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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용사의 무기는 암컷타락-75화 (75/157)

〈 75화 〉 74화 ­ 호위무사 월영 (2)

* * *

“무, 무슨!”

월영은 황급히 눈을 가렸다.

“왜 그래, 월영?”

“몰라서 묻습니까..! 당장 다시 바지를 입으십시오!”

“하지만 내 검은 여깄는걸.”

“그런 시답잖은 농담은 사양입니다!”

“아니, 농담이 아니라 진짜로.”

나는 고추에 마력을 집중해 고추칼리버를 뽑아냈다. 월영은 손가락을 살짝 벌려 손 틈새로 내 무기를 관찰했다.

“뭐, 뭡니까… 그 이상한 무기는…”

“고추에서 검이 나오는 건 처음 봐?”

“그런 걸 본 적이 있을 리가 없잖습니까!”

“아무튼, 나는 월영이 검술을 가르쳐 주면 좋겠는데.”

고추칼리버를 까딱까딱 흔들면서 말하자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월영은 손을 내렸다.

“후… 이것도 호위의 일환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호위 대상의 능력을 키우는 것도 중요한 일이니까요…”

월영은 다시 검을 잡았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도 월영의 자세는 이전보다 많이 흐트러져 있었다.

“혹시… 남자의 물건을 처음 본 거야?”

“…그렇습니다.”

오호라, 갓 성인이 된 데다가 남자의 물건을 처음 봤다고?

그렇다면 월영은 무조건 처녀라는 거네.

월영의 처녀 보지를 먹는 그날이 기대되는걸?

“어쨌든, 한 번 겨뤄 보겠습니다..!”

월영이 큰 결심이라도 한 듯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그대로 고추칼리버를 잡고 월영에게 돌진했다.

월영이 고추 때문에 정신을 못 차리는 지금이라면 이길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건 크나큰 오산이었다. 나는 가볍게 월영에게 제압당했다.

“아! 아! 항복!”

“휴…”

월영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나를 풀어줬다.

“꺄하하! 결국은 그 무기도 안 통했네요!”

언제부터 보고 있었던 건지 릴리가 나를 보며 배를 잡고 웃었다. 엘리자베스와 이샤도 웃음을 참지 못하는 눈치였다.

“다들… 죽고 싶어?”

나는 세 사람을 노려봤다. 하지만 세 사람은 계속 웃었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고, 나도 결국은 따라 웃을 수밖에 없었다.

“성기 님의 검술은 아직 미약합니다. 척 보니 기초도 배워 본 적 없으신 분이로군요.”

월영이 검을 칼집에 꽂아 넣으며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없지. 이 검도 어쩌다 만들 줄 알게 된 거니까.”

“성기 님에게는 기본기 연습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 같습니다. 자, 저를 따라 해 보십시오.”

월영은 내 옆으로 와 자세를 잡았다. 고추를 보고 놀랐으면서도 묵묵히 나를 가르쳐주는 게 역시 프로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도, 저도 할래요!”

엘리자베스도 내 옆으로 와 월영의 자세를 따라 했다.

그렇게 우리는 몇 시간 동안 월영에게 개인 지도를 받았다. 더럽게 힘들긴 했지만, 내 검술 실력은 그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나아졌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었다.

***

“아이고, 삭신이야…”

여관으로 돌아온 나는 그대로 침대에 털푸덕 누웠다. 너무 열심히 지도를 받아서 그런지 몸에 안 아픈 곳이 없었다.

“제가 피로 회복제라도 드릴까요?”

이샤가 웃으며 말했다.

“이샤, 다음부터는 그렇게 말하지 마요.”

“어머, 무슨 뜻이에요?”

“다음부터는 부작용을 먼저 말한 다음 효능을 말하세요.”

“에이, 왜 그래요. 이 피로 회복제는 부작용이 없어요. 진짜라니까요?”

말은 저렇게 한다지만 아직도 의심이 사라지지가 않아…

커다란 침대에 누워 온몸을 주무르고 있으니 릴리와 엘리자베스가 내 옆으로 와서 누웠다. 이샤는 여전히 포션을 만드느라 바빴고, 월영은…

“월영, 거기서 뭐 해?”

“제 임무는 호위, 문을 드나드는 사람을 감시해야 합니다.”

월영은 문 근처에 서 있었다. 나는 침대를 팡팡 두드리며 말했다.

“그러지 말고 월영도 좀 누워서 쉬지그래? 오늘 우리 가르쳐주느라 힘들었을 거 아니야. 게다가 나를 습격하려는 사람들을 무찌르기까지 했고.”

