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1화 〉 100화 늑대인간과 서큐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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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에 난 날개, 음란하기 그지없는 옷, 그리고 무엇보다 나를 죽이려 했던 그 얼굴을 보니 그 서큐버스가 맞다고 확신할 수 있었다.
“네가 여길 어떻게..!”
“후훗, 놀랐어? 그때 널 못 죽여서 얼마나 혼났는지 몰라~ 이번에는 실수하지 않고 제대로 죽여버리려 왔지.”
서큐버스는 웃으며 길고 날카로운 손톱을 혀로 핥았다.
“너..!”
뒤에 있던 엘리자베스가 마력검과 마력방패를 든 채로 앞으로 걸어 나왔다.
“어머, 너는 그때 죽을 뻔했던 허접한 여전사 아니야? 이번에도 죽고 싶어서 그렇게 나대니?”
서큐버스의 눈매가 날카로워졌다. 하지만 엘리자베스는 물러서지 않았다.
“그때랑은 달라. 이번엔 내가 네 배에 칼자국을 내 줄 차례야.”
“뚫린 입이라고 마음대로 지껄이는구나.”
서큐버스와 엘리자베스의 신경전이 이어지는 가운데, 서큐버스의 옆에 있던 짐승이 우리를 향해 한 걸음씩 다가왔다.
모닥불에 가까워지며 형태를 드러낸 그것은 만화나 게임에서 자주 보던 늑대인간이었다.
“늑대인간..?”
“그래. 이번에도 실패하면 좀 곤란해서, 지원군을 데리고 왔지.”
서큐버스가 늑대인간의 팔을 쓰다듬었다. 늑대인간은 붉은 안광을 내뿜으며 나를 죽일 듯이 노려봤다.
“크르르륵…”
2 미터는 족히 넘어 보이는 키와 떡 벌어진 어깨, 날카로운 이빨과 우악스럽게 자라난 손톱은 엄청난 위압감을 만들어냈다.
“두렵구나?”
서큐버스가 내 마음을 읽은 듯 말했다.
“지금 선택할 기회를 줄게. 나한테 착정당해서 기분 좋게 죽을래? 아니면 이 늑대인간한테 처참히 찢어발겨진 다음 내장까지 파 먹힐래?”
나는 말없이 자지를 잡고 있던 손에 힘을 줬다. 결사항전을 하겠다는 내 의지를 알아차린 건지 서큐버스는 한숨을 내쉬었다.
“쓸만한 인간 자지라 웬만해서는 내가 먹고 싶었는데… 네가 그렇게 죽고 싶어 하면 어쩔 수 없지. 산채로 잡아먹히는 느낌이 뭔지 알게 해 줄게.”
“크와아앍!!!”
늑대인간이 괴성을 지르며 내게 달려들었다. 나는 배운 대로 침착하게 고추칼리버를 잡고 휘둘렀다.
“하압!”
있는 힘껏 고추칼리버를 휘두르자 맹렬히 달려오던 늑대인간이 살짝 주춤거렸다. 나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늑대인간에게 파고들었다.
녀석이 움찔한 순간, 그리고 거리가 좁혀진 지금이 기회다!
하지만 나는 측면에서 살기를 느끼고 순간적으로 뒤로 회피했다. 동시에 내 눈앞을 서큐버스의 손톱이 할퀴고 지나가는 것이 보였다.
“어머, 제법 싸울 줄 아나 보네?”
서큐버스가 날개를 펼쳐 살짝 허공으로 떠오르며 말했다. 진심으로 싸우겠다는 건가? 나 혼자서 늑대인간과 서큐버스를 둘 다 상대하는 건 무리인데..!
“네 상대는 나다!”
엘리자베스가 순식간에 서큐버스에게 달려들며 마력검을 휘둘렀다. 서큐버스는 살짝 몸을 뒤로 빼 여유롭게 엘리자베스의 검을 피했다.
“감히..! 일단 너부터 죽여주마..!”
서큐버스는 손톱을 휘두르며 엘리자베스를 몰아붙였다. 엘리자베스는 마력방패로 서큐버스의 공격을 막아내며 반격의 틈을 노렸다.
마음 같아서는 엘리자베스를 도와주고 싶지만…
“크르륵…”
일단은 내 앞에 있는 이 덩치 큰 미친 괴물을 상대하는 게 먼저다.
“크와앍!!!”
늑대인간이 나를 향해 거침없이 팔을 휘두르며 진격해왔다. 늑대인간의 손톱이 허공을 찢는 소리가 섬뜩하게 울려 퍼졌다.
