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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용사의 무기는 암컷타락-45화 (45/157)

〈 45화 〉 44화 ­ 이샤와 친해짐은 이샤를 따먹기 위함이다!

* * *

어떻게든 이샤의 옆에 다시 붙은 나는 이샤에게 말을 걸었다.

“거기엔 사소한 오해가 있다니까요~”

“오해가 있을만한 부분이 있나요?”

이샤의 반응은 여전히 싸늘하기만 했다. 나는 거기서 역으로 질문을 던졌다.

“노예랑 동료가 되면 안 된다는 법이라도 있나요?”

“네?”

“그렇잖아요. 노예와의 우정, 신분을 넘어선 고귀한 관계! 얼마나 아름다운데요.”

“그렇게 고귀한 우정이라서 동료를 발가벗겨서 네 발로 기게 했나요?”

“제가 그러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니라 제 동료가 그걸 너무 좋아해서 그렇다니까요. 저도 맞춰 주느라 참 힘들어요.”

“그런…”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시려는 건가요? 하지만 세상에는 말도 안 되는 일이 많아요. 당신 같은 미녀가 추녀 대접을 받는 도시도 있는걸요.”

이샤는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는 듯 앞만 보고 걸었다.

“어? 제 말 안 믿으시는 거예요? 이샤는 분명 아름다운 사람이라니까요.”

“말씀은 고맙지만, 그런 말은 듣기 좀 거북하네요. 저도 제가 어떻게 생겼는지는 알고 있으니까요.”

이샤는 로브를 푹 눌러쓰며 얼굴을 가렸다. 이샤가 이런 반응을 보이면 보일수록 이샤가 살던 도시에 가 보고 싶어진다. 그곳은 과연 어떤 곳일까.

일단 어제 일에 대한 설명이 충분히 됐다고 생각한 나는 이샤와 함께 나란히 걸었다. 이샤도 딱히 내게 떨어지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시장에 도착한 이샤는 천천히 시장바닥을 돌아다니며 포션을 팔기 시작했다.

“포션 사세요~ 재밌는 포션이 많아요~”

힐링 포션인 척하면서 미약 효과를 내는 포션이라니, 재밌는 포션이긴 하지. 그런 포션이 더 있나?

“이샤, 어제 보여준 포션 말고도 다른 재밌는 포션이 있어요?”

“그럼요!”

이샤는 웃으며 자기가 가지고 있는 포션을 하나하나 내게 설명해 줬다.

“이건 몸을 빠르게 움직일 수 있게 되지만 하반신이 마비되는 포션이고요, 이건 개구리로 변신할 수 있는 포션, 이건 먹으면 각혈을 하지만 점차 힐링이 되는 포션, 이건…”

이거 돈 받고 팔아도 되는 거 맞아? 아무래도 힐러로서의 능력은 있지만 포션을 만드는 데는 영 아닌 모양이다…

“뭐 사실 거 있어요?”

“지금 살 건 딱히 없는데, 혹시 괜찮으시다면 제가 같이 팔아드려도 될까요?”

“저야 고맙죠.”

그렇게 나는 이샤와 함께 약팔이를 시작했다. 이런 포션에 누가 관심이나 가져줄까 싶기도 했지만 생각보다 이샤의 포션은 잘 팔렸다.

“저기, 궁금한 게 있는데요. 이런 포션은 어디다 쓰려고 사시는 거예요?”

궁금증을 참지 못한 나는 먹으면 바로 잠드는 대신 숙취와 함께 깨어나는 포션을 사는 사람에게 물었다.

“뭘 물어보고 그래? 너 어제 미약 사던 사람 아니야? 비슷한 일 하려는 거지.”

남자는 음흉한 웃음을 지으며 내게 돈을 건넸다. 아, 이 포션을 술에다 섞어서…

약간 죄책감이 들긴 했지만 이샤랑 친해지는 게 먼저였기에 나는 웃으며 손님에게 포션을 내밀었다. 거래를 마치고 받은 돈을 받은 뒤 나는 이샤에게 돈을 건넸다.