“제 임무입니다. 당연한 일을 했을 뿐입니다. 그리고 당신을 노리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확인한 이상, 더더욱 경계를 늦출 수 없습니다.”

정말 일밖에 모르는 아가씨구먼.

“월영 양도 피로회복제 하나 드실래요?”

이샤가 선뜻 피로회복제를 월영에게 내밀었다. 월영은 고개를 저으며 사양했다.

“저는 괜찮습니다.”

“월영, 근데 오늘 밤에는 어떡할 예정이야?”

“성기 님의 근처에서 호위를 계속할 생각입니다.”

“우리 방에서 자려고?”

“호위 대상과 밀착해 있는 것이 당연한 일입니다. 자고 있을 때가 가장 습격을 받기 좋은 때인 만큼…”

하긴, 그때 서큐버스한테 다 같이 몰살당할 뻔했던 걸 생각해 보면 그러는 게 맞긴 하지.

“그럼 월영도 이 침대에서 같이 자는 거야?”

“저는 의자에 앉아 있겠습니다.”

“하지만 월영도 사람이잖아? 잠을 안 자고 어떻게 계속 호위를 할 수 있겠어?”

“제가 자는 동안은, 다른 호위무사가 와서 당신을 지킬 겁니다. 걱정하지 마시길.”

월영은 한사코 나와 같이 자는 것을 거부했다.

“저 졸려요…”

내 옆에 누워 있던 엘리자베스가 나를 끌어안으며 말했다. 엘리자베스도 나랑 같이 계속 검술 단련을 했으니 그럴 만도 하지.

하지만 엘리자베스 혼자 나를 독차지하는 걸 두고 볼 수 없었던 릴리도 반대쪽에서 나를 끌어안았다.

“주인님…”

릴리가 눈을 감은 채로 중얼거렸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월영이 말을 꺼냈다.

“파티원끼리 사이가 참 좋아 보입니다.”

“후훗, 그렇죠? 저도 그 점에 반해 이 파티에 들어왔답니다. 무엇보다도 성기 씨의 진심 어린 설득이 통한 거지만요.”

이샤가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하나 있습니다. 왜 파티장을 주인님이라고 부른 겁니까?”

“그건 말이죠…”

이샤가 무언가를 말하려다가 멈췄다.

“아마 성기 씨가 답변해 주실 것 같네요.”

이샤는 내게 답변을 넘겼다. 나는 살짝 상체를 일으킨 뒤 월영을 보며 우리가 왜 주인님이라는 호칭을 쓰는지를 설명했다. 이샤에게 설명해 줬던 것과 비슷하게.

“그런 겁니까…”

월영은 살짝 고개를 갸우뚱거리면서도 그냥 넘어갔다.

“근데 이샤, 이샤는 왜 아직까지도 독방을 고집하는 거예요? 그냥 같이 자도 되잖아요?”

이샤에게 묻자 이샤는 얼굴을 붉히며 대답했다.

“그… 아직은 제가 조금 자신감이 없어서… 그리고 같이 자는 건 아직 조금 그렇기도 하고요…”

“뭐, 이샤가 그렇다면 어쩔 수 없죠.”

“이해해 주셔서 감사해요.”

이샤는 곧 포션을 정리해야 한다고 자기 방에 돌아갔다. 내 방에는 릴리와 엘리자베스, 그리고 월영밖에 남지 않게 되었다.

“월영, 제가 가는 곳이면 어디든지 따라올 거야?”

“화장실까지 따라가지는 않습니다.”

“뭐… 그런 걸 의도한 질문은 아니었는데… 고맙네요…”

내가 떨떠름하게 말하자 월영이 살짝 미소를 지었다.

“농담입니다. 하지만 웬만해서는 떨어지지 않는 편이 안전합니다.”

“그럼 잠시 개인적인 시간을 달라 하면 그 정도는 괜찮은 거지?”

“그렇습니다. 하지만 오래는 안 됩니다. 임무에 실패하는 건 영주님께 크나큰 죄를 짓는 거니까 말입니다.”

임무 실패를 크나큰 죄를 짓는 거라고까지 말하다니, 영주에 대한 충성심이 엄청나구먼.

“그럼 잠시 여관 홀 좀 다녀올게. 이번에는 따라오지 않아 줬으면 좋겠어.”

“시간은 얼마나 걸리십니까?”

“길어야 한 십 분에서 이십 분 정도? 너무 걱정하지 마.”

“안녕히 다녀오십시오.”

나는 그대로 방에서 나와 이샤의 방 문을 두드렸다.

