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3화 〉 72화 새로운 여자 월영의 등장!
* * *
“릴리 양의 마물의 기운은 제 마법으로 어느 정도 가릴 수 있어요.”
“가리다니, 뭘?”
“다른 사람이 봤을 때 마물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도록 할 수 있다고요. 물론 영구적인 건 아니긴 하지만…”
“그런 좋은 방법이!”
나는 곧바로 미나에게 그 마법을 쓰도록 명령했다. 미나는 수정 몇 개를 가져온 뒤 정신을 집중해 릴리에게 마법을 걸었다.
“일단 마력 과부하는 없앴고… 마력샘도 어느 정도는 정상으로 되돌려놨어요. 문제는 릴리 양의 마물의 기운을 숨기는 건데…”
“왜 빨리하지 않고 뜸을 들이고 있는 거야?”
“이게… 보통 마법이 아니기도 하고, 저도 해 본 적이 없거든요. 준비를 철저히 하고 해야 해서…”
나는 미나가 준비를 할 때까지 기다려줬다. 미나는 심호흡을 한 뒤 주문을 외웠다.
침대에 가만히 앉아 있던 릴리의 보지에서 검은색 빛이 났다. 미나가 주문을 외울수록 빛은 강해져 갔다.
“흐으읍…”
릴리는 살짝 보지가 불편한지 숨을 골랐다. 이윽고 미나가 들고 있던 스태프를 세운 채로 바닥에 내리치자 미나와 릴리의 발밑에 마법진이 펼쳐졌다.
나는 숨을 죽이며 미나의 마법을 지켜봤다. 미나가 계속 주문을 외우자 릴리의 보지에서 나던 검은색 빛이 점차 사그라들었다.
그렇게 릴리의 보지에서 나오던 빛이 완전히 없어진 순간, 미나는 주문을 멈췄다.
“하아…”
미나가 힘없이 자리에 쓰러졌다.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미나의 상태를 확인했다.
“미나, 왜 그래? 괜찮아?”
“마력을 많이 써서… 힘들 뿐이에요. 잘못되거나 한 건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요…”
나는 바닥에 쓰러져 있는 미나를 들쳐업고 침대에 눕혀줬다.
“처음에는 아주 썅년인 줄 알았더니, 의외로 쓸모도 있네요.”
옷을 입던 릴리가 말했다.
“릴리, 미나도 이제 내 암컷노예야. 함부로 말하면 못써.”
내 말을 들은 미나는 침대에 누운 채로 배를 만지며 중얼거렸다.
“암컷노예…”
아직 자기가 내 암컷노예가 됐다는 자각이 없겠지. 하지만 그 각인은 절대 사라지지 않고 미나의 몸에 남아 있을 거다.
나는 미나가 누워 있는 침대에 걸터앉은 뒤 미나에게 말했다.
“이따 헤켄과 다른 사람들이 오면 릴리가 마물이 아니었다고 잘 둘러대야 해요. 알겠죠?”
“노력해 볼게요…”
나는 빗장을 걸어놨던 자지봉을 빼낸 뒤 문을 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헤켄과 엘리자베스, 이샤가 방으로 들어왔다.
“미나? 왜 누워 있어?”
헤켄은 곧바로 미나에게 달려갔다. 미나는 별거 아니라는 듯 손을 휘휘 저었다.
“그냥… 여러 가지 일이 있었어.”
“아까 그 말은 무슨 소리야? 릴리 양이 사실 마물이 아니었다니?”
“그 말 대로야. 한 번 릴리 양을 다시 확인해 볼래?”
헤켄은 잠시 눈을 감고 릴리 쪽으로 손을 뻗었다. 잠시 헤켄의 손에서 빛이 뻗어 나와 릴리를 비췄다.
“어떻게..?”
헤켄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중얼거렸다.
“역시, 저는 릴리 양을 믿고 있었어요!”
이샤가 해맑은 얼굴로 말했다. 엘리자베스도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릴리를 바라봤다.
“일단 마력 과부하도 해결했고, 마력샘도 어느 정도 정상으로 돌아왔어요. 이제 마력을 어느 정도 다시 자유롭게 쓸 수 있을 거예요.”
미나가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미나,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 줄 수 있어?”
헤켄이 미나의 옆에 앉으며 말했다. 미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헤켄과 이야기를 나눴다.
“두 분은 이야기 잘 하시고, 저희는 다시 영주님을 뵈러 가 보겠습니다.”
나는 우리 파티원들을 데리고 방 밖으로 나왔다. 방문을 닫고 영주에게 갈 준비를 하고 있으니 이샤가 릴리에게 포션 하나를 건넸다.
