릴리는 능청스럽게 눈을 크게 뜨고는 나를 바라봤다.

“릴리, 넌…”

“왜요?”

“아냐, 아무것도.”

나는 식은땀을 닦으며 황급히 엘리자베스의 뒤를 따랐다. 나 릴리랑 같이 다녀도 되는 거 맞겠지?

***

아론과 엘리자베스는 쉽게 도시 경비병을 통과할 수 있었다. 둘은 모험가 길드에서 발급해 준 확인서가 있었으니까.

문제는 나와 릴리였다. 떠돌이 생활을 하다가 수도에 몰래 들어와 알바를 하던 릴리가 신분증 같은 게 있을 리가 없었다.

이세계에서 와서 탈옥수가 된 나는 말할 것도 없었고.

“죄송하지만,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사람은 도시에 출입할 수 없습니다.”

경비병이 내게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신분증 하나 없다고 도시로 들어가는 걸 막는 건 너무한 거 아닙니까?”

내가 애써 항변해 봤지만 돌아오는 것은 경비병의 한층 더 단호한 목소리뿐이었다.

“마물들 중에 사람으로 위장하고 도시로 들어오려는 녀석들이 있어서 말입니다. 어쨌든, 신원을 확인할 만한 것이 없다면 도시로 들여보내 드릴 수 없습니다.”

경비병의 태도에 나는 발걸음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아론이 다가와 말했다.

“자네가 온 도시에서 신분증 하나 발급 안 해 주던가?”

아론은 아직 날 의심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정도는 거짓말로 충분히 넘길 수 있는 정도였다.

“노예였던 릴리를 탈출시킨지 얼마 안 돼서 다른 도시에서 정식으로 신분증을 발급받을 시간이 없었어요. 노예였던 릴리가 신분증을 가지고 있을 리도 없고요.”

“흠, 그런가.”

아론이 턱에 손을 대고 고심하고 있으니 엘리자베스가 다가왔다.

“어떡할 거야?”

“둘을 따라 도시로 들어가고 싶은데, 출입할 수 있는 방법이 아예 없나?”

“방법이 있긴 해. 저길 봐.”

엘리자베스는 팔을 쭉 뻗어 성벽 밖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을 가리켰다.

“도시로 들어가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야. 저기서 차례를 기다리다가 검사를 받고 나면 도시로 들어올 수 있는 출입증을 줘.”

“무슨 검사를 하는 거야?”

“첫 번째로 마물이 아니라 사람이 맞는지. 그다음은 도시에 해가 될만한 전염병을 가지고 있지는 않은지 등등…”

“일단 가 보자.”

나는 릴리의 손을 잡고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을 향해 걸었다.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에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온갖 난잡한 소리들이 들려왔다. 대부분 짜증이 잔뜩 섞인 목소리였다.

“대체 언제 들여보내 주는 거야!”

“거기 새치기하지 맙시다! 나 지금 이틀째 기다리고 있다고!”

“에이, 차라리 성벽을 타고 넘어가는 게 쉽겠다. 검사 하나 받으려다가 늙어 죽겠네.”

여기저기서 아우성이 들렸다. 검사를 받고 도시 안으로 들어가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모양이었다.

나는 현장을 관리하는 사람에게 가서 말을 걸었다.

“저기요. 말 좀 여쭐게요.”

“새로 온 사람이쇼? 여기 대기표 받고 저쪽에서 기다리쇼.”

“지금 대기표를 받으면 얼마 정도 기다려야 하나요?”

“낸들 알겠쇼? 에휴, 검사를 할 사람은 부족하고, 도시로 들어오려는 사람은 많고… 어쩌다 이런 개판이 됐는지 모르겠어.”

그제서야 검사를 하는 곳을 보니 성직자 한 명과 의사 한 명이 사람들을 하나하나 검사하고 있었다.

사람은 계속해서 몰려오는데 성직자와 의사는 한정되어 있으니 줄이 빨리빨리 줄어들 리가 있나.

“저렇게 해서야 끝이 안 나겠는데요…”

릴리가 옆에서 말했다.

“그럼 우리 먼저 들어가 있을 테니까, 도시에 들어오면 모험가 길드로 찾아와.”

엘리자베스가 나를 두고 발걸음을 돌리며 말했다. 나는 황급히 엘리자베스의 손목을 잡았다.

“왜 그래?”

왜 그러냐니. 당연히 너를 내 암컷 노예로 만들기 위해서지.

대충 보기에 도시로 들어가려면 사흘, 짧아도 이틀은 걸리는 것 같은데, 그 정도 시간이면 엘리자베스가 다른 맘을 먹을지도 모른다.

지금은 쉴 틈을 주지 않고 엘리자베스를 몰아붙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엘리자베스를 내 옆에 붙잡아놔야 하고.

