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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용사의 무기는 암컷타락-77화 (77/157)

〈 77화 〉 76화 ­ 아저씨가 그 사람들 강간했죠?

* * *

“어디로 가는 거야, 월영?”

“피해를 입으신 분들은 아직 성에 머물고 계십니다. 심리적 충격이 크시기도 하고, 멀리서 오신 분들도 여럿 계셔서 말입니다.”

월영은 영주의 성 어딘가로 우릴 이끌었다. 곧 우리는 그때 상자 안에 있던, 우리가 구해준 여자를 만날 수 있었다.

“안녕하세요…”

여자가 잔뜩 움츠러든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게 경계하실 필요 없습니다.”

월영이 말하자 여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알아요… 저분이 제 목숨을 구해주신 분이라는 걸… 감사를 드릴 기회가 없었는데, 이렇게 만나게 돼서 다행이에요…”

하지만 여전히 여자는 잔뜩 겁먹은 목소리였다.

“왜 그래요?”

내가 여자에게 다가가자 여자는 살짝 뒷걸음질을 쳤다.

“그… 그때 일이 자꾸 떠올라서요…”

하긴, 강간당한 뒤 납치당해 상자 안에 갇혀 있었으면 트라우마가 남는 게 당연하겠지. 미쳐버리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근데 저는 왜 보러 오신 거예요..?”

“잠시 여쭙고 싶은 게 있어서 왔습니다.”

“저… 저는 아무것도 몰라요…”

“이야기만 하는 거예요. 너무 부담 가지실 필요 없어요.”

“하지만…”

여자는 흘끔흘끔 주위 눈치를 봤다. 계속 우물쭈물거리고 있으니 이샤가 천천히 다가와 내게 속삭였다.

“그런 식으로 하면 안 돼요.”

이샤는 한 발짝 한 발짝 조심스럽게 여자에게 다가갔다. 여자는 여전히 겁에 질린 채로 뒷걸음질을 쳤다.

“많이 무서우셨겠어요.”

이샤가 따뜻한 말을 건네자 여자의 뒷걸음질이 멈췄다.

“얼마나 수모를 당하셨을지…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 저는 상상도 안 가요. 미안해요. 진작 구해드렸어야 했는데…”

이샤의 말에 울음기가 차오르기 시작했다. 그런 이샤를 쳐다보는 여자의 눈가도 촉촉해져 갔다.

“우리, 잠시 이야기 좀 나눠도 될까요? 당신의 상처를 치유해 드리고 싶어요. 제가 완전히 당신을 치유해 드릴 수는 없을지 몰라도… 그래도 당신의 상처를 안아드리고 싶어요.”

여자의 눈에서 눈물 한 줄기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어디 가서, 둘만 이야기를 나눠 봐도 괜찮을까요?”

“…네…”

“월영 양? 혹시 다른 사람 없이 둘만 이야기할 장소가 있을까요?”

“아, 그거라면 이쪽으로 오시면 됩니다.”

이샤는 여자를 데리고 좁은 방으로 들어갔다.

“아무래도 저분은 이샤 양이 알아서 처리하려는 모양이네요.”

“이샤는 따뜻한 사람이니까, 걱정되진 않아.”

“저흰 이제 뭐 하죠?”

“다른 피해자분들을 만나 볼까?”

하지만 다른 피해자들은 아까 그 여자보다도 훨씬 격하게 우리를 피했다. 우리가 도와주는 모습을 두눈으로 보지 못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그럼 여기서 이샤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건가…”

“성기 님? 제가 제안 하나 드려도 되겠습니까?”

“뭐든 말해, 월영.”

“성기 님은 가해자들을 찾아가 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가해자들을 조사해서 배후를 찾아낸다? 내가 여태 본 첩보물이나 경찰물에서는 딱히 좋은 방법이 아니었던 것 같은데. 게다가…

“이미 경비병들이 취조를 하고 있지 않을까?”

“그들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성기 님이라면 다를지도 모르죠.”

“그래, 그럼 한 번 가보자.”

나는 월영을 따라 지하 감옥으로 내려갔다.

지하 감옥 문을 열자마자 퀴퀴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온갖 곳에서 썩어가는 냄새가 진동했고, 쥐새끼 몇 마리가 바닥에서 운동회를 열고 있었다.

“벌써부터 머리가 어지러워지네요.”

릴리가 머리를 부여잡으며 어지럼증을 호소했다.

“괜찮아, 릴리?”

“제가 마왕에게 잡혔을 때 있던 곳도 이런 느낌이랑 별반 다르지 않아서요… 힘들어요.”

“힘들면 나가 있어도 괜찮아. 밖에서 기다릴래?”

