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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용사의 무기는 암컷타락-58화 (58/157)

〈 58화 〉 57화 ­ 뭔놈의 도시는 들어갈 때마다 이래야 돼

* * *

나는 릴리를 처음 만났을 때의 기억을 되짚어 봤다.

릴리의 보지에 억지로 삽입하던 그 순간, 분명 릴리는 이렇게 말했다.

‘제발, 제발 섹스만은 하지 말아 주세요, 네? 저 정말로 처음은 사랑하는 사람한테 주고 싶…’

분명 처음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주고 싶다고 했다. 게다가 내가 릴리와 처음 섹스할 때 보지에서 처녀혈이 흐르기도 했고.

하지만 릴리는 방금 자기가 수없이 마물에게 범해졌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마물이 애널 중독이라서 뒷구멍만을 노린 거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분명 릴리는 자기 입으로 입과 보지, 뒷구멍과 가슴, 겨드랑이와 허벅지 등 범해지지 않은 곳이 없었다고 말했다.

앞뒤가 맞지 않는다.

“저기, 릴리.”

“네?”

릴리가 침울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어 나를 쳐다봤다. 그 표정을 본 나는 릴리를 더 이상 추궁할 수 없었다.

“아냐, 아무것도.”

나는 손을 젓고 다시 생각에 잠겼다.

이 세계에도 처녀막 재건 수술이 있나?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 레아가 내게 보여준 의술의 수준은 처녀막 재건 수술 같은 걸 하기엔 한참 모자라다.

마법이라면 어떻게 가능할지도 모르겠지만 버림받아 떠돌이가 된 릴리가 마법으로 처녀막을 재건했다고? 말도 안 된다.

릴리가 과거를 거짓으로 꾸며내서 말하고 있나? 지금으로서 가장 가능성이 높은 건 그쪽이다.

하지만 릴리의 설명은 꽤나 짜임새가 있다. 자기가 격투를 잘 하는 이유와 제대로 된 마력을 쓰지 못하게 된 이유, 떠돌이가 된 이유까지.

분명 내가 생각하지 못하는 무언가가 있다. 그게 뭐지?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요?”

이샤가 옆에서 내게 물어봤다. 나는 대답하는 것도 잊어버리고 계속 생각을 이어나갔다.

릴리가 부분적으로 거짓말을 했을 가능성도 있다. 만약 마왕에게 사로잡힌 게 아니라면?

하지만 그러면 떠돌이 생활을 하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게다가 마력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것도 설명이 되지 않기도 하고.

그럼 진짜 애널 중독 변태 촉수들이 릴리의 애널만 노린 건가? 보지는 다른 사람들이 유린당한 거고?

그것도 제대로 된 설명을 하기에는 한참 부족하다.

대체 뭘 숨기고 있는 거야, 릴리…

그래도 확실해진 게 있다면 릴리의 마력을 다시 개방시키는 순간 릴리는 우리 파티의 전열을 맡을 믿음직한 투사가 된다는 것이었다.

미심쩍긴 하지만 나는 릴리를 믿고 릴리의 마력을 개방시키는 데 도움을 줘야 한다.

하지만 왜, 무엇을 숨기고 있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내가 도움을 줄 수 있을까…

그런 고민을 하며 나는 마차에 몸을 기댔다. 일단 다음 도시에 도착한 다음 생각해 보자.

그러나 나는 격심한 멀미에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왜 그러세요?”

“이샤, 나 뭔가 이상해요. 원래 멀미 안 하던 사람인데, 갑자기 속이 메스껍고…”

“메스껍고요?”

“갑자기 추워진 것 같고, 온몸의 근육이 떨려요. 머리도 아파지는 것 같고요.”

“아, 그거요? 포션 부작용이에요.”

부작용이 메스꺼움, 오한, 근육통, 두통이라고?

역시 이샤의 포션은 함부로 마시면 안 되는 거다. 물론 덕분에 싸움에서 이기긴 했지만 이건 너무 심하잖아..!

결국 나는 마차가 가는 내내 마차 밖으로 토하거나 병자처럼 마차 바닥에 누워 있는 것밖에 하지 못했다. 이샤가 나를 간호해 주긴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

“일어나세요.”

내가 병자처럼 마차 바닥에 누워 잠이 들어 있던 사이 마차는 도시에 도착했다. 나는 졸린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굉장히 이상한 꿈을 꿨다. 릴리가 괴인과 마물들에게 무지막지하게 능욕당하는 꿈을 꿨다.

그걸 보며 꼴렸는지 내 자지는 바지를 뚫고 나올 기세로 발기해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릴리가 괴인들에게 능욕당하는 그런 슬픈 장면을 보고 발기하다니, 살짝 죄책감이 느껴진달까.