“우리까지 이틀 넘게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 수는 없어. 모험가 길드에 가서 보고도 해야 하고, 지친 몸도 쉬어야 하니까.”

아론이 말하자 엘리자베스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어쩌지? 이대로 엘리자베스를 가질 기회를 놓칠 수는 없어.

“릴리, 좋은 생각 없어?”

“글쎄요…”

급한 대로 릴리에게 물어봤지만 릴리도 별다른 수가 없긴 마찬가지였다. 나는 릴리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너 수도에 들어올 때도 이런 검사 안 받고 들어왔을 거 아니야.”

“그때는 성벽에 틈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요. 여기는 성벽에 틈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고, 있다고 한들 성벽을 한 바퀴 빙 돌면서 찾아봐야 할 거예요. 그러다 경비병한테 들키면 곤란해지는 건 마찬가지고요.”

“그런가..?”

“우리 먼저 갈게.”

나랑 릴리가 머리를 맞대고 궁리를 하고 있는 사이 엘리자베스와 아론은 멀어져 갔다.

결국 나는 일단 질러보자는 생각으로 엘리자베스를 따라가 다시 한번 엘리자베스의 손목을 잡았다.

“자꾸 그래 봐야…”

“아니, 내가 내일 아침이 되기 전에 도시로 들어갈게. 그러니 그전까지만 같이 기다려 줘.”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하니 엘리자베스는 살짝 망설였다. 그러자 릴리가 옆에서 나를 거들었다.

“원하는 건 어떻게든 얻어내는 사람이에요. 한 번 믿어 보시는 게 어때요?”

“릴리 양까지 그렇게 말한다면…”

“엘리자베스, 진심이야?”

아론이 옆에서 묻자 엘리자베스는 고개를 으쓱해 보였다.

“뭐, 짧긴 해도 같이 여행한 동료니까.”

잘 했어, 엘리자베스! 그렇게 나와야지!

결국 엘리자베스와 아론은 우리와 함께 밖에서 머물기로 했다. 아론과 엘리자베스가 자리를 펴는 사이 나는 턱을 괴고 앉아 방법을 고심했다.

곧 검사를 받는 사람의 대기표를 빼앗을까? 아니면 엘리자베스에게 했던 것처럼 일단 자지 맛을 알려주고 대기표를 달라고 해 봐?

아니, 여긴 사람이 너무 많다. 게다가 경비병까지 있는 곳에서 함부로 좆대가리를 놀렸다간 그대로 감옥에 다시 처박힐 수도 있다.

그럼 어떻게든 한적한 곳으로 끌어내 봐? 거기서 싸우든 따먹든 해서 대기표를 빼앗으면?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고, 어느새 대낮이 되었다.

“방법이 있는 거 맞아?”

휴식을 취하고 있던 엘리자베스가 내게 물었다. 글쎄, 나도 그게 궁금하던 참이다. 대체 어떻게 해야 내일 아침이 되기 전에 도시로 들어갈 수 있을까.

계속 자리에 앉아서 머리만 싸매고 있는다고 방법이 생각날 것 같진 않다. 나는 검사 과정이나 구경할 겸 자리에서 일어나 성직자와 의사가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

“이봐! 당신 어디 가! 설마 새치기하려는 건 아니지?”

곧바로 날이 선 말과 따가운 시선이 날아왔다. 새치기를 했다간 칼빵이라도 맞을 분위기였다.

“아, 그냥 구경하는 거예요.”

“검사하는 걸 구경해서 뭐 하려고?”

“그냥 궁금해서요.”

나는 멀찌감치 떨어져 성직자가 사람들을 검사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성직자가 검사 대상에 손을 얹고 기도문을 외우면 손에서 빛이 나고, 그 빛이 검사 대상의 전신을 휘감는 모습은 꽤나 장엄해 보였다.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이 있었다면 성녀가 아니라 성직자였다는 것 정도?

‘언젠가는 성녀를 따먹을 날도 오려나…’

나는 입맛을 다시며 의사가 있는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의사는 성복을 입고 있는 성직자와 달리 긴 로브와 얼굴 전체를 덮는 마스크를 끼고 있었다. 검사를 하다가 병이 옮을까 봐 그런 거겠지.

혼자 하기에는 벅찬 일 같아 보임에도 묵묵히 검사에 열중하고 있는 모습이 꽤 멋져 나는 넋을 놓고 의사를 계속 쳐다봤다.

열심히 검사를 하던 의사는 잠시 휴식시간이 됐는지 검사장에서 나와 마스크를 벗었다. 그러자 아리따운 여인의 얼굴이 모습을 드러냈다.

성직자와는 달리 의사는 여자였구나.