“네. 아무래도 그래야겠어요.”

릴리는 몸을 돌려 지하 감옥 밖으로 나갔다. 나와 엘리자베스, 그리고 월영만이 흰 수염의 남자가 수감돼 있는 독방 앞으로 갔다.

“허어, 이런. 반가운 손님이 왔구먼.”

흰 수염의 남자는 나를 보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시 봐도 사람에게 위압감을 주는 덩치였다.

“내게 무언가를 바라고 왔군… 하지만 자네 생각대로 답해 줄 생각은 없네.”

흰 수염의 남자가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나는 지지 않고 흰 수염의 남자를 노려봤다.

“왜 이런 짓을 한 거죠?”

“그것에 대해서는, 침묵으로 답하겠네.”

“배후에 누군가가 있나요?”

“그것 또한 침묵으로 답하겠네.”

이대로 가다간 끝이 날 리가 없다. 나는 엘리자베스와 월영에게 말했다.

“나, 이 사람이랑 단둘이 이야기해 보고 싶어.”

“위험합니다. 비록 철창 뒤에 있기는 하나, 만에 하나 거리가 좁혀져 철창 밖으로 팔을 뻗기라도 하면…”

“맞아요. 저 사람은 흉악한 범죄자라고요. 무슨 짓을 할지 몰라요.”

“내 걱정은 마. 무언가를 얻어내려면 약간의 위험도 감수해야 하지 않겠어?”

“당신의 말을 따르겠습니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위험 신호가 온다면 주저하지 않고 달려올 것입니다.”

“고마워, 월영.”

결국 월영과 엘리자베스는 저만치 떨어져 내가 흰 수염의 남자와 이야기하는 모습을 지켜보기만 했다.

두 사람이 간 뒤, 나는 흰 수염의 남자에게 다시 말을 걸었다.

“아저씨.”

“아저씨라고 부르는 겐가? 하. 당돌하기도 하지.”

“아저씨가 그 아가씨들 강간했죠?”

“그 질문에는 침묵으로 답하겠네.”

“아저씨가 그 사람들을 실컷 따먹은 다음에 밧줄로 본디지 하듯이 묶어 상자 속에 가둬버렸죠?”

“…침묵으로 답하겠네.”

“따먹을 땐 아저씨의 자지로 마구마구 여자들의 보지를 쑤컹쑤컹 쑤셔댔죠? 애액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 빡빡한 보지를 아저씨의 자지로 휘저었죠?”

“…”

“게다가 애널 섹스를 할 때는 자지를 있는 힘껏 좁은 구멍에 넣어 억지로 열고 들어간 뒤 자기 만족감만을 위해 천박하게 허리를 흔들었죠?”

“푸하하핫!!!”

흰 수염의 남자가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자네는 내게 원하는 게 뭔가? 단순히 야한 농담이나 하자고 나를 보자고 한 겐가?”

“네, 맞아요. 야한 농담이 하고 싶어서 왔어요.”

“그럼 내가 말해주지. 길을 걷던 여자의 입을 막고 마차에 태우자마자 여자는 살아 있는 생선처럼 펄쩍펄쩍 뛴다네.”

“마차를 썼어요?”

“길가에서 강간을 할 수는 없지 않나? 그런 저항하는 여자들은 힘의 차이를 보여 주면 고분고분해지지. 배나 뺨을 몇 대 갈기다 보면 조용해진다는 말이야.”

“오호…”

나는 무척이나 귀중한 이야기를 듣는다는 듯 귀를 쫑긋 세우고 흰 수염의 남자의 말에 집중했다.

물론 흰 수염의 남자가 하는 말이 정말 꼴린다기보다는, 필요한 정보가 혹시라도 숨어 있을까 찾는 중이었다.

나는 억지로 납치해서 배빵 때리고 강간하는 취미는 없으니까.

“조용해진 년들의 보지를 살살 만져주면 애액이 나오기 마련이지. 아무리 겁을 먹었더라도 자기방어를 위해 신체가 자동으로 배출하니까. 그 애액이 애액 중에서도 손꼽히는 애액이야.”

“맛있나요?”

“그럼! 당연히 맛있지. 애액이 질질 새어 나오는 보지를 핥을 때의 그 느낌이란… 지금도 잊히지 않는 일품 보지란 말이지.”

“그래서요? 그다음에는요?”

“그야 당연히 그 싱싱한 보지에 박아줄 차례 아닌가! 억지로 자지를 집어넣으면 계집들이 짓는 그 표정이란, 하하하!”

흰 수염의 남자는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즐겁다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 나는 같이 웃어 주는 척하며 말을 이어갔다.