“이샤, 포션의 인기가 상당한데요?”

“제가 좀 포션을 잘 만들기는 하죠.”

아무리 생각해도 이 여자의 상식은 이상하다. 하지만 얼굴이 예쁘니 상관없다.

나와 이샤는 해가 중천에 뜰 때까지 포션을 팔았다.

“와서 앉아서 쉬어요.”

시장에 있는 벤치에 앉아서 말하자 이샤는 내 옆에 와 앉았다. 확실히 나에 대한 적개심이 많이 풀린 모양이었다.

“이렇게 매번 포션을 팔고 다니는 거예요?”

“그런 셈이죠. 가끔 치료를 부탁하면서 오는 사람도 있지만 많지는 않아요. 애초에 전투에서 생긴 부상이 아닌 이상 힐러 말고 의사를 찾아가는 게 낫기도 하고.”

“포션은 어떻게 만들어요?”

“연금술 제작대에서 만들죠. 재료는 다른 재료 상인들한테 사요.”

이샤는 열심히 내게 포션 만드는 과정을 설명해 줬다. 물론 나는 열심히 듣는 척하면서 이샤의 몸매를 관찰했다.

헐렁헐렁한 로브를 입고 있는데도 가슴이 튀어나오는 걸 보면 보통 가슴 크기가 아니다. 게다가 살짝 보이는 손목이 얇은 거로 보아 꽤나 슬렌더인 모양이었다.

거유 슬렌더라니, 이건 못 참지. 빨리 저 로브를 벗겨내고 가슴에다가 부비부비 문질문질 하고 싶다.

“제 말 듣고 계세요?”

“아, 네. 물론 듣고 있죠.”

“그나저나 그쪽 이름을 못 들었네요. 혹시 성함이 어떻게 되시나요?”

“아, 성기라고 합니다. 남성기요.”

내 말을 들은 이샤는 가만히 있다가 슬쩍 내게서 멀어졌다.

“아니, 놀리는 거 아니에요! 진짜 제 이름이 남성기예요!”

“사람 이름이 어떻게 남성기…”

“놀랍게도 사실입니다.”

“어쨌든 도와주셔서 감사해요, 성기 씨.”

이샤는 살짝 고개를 숙이며 내게 감사 인사를 했다.

“뭘요. 별것도 아닌데. 이걸로 어제의 오해는 풀린 거 맞죠?”

“그건…”

이샤는 말을 늘였다. 아무리 내가 자기 일을 도와줬다고 한들 어제 일을 모른 척할 수는 없는 모양이었다. 나는 의자에 편히 기대며 이샤에게 말했다.

“제가 드린 제안은 생각해 보셨어요? 저희 파티에 들어오는 거요.”

“아… 아무리 그래도 그건 조금…”

“왜요?”

“저는… 여러 사람들이랑 같이 다닐 자격이 없어요.”

“그러니까 왜요?”

“이렇게 못생기고 못난걸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힐링에도 자신 있는 편이 아니에요. 그나마 포션 만드는 데는 자신이 있긴 한데 그건 파티에 들어가지 않아도 충분히 만들 수 있고요.”

아니 그니까 당신이 그걸 자신 있어 하면 안 된다니까?

그러거나 말거나 이샤는 말을 이었다.

“그래도 확실히 떠돌이 생활을 하다 보면 파티에 들어가고 싶은 때가 있긴 해요. 저를 바라보는 날카로운 시선이라든지, 떠돌이라고 무시하는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외롭기도 하거든요.”

“떠돌이라고 무시하는 사람이 있어요?”

“당연히 있죠. 저는 모험가로 등록된 것도 아니고, 제가 친화력이 좋은 편도 아니니까요. 가끔은 제가 묵는 여관에 양아치들이 몰려와서 제 방문을 두드리며 위협한 적도 있어요.”

