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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용사의 무기는 암컷타락-52화 (52/157)

〈 52화 〉 51화 ­ 이젠 안 아픈 엘리자베스

* * *

하나도, 둘도 아니라 셋?

네 명 중에 마물의 기운이 느껴지는 사람이 셋이나 있다고?

성직자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상식적으로 네 명 중 세 명에게서 마물의 기운이 느껴지면 그 파티는 마물 파티나 다름없으니까.

“우리 중 누구에게서 마물의 기운이 느껴지는 거예요?”

내가 묻자 성직자는 곧바로 나를 가리켰다.

“당신에게서 서큐버스의 냄새가 납니다.”

나는 팔을 허둥지둥 저으며 변명했다.

“제가 사실 어제 서큐버스한테 공격을 받았거든요! 그래서 그런가 봐요. 이샤의 응급처치로 나쁜 액은 다 빼냈다고 생각했지만, 아직 몸에 서큐버스의 무언가가 남아 있을지도..?”

“그럴 수도 있겠군요. 그럼 당신은?”

성직자는 이번에는 엘리자베스를 가리켰다. 엘리자베스는 이샤의 도움을 받아 배를 살짝 보여줬다.

“서큐버스에게 직접적인 공격을 당했어요. 아직 저주가 풀리지 않았다고 하니 마물의 기운이 느껴지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닐 거예요.”

“잠깐, 그거 각인입니까?”

성직자가 엘리자베스가 있는 쪽으로 한 걸음씩 다가가며 말했다.

“마물이 각인을 새겨 놓고 간 겁니까?”

“아뇨. 이건 동료끼리의 각인이에요.”

“동료끼리의 각인이라고요? 뭐가 됐든 한 번 확인을 해 봐야겠습니다.”

성직자는 엘리자베스의 배에 대고 주문을 읊었다. 그러자 황금색의 광휘가 손에서 뻗어 나왔다. 잠시 엘리자베스의 배에 손을 대고 있던 성직자는 빛을 죽이고 손을 뗐다.

“확실히 이건 사람이 만들어낸 각인... 무척 음탕하고 치욕적이긴 하지만 마물의 기운은 느껴지지 않습니다. 마물의 저주는 그 밑에 있고요.”

“네. 그래서 정화를 부탁드리려 한 거예요.”

“하지만 아직 마물의 기운이 느껴지는 한 명이 남았습니다.”

이 얘긴 즉슨 이샤 아니면 릴리에게서 마물의 기운이 느껴진다는 건데, 둘 중 하나라도 마물과 연관된 사람이 있나?

어쩌면 릴리가 어제 걸린 수면 저주가 안 풀린 것을 알아차린 걸지도 모른다.

아니면 이샤가 마물에게서 얻어온 물약이 수상하게 보이는 걸 수도 있고.

이런저런 추측 속에서 나는 초조하게 성직자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당신, 이름이 뭡니까.”

“릴리라고 해요.”

“릴리 양. 당신에게서 마물의 기운이 느껴집니다.”

성직자는 뚜벅뚜벅 릴리를 향해 걸어갔다. 릴리는 미동도 하지 않은 채 다가오는 성직자를 쳐다봤다.

“아마 릴리도 어제 수면 저주에 걸린 탓에 그런 걸 거예요.”

내가 옆에서 말해 봤지만 성직자는 고개를 저었다.

“그 정도로는 설명할 수 없는 기운입니다. 당신의 정체를 밝히십시오.”

릴리는 여전히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일관하고 있었다. 성직자와 릴리의 기싸움이 계속되는 가운데 엘리자베스가 신음을 흘렸다.

“어흑…”

레아는 곧바로 엘리자베스에게 달려가 상태를 확인했다. 그 짧은 사이 상태가 악화된 모양이었다.

“저기, 일단은 이분의 저주를 풀어드리는 게 먼저일 것 같은데?”

레아의 말에 릴리를 노려보던 성직자는 고개를 돌리고 엘리자베스가 있는 쪽으로 걸어왔다. 릴리는 여전히 아니꼽다는 눈으로 성직자를 쳐다보고 있었다.

엘리자베스의 상처에 손을 올린 성직자는 엘리자베스의 눈을 보며 말했다.

“아가씨. 저주를 푸는 것은 간단하지 않습니다. 꽤 혹독한 고통이 따를 것입니다. 그래도 괜찮으십니까?”

“이미 서큐버스의 손톱에 배를 찢길 때부터 고통은 익숙해졌어요. 제 걱정은 하지 말아 주세요.”

성직자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엘리자베스를 눕히고 정화 의식을 준비했다. 성직자가 주문을 읊기 전, 이샤는 엘리자베스의 배에 손을 올렸다.