“그다음에는요? 그 여자들을 강간한 다음에는 어떻게 하는데요?”

“그야 당연히 온몸을 꽁꽁 묶어서 상자 속에 처넣어야지. 약간의 움직임도 허용하지 않을 만큼 꼼꼼히 묶어야 한다네. 내 병신 같은 부하들은 그것도 못 한 모양이지만…”

“왜 상자 안에 넣어야 하죠? 그냥 공간이동으로 도시로 들여오면 되는 거 아니에요?”

“아니지, 아니야. 자네는 가학의 아름다움을 모르고 있네.”

가학의 아름다움? 말만 들어도 토악질이 나온다. 죄 없는 여자들을 강간하고 성노예로 팔아넘기는 게 무슨 아름다움이라고?

“상상해 보게. 성노예가 되어 하루하루 희망 없이 온갖 구멍을 쑤셔지며 살아가는 그녀들을, 매일 채찍질을 당하며 보지를 농락당하는 모습을!”

“와… 정말 대단하네요…”

“당연하지! 그거야말로 우리가 숭배하는 아름다움이라네! 모든 여자들을 성노예로 만들어 버리는 것! 그것이야말로 우리의 예술이지!”

우욱 씹…

“조교도 예술이죠. 그렇고말고요.”

“두말하면 잔소리지.”

“하지만 저는 예술을 잘 못해서요. 누구한테 가면 그 예술을 배울 수 있나요?”

“그야 당연히…”

무언가를 말하려던 흰 수염의 남자는 잠시 고민하는가 싶더니 나를 노려봤다.

“…내가 졌군. 자네 생각보다 사람을 다룰 줄 아는구먼.”

“아, 이 정도 왔으면 그냥 속 시원히 털어놓읍시다.”

“그럴 수는 없지. 그리고 그 사람을 찾으려는 자네의 노력도 헛수고네. 그만 포기하게.”

“왜죠? 전 그 사람을 꼭 찾고 싶습니다만.”

“예술을 배우고 싶은 건지, 법의 심판을 받게 하려는 건지 내가 상관할 바는 아니지만… 그 사람은 이미 도시를 떠났을 게야.”

이미 도시를 떠났다고..?

“그럼 그 사람은 어디로 갔죠?”

“그 질문에는 침묵으로 답하겠네.”

젠장, 거의 다 됐었는데.

“내가 해 줄 수 있는 말은 다 했네. 혹시라도 심심해지면 다시 나를 찾아오라고. 어떻게 그녀들을 범했는지, 어떻게 그녀들을 조교시켰는지 설명해 줄 테니까.”

나는 흰 수염의 남자를 향해 가운뎃손가락을 치켜들고는 자리를 떴다.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무슨 이야기 하셨어요?”

“음… 설명하자면 복잡한데… 뭐 어쨌든 그 단체의 수장은 이미 도시를 떴다나 봐.”

내 말을 들은 월영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런…”

“왜 그래, 월영?”

“아닙니다. 일단은 이샤 님의 이야기도 들어보도록 하죠.”

우리는 지하 감옥을 빠져나와 피해자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마침 이샤도 피해자와 이야기를 마치고 나오던 참이었다.

“이샤, 뭐 쓸만한 정보 들은 거 있어요?”

“글쎄요… 아무래도 상자 안에서 패닉 상태에 빠져서 아무것도 못 들은 모양이에요. 그나마 기억나는 단어가 있다고 한다면…”

“한다면?”

“예술이란 단어를 들은 것 같다네요.”

누군지는 모르지만 거창한 단어 붙이기 참 좋아하네. 그나마 확실해진 건 조교를 예술이라고 칭하는 무리들이 범인이라는 것.

‘조교는 예술이지.’

하지만 납치 감금 조교는 말이 다르지. 조교는 나처럼 해야 하는 거다. 그렇게 무식한 방법이 아니라.

“일단은 영주님께 보고드려야 될 것 같습니다.”

월영의 표정은 여전히 어두웠다.

“아까부터 표정이 왜 그렇게 어두워?”

“저희가 범인을 잡아낼 수 없다면… 영주님께서 실망하실 겁니다…”

월영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게까지 영주의 눈치를 봐야 한다니, 호위무사도 해먹을 짓이 못 되는구먼.

“괜찮아, 이런 거 가지고 뭐라고 하면 그건 영주의 부덕함…”

“함부로 말하지 마십시오!”

월영이 검에 손을 대며 나를 노려봤다. 영주 욕을 한 번만 더 했다간 나를 그대로 썰어버릴 기세였다.

오래지 않아 나는 월영이 그렇게까지 반응하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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