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8화 〉 47화 서큐버스에게 질 뻔한 용사 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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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는 방 안에 들어오자마자 눈앞의 광경을 보고 얼어붙었다.
내가 웬 헐벗은 여자와 함께 떡을 치고 있는 모습을 봤으니 당연하지.
“저기… 주인님..?”
엘리자베스가 내게 다가오며 말했다. 그동안에도 서큐버스는 나를 착정하기 위한 허리놀림을 멈추지 않았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에요?”
엘리자베스가 내게 물었지만 나는 대답할 수 없었다. 서큐버스의 침이 원체 강력한 탓에 아직 입을 움직일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엘리자베스, 나 좀 구해 줘! 이 녀석 내 정기를 빨아들여서 나를 죽일 셈이야!
마음속으로는 몇 번이고 외쳤지만 실제로 입 밖으로 나오는 소리라고는 쾌감에 몸부림치는, 꼴사납기 그지없는 숨소리뿐이었다.
“어머~ 손님이 왔네?”
서큐버스가 열심히 엉덩이로 방아를 찧으며 엘리자베스를 돌아보고 말했다. 엘리자베스는 여전히 굳어 있었다.
“미안하지만, 너희 주인님이 오늘은 나랑 섹스하기로 해서 말이야. 웬만해선 방해하지 말고 나가 줄래?”
다 거짓말이야! 절대 나가면 안 돼! 엘리자베스!
“아…”
엘리자베스는 짧은 탄식을 흘리다가 뒷걸음질을 쳤다. 상황이 어째 안 좋아지는데.
“그렇지~?”
서큐버스는 내게 입을 맞추고 내 입술을 혀로 훑었다. 덕분에 나는 입술마저도 옴짝달싹할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
“키스까지…”
“왜, 너도 같이 하고 싶어?”
서큐버스가 엘리자베스에게 말했다. 엘리자베스는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저, 저는 주인님의 관계에 뭐라고 할 수 없어요.”
그래, 내 암컷노예면 그래야지. 하지만 이번 한 번만은 그 말 잊어버리면 안 될까?
“그럼 좋은 시간 보내세요, 주인님…”
엘리자베스는 방문을 닫고 나가려 했다. 내 마지막 희망의 등불이 꺼져가는 순간이었다.
서큐버스는 사악한 웃음을 지으며 나를 내려다봤다.
“도망칠 곳은 없어.”
그러는 사이 내 자지에서는 묽어진 정액이 주르륵 흘러나왔다. 동시에 내 정기도 흘러나가는 기분이었다.
이렇게 죽고 마는 건가. 세상에, 원래 세계에서도 복상사로 죽었는데 이번에도 복상사로 죽는 거야? 아니, 이번엔 내가 깔려있었으니 복하사인가.
그렇게 마지막 희망이 꺼져가려는 순간, 엘리자베스는 허리춤에 달려 있는 칼을 쥐더니 순식간에 서큐버스에게 달려들어 서큐버스의 팔을 그었다.
피가 촥 튀었다.
“너, 이게 무슨 짓…”
서큐버스가 말하려 하자 엘리자베스가 말을 끊고 소리쳤다.
“내가 모를 줄 알고? 이 더러운 서큐버스! 어딜 우리 주인님한테 손을 대!!!”
엘리자베스는 바로 전투태세에 돌입했다. 서큐버스는 여전히 보지에 내 자지를 꽂아놓은 채로 앉아 엘리자베스를 노려봤다.
“흐응… 초급 모험가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서큐버스를 알고 있다니. 조금 놀라운걸?”
“여기서 당장 꺼져!”
“그럴 수는 없지. 너를 죽인 다음 그대로 이 남자의 정기를 빨아먹고 가면 되잖아?”
서큐버스는 자리에서 일어나 혀로 손톱을 핥았다. 서큐버스의 손톱이 무시무시하게 길고 날카로워졌다.
“우으으…”
엘리자베스는 긴장하고 있었다. 초급 모험가가 서큐버스와 싸우는 것은 밸런스가 맞지 않는 일인 모양이었다.
“상대가 될 거라고 생각하니?”
서큐버스는 순식간에 엘리자베스의 앞으로 다가갔다. 엘리자베스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서큐버스는 엘리자베스의 배를 손톱으로 할퀴었다.
엘리자베스의 갑옷은 순식간에 찢어졌고, 엘리자베스의 배에서 피가 튀었다.
“꺄아아악!!!”
엘리자베스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하지만 서큐버스는 멈추지 않고 엘리자베스의 배를 몇 번 더 할퀴었다.
역시 엘리자베스가 서큐버스를 상대로 이기기는 무리였다. 이대로면 엘리자베스가 죽고, 그다음 내가 착정당해서 죽을 위기였다.
내가 마비를 풀고 고추칼리버를 휘두를 수만 있다면, 어떻게든 해볼 수 있었을 텐데..!