하지만 내가 맨날 망가 볼 때 나오던 장면인데 안 꼴리면 그것도 이상한 거 아니야?

그런 생각으로 스스로를 위로하며 나는 마차에서 내렸다.

“여전히 표정이 복잡해 보이시네요.”

이샤가 내게 말했다.

무슨 특별한 것 때문에 그런 건 아니고, 꿈속에서의 릴리의 얼굴이 기억나지 않는다.

촉수에 가려서 보이지 않은 것도 아니고, 누군가 릴리에게 펠라를 시키느라 얼굴을 가린 것도 아니었을 텐데. 도저히 그 얼굴이 기억나지 않는다.

“어쩌면 내가 생각하는 것과 연관된 것이 아닐까…”

“네? 무슨 말씀이세요, 주인님?”

릴리가 옆에서 세상 순진한 표정으로 물었다. 당황한 나는 양손을 휘휘 저으며 별거 아니라고 말했다.

도시 외경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다만 도시의 성벽들이 조금 더 각진 것이 눈에 띄었다.

“이곳은 검사들의 도시예요. 언제나 각을 살리는 그들의 관례가 성벽에도 투영되었다고 할 수 있겠네요.”

옆에 있던 엘리자베스가 내게 설명해 줬다.

“엘리자베스도 이 도시 사람이었던 거야?”

“이 도시는 와 본 적 없어요. 떠돌이일 적에 한 번쯤 와보고 싶다고 생각은 했는데, 그게 이렇게 이뤄질 거라고는 생각 못 했네요.”

“빨리 들어가죠!”

이샤가 우리를 재촉했다. 새로운 약재를 구한다는 생각에 잔뜩 들뜬 모양이었다.

그러나 릴리는 표정이 좋지 못했다.

“저는 모험가 길드 소속도 아니고, 더는 투사 길드 소속도 아니라서 신분증이 없어요. 또 대기 순번을 기다려서 검사를 받고 들어가는 수밖에 없는데…”

“릴리는 마물의 기운이 강해서 안 들여보내 주는 거 아니야?”

“그게 문제예요. 저번엔 성기 씨가 의사한테 얻어온 확인증으로 어떻게든 들어갔다지만 이번엔 안 되겠죠.”

릴리 같은 능력 있는 사람을 한 번 패배했다고 그렇게 나 몰라라 내쫓아 버린다니, 투사 길드도 못 쓸 곳이구먼.

우리는 넷이서 머리를 맞대고 릴리를 도시 안으로 들여갈 방법을 궁리했다.

“릴리를 짐인 척 위장해서 내가 짐꾼 역할로 데리고 들어가면 되지 않을까?”

“물건이라고 검사를 안 할 것 같아요? 물건도 다 마물의 기운을 확인하고 도시 안으로 들여보낸다고요.”

“마물의 기운을 잠깐 억제해 주는 포션이라도 드릴까요?”

“검사받기 직전에 포션을 마시면 누구라도 이상하게 보지 않을까요?”

“그것도 맞네…”

계속 팔짱을 낀 채로 고민하던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잠깐 검사하는 사람 좀 보고 올게.”

“왜요?”

“혹시 모르잖아? 저번과 같은 방법으로 들어갈 수 있을지.”

하지만 내 바람과는 다르게 이번에는 성직자는 물론 의사까지 전부 남자였다.

내가 가능한 것은 암컷타락이지 사람을 타락시키는 게 아니다. 남자라면 내가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

자리로 돌아온 나는 한숨을 쉬었고, 다들 그 의미를 이해했는지 고개를 숙였다.

“이대로 있어서는 방법이 안 나올 것 같은데. 지금 가능한 방법이라고는…”

내가 말하려 하자 릴리가 화들짝 놀라 날 쳐다봤다.

“주, 주인님, 설마 절 버리시려는 건 아니죠..? 전 주인님 없으면 죽고 말 거예요…”

“미쳤어, 릴리? 우린 절대 너 안 버려.”

나는 릴리의 뺨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너는 누가 뭐래도 우리 파티의 일원이야. 나는 투사 길드 따위처럼 널 버리지 않을 거야. 네가 마물에게 공격받은 과거가 있는 게 뭐 어때. 마물의 기운이 조금 느껴지는 게 뭐 어때.”

“주인님…”

“넌 내가 처음으로 점찍은 파티원이고, 나와 같이했고, 앞으로도 같이할 파티원이야. 걱정하지 마.”

잔뜩 수그리려던 릴리는 활짝 웃으며 내 손을 잡았다.

“고마워요, 주인님!”