“릴리 양, 이거 마셔요.”
“이게 뭔데요?”
“마력 과부하 같은 마력 이상이 생긴 사람들이 마시는 포션이에요. 한층 더 마력이 편안해질 거예요.”
릴리는 별다른 말 없이 포션을 건네받아 꿀떡꿀떡 마셨다. 어, 이샤의 포션은 그렇게 아무 생각 없이 마셔도 되는 게 아닌데…
“아, 참고로 부작용은 화장실이 가고 싶어진다는 거예요.”
이샤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릴리는 아랫도리를 부여잡으며 다리를 배배 꼬았다.
“그것도 조금 많이.”
이샤가 생긋 웃으며 말했다. 이 힐러, 이대로 괜찮을까…
하지만 릴리에게는 지금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여기 화장실이 어디예요!?”
***
릴리가 화장실에서 나오는 데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화장실에서 나온 릴리는 뭔가 핼쑥해 보였다.
“릴리, 괜찮아?”
“어우으으…”
릴리는 제대로 대답할 기운도 없어 보였다. 그렇게 강한 투사인 릴리를 이렇게 무력화시키다니, 역시 이샤는 무서운 사람이다.
그나저나 살짝 아쉽다. 지금이야말로 릴리와 애널 섹스를 즐길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데.
아쉽지만 기회가 지금만 있는 건 아니니까.
우리 파티는 다시 영주를 만나러 갔다. 영주는 반갑게 우리를 맞이해 줬다.
“고생 많았다.”
“어쨌든, 제 동료 릴리는 마물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네 동료에게 이런 일을 겪게 한 점은 유감이니라. 하지만 다른 뜻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저도 알고 있습니다. 다만 이런 일을 릴리가 다시 겪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무슨 뜻이더냐?”
“사실 릴리는 도시에 들어올 만한 확인증이 없습니다. 이런 검사도 한두 번이 아니지요. 그런 일을 더는 겪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흠… 알겠다. 내 마법사들이 마물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했으면 더 이상 검사를 받을 필요는 없겠지. 영주의 이름으로 그대에게 확인증을 발급해 주겠다.”
“감사합니다.”
릴리는 한쪽 무릎을 꿇으며 영주에게 예를 표했다. 이제 더 이상 릴리를 어떻게 도시로 들여보낼까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이름이 남성기라고 했던가?”
영주가 나를 보며 말했다. 나도 릴리가 했던 것처럼 영주에게 예를 표했다.
“그렇습니다.”
“남성기… 특이한 이름이구나.”
“저는 제 이름에 자부심이 있습니다.”
“그대를 비하하는 것은 아니다. 오해하지 말거라.”
만약 영주가 내 이름을 비웃었다면 나는 곧바로 고추칼리버를 꺼냈을 것이다. 그만큼 나는 내 이름이 자랑스럽다.
“아무튼, 그대의 활약은 우리 도시에 크나큰 공헌을 했다.”
“과찬이십니다.”
“아니다. 내 도시에 그런… 사악한 자들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나의 불찰을 그대가 덮어 줬구나.”
“그들은 어떻게 됐습니까?”
“그대들이 제압한 자들은 전부 감옥에서 다음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중형을 면치 못할 것이다.”
영주가 언짢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 녀석들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안 좋아지는 모양이었다.
“처형입니까?”
“그건 재판관들이 결정할 일이지, 내가 결정할 일이 아니다.”
이런 세계관이면 당연히 영주가 자기 멋대로 할 줄 알았는데, 꼭 그런 것만도 아닌가 보네.
“하지만 문제가 있다.”
“무슨 문제 말씀이십니까?”
“자네가 잡은 그 흰 수염의 남자는 그들 단체의 수장이 아니었다.”
“그 말씀은…”
“그래. 그들의 뒤에는 더 큰 조직이 있느니라.”
이거 건드리면 안 될 사람을 건드려버린 거 아닌가? 나한테 보복이라도 들어오면 어떡하지?
“보복이 두렵느냐?”
영주는 내 표정을 읽기라도 한 듯 내게 물었다.
“제 파티원들과 함께라면 두렵지 않습니다.”
“좋은 동료애구나.”
영주가 빙긋 웃었다.
“하지만 보복이 이뤄질 수도 있다는 것은 부정하지 못하는 사실이다. 그래서 너희에게 내 호위무사 중 한 명을 붙여주도록 하겠다.”
“호위무사 말입니까?”
“그래. 월영?”
“부르셨습니까.”
큰 칼을 옆에 찬 여자 하나가 내 옆으로 걸어왔다.
