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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용사의 무기는 암컷타락-59화 (59/157)

〈 59화 〉 58화 ­ 상자 옮기는 게 뭐 별일이라고

* * *

“제안이라뇨?”

“별거 아닐세. 내가 자네에게 도움을 주는 대신, 자네도 나한테 도움을 주면 되는 걸세. 간단하지 않나?”

일종의 퀘스트 같은 건가.

“제가 도와드리면, 제 동료를 도시 안으로 들여올 수 있나요?”

“물론 나도 확실한 수가 있는 건 아니라네. 하지만 적어도 혼자 고민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나? 내가 무리한 부탁을 하려는 것도 아닌데 말일세. 하하!”

뭐지, 이 속 편한 아저씨는?

“잠시만요, 파티원들이랑 잠시 이야기를 해 봐야겠어요.”

“오, 자네 파티도 있었나? 하긴, 동료를 도시로 들여올 궁리를 하고 있었으니 파티가 없는 게 더 이상하겠군.”

나는 잠시 흰 수염 아저씨를 뒤로하고 엘리자베스와 이샤를 불렀다.

“저 사람 말 어떻게 생각해?”

“저희도 딱히 방법이 없으니까, 이 도시를 더 잘 아는 사람이 도와준다면 거절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해요.”

엘리자베스가 말하자 이샤도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저 사람이 무리한 부탁을 한다면 거절하면 되잖아요? 일단 들어 볼 가치는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다면야.”

나는 다시 흰 수염의 남자 앞에 다가갔다.

“그 부탁이란 걸 들어 보고 싶은데요.”

“오, 정말 간단한 부탁이라네. 내가 도시 안으로 들여와야 할 상자가 몇 개 있는데, 그걸 들어서 옮기는 걸 도와주기만 하면 되네.”

뭐야, 그게 끝이라고?

“할게요.”

나는 곧바로 그의 제안을 승낙했다. 흰 수염의 남자는 뛸 듯이 기뻐하며 내 손을 잡아끌었다.

“지금 도시 밖에 상자가 쌓여 있을 걸세. 지금 당장 시작하지!”

나는 그대로 남자의 손에 이끌려 도시 밖으로 향했고, 엘리자베스와 이샤가 내 뒤를 따랐다.

***

도시 밖에 쌓인 상자는 생각보다 몇 개 되지 않았다.

다만 상자 하나하나가 사람이 들어갈 만큼 크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였다.

“내가 왜 도움을 청했는지 알겠나? 물론 나 혼자서도 옮길 수 있긴 하지만, 시간이 원체 오래 걸려서 말이지…”

흰 수염의 남자는 상자 하나를 들어 올렸다. 몸집이 원체 커서 그런지 상자를 들었음에도 별로 힘들어 보이진 않았다.

하지만 내가 직접 상자를 들어 보니 무게감이 장난이 아니었다. 결국 나는 엘리자베스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밖에 없었다.

“엘리자베스, 반대편 좀 잡아 줘!”

“넵!”

엘리자베스는 곧바로 달려와 상자 반대편을 들었다. 그 모습을 본 흰 수염의 남자는 껄걸 웃었다.

“파티원이랑 사이가 좋구만. 하지만 남자가 이거 하나 혼자 못 들어서 쓰겠나?”

그게 말이 되냐, 척 보기에도 쌀 두세 포대는 되는 것 같은 무게감인데..!

“저, 제가 도와드릴 건 없을까요? 근력 강화 포션이라도 드릴까요?”

옆에서 지켜보던 이샤가 말했다. 하지만 이샤의 포션의 부작용에 호되게 당했던 나는 고개를 저었다.

“두 명이서 드는 게 세 명이서 드는 것보다 무게중심이 잘 맞아서 편할 수도 있어요. 이샤는 무리하지 않아도 돼요.”

“그렇게 말씀하신다면야…”

그렇게 우리는 상자를 옮기기 시작했다. 상자를 들고 성문을 지날 때쯤, 경비병이 우리를 막아세웠다.

“정지, 뭘 옮기는 거지?”

흰 수염의 남자는 잠시 상자를 내려놓고 경비병에게 무언가가 적힌 종이를 내밀며 말했다.

“이 도시에서 사용할 식료품입니다.”

“흐음…”

경비병은 종이를 꼼꼼히 살피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곧이어 성직자가 와서 마물의 기운을 확인했다.

“들어가도 된다.”

“그럼 수고하십쇼!”

흰 수염의 남자는 다시 상자를 번쩍 들고는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나와 엘리자베스는 낑낑대며 남자의 뒤를 따랐다.

남자는 중앙 도로를 따라 걷는가 싶더니 방향을 틀어 골목으로 들어갔다. 햇빛조차 잘 들지 않는 좁은 골목에서 상자를 옮기는 건 보통 일이 아니었다.

“엘리자베스, 조심해!”

“어, 어, 어어!”