아마 그 양아치들은 네 개꼴리는 얼굴을 봐서 어떻게든 따먹으려고 했던 게 아닐까?

“어쨌든, 계속 도와주실 건가요? 저는 다시 포션을 팔아야 할 것 같아서요.”

“잠깐만요. 저는 점심을 좀 먹어야 할 것 같아서.”

“빵 어떠세요? 괜찮으시면 제가 사드릴게요. 저를 위해서 일해주셨는데 이 정도는 해드려야죠.”

그렇게 나는 이샤가 사준 빵을 먹으며 다시 이샤와 함께 포션을 팔았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웬 소년 하나가 비틀거리며 이샤에게 다가와 이샤의 다리에 매달렸다.

“저, 저기. 혹시 힐러세요? 저 힐 좀 해 주시면 안 될까요..?”

소년은 말하는 것조차 힘들어 보였다. 자세히 보니 소년의 배에서 빨간 피가 줄줄 흘러나오는 것이 보였다.

“돈은 나중에 드릴 테니까 제발 힐 좀 해 주세요…”

그 말을 마지막으로 소년은 힘없이 무너져 내렸다. 나는 가만히 서서 이샤가 어떻게 할지를 지켜봤다.

“괜찮으세요?”

이샤는 바로 자세를 낮추며 소년의 상태를 살폈다. 소년을 바로 눕힌 이샤는 소년의 옷을 들춰 소년의 상처를 확인했다.

“어쩌다 이런 상처를..!”

이샤는 곧바로 소년의 상처 부위에 손을 대고 정신을 집중했다. 이샤의 손에 초록색 빛이 나는가 싶더니 소년의 상처가 조금씩 아물기 시작했다.

힐링에는 자신 없다는 말과는 다르게 이샤의 힐링 능력은 척 보기에도 뛰어났다.

“괜찮으세요? 제 말 들리세요?”

이샤는 소년에게 힐링 마법을 시전하면서도 계속 소년의 뺨을 어루만지며 소년의 의식을 확인했다. 얼마나 상처가 아물었을까, 소년은 다시 눈을 떴다.

“쿨럭, 쿨럭!”

소년이 핏기 어린 기침을 하며 일어나려 하자 이샤는 소년을 제지했다.

“지금은 일어나시면 안 돼요. 아직 상처가 깊어요.”

“여기서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어..!”

소년은 무언가에 쫓기는 듯 바로 도망치려 했다. 하지만 이샤는 소년을 놔주지 않았다.

“조금만 더 기다리세요, 곧 상처가 아물 테니까. 지금 움직였다가는 여태 아문 상처도 바로 찢어져 버리고 말 거예요.”

이샤의 완고함에 소년도 어쩔 수 없었는지 가만히 누워 이샤의 힐을 받았다. 이샤는 능숙한 솜씨로 상처를 치료한 뒤 소년에게 포션 하나를 내밀었다.

“자, 마시세요.”

소년은 아무런 의심 없이 포션을 마셨다. 잠깐, 이샤가 준 포션인데 마셔도 되나?

아니나 다를까 소년은 쿨럭거리는가 싶더니 각혈을 하기 시작했다. 나는 이샤를 붙잡고 말했다.

“설마 마시면 각혈하는 힐링 포션을 준 거예요!?”

“네,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문제가 있고말고요! 무슨 생각으로 환자한테 그런 걸..!”

“괜찮아요. 마시고 잠깐 동안 각혈할 뿐 전체적으로는 회복되니까요.”

“그게 문제가 아닌 것 같은데요…”

소년은 계속해서 쿨럭거리며 피를 토해냈다. 주위에 몰려든 사람들은 소년의 상태를 보고 한 마디씩 던지기 시작했다.

“어머 어머, 저러다 죽는 거 아니야?”

“대체 무슨 포션을 준 거야?”

