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4화 〉 63화 이샤에게 수면 물약 먹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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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 도시에서 내가 자지가 아프다고 툴툴댔을 때 이샤가 줬던 포션.
마시면 곧바로 잠들 수 있지만 한동안 발기부전이 되 는 그 포션.
사실 다 마시지 않고 숨겨놨었다.
효과가 뛰어난 건 말할 필요도 없다. 이샤의 솜씨로 만들어낸 포션일뿐더러 내가 직접 마셔보기까지 했으니까.
게다가 맛도 그다지 특이한 편이 아니라서 레몬 음료에 섞어 놓으면 눈치채지 못할 거다.
나는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포션을 레몬 음료에 섞었다.
포션은 빠르게 레몬 음료와 섞였고, 곧 포션의 색과 향은 레몬 음료 사이로 사라져 버렸다.
이제 이걸 이샤에게 마시게만 하면 된다.
나는 조심스럽게 레몬 음료를 들고 이샤의 방을 찾아갔다. 방문을 두드리자 이샤가 곧바로 문을 열었다.
“기다리고 있었어요.”
이샤는 나를 방 한구석에 있는 작은 탁상으로 나를 안내했다. 탁상에 음료를 조심스럽게 내려놓은 뒤 나는 의자에 털썩 앉았다.
“이샤가 있는 방은 향기도 좋네요.”
“그럴 리가 있나요.”
“거짓말 아니에요. 릴리랑 엘리자베스와는 다른 이샤만의 향기가 느껴지는 것 같아요.”
“포션 냄새일 거예요. 아, 남은 포션들을 확인하는 중이었는데, 잠시만 기다려 주실래요?”
“얼마든지요.”
이샤는 가방을 뒤적거리며 남은 포션들을 점검했다. 이리저리 포션을 살피던 이샤는 가방을 닫고 가방을 침대맡에 내려놓았다.
“포션이 많이 떨어졌어요. 내일은 꼭 재료를 사야 돼요. 포션을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까지 포함하면…”
“그렇게 서두를 필요 있어요? 우린 얼마든지 이샤를 기다려 줄 수 있다고요.”
“아…”
이샤는 잠시 말을 멈췄다. 아직도 생각이 복잡한 모양이었다.
“저 따위가 정말로… 동료가 될 수 있을까요?”
“이샤.”
“저는 어려서부터 우정을 쌓을 친구도, 사랑할 연인도 없었어요. 우애가 있는 동료는 말할 것도 없었죠. 그렇게 하등한 제가 감히… 동료가 될 수 있을까요?”
말을 하면 할수록 이샤의 목소리에서 울음기가 묻어 나왔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이샤의 어깨를 주물러 줬다.
“이 파티에서 처음으로 느껴보시면 되겠네요.”
“그럴까요…”
이샤는 탁상에 놓여 있던 레몬 음료 잔을 들었다.
“짠이나 할래요?”
“그럴까요..?”
잠깐, 이샤가 들고 있는 저 잔이 포션이 안 들어간 잔인데!?
까딱하다간 내가 포션이 들어 있는 레몬 음료를 마시게 생겼잖아?
그러면 이샤가 바로 잠들기는커녕 내가 곯아떨어지고, 게다가 발기부전까지 남겠지.
이샤를 재운 다음 이짓 저짓 하려는 내 계획은 엉망이 되고 말잖아!
“뭐 하고 있어요? 잔 들고 건배나 한 번 해요.”
이샤가 나를 재촉했다. 나는 애써 웃으며 잔을 들어 올렸다. 잔을 드는 내 손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자, 짠~”
이샤는 곧바로 내 잔에 자기 잔을 부딪치고는 레몬 음료를 마셨다. 하지만 나는 어정쩡한 자세로 잔을 들고 서 있었다.
“음~ 맛있네요~”
레몬 음료를 반쯤 마신 이샤가 잔을 탁상에 내려놓으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맛있죠? 여기 주방장이 꽤 요리를 잘하나 보더라고요.”
“그런가 봐요. 그런데 성기 씨는 왜 안 드세요?”
“아, 저는 사실 아까 술을 좀 해서… 조금 이따 마시려고요.”
“술 마셨으면 오히려 음료를 마시는 게 도움 될 수도 있어요. 걱정하지 말고 쭉 들이키세요.”
걱정을 안 하게 생겼냐!
혹시라도 내가 곯아떨어지는 걸 보고 이샤가 의심이라도 한다면 큰일이다.
나는 무조건 이 레몬 음료를 마시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이 레몬 음료를 어떻게든 이샤에게 먹여야 한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지금 자극적인 걸 먹었다간 속이 뒤집힐 것 같아요.”