뒤를 보며 걷던 엘리자베스는 발을 헛짚었는지 그대로 중심을 잃고 쓰러졌다. 다행히 상자에 깔리는 일은 없었지만 엘리자베스는 거하게 바닥에 등짝을 찧었다.

“아야야…”

“괜찮아, 엘리자베스?”

나는 상자를 잠시 옆으로 치워놓고 엘리자베스를 일으켜 주려 했다.

그 순간, 상자가 들썩였다.

작은 움직임이었지만 내게는 분명하게 느껴졌다. 분명 상자 안에 있는 무언가가 상자를 흔들었다.

내가 멍하니 있으니 흰 수염의 남자가 저만치에서 소리쳤다.

“어이, 괜찮나?”

“아, 네, 괜찮습니다!”

나는 엘리자베스를 일으켜 준 다음 상자를 유심히 살펴봤다.

분명 흰 수염의 남자는 경비병에게 이 상자를 식료품 상자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식료품이 자기 혼자 움직일 리가 없다. 살아 있는 동물이라면 애초에 이런 상자에 넣어서 옮기지 않을 거고.

대체 이 상자 안에 뭐가 들어 있는 거지?

호기심이 발동한 내가 상자를 잠시 열어보려고 하자 어느새 다가온 흰 수염의 남자가 내 손목을 잡았다.

“워, 워. 이 상자 안에 있는 건 따뜻한 공기와 빛에 민감해서 상자를 함부로 열면 안 된다네.”

“분명 상자가 움직인 것 같은데요.”

“뭐, 그렇게 느낄 수도 있겠군. 하지만 별로 신경 쓰지는 말게. 특이한 식료품이라서 그런 거니까.”

흰 수염의 남자는 껄걸 웃으며 자기 상자를 옮기러 돌아갔다. 나는 엘리자베스와 다시 상자를 옮기며 생각했다.

분명 상자 안에 들어 있던 무언가는 움직였다. 그 느낌은 잘못 느낄 수 있는 감각이 아니었다.

하지만 흰 수염의 남자는 식료품이라고 경비병에게 말했고, 또 내게도 식료품이라고 말했다.

무언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젠장, 릴리도 그렇고 저 남자도 그렇고 왜 다 내게 거짓말을 하려고 하는 거지?

나는 속으로 불평하면서도 순순히 상자를 옮겼다. 일단은 릴리를 도시 안으로 들여오는 게 먼저니까.

계속해서 후미진 골목으로 들어가던 남자는 어느 귀퉁이에서 멈춰 선 뒤 상자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여기, 이 상자 옆에 놔두게.”

나와 엘리자베스는 살살 상자를 내려놓았다. 혹시라도 상자가 다시 움직일까 온몸의 감각을 집중해 봤지만 다시 상자가 움직이는 일은 없었다.

정말 내가 잘못 느낀 건가?

“자, 다음 상자를 옮기러 가세.”

흰 수염의 남자를 따라가며 나는 이샤에게 물었다.

“이샤, 혹시 움직이는 식료품이나 포션 재료를 본 적이 있어요? 그것도 상자 안에 넣어서 운반하는, 빛과 공기에 민감한 거요.”

“글쎄요..? 딱히 생각나는 건 없는데요. 물론 빛과 공기에 민감한 재료도 있고, 움직이는 재료도 있긴 하지만 둘이 겹치는 경우는 거의 없었던 것 같아요.”

내 의심은 한층 더 강해졌다. 다음 상자를 옮기며 나는 상자 안의 움직임에 집중했다. 하지만 다음 상자도 움직일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렇게 그 다음 상자를 성문 안으로 들여가던 도중,

“정지, 상자 안의 내용물을 보여 봐라.”

성문을 지키던 경비병이 흰 수염의 남자에게 말했다. 흰 수염의 남자는 무척이나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건 빛과 공기에 무척이나 민감한 식료품입니다. 여기 증서도 있는데, 그냥 들어가면 안 되겠습니까?”

“지금은 전시나 다름없다. 혹시라도 이상한 걸 들여보낸다면 책임을 면치 못할 것이다. 상자를 열어라.”

경비병이 내 궁금증을 대신 해결해 주려는 모양이었다. 나는 상자를 내려놓고 흰 수염의 남자 옆에 가서 섰다.

빨리 상자를 열어 봐라. 대체 뭐가 들어 있는지 한번 보자.

몇 번이고 흰 수염의 남자는 곤란하다고 말했지만 경비병은 꿈쩍도 하지 않았고, 결국 남자는 상자를 열었다.

그리고 상자 안에 있던 것은,

처음 보는 어떤 꼬리였다.

“이건 깊은 동굴 속에서 사는 짐승의 꼬리입니다. 생명력이 질겨 아직도 꿈틀거리지요.”

“흐음…”

경비병은 상자 안을 자세히 보다가 상자 뚜껑을 덮었다.

“왜 그렇게까지 곤란하다고 말한 거지?”