“마지막으로 통증 완화 주문을 써 드릴게요. 좀 아플 테지만 참아요.”

“고마워요.”

성직자가 주문을 읊기 시작하자 마법진이 엘리자베스를 둘러쌌다. 잠시 뒤 엘리자베스의 배에서 빛이 나기 시작했다.

엘리자베스의 배에서 빛나던 황금색 빛에 검은 무언가가 섞이기 시작했다. 마치 검은색 기운과 황금색 빛이 싸우는 듯했다.

“으윽…”

엘리자베스는 입술을 꽉 깨물며 고통을 참았다. 한껏 찡그린 얼굴을 보고 있는 내 배가 다 아파질 지경이었다.

성직자가 주문을 읊는 속도가 빨라졌다. 엘리자베스의 배에서 나오는 섬광이 한층 강해지는 동시에 엘리자베스가 고통스러운 신음을 토해냈다.

“끄윽… 끅…”

엘리자베스의 눈에서 한 줄기 눈물이 흘렀다. 손을 잡아 줄 수 있었다면 손이라도 잡아 줬을 텐데.

엘리자베스의 배에서 나오던 검은 기운은 점차 사그라들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엘리자베스의 배에서 더 이상 검은 기운이 나오지 않게 되자 성직자는 주문을 멈췄다.

“엘리자베스, 괜찮아?”

“괜찮아요?”

나와 이샤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엘리자베스에게 뛰어갔다. 이샤는 곧바로 엘리자베스에게 통증 완화 마법을 써 줬고, 나는 엘리자베스의 손을 잡아 줬다.

“끝났나요..?”

“끝났습니다. 서큐버스의 저주는 더 이상 당신을 괴롭히지 못할 겁니다.”

성직자의 말을 들은 엘리자베스는 다행이라는 듯 긴 숨을 내쉬었다.

“잠시만요, 다시 힐링 마법을 써 볼게요.”

이샤의 손에서 초록색 빛이 나자 엘리자베스의 상처가 빠른 속도로 아물었다. 옆에서 지켜보던 레아가 이샤의 솜씨를 보고 감탄할 정도였다.

“대단하시네요.”

“레아가 보기에도 그래요?”

“아까 서큐버스의 저주가 걸려 있는 상태에서도 그만큼이나 치유한 것 보고도 보통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까 확실히 알겠어요.”

얼굴도 예쁜데 힐러로서의 자질까지 완벽하다? 이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우리 파티에 영입해야 한다. 안 되면 억지로라도 데리고 다녀야 해.

“우와, 정말 괜찮아졌어요!”

엘리자베스가 자기 힘으로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엘리자베스의 배에는 살짝 자국만 남아 있을 뿐 더 이상 상처가 보이지 않았다.

“그나저나 무슨 일을 했길래 서큐버스한테 공격을 받고 그래요? 마법사들이 뭐라고 말 안 해요?”

레아의 물음에 나는 정신을 차렸다. 지금 감탄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빨리 도시 밖으로 빠져나가야 한다.

“모르겠어요. 제가 너무 매력이 넘쳐서 서큐버스가 탐낸 거 아닐까요? 아무튼 우리는 갈 길이 바빠서 이만.”

“후훗, 농담은. 그럼 안녕히 가세요. 그리고…”

레아는 내게 다가와 살며시 나를 끌어안았다.

“꼭 다음에도 들러줘요. 기다리고 있을게요.”

“알았어요.”

나는 레아의 엉덩이를 팡팡 두드려주며 레아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꼭 돌아와서 레아 보지를 연구해 줄게요.”

레아는 웃으며 나를 조금 더 꼭 끌어안았다. 그렇게 인사를 마치고 떠나려는 찰나,

“같이 오셨던 릴리라는 분은 어디 가셨습니까?”

성직자가 우리를 멈춰세웠다.

그제서야 주위를 둘러보니 릴리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혹시 화장실에 간 게 아닐까 싶어 잠시 기다려보기까지 했지만 릴리는 나타나지 않았다.

“글쎄요. 어디 갔는지 모르겠는데요.”

“그렇습니까…”

“왜 그래? 무슨 문제라도 있어?”

레아가 묻자 성직자는 심각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분명 마물의 기운이었습니다… 물론 그분이 마물이 변신한 존재라는 뜻은 아닙니다. 하지만 분명 심상치 않은 기운이었습니다.”

말을 마친 성직자는 내 쪽으로 다가왔다. 괜히 왜 마물이랑 같이 다니냐고 물어볼까 봐 긴장한 내게 성직자는 주머니 속에 들어있던 십자가 하나를 내밀었다.

