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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용사의 무기는 암컷타락-93화 (93/157)

〈 93화 〉 92화 ­ 괜찮겠어, 월영?

* * *

“월영, 나 지금 졸린데 조금 이따 다시 이야기하면 안 될까?”

“영주님께서 지금 당장 뵙자고 하십니다.”

영주 말이면 무조건 따라야지. 안 따랐다가는 내 머리통에 궁극기가 박힐 것 같은 느낌이랄까…

나는 졸린 눈을 비비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들었지? 따라올래? 아니면 그냥 잘래?”

“주인님이 가는 곳이면 따라가야죠.”

릴리와 엘리자베스는 곧바로 침대에서 일어나 옷을 갈아입었다. 준비가 끝난 뒤 나는 방문을 열었다.

“이샤는 불렀어?”

“곧 나오실 겁니다.”

복도에서 잠시 기다리고 있으니 이샤가 복도로 나왔다.

“하암… 오랜만에 푹 잤더니 기분이 좋네요.”

이샤는 기지개를 있는 힘껏 켜며 하품을 했다. 이샤가 하품하는 걸 보고 있자니 나도 하품이 나왔다.

“성기 씨도 간밤에 푹 주무셨어요?”

“아뇨. 전 오히려 잠을 못 자서 하품이 나오는데요.”

“어머, 무슨 일 있으셨어요?”

일이 있었죠. 당신이 생각 못 할 만큼 많은 일이.

“따라오십시오.”

월영은 우리를 데리고 앞장서서 걸었다. 여관 홀을 파티원들과 지나가고 있으니 쑥덕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저기, 저 중에 가운데에 있는 두 여자 보이지? 어제 치녀 같은 옷을 입고 있었다니까?”

“게다가 그 차림으로 선술집에서 일하기까지 했대. 참, 무슨 일인지…”

릴리와 엘리자베스는 손으로 살며시 얼굴을 가렸다. 이샤는 무슨 일인지 몰라 고개를 갸우뚱거렸고, 월영은 허리춤에 있는 검에 손을 댔다.

“성기 님. 아무래도 저들이 성기 님의 파티원 분들을 욕보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신경 쓰지 마. 아무래도 다른 누군가랑 착각한 모양이지.”

나는 아무 일도 없었던 척하며 콧노래를 불렀다.

월영을 따라 걷다 보니 어느새 영주가 있는 성에 도착했다. 월영은 곧바로 영주가 있는 곳으로 우리 파티를 안내했다.

“어서 오거라. 그간 어떻게 지냈는지 묻고 싶지만,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마. 녀석들의 본거지가 어디인지를 알아낸 모양이다.”

영주는 지도를 짚으며 우리에게 녀석들의 본거지에 대해 설명했다.

“이곳은 진작 마물들에게 점령당했다고 알려진 곳이다. 설마 이런 곳에 있었을 줄은 몰랐다. 아마 마물들을 몰아내고 빈 도시를 점령한 모양이지.”

“도시를 가지고 있을 정도의 세력이면, 여왕님께 지원군을 요청하는 것이 낫지 않습니까?”

“그러고 싶지만 지금은 군대를 움직일 형편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이번 일은 조용히 처리하고 싶느니라.”

“왜 그렇습니까?”

“이런 일이 있었다는 걸 알게 되면 사람들이 동요하지 않겠느냐? 안 그래도 마물 때문에 흉흉한 민심이 더욱 나빠지는 것이 두렵구나.”

“하지만 저희끼리 가서 얼마나 큰 활약을 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이 도시에서 녀석들의 패거리를 잡는 건 어렵지 않았다. 해봤자 도시에 숨어들어온 양아치들에 불과했으니까.

하지만 도시를 가지고 있을 정도의 세력이라면 이야기가 다르지 않을까?

그것도 마물들이 점령한 땅에서 마물들을 몰아내며 도시를 지키고 있다는 건데, 우리 파티만으로 그 녀석들을 상대하는 건 말도 안 된다.

“네가 걱정하는 건 잘 알고 있다, 성기.”

영주가 내 마음을 읽은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오히려 그래서 더 그대들에게 기대하고 있는 것이니라. 도시를 함락시키는 건 무리지만, 녀석들의 수장의 목을 칠 수는 있지 않겠느냐?”

이를테면 이건 공성전이 아니라 암살 임무라는 건가?

“파티원들과 함께 도시에 잠입해서 녀석들의 수장을 잡아 오는 것이 그대들의 목표다. 잡아오지 못한다면 죽여도 괜찮다.”