“인사하거라. 월영이라고 한다. 이 도시에서도 손꼽는 실력의 검사니라. 월영? 인사하거라. 이번 사건의 해결을 맡은 남성기라고 한다.”
“반갑습니다. 월영이라고 합니다.”
월영은 내게 정중히 인사했다.
검은 머리를 묶어올린 그녀의 머리카락은 믿기지 않을 만큼 부드러워 보였고, 피부도 눈부시게 새하얬다.
살짝 날카로운 눈매는 적을 놓치지 않을 것 같았지만, 그와는 다르게 오똑한 코와 잘 익은 입술은 뭇 남자를 홀리기 충분해 보였다.
옷 때문에 완전히 보이지는 않았지만 운동을 하는 사람답게 몸매는 탄탄했고, 무엇보다 허벅지가 탱글탱글하면서도 잘 빠져 있었다.
가슴도 칼을 휘두르는 사람답지 않게 큰 편이었다.
“월영과 함께 이 도시에서 그 조직을 쫓아 줬으면 좋겠느니라. 어떻게 생각하느냐?”
영주가 내게 물었다. 어차피 이 도시에는 좀 머물러 있을 생각이었으니 겸사겸사 해 볼까.
“수락하겠습니다.”
“고맙다.”
“참, 그전에 할 말이 있습니다.”
“무엇이든 말해보거라.”
“이번 일을 해결한 보상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내 당돌한 말에 영주는 다시 미소를 지었다.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네가 상상한 것 그 이상을 주마. 이만 물러가거라.”
나는 파티원들을 데리고 영주의 방을 빠져나왔다. 밖으로 향하고 있으니 뒤에서 누군가 날 불렀다.
“안녕하십니까, 전 이 도시의 재무관입니다.”
재무관이라는 남자는 내게 악수를 청했다.
“남성기라고 합니다.”
“보상은 무엇으로 원하십니까?”
“당연히 돈이죠.”
“그러실 줄 알았습니다.”
재무관이 손가락을 튕기자 수행원으로 보이는 여자가 가방 하나를 가져왔다.
“여기, 이걸 받으시지요.”
“겨우 가방 하나..?”
나는 살짝 실망했다. 고작 가방 하나 주면서 상상한 것 이상을 주겠다고 했다고?
“가방을 열어보시지요.”
재무관의 말을 들은 나는 가방을 열어봤다. 그 안에는 돈이 잔뜩 들어 있었다.
정말로 내가 받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 그 이상의 돈이었다. 중간중간에 번쩍거리는 금화까지 섞여 있었다.
“감사합니다.”
나는 재무관에게 악수를 청했다. 재무관은 내 악수를 받으며 싱긋 웃었다.
밖으로 나오며 우리는 기대감에 가득 차서 왁자지껄 떠들었다.
“이거면 새 방어구와 무기를 살 수 있겠어요!”
무장을 강화하고 싶어 하는 엘리자베스부터,
“새로운 포션을 만들 수 있겠어요. 평소에는 재료값이 무서워서 만들지 못하던 포션까지 만들 수 있겠는걸요?”
벌써부터 포션을 만들 생각에 들떠 있는 이샤, 그리고…
“전 돈 쓸 곳이 별로 없는데…”
이상하게 초연한 릴리까지.
“릴리는 왜 돈 쓸 곳이 없어? 릴리도 방어구 하나 맞춰야 하지 않겠어? 언제까지 그런 평상복으로 전투를 할 셈이야?”
“저는 민첩함을 무기로 쓰는 투사라서 오히려 방어구가 있으면 걸리적거려요. 알몸으로도 사람들 잘 때려잡는 거 보셨잖아요?”
“아니면 술이라도 마신다든지…”
“아, 그럴까요? 맛있는 건 마음껏 먹을 수 있겠네요.”
“기대해, 내가 배 터지게 먹여 줄 테니까.”
그렇게 떠들며 걷고 있으니 영주의 성 문 앞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월영의 모습이 보였다.
“다시 인사 올립니다. 월영이라고 합니다.”
“남성기라고 합니다.”
“말씀 편하게 하셔도 됩니다.”
나는 조용히 월영을 훑어봤다. 아까도 본 얼굴이지만 다시 봐도 매력적인 생김새였고, 옆에 차 놓은 칼이 무색하게 모델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잘 빠진 몸매였다.
“이 정도면…”
내 암컷노예로 만들기 딱 좋겠어.
“무슨 말씀 하셨습니까?”
“아,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일단 가자.”
나는 곧바로 월영을 내 암컷노예로 만드는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그거야말로 위험한 일을 맡은 것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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