이걸로 릴리의 복종심은 또 한 단계 올라갔겠지. 물론 그걸 노리고 한 말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잠시 더 앉아서 좋은 방안을 모색하던 나는 고개를 돌려 성문을 쳐다봤다.

“저 안에는 어떤 도시가 펼쳐져 있을까?”

“저희도 들어가 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어요.”

“저 안에 있는 사람 중 하나가 이 상황을 타개할 만한 아이디어가 있거나 하지는 않을까?”

“그 얘긴즉슨..?”

“그래, 일단은 우리끼리 도시 안으로 들어갈 거야.”

나는 자리에서 일어난 뒤 엘리자베스와 이샤를 일으켜 세워 줬다. 릴리는 멍한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봤다.

“릴리, 잘 들어. 우린 도시로 먼저 들어갈 거야. 그리고 그 안에서 너를 도시 안으로 들여보낼 계획을 짜 올 거야. 알았지?”

“그동안은 저 혼자 여기 있는 건가요…”

릴리가 시무룩하게 말했다. 나는 그런 릴리에게 다가가 말했다.

“릴리, 내가 전에 엘리자베스와 했던 약속 기억나? 아침이 되기 전에 도시로 들어갈 방법을 찾아오겠다고 했던 거 말이야.”

“당연히 기억나죠.”

“이번에도 그럴 거야. 아침이 되기 전에 널 도시로 들어오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게. 그동안만 여기서 잠깐 기다려줘. 어때?”

릴리는 잠시 가만히 있다 고개를 끄덕거렸다.

“사실 엘리자베스 양과 한 약속도 지킬 수 있을지 의문이었지만, 놀랍게도 주인님은 그걸 해내셨지요. 이번에도 그러실 수 있을 거라고 믿어요.”

“그래, 좋아. 그럼 가자.”

나는 엘리자베스와 이샤를 데리고 도시 안으로 들어갈 준비를 했고 릴리는 혼자 남아 자리를 폈다.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나는 릴리의 귀에 대고 속삭여줬다.

“네 격투 실력으로 누군가에게 험한 꼴을 당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지루하면 한 번쯤은 놀아도 괜찮아.”

“네, 주인님.”

릴리도 내가 무슨 말을 한 건지를 곧바로 이해한 모양이었다.

준비를 마친 나는 이샤와 엘리자베스와 함께 도시 안으로 향했다.

나와 엘리자베스는 모험가 등록증으로 관문을 통과했고, 이샤는 다른 무언가를 내밀었다.

“뭔가요, 이건?”

“어느 도시든 자유롭게 들어갈 수 있다는 떠돌이만의 증표죠. 꽤 얻기 힘든 거예요.”

이샤가 우쭐대며 말했다. 도시로 들어온 나는 곧바로 이샤에게 증표에 대해 더 물었다.

“떠돌이면 다 발급해 주는 건가요?”

“아니요. 꽤 엄격한 과정을 거쳐야 해요. 최소 세 곳 이상의 도시에서 마물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는지, 도시를 위험하게 만들 병이 있지는 않은지를 확인해야 하고요…”

“그게 끝이 아니에요?”

“마지막으로 수도에 들러 검사를 받아야 해요. 그렇게 하고 나면 모든 도시를 돌아다닐 수 있는 떠돌이들의 증표를 얻을 수 있어요.”

결국 제일 중요한 건 마물의 기운이 느껴지는지랑 병이 있는지인가… 여전히 릴리가 사용하기엔 무리가 있다. 릴리는 마물의 기운이 느껴지니까.

“그럼 어떻게 해야…”

나는 하늘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 그렇게 몇 초나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을까, 누군가가 내게 와서 말을 걸었다.

“젊은이, 무슨 고민이 그렇게 많길래 이 좋은 날에 그렇게 한숨을 쉬는가?”

“아, 별거 아닙니다. 동료에 관한 생각을 좀 하고 있었어요.”

“동료에 관한 생각이 어찌 별거 아닐 수 있겠나! 어서 내게 털어놔 보게!”

덩치가 장난 아니긴 하지만 흰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른 그의 인상은 그다지 나빠 보이지는 않았다. 덕분에 나는 솔직하게 내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제 동료 하나가 마물의 공격을 심하게 받은 적이 있어요. 그래서 아직 체내에 마물의 기운이 남아있어요.”

“그렇다면 도시로 들어올 수가 없겠군.”

“바로 그게 문제예요. 우린 그녀가 꼭 필요해요. 어떻게 하면 그녀를, 제 동료를 이 도시 안으로 들여올 수 있을까요?”

내 말을 듣고 잠시 고민하던 그는 나를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내 제안 하나 하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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