“하지만 여전히 걱정됩니다. 혹시라도 도시로 잠입하다가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그대의 걱정은 이해한다. 그래서 강요할 생각은 없느니라. 원한다면 가지 않아도 좋다. 하지만 그대들에게 먼저 기회를 주고 싶었던 것이니라.”

“왜 먼저 기회를 주신 겁니까?”

“마무리를 짓지 않는다면 찜찜하지 않겠느냐.”

그것도 맞는 말이다. 여태 그 녀석들 쫓아서 개고생을 했는데, 마지막 가장 중요한 단계를 다른 사람에게 뺏긴다면?

당연하게도 모든 공적은 그 사람에게 돌아가겠지.

죽 쒀서 개 주는 꼴이나 다름없지 않은가.

“어떡하겠느냐, 성기?”

영주가 내게 물었다. 나는 눈을 감고 생각에 빠졌다.

죽 쒀서 개 주기는 싫지만, 이건 내가 해 왔던 어떤 일보다도 위험한 일이다. 나 하나 잘못되면 그나마 다행이고, 어쩌면 파티원들까지 사지로 몰지도 모른다.

어떡해야 하나…

“가고 싶어요.”

릴리가 불쑥 말을 꺼냈다.

“여기까지 와서 그만둘 수는 없어요. 저희 손으로 끝내야 하는 일이에요.”

“맞아요.”

옆에서 엘리자베스가 거들었다. 이샤도 동의하는지 고개를 끄덕거렸다.

“너희들, 진짜 괜찮겠어? 죽을지도 모르는 일이라고?”

“그럴 일 없어요. 이날을 위해서 그렇게 열심히 수련해 온 거잖아요?”

엘리자베스가 주먹을 꼭 쥐며 힘차게 말했다.

“이샤도 괜찮은 거예요?”

“성기 씨만 보낼 수는 없잖아요?”

다들 나를 위해서 이렇게까지 해 준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해졌다.

“모두들 정말 고마워…”

“좋은 동료들을 두었구나.”

영주는 잔잔한 웃음을 지어 보이고는 다시 지도 위에 손을 올렸다.

“일단 설명을 계속하마. 그들의 본거지를 알아내긴 했지만, 바로 공간이동문을 이용할 수는 없다. 들리는 바로는 도시로 출입할 때 공간이동문을 쓰지 않는다고 하는구나.”

“그럼 어떻게 가야 하죠? 지도상으로 보기에는 꽤나 거리가 있어 보이는데요.”

“가장 가까운 도시에 공간이동문을 이용해 도착한 뒤, 걷거나 마차를 이용해서 도시로 가야 하는 모양이다.”

영주는 녀석들의 본거지 근처에 있는 도시 하나를 손가락으로 짚었다.

“이곳에서 그들의 본거지로 갈 때부터 각별히 주의해야 하니라. 마물들이 어디서 덮칠지도 모르거니와, 자칫 의심을 샀다간 그대로 일이 틀어질 수 있으니 말이다.”

그 이후로도 영주는 우리에게 녀석들의 수장에 대한 정보나 도망치는 방법 등 몇 가지를 더 설명해 줬다.

“명심하거라. 이 일이 중요하다고는 하나 그대들의 목숨만큼 중요하진 않다. 만약 일이 잘못될 것 같으면 바로 도망치거라.”

영주는 직접 우리에게 마나 수정을 나눠 줬다. 들어보니 어디서든 마력을 집중하기만 하면 바로 이 도시로 돌아올 수 있는 수정이라는 것 같았다.

“영주님?”

옆에 서 있던 월영이 말을 꺼냈다.

“제게는 안 주십니까?”

월영이 말하자 영주는 긴 한숨을 쉬었다.

“미안하지만 월영, 너는 가지 않는 편이 나을 것 같구나.”

“무슨 말씀이십니까!?”

“말한 그대로다. 월영, 너는 이 일에서 이만 손을 떼도록 하여라.”

“그 이유를 여쭤봐도 괜찮겠습니까.”

“나는 오히려 네가 그렇게 말하는 이유를 물어보고 싶구나. 내 호위무사로 남고 싶어 하던 건 네가 아니었더냐?”

“그렇긴 하지만 저도 녀석들의 만행을 두 눈으로 똑똑히 목격했습니다. 저는 녀석들의 수장을 꼭 잡고 싶습니다.”

“네가 가지 않아도 가능한 일이다.”

“게다가 영주님께서 제게 성기 님의 호위를 맡기셨지 않습니까. 성기 님이 제일 위험해지는 지금 제가 떠나는 건 무책임한 것 같습니다.”