“깊은 동굴의 서늘한 공기와 암흑 속에서 살기 때문에, 빛과 따뜻한 공기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지요.”

“그렇군, 좋다. 들어가라.”

남자는 다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상자를 들고 옮기기 시작했다. 나는 멍하니 남자의 상자를 쳐다봤다.

“빨리 안 오고 뭐 하고 있나!”

남자의 외침에 화들짝 정신이 든 나는 다시 엘리자베스와 함께 상자를 옮겼다.

역시 이세계라 그런지 신기한 게 많구나. 난 그것도 모르고 괜히 의심했네.

상자를 다 옮긴 뒤 나는 흘러내리는 땀을 닦았다. 남자는 물통을 들고 와 내게 내밀었다.

“자, 땀 흘리며 일한 뒤에는 역시 냉수 한 사발이 진국 아니겠나.”

“감사합니다.”

나는 벌컥벌컥 남자가 준 냉수를 마신 뒤 남은 냉수를 엘리자베스에게 내밀었다. 엘리자베스도 땀을 많이 흘려서 그런지 곧잘 냉수를 받아 마셨다.

“자, 이제 일이 끝났으니 다시 중앙 도로로 나가지.”

흰 수염의 남자가 앞장서서 걸으며 말했다. 나는 아무런 생각 없이 남자를 따라갔다.

하지만 남자가 먼저 귀퉁이를 돈 순간, 이샤가 내게 소곤거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뭔가 이상해요.”

“뭐가?”

“저 사람 분명 동굴에 사는 짐승의 꼬리라고 했잖아요.”

“그렇지. 나도 처음엔 상자가 움직인 것 같아서 미심쩍어 했는데, 아직 살아서 꿈틀거리는 꼬리였을 줄이야.”

“아뇨. 아니에요. 아직도 이상한 점을 모르겠어요?”

“뭐가 이상한데?”

“성기 씨가 옮긴 상자가 정말 보온이 된다고 생각하세요?”

보온..?

생각해 보니 그렇네. 따뜻한 공기가 문제라면 보온을 신경 쓸 무언가가 있었어야 한다.

하지만 상자는 어떠한 보온 장치도 되어 있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내가 만졌을 때 시원한 기분이 들지 않기도 했고.

“진짜 따뜻한 공기에 닿으면 안 되는 것들은 따로 만든 마법 상자에 보관해요. 하지만 저건 전혀 그런 게 아니잖아요.”

“하지만 직접 경비병에게 보여주기까지 했잖아.”

“성기 씨가 옮긴 상자에도 똑같은 게 있다고 확신할 수 있어요?”

듣고 보니 이샤의 말도 그런 것 같긴 하다.

“엘리자베스 생각은 어때?”

“하지만 저희가 상자를 마음대로 열었다가 진짜로 상품에 문제가 생기기라도 한다면…”

엘리자베스의 말도 일리가 있다. 돈도 별로 없는데 괜히 문제를 일으켰다가 빚이라도 지게 되면 골치 아파질 게 뻔하니까.

하지만 이 끓어오르는 호기심을 주체할 수 없다. 나는 곧바로 내가 옮긴 상자 쪽으로 향했다.

상자가 쌓여 있는 곳에 도착한 나는 그대로 상자의 뚜껑을 열려 했다. 하지만 남자가 열었던 상자와는 다르게 상자는 잘 열리지 않았다.

“엘리자베스, 칼로 이 상자 뚜껑 딸 수 있겠어?”

“해 볼게요.”

엘리자베스가 칼로 뚜껑을 딴 뒤, 나는 곧바로 상자를 열었다.

그리고 그 안에는,

꽁꽁 묶인 알몸의 여자가 들어 있었다.

“허억!”

놀란 나는 그 자리에 주저앉을 뻔했다.

상자 안에 들어 있는 여자는 다리조차 펴지 못한 채 밧줄에 꽁꽁 묶인 채로 있었다.

게다가 눈은 안대로 가려져 있고, 입은 재갈로 막혀 있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

“힉…”

이샤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엘리자베스도 적잖이 충격받은 건 마찬가지인 모양이었다.

“일단 상자에서 꺼내자.”

우리는 상자에서 여자를 꺼낸 뒤 상태를 살폈다.

가슴은 압박당해서인지 붉게 물들어 있었고, 밧줄이 음부를 강하게 조였는지 균열이 확연하게 드러나 있었다.

계속해서 음부를 자극받은 탓에 쉴 새 없이 애액이 흘러나왔는지 음부를 조이는 밧줄은 잔뜩 적셔져 있었다.

“이봐요. 제 목소리 들려요?”

내가 말해 봤지만 여자는 오히려 몸을 웅크릴 뿐이었다. 그녀의 보지 속으로 밧줄이 더 파고들었다.

“일단은 밧줄을 풀어주죠.”

엘리자베스가 칼로 살살 밧줄을 잘라내려는 순간,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봤군.”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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