배에 큰 상처를 입은 엘리자베스는 방구석에 몰아붙여진 채 배를 감싸 쥐고 거친 숨을 쉬었다.
“그러면서도 주인님을 지키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거야? 네 목숨이 위험한데?”
서큐버스가 긴 손가락 끝으로 엘리자베스의 머리를 톡톡 치며 말했다.
“쿨럭…”
엘리자베스는 입에서 피를 줄줄 흘리며 고통스러워했다.
“바로 죽여줄게. 감히 나를 방해한 죄로.”
서큐버스는 엘리자베스의 목에 손톱을 가져다 댔다. 엘리자베스의 목에서 피가 배어 나오기 시작했다.
‘누구든 좋으니 제발 도와줘!’
내 간절한 기도를 듣기라도 한 건지 갑자기 방 안에 안개가 차오르기 시작했다. 서큐버스는 엘리자베스에게서 손을 떼고 주위를 둘러봤다.
“누가!!! 감히!!!”
천둥 같은 목소리가 방 안에 울렸다.
“위대한 모험가를 죽이려 드는가!!!”
잠깐, 이거 어디선가 들어본 목소리다.
“그것도 최고의 능력을 가진 이 시대 최고의 모험가를!!!
아, 알겠다. 이거 칼벤 목소리다.
곧이어 서큐버스의 등짝에 작은 번개가 떨어졌다.
“크윽!”
방어할 틈도 없이 감전된 서큐버스는 몸을 비틀며 고통스러워했다.
곧이어 마력이 요동치는가 싶더니 방 안에 포탈이 생겼다. 포탈을 타고 칼벤이 직접 방 안에 들어오자 서큐버스도 놀란 모양이었다.
“마법사..? 여긴 어떻게 알고 온 거야! 분명 방해하지 못하도록 결계를 쳐 놨을 텐데!”
“음탕한 것들의 기운은 멀리서도 느껴지는 법이지.”
칼벤은 스태프를 서큐버스 쪽으로 겨눴다. 서큐버스가 잠시 주춤거리는 사이 스태프에서 파지직거리며 전격 마법이 뿜어져 나왔다.
서큐버스도 마법 방어막을 펼쳐 칼벤의 공격을 막아냈지만, 계속되는 마법 공격을 전부 막아내기는 힘겨워 보였다.
“쳇, 다 된 밥이었는데, 재가 뿌려졌군. 다음에 다시 오도록 하지.”
서큐버스는 날개로 자신을 감싸는가 싶더니 박쥐가 되어 방을 빠져나갔다. 서큐버스가 도망친 뒤 칼벤은 재빨리 내게 다가왔다.
“성기, 정신이 드나?”
“으어… 으어어…”
“아무래도 서큐버스의 침을 너무 많이 마신 모양이군. 해독제가 필요하네.”
“저… 말고… 엘리자베스…”
엘리자베스의 상처는 심각해 보였다. 당장 치료를 받지 못하면 과다출혈로 죽을 게 뻔해 보일 정도로.
“이샤… 힐러… 저쪽 방에…”
나는 겨우겨우 손을 움직여 이샤의 방을 가리켰다. 칼벤은 그 즉시 이샤의 방으로 가 방문을 쾅쾅 두드렸다.
“어음… 무슨 일이세요…”
문이 열리고 이샤가 잔뜩 하품을 하며 나왔다.
“심각한 환자가 둘 있다네. 힐러가 급하게 필요한 상황일세. 빨리!”
상황 판단을 마친 이샤는 약병들을 들고 당장 내 방으로 달려왔다. 방구석에 쓰러져 있는 엘리자베스를 발견한 이샤는 곧바로 엘리자베스에게 다가갔다.
“세상에! 어쩌다 이렇게 된 거예요!?”
“서큐버스와 싸우다가…”
“서큐버스요!? 어떻게 서큐버스랑 싸울 생각을 하셨어요!”
“그놈이 성기 씨의 목숨을 위협하고 있었으니까요…”
“좋아요. 일단은 가만히 누워 있어요. 제가 치료해 드릴게요.”
이샤가 엘리자베스의 상처를 치료하는 사이 칼벤은 내 쪽으로 와 내 상태를 살폈다.
“흠… 서큐버스의 침을 마신 모양이군. 서큐버스의 침은 몸을 마비시킴과 동시에 성감대를 극도로 민감하게 만들지.”
“커헉, 커헉..”
“무리해서 말하려고 하지 말게. 다행히도 서큐버스의 침은 시간이 지날수록 그 효능이 줄어든다네. 독 같은 건 따로 없고.
나는 침대에 누워 독기가 내려갈 때까지 기다렸다. 그 사이 엘리자베스의 응급처치를 마친 이샤는 내 쪽으로 왔다.
“어떤 증상이신 거죠?”
“서큐버스의 침을 마셨다고 한다네.”