“무책임이라… 네 말도 맞구나…”

영주는 다시 한번 한숨을 쉬었다.

대충 보니 월영은 이번 일로 영주에게 잘 보이고 싶어 하는 것 같다.

나와 같이 녀석들의 수장을 잡고 나면 영주가 자기를 조금 더 좋아해 줄 거라고 생각하겠지.

하지만 영주는 왜 월영을 보내지 않으려고 하는 걸까?

“월영. 이 녀석들이 무슨 짓을 했는지 아느냐?”

“여자들을 납치하고, 성노예로 만들어서 사고팔았습니다.”

“그보다 더하다. 네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더럽고 추잡한 녀석들이다. 그런 녀석들의 본거지는 얼마나 더러울지 상상이 되느냐?”

“그 정도는 견뎌낼 겁니다.”

“하지만 너는 성기의 무기를 보는 것도 힘들어하지 않았느냐?”

“그건…”

“그곳에는 더한 것들이 많을 것이다. 그걸 견뎌낼 수 있겠느냐?”

영주는 진심으로 월영을 걱정하고 있었다.

하긴, 성노예들의 도시라면 온갖 천박한 것들이 가득하겠지. 그런 걸 월영이 견딜 수 있을까?

“하지만 저도 성기 님의 그것을 만지기까지 했습니다.”

“보거라. 지금도 애써 에둘러 표현하고 있지 않느냐.”

“성기 님의 자지를 만지기까지 했습니다!”

월영이 지지 않겠다는 듯 말했다. 영주는 잠시 가만히 있다가 릴리에게 말을 걸었다.

“이름이 무엇이더냐.”

“릴리입니다.”

“성기의 자지를 본 적이 있느냐?”

영주의 의도를 이해한 릴리의 입가에 음흉한 미소가 떠올랐다. 릴리는 월영이 잘 들을 수 있도록 큰 소리로 말했다.

“손으로 잡아 본 것은 셀 수 없을 정도고, 입에 넣고 츕츕 소리를 내며 빨아 본 적도 많습니다. 하지만 정말 대단한 것은 그의 자지가 제 보지에…”

“그 정도면 됐다. 월영?”

월영은 아무렇지도 않은 척했지만 얼굴이 빨갛게 물드는 것까지는 숨길 수 없었다.

“그것 보거라. 아직 너에게는 너무 무리한 도전이다.”

“하지만… 저는 꼭 영주님을 위해 이번 일을 성공하고 싶습니다…”

월영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영주는 잠시 월영을 바라보다가 내게 시선을 옮겼다.

“성기, 아무래도 네 판단에 맡겨야 할 것 같구나. 월영을 데려가겠느냐?”

“데려가겠습니다.”

나는 단 1초의 고민도 없이 대답했다. 안 그래도 영주가 월영을 못 가게 하면 어떡하나 고민하고 있었던 참이다.

월영을 암컷타락시키기 위해선 월영을 내 옆에 계속 묶어 두는 것이 가장 중요하니까.

게다가 자지가 나올 때마다 월영의 반응이 너무 재밌기도 하고.

“그대도 그렇게 말한다면 더 이상은 내가 막을 수 없지. 월영, 성기를 따라가도 좋다.”

“감사합니다.”

“하지만 명심하거라.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목숨이니라. 공을 세우기 위해 목숨을 걸지는 말거라. 알겠느냐?”

“명심하겠습니다.”

“그리고 정말 참기 힘들어진다면 언제든 돌아오거라. 내 너를 따뜻이 품어주마.”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월영은 결의를 다졌다. 영주는 자리에서 일어나 월영의 어깨의 손을 올리더니 월영의 어깨를 주물러 줬다.

“마치 딸을 한량에게 시집보내는 기분이구나. 그것도 무척이나 순수한 딸을 말이다.”

영주도 겉으로 드러내진 않지만 많이 걱정이 되나 보다. 영주가 몸에 손을 대자 월영은 손을 꼼지락대며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어지간히도 영주를 좋아하나 보네.

“준비가 되면 바로 출발하거라. 내 마법사들에게 공간이동문을 열어놓으라고 하겠다.”

“지금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그래, 다녀오거라. 그리고 다시 한번 명심하거라.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라고 했느냐?”

“목숨입니다.”

영주는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우리를 배웅해 줬다. 나와 릴리, 엘리자베스와 이샤, 그리고 월영은 천천히 공간이동문 속으로 들어갔다.

단순히 허공에 그려진 원 하나를 통과했을 뿐인데, 전혀 다른 세상이 눈앞에 펼쳐졌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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