“본인이 그렇다고 하면 어쩔 수 없죠.”
이샤는 다시 레몬 음료를 입에 가져다 댔다.
저걸 못 마시게 해야 한다. 다짜고짜 레몬 음료 두 잔을 마시라고 하면 거부할 게 뻔하니까.
나는 급한 대로 이샤의 손목을 잡았다.
“무슨 일 있어요?”
“…천천히 마시죠. 밤은 기니까요.”
“무슨 로맨티스트라도 되신 것 같네요.”
이샤는 배시시 웃으며 순순히 잔을 내려놓았다. 나는 이샤의 손목을 잡아끌어 이샤를 일어나게 했다.
“어디 가시려고요?”
“멀리는 안 가고, 창밖 구경이나 하죠.”
우리는 창가에 나란히 서서 밤하늘을 구경했다. 이샤는 별자리를 하나하나 짚어가며 내게 설명을 해 줬다.
“저건 불꽃자리, 저건 몽환자리, 저건 흑경나무자리…”
“제가 알던 별자리랑은 많이 다르네요.”
“별자리가 다르다고요? 성기 씨는 다른 우주에서 오시기라도 하신 거예요?”
“별거 아니에요.”
나는 이샤를 따라 밤하늘의 별들을 바라봤다. 저 별은 꼭 다리를 벌린 여자처럼 생겼네. 저 별은 옆에서 본 가슴처럼 생겼고.
하지만 지금은 별자리를 보며 감상에 젖어 있을 시간이 없다. 어떻게 해야 저 레몬 음료를 이샤에게 먹일 수 있을까.
그것도 내가 먹던 레몬 음료를.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요?”
이샤가 나를 보며 싱긋 웃었다.
“그냥… 이런저런 생각이요?”
“성기 씨가 무슨 생각 하고 있는지 궁금해요.”
나는 잠시 고민하는 척하다가 이샤에게 물었다.
“아까 이샤는 연인이 있었던 적도 없었다고 했죠?”
“네.”
“그럼 섹스도… 해 본 적 없는 거죠?”
갑작스러운 내 질문에 이샤는 얼굴을 붉혔다.
“아무리 그래도 숙녀한테 그런 걸 물어보다니, 실례예요.”
“하하, 그런가요. 하지만 이샤도 이미 성인이잖아요? 성인끼리는 이 정도는 물어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샤는 잠시 볼에 바람을 넣고 나를 쳐다보다 말을 이었다.
“네… 제가 감히 그런 걸 바랄 수 있는 사람인가요.”
“누누이 말하지만, 이샤가 살던 도시가 분명 잘못된 거예요. 이샤는 너무나도 아름다운 사람인걸요.”
“그 말이 사실이라면…”
“사실이라면요?”
“제가 그… 섹스하자고 하면 받아주실 건가요?”
잠깐, 뭐라고?
그걸 말이라고 하나? 당연히 주면 절하면서 먹어야지!
하지만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태연하게 답했다.
“이샤가 원한다면 얼마든지요.”
“어머…”
이샤는 놀랍다는 듯이 손으로 입을 가렸다. 나는 세상 진지한 표정으로 이샤의 눈을 바라봤다.
“제게 이샤는 아름답고 또 소중한 사람이니까, 이샤가 원한다면 얼마든지 해 줄 수 있어요.”
“농담이었어요, 농담.”
이샤가 웃으며 손을 저었다. 농담이 아니었던 편이 내겐 더 좋았겠지만, 이런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샤와의 사이가 많이 좋아졌다는 뜻이니 나쁠 건 없다.
나는 자연스럽게 이샤가 마시던 레몬 음료를 들고 시원하게 들이켰다.
“어? 그거 제가 마시던 음료인데?”
이샤가 말했지만 나는 레몬 음료를 끝까지 들이켜고는 빈 잔을 탁상에 내려놨다.
“봤죠? 이샤가 마시던 것도 아무렇지 않게 마실 수 있어요. 이 파티에서 더 이상 이샤는 누가 싫어하지 않을까 고민하지 않아도 돼요.”
“그렇다고 제가 마시던 음료까지 마실 필요는 없었는데…”
“미안해요. 대신 제가 마시던 거라도 드실래요?”
나는 가득 차 있는 잔을 이샤에게 건넸다. 이샤는 의심 없이 잔을 건네받아 그 안에 든 음료를 마셨다.
좋아, 이것으로 계획은 한 걸음 더 진전됐다.
이후로 우리는 시답잖은 이야기를 나눴다. 앞으로의 여행 계획이나 엘리자베스, 릴리의 관한 이야기 등등…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샤의 얼굴에는 졸음기가 역력하게 몰려왔다. 채 10분도 지나지 않아서 이샤는 하품까지 하기 시작했다.