여의사는 근처 바위 위에 앉아 땀에 젖은 머리카락을 쓸어내리며 휴식을 취했다. 근처에 가서 말이라도 한 번 걸어보고 싶었지만,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 그럴 수는 없었다.

“뭐 하고 있어! 빨리 검사나 해 줘!”

검사를 기다리던 사람 하나가 여의사에게 소리쳤다. 그러자 여의사는 재빨리 마스크를 쓰고 다시 검사장으로 돌아갔다.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일하는 건가, 조금 불쌍하네. 나라면 쉬는 시간에 지랄하지 말라고 소리쳤을 텐데.

아무래도 거절을 잘 못하는 그런 성격인가 보다.

불현듯 내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나랑 비슷한 생각을 한 사람이 없지는 않겠지만, 한 번 시도해 볼 만한 가치가 있는 생각이다.

나는 재빨리 근처 경비병에게 달려갔다.

“뭐 좀 여쭤봐도 될까요?”

“무슨 일이십니까?”

“저기 있는 성직자랑 의사는 퇴근을 언제 하죠?”

“해가 지고 두 시간쯤 지나면 돌아가십니다. 매일 아침 일찍 나와 제대로 밥도 못 먹고 저렇게 고생하시는 모습을 보면 조금 짠합니다.”

“아, 감사합니다.”

나는 신나는 발걸음으로 엘리자베스와 릴리가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릴리가 손을 흔들며 나를 반겨줬다.

“방법을 찾은 거예요?”

나는 자신만만하게 대답했다.

“응. 방법을 찾은 것 같아. 그리고 릴리 네가 해 줘야 할 일이 있어.”

“뭐든지 말만 해요.”

“이따가 나 좀 깨워 줘.”

그렇게 말하며 나는 릴리의 옆에 드러누웠다. 릴리는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내려다봤다.

“…그게 끝이에요?”

“아니, 해가 저물고 나면 깨워 줘야 돼. 다시 한번 말하지만, 해가 저물면 꼭 깨워 줘야 돼.”

“어려운 일은 아닌데…”

“그럼 나 잔다.”

나는 설명을 생략하고 바로 눈을 감았다. 오늘은 무슨 상상을 하며 낮잠을 자 볼까. 예의 바르고 고귀한 성녀를 따먹는 상상을 하며 잠들어 볼까…

***

“일어나세요.”

릴리가 나를 흔들어 깨운 덕분에 나는 잠에서 깼다. 암컷노예가 된 엘리자베스가 내 발을 핥아주는 꿈을 꾸고 있었는데, 아깝게 됐네.

어느새 해는 저물고 하늘이 어둑어둑해져 있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성직자와 여의사가 있는 쪽을 쳐다봤다.

여전히 둘은 쏟아지는 사람들을 검사해 주느라 정신이 없어 보였다.

아직 퇴근시간까지는 꽤 남은 것 같아 보이지만, 먼저 가서 기다리고 있어 볼까.

나는 도시로 가는 길목에 숨어 성직자와 의사가 오기를 기다렸다. 밤이 깊어질 무렵, 성직자와 의사는 동시에 검사를 마치고 도시로 돌아올 채비를 시작했다.

“뭐야! 아직 검사할 사람이 이렇게나 많은데!”

“나까지만 봐 주고 가!”

사람들은 득달같이 달려들어 소란을 피워댔다. 하지만 달려 나온 경비병들의 제지 속에 성직자와 의사는 도시로의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리고 의사가 내 근처를 지나갈 때쯤, 나는 의사에게 무작정 뛰어들었다.

“이 녀석은 뭐야!”

“당장 물러나!”

경비병들이 무기로 나를 위협했지만 나는 물러서지 않았다.

“의사 선생님! 제 이야기 한 번만 들어주세요!”

“너 말고도 봐 줘야 할 사람 많아! 물러나!”

“의사 선생님! 저 죽을 것 같아요!”

나는 애타는 목소리로 의사를 불렀다. 내 예상대로 의사는 나를 무시하지 못하고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수작 부리지 말고 꺼져!”

“의사 선생님!”

내가 계속 매달리니 경비병이 내 어깨를 잡고 강제로 끌어내려 했다. 그러자 의사가 다가와 경비병을 말리고는 말했다.

“많이 불편하신 데가 있으신가요?”

“의원님, 이런 자의 말을 들어줄 것 없습니다. 분명 빨리 도시로 들어가고 싶어서 이러는 겁니다!”

경비병이 소리쳤다. 물론 경비병의 말이 맞긴 했지만 나는 곧 죽을 것 같이 억울하단 목소리로 울며불며 매달렸다.

“저 너무 아파요..!”

“어디가 아프신데요?”

어느 정도 됐다고 생각한 나는 불쑥 바지를 내리고 자지를 내밀었다.

“저 쥬지가 너무 아파요…”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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