“포션이 아니라 독을 준 거 아니야?”

가만히 놔두다간 소문이 걷잡을 수 없이 퍼질 것 같아 나는 사람들에게 소리쳤다.

“몸 안에 있는 나쁜 기운을 토해내는 중입니다! 끝나고 나면 정상으로 돌아올 거예요!”

사람들이 미심쩍은 눈으로 쳐다보는 가운데 소년은 어느 정도 회복이 됐는지 두 발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샤는 그런 소년의 배에 손을 대고 계속해서 힐링 마법을 썼다.

“조금만 더 하면 돼요. 상처가 많이 아물었어요.”

하지만 소년은 이샤의 손을 거칠게 밀쳐냈다. 덕분에 이샤가 중심을 잃고 자리에 넘어질 정도였다.

“이봐요! 치료해 준 사람한테 이게 무슨 짓..!”

내가 항의하려 했지만 소년은 군중 사이를 뚫고 어딘가로 달려가며 우리에게 소리쳤다.

“잘 있어라, 병신들아! 치료해 줘서 고맙다!”

씨발새끼, 척 봐도 양아치끼리 싸움하다가 칼빵 맞고 힐러 찾아왔구먼.

나는 재빨리 이샤에게 다가가 이샤를 일으켜 줬다.

“괜찮아요, 이샤?”

“으… 환자는 어떻게 됐죠?”

“그런 양아치 녀석 상관할 거 없어요.”

이샤는 옷을 툭툭 털고 일어나 어질러진 포션 바구니를 정리했다. 내가 옆에서 같이 포션을 정리해 주니 사람들이 한 마디씩 던졌다.

“각혈을 하긴 했지만… 포션이 효과는 있었나 보네요?”

“대체 무슨 포션을 팔고 다니는 거요? 한번 구경이라도 해 봅시다.”

작은 해프닝이 있긴 했지만, 덕분에 이샤의 물약들은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팔면서 살짝 미안하긴 했지만 돈을 주는데 안 팔 이유는 없었다.

저녁이 되자 이샤는 보따리를 정리하고 여관으로 들어갈 준비를 했다. 나는 덩달아 이샤를 따라 여관으로 향하며 이샤에게 말을 걸었다.

“오늘은 그래도 많이 팔았죠?”

“네. 성기…씨가 도와준 덕분에 많이 팔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에이, 제가 뭘 했다고요. 다 이샤의 헌신적인 면모에 반해서 포션을 사러 온 거죠.”

“어머? 농담은.”

이샤는 내 팔을 툭 치며 배시시 웃었다. 그렇게 우리는 여관에 같이 들어와 같이 저녁을 먹었다.

“이샤는 어디로 갈 예정이에요?”

“저요? 떠돌이가 어디로 갈지를 정해놓고 다니는 거 본 적 있나요. 그냥 발 닿는 데로 가는 거죠.”

“어쨌든 여기에는 이틀 정도 더 머무르실 거고?”

“네. 이 도시, 생각보다 괜찮네요.”

이샤와의 저녁식사를 마친 나는 이샤에게 술 한 잔 하는 것을 제안했지만 이샤는 고개를 저었다.

“힐러는 언제든지 환자를 볼 수 있어야 해요. 술 같은 건 마시면 안 되죠.”

의사도 힐러도 이 세계 사람들은 책임감이 엄청나구나…

나는 이샤를 방 앞까지 배웅해 줬다. 이샤는 내게 허리를 숙여 꾸벅 인사했다.

“오늘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뭘요, 내일도 도와드릴 건데.”

이샤가 방으로 들어가고 난 뒤 나는 기지개를 한 번 쫙 켜고 내 방으로 향했다. 생각해 보니 엘리자베스와 릴리에게 오늘 뭘 해야 하는지를 말 안 했는데, 나 없는 사이 뭘 하고 있었으려나?

그런 생각을 하며 내 방 문을 연 나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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