“이상하게 졸리네요… 누가 음료에 약이라도 탔나…”
이샤가 하품을 하다 흘린 눈물을 닦아내며 말했다.
“그럴 리가 있겠어요. 오늘 힘든 일을 겪은 탓에 피곤한 걸 거예요. 저도 아직 찌부둥하니까요.”
“하긴…”
이샤는 창문을 닫고 침대에 걸터앉았다.
“이샤, 잘 거예요?”
“성기 씨랑 이야기하는 것도 좋은데… 졸음이 쏟아져서요…”
“그럼 이 잔 좀 주방에 다시 갖다 놓고 올게요.”
“네. 다녀오세요.”
이샤는 침대에 누워 이불을 덮었다. 나는 승자의 미소를 지으며 양손에 빈 잔을 들고 주방으로 향했다. 물론 문은 잠그지 않았다.
“맛있게 잘 마셨어요.”
잔을 반납하는 곳에 잔을 놓자 홀에서 일하던 직원이 내게 다가왔다.
“맛있게 드셨나요?”
“네. 여기 음료 진짜 맛있네요.”
“근데 아까 보니까 레몬 음료에 무언가를 섞으시는 것 같던데… 혹시 뭐 섞으신 거예요?”
“아, 그거요? 별거 아니에요.”
“뭔데요? 네? 저한테도 좀 가르쳐 주시면 안 돼요?”
젊은 청년으로 보이는 직원은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계속 물었다. 나는 눈을 게슴츠레 뜨며 직원에게 역으로 질문했다.
“뭘 넣는 것처럼 보였는데요?”
“그야… 아시잖아요?”
청년이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우리는 서로를 쳐다보며 음흉하게 웃었다. 마치 영화에서 두 악역이 마주 보고 웃는 것 같았다.
“그거 남았어요?”
“방금 쓴 게 마지막이었는데요.”
“어디서 구했는지라도 알려 주실 수 있나요?”
“그건 비밀.”
“에이, 저도 신고하지 않을 테니 그냥 좀 알려 주세요. 좋은 게 좋은 거잖아요?”
나는 고민하는 척하다 청년에게 손을 내밀었다.
“정보에는 대가가 필요한 법이죠.”
“와, 고작 홀에서 잡일이나 하는 저한테 돈을 뜯어가고 싶은 거예요? 자꾸 그러시면 신고해 버릴 거예요?”
“신고해 보세요. 경비병들이 누구 말을 믿을지. 아쉬운 사람은 따로 있을 텐데?”
“쳇… 알았어요.”
직원은 잠시 주위를 둘러보다 내게 자그마한 동전 주머니를 내밀었다. 나는 동전 주머니를 챙긴 뒤 직원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우리 파티에 포션상이 있어요.”
“저도 하나 구할 수 있을까요?”
“내일 하나 만들어서 건네드리죠. 대신 포션을 구하고 싶으면 돈을 더 가져와야 할 거예요.”
“기다리고 있겠습니다요.”
직원과의 이야기를 마친 나는 이샤의 방 앞으로 돌아왔다. 문이 잠겨 있지 않다는 건 알았지만 나는 괜히 노크를 했다.
“이샤? 들어가도 돼요?”
물론 안에서는 아무런 대답도 들려오지 않았다. 나는 천천히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이샤는 머리를 푼 채로 침대에 누워 곤히 자고 있었다. 나는 이샤에게 다가가 침대에 걸터앉았다.
잠들어 있는 이샤의 모습이 무척이나 예쁘다. 마치 잠자는 숲속의 공주를 보는 것만 같다.
나는 이샤의 손을 살포시 잡고 부드러운 이샤의 손을 만끽했다.
“이샤?”
손을 주무르며 이름을 불러 봐도 이샤는 깰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이샤, 나 자지가 또 아파요. 빨리 치료해 줘야 한다고요?”
나는 이샤의 손을 그대로 내 바지 속으로 넣었다. 이샤의 뽀얀 손이 내 자지에 닿자마자 내 자지는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봐요. 자지가 벌써 이렇게나 부어올랐다고요. 빨리 일어나서 치료해 주지 않으면 이 자지가 무슨 짓을 할지 몰라요.”
물론 이샤는 그 말을 듣고도 깨지 않았다. 잠시 이샤의 손으로 내 자지를 주무르던 나는 침대 위로 올라갔다.
이샤, 당신의 밤은 짧았을지 몰라도 내 밤은 이제 시작이에요.
나는 천천히 이샤의 웃옷 단추를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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