“네~ 들어오세요~”

이샤의 방 안으로 들어간 나는 침대에 걸터앉아 이샤에게 말을 걸었다.

“이샤, 전에 나한테 줬던 포션 기억나요?”

“무슨 포션이요?”

“그, 잠에 바로 들 수 있지만 그렇고 그렇게 되는 포션이요.”

“아, 그 포션이요? 지금 없긴 하지만 금방 만들어 드릴 수 있어요.”

“그럼 그 포션 하나만 만들어 줄래요?”

“잠시만요.”

이샤는 뚝딱뚝딱 포션을 만들었다. 포션 만드는 과정은 눈으로 봐도 하나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저게 어떻게 저렇게 금방 만들어지지..?

“자, 여기요. 근데 이건 어디다 쓰시게요?”

이샤가 포션 병을 내게 건네며 말했다.

“요즘 잠이 잘 안 와서요.”

“포션에 의존하는 건 좋지 않아요.”

“의존하는 건 아니에요. 그냥 도움을 받는 정도?”

나는 웃으며 이샤의 방을 나섰다. 다음으로 내가 향한 곳은 여관 홀이었다.

여관 홀 테이블에 앉아 레몬 음료를 시키고 가만히 앉아 있으니 직원이 레몬 음료를 들고 다가왔다.

“다시 보는군요.”

“아이고, 혹시라도 안 오시면 어떡하나 고민이었다구요.”

이 직원, 어제 만났던 직원이다.

내게 수면 포션을 달라고 했던 그 직원.

“자, 부탁하신 물건은 여기 있습니다.”

나는 포션 병을 내밀었다. 직원은 잠시 포션을 관찰하다 주머니 하나를 내밀었다.

금화가 들어 있는 가방을 받은 나로서는 간에 기별도 안 오는 돈이었다. 그래서 나는 돈 대신 다른 걸 받기로 했다.

“혹시 누구에게 이 포션을 먹이려고 하는지 알려줄 수 있어요?”

“아니, 그런 건 들어서 뭐 하시려고요?”

“그냥 개인적인 취미 정도로 해놓죠.”

“아무리 그래도 그건 좀…”

“그럼 이건 어때요? 누구한테 먹이려는지,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려 주면 돈은 받지 않을게요. 이 정도면 나름 합리적인 제안 아닌가?”

“그녀의 이름은 네미입니다.”

직원은 술술 그녀에 대한 정보를 불기 시작했다. 역시 돈 앞에 장사 없다.

“순둥순둥한 눈과 긴 생머리가 매력적인 여자예요. 게다가 가슴도 얼마나 크고, 잘록한 허리와 넓은 골반이 매력적인 여자지요.”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이죠?”

“주점에서 서빙을 하는 일을 하고 있죠. 저희 여관과는 라이벌 업계긴 한데, 솔직히 저는 별 상관 안 해요.”

“흐음… 그렇단 말이죠… 뭐, 말씀 고맙네요.”

나는 포션을 직원에게 내밀었다. 직원은 연신 고개를 꾸벅이며 내게 감사를 표했다.

“감사합니다. 이 은혜, 꼭 갚겠습니다.”

“뭘요. 좋은 밤 되세요.”

나는 거래를 마치고 방으로 돌아왔다. 월영은 여전히 방문 근처에 서서 주위를 살피는 중이었다.

“생각보다 오래 걸리셔서 걱정했습니다.”

월영이 말했다. 나는 월영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어 줬다.

보통 여자들은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 기겁을 하거나 은근히 좋아하거나인데, 월영은 정말 말 그대로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

속으로 왜 그럴지를 생각하며 침대에 누운 나는 한 가지를 떠올렸다.

내 상태창에 있는 페티시즘 능력.

상대방의 페티시를 알아내는 것.

어쩌면 월영의 페티시를 알아낼 수도 있지 않을까? 아직 레벨이 높지 않아서 그다지 믿을만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안 해보는 것보다야 낫지.

나는 월영을 똑바로 쳐다봤다.

“제 얼굴에 뭐라도 묻었습니까?”

“아니, 월영이 너무 듬직해 보여서.”

“칭찬 감사합니다.”

월영은 아무런 의심 없이 내게서 눈을 돌렸다. 그 사이 나는 월영을 보고 정신을 집중했다.

자, 알려주는 거다! 월영이 무슨 페티시를 가지고 있는지를 내게 알려주는 거다!

내 페티시즘 능력은 다행히도 월영에게 통했고, 곧 월영의 페티시에 대한 정보가 내 귀에 흘러들어왔다.

월영의 페티시를 확인한 나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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