“서큐버스의 침… 그 반대 능력을 가진 이 물약으로 중화시켜서 처리할 수 있겠어요.”
아, 잠깐, 이샤가 나를 위해서 포션을 준다고? 그건 좀 위험한 것 같은데!?
나는 포션 같은 건 필요 없다고 팔다리를 허우적댔지만 이샤는 본 척도 하지 않았다.
“어디 보자… 아! 마침 여기 하나 남았네요.”
이샤는 작은 병을 가져와 안에 들어 있던 액체를 내 입에 쪼르르 흘려 넣었다. 나는 먹지 않기 위해 입을 닫으려고 해 봤으나 이미 마비된 입근육은 도저히 닫히지를 않았다.
결국 이샤의 포션을 먹고 만 나는 눈을 감고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를 상상했다. 나도 각혈을 하나? 아님 하반신이 마비되기라도 하나?
하지만 내 걱정과는 반대로 내 몸은 빠른 속도로 정상적으로 돌아왔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내 몸 여기저기를 만졌다.
“우와. 어떻게 한 거예요?”
“별거 아니에요. 제가 방금 드린 물약은 인큐버스의 침. 서큐버스의 침과 정확히 반대의 일을 하지요.”
그러니까 내가 방금 먹었던 게 인큐버스가 흘린 침이었다는 거지? 와, 그걸 먹었다고 생각하니 금방이라도 토가 나올 것만 같다.
어쨌든 제정신을 차린 나는 자리에서 겨우 일어나 엘리자베스의 상태를 확인했다.
“엘리자베스, 괜찮아?”
“네… 저 진짜 죽는 줄 알았는데, 이샤 님의 힐링을 받고 나니 많이 괜찮아졌어요.”
“고마워.”
아직 엘리자베스의 상처가 완전히 낫지 않아 끌어안을 수는 없었지만, 나는 엘리자베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진심으로 감사 인사를 건넸다.
내 말을 들은 살짝 찡그리고 있던 표정을 풀고 금세 내게 웃어 보였다.
릴리는 아직도 자고 있는 것 같고… 아니, 뭐라고? 아직까지 잔다고? 이거 죽은 거 아니야?
나는 황급히 릴리의 숨소리를 확인했지만 릴리는 아주 잘 자고 있었다.
“아마 서큐버스가 주문을 걸어 깨어나지 못하게 한 모양일세. 하지만 서큐버스의 저주도 영원하진 않으니 시간이 지나면 깨어날 게야.”
옆에 있던 칼벤이 말했다.
“칼벤.”
“응? 무슨 일 있나?”
“어떻게 알고 찾아오신 거예요? 만약 칼벤이 없었으면 저희 다 죽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고요.”
“별거 아니네. 어차피 자네도 예상하고 있지 않았나?”
“뭐를요?
“내가 자네를 따라다니는 감시 마법을 붙일 것을 말이야.”
설마 나를 내내 감시하다가 내가 위험해지니까 나를 도와주러 온 거야?
“그렇게 얼굴 찡그릴 필요 없네. 나는 어디까지나 자네를 위험에서 보호하기 위해서 한 일이니까.”
“제가 엘리자베스 강간하는 거 봤어요?”
“봤네.”
“레아 따먹는 거는요?”
“그 여자 엉덩이가 진짜 죽여주더군.”
“엘리자베스 복종훈련…”
“개처럼 기어 다니는 여자는 목줄이 있어야 하는데, 아쉬웠다고나 할까.”
칼벤은 수염을 쓰다듬으며 과거 회상에 빠졌다. 나는 한숨을 쉬고는 침대에 털썩 누웠다. 어쨌거나 이걸로 위기는 넘긴 것 같다.
“이샤라고 했나? 서큐버스에게 정기를 빨린 이쪽도 치료를 해야 할 것 같다네.”
칼벤이 이샤에게 말했다. 이샤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내 쪽을 쳐다보는가 싶더니 고개를 홱 돌렸다.
“이샤, 무슨 문제 있어요?”
내가 말하자 이샤는 손으로 눈을 가리며 말했다.
“그… 제가… 남자 알몸은 처음 봐서…”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요. 전 방금까지 서큐버스한테 착정당하고 있었다고요. 혹시라도 나쁜 기운이 남아있거나 하면…”
“성기 말이 맞네. 지금은 자네의 도움이 필요하네.”
나와 칼벤의 말을 이기지 못한 이샤는 살짝 손을 내리고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적어도 좀 가라앉힐 수는 없나요? 그렇게 잔뜩 세워 놓으면 무섭다고요…”
“하지만 아직 서큐버스의 침 때문인지 가라앉을 생각을 하지 않아요.”
“별 수 없네요… 일단 침대에 누워 보세요.”
침대에 누우니 내 자지는 천장을 향해 빳빳이 고개를 쳐들었다. 이샤는 천천히 내게 다가와 침대에 걸터앉고는 말했다.
“그, 그럼 응급처치 시작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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