“이게 뭔가요?”

“잠시만 들고 있어 보십시오.”

내가 십자가를 들고 가만히 있으니 성직자는 주문을 외웠다. 동시에 십자가에서 빛이 나더니 내 몸속에서 무언가 빠져나가는 기분이 들었다.

“뭐, 뭐죠? 제 영혼이라도 가져가시려는 건가요?”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서큐버스의 잔재를 없앤 겁니다. 그 십자가는 가지고 계십시오. 마물의 공격에서 도움이 될지도 모르니까 말입니다. 그리고…”

성직자는 잠시 뜸을 들이다 말했다.

“릴리라는 사람, 조심하십시오. 그건 보통 마물의 기운이 아니었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그럼 전 이만.”

성직자는 내게 인사를 올리고는 몸을 돌려 걸어갔다. 레아는 내게 마지막으로 손인사를 하고는 성직자와 함께 멀어져 갔다.

“어떻게 할까? 여기서 릴리를 기다려 볼까, 아니면 도시 밖으로 나갈까?”

내가 묻자 엘리자베스가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했다.

“일단 도시 밖으로 나가죠! 빨리 이동해야 한다고 하셨잖아요!”

“걷는 데는 문제없어?”

“네! 이제 깨끗이 나았어요! 걸어도 전혀 아프지 않아요!”

엘리자베스, 너무 신났는데. 릴리가 없어진 게 그렇게나 신나는 모양이다.

엘리자베스는 일단 됐고, 문제는 이샤다. 이샤는 엘리자베스의 상태가 괜찮아질 때까지 우리를 따라오겠다고 했었다.

엘리자베스가 저렇게 멀쩡해졌으니 이샤가 당장 떠난다고 한들 이상할 것이 없었다.

“이샤, 어떻게 할 거예요?”

나는 먼저 이샤에게 질문했다. 이샤는 어떻게 할지 고민하는 눈치였다.

“엘리자베스 양이 완쾌됐으니 저는 이만 떠나려고 했는데…”

“이샤, 그러지 말고 우리 파티랑 같이 다니는 건 어때요? 이샤가 도움이 필요할 땐 우리가 도와주고, 우리가 도움이 필요할 땐 이샤가 도와주고. 좋잖아요?”

“하지만 저 같은 게 파티에 들어가도 괜찮을까요?”

“그런 소리 하지 말아요. 이샤는 아름다운 사람이고 또 뛰어난 힐러예요. 엘리자베스도 분명 그렇게 생각할 거라고요.”

엘리자베스는 동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하여간 띄워주시는 데는 일가견이 있으신 분이네요.”

“띄워주다니요? 저는 사실을 말한 것뿐이에요.”

“하지만 저는 떠돌이 생활이 마음에 들기도 하고…”

“혹시라도 저희 파티를 떠나고 싶다면 언제든지 말씀하세요. 억지로 데리고 다니지는 않을게요.”

나는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하며 이샤를 꼬드겼다. 이샤는 여전히 조금 고민하는 눈치였다. 쐐기를 박을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나는 슬쩍 바지를 내렸다.

“갑자기 바지는 왜 내려요?”

“엘리자베스의 상처는 다 나았을지 몰라도, 제 자지는 아직 느낌이 이상해요. 아직 이샤의 간호가 더 필요할 것 같아요.”

나는 자지를 꺼내 이샤에게 내밀었다. 말은 그렇게 했다지만, 사실은 이샤가 간밤에 보며 자위한 자지를 과시하기 위해서였다.

이런 자지를 어디 가서 또 볼 수 있을 것 같아? 이러고도 나를 안 따라오고 배겨?

“…어쩔 수 없네요. 성기 씨의 자지가 걱정되기도 하고…”

이샤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내게 다가와 내 자지를 잡았다. 이샤의 뽀얀 손이 닿자마자 내 자지는 발기하기 시작했다.

“역시 서큐버스 때문에 아직 민감해져 있으신가 보네요.”

아뇨. 그냥 당신 손이 너무 꼴려서 그래요.

“그럼 이샤도 같이 가는 거 맞죠?”

“네. 함께할게요.”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앞장서서 걷기 시작했다. 이샤를 파티에 넣었으니 내 능력으로 암컷타락시키기만 하면 모든 것이 완벽하다.

근데 릴리는 어디 갔지?

그런 생각을 하며 마차를 타는 곳으로 향하던 나는 길에서 꽤 떨어진 숲속에 있는 릴리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것도 여러 사람한테 둘러싸여 잔뜩 희롱당하고 있는 릴리를.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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