덩치에 맞지 않는 빠른 움직임이다. 이대로는 빈틈을 파고들기 힘들겠어.
이렇다 할 공격 기회를 찾지 못한 나는 늑대인간의 몰아치는 공격에 점점 수세에 몰리기 시작했다.
계속 이렇게 뒤로 밀리기만 해서는 안 되는데..!
자지를 잡은 내 손에 땀이 맺히는 게 느껴졌다. 어떻게 해야 하지? 어떻게 해야 이 녀석에게 유효타를 먹일 수 있을까?
그때 내 머릿속에 검사들의 도시에 가기 전 양아치들과 싸우던 때의 내 모습이 떠올랐다.
그땐 달려오는 양아치를 향해 순간적으로 자지봉을 늘려 정면에서 찍어버렸지.
내 마력이 성장한 지금, 고추칼리버로도 비슷한 게 되지 않을까?
마침 늑대인간도 계속 팔을 휘두르는 것이 질렸는지 자세를 낮춰 네 발을 짚으며 내게 뛰어들 준비를 했다.
그래, 와라!
“크와앍!!!”
늑대인간이 믿을 수 없는 속도로 나를 향해 날아들었다. 나는 늑대인간을 조준한 채로 있는 힘껏 자지에 마력을 집중했다.
늘어나라, 고추칼리버!
내 자지에서 뿜어져 나오던 파란 검이 순식간에 길어졌다. 파란 빛을 일렁이며 뻗어나간 내 고추칼리버는 그대로 달려오던 늑대인간의 어깨를 관통했다.
“카앍..!”
늑대인간의 움직임이 순간 멈췄다. 기회를 잡은 나는 고추칼리버를 휘둘렀다.
하지만 단단한 늑대인간의 몸을 그대로 두동강내는 것은 무리였다. 내 고추칼리버는 돌에 박힌 듯 꿈쩍도 하지 않았고, 그 사이 늑대인간은 다시 나를 향해 걸어왔다.
어깨를 관통당하고도 내게 걸어올 수 있다니!?
자세히 보니 늑대인간의 어깨는 빠른 속도로 아물고 있었다.
저 힘에, 저 스피드에, 저런 회복력까지 있다니… 이거 완전 사기 아니야…
내가 멍하니 있는 사이 다가온 늑대인간이 크게 팔을 휘둘러 내 머리를 노렸다.
젠장, 멍때렸다..!
나는 머리를 숙여 늑대인간의 공격을 피해 보려 했지만 늑대인간의 손톱이 내 머리를 향해 날아오는 것이 더 빨랐다.
이대로 끝인가…
“실드!”
이샤의 목소리와 함께 내 주위에 돔형 보호막이 쳐졌고, 늑대인간의 손은 그대로 보호막을 가격했다.
순식간에 보호막이 깨지면서 보호막이 걸레짝이 되긴 했지만, 적어도 한 번 공격을 막아내고 다시 자세를 잡기에는 충분했다.
“고마워요, 이샤!”
“멍하니 있지 말아요! 집중해요!”
이샤의 말에 힘을 얻은 나는 다시 늑대인간을 응시하며 고추칼리버를 더 길고 날카롭게 만들었다.
그렇게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치열한 싸움이 이어졌다.
나는 끊임없이 몸을 재생시키며 덤벼오는 늑대인간과 싸웠고, 엘리자베스는 날아다니며 손톱으로 공격하는 서큐버스와 혈투를 벌였다.
얼마나 싸움이 길어졌을까, 나는 슬슬 지치고 있었다.
“헉… 헉…”
아무리 체력 단련을 하고 마력 수련을 했어도 늑대인간을 마주한 긴장감 속에서 계속 몸을 움직이는 것은 쉽지 않았다.
늑대인간은 지치지도 않는지 다시 내게 달려들었고, 나는 침착하게 늑대인간의 배에 구멍을 내 줬다.
어느 정도 싸우다 보니 늑대인간의 패턴은 파악됐다. 이제 늑대인간이 달려와도 침착하게 고추칼리버를 휘두를 수 있다.
문제는…
“크르르…”
저 말도 안 되는 회복력이다.
배에 구멍을 내준 것만 몇 번이고, 어깨를 찌른 것만 몇 번이고, 심지어는 머리를 공격하기까지 해 봤지만 늑대인간은 계속해서 상처를 재생해냈다.
말만 늑대인간이지 알고 보면 무슨 슬라임 괴물 아니야?
상처를 다 재생한 늑대인간이 다시 나를 향해 천천히 다가왔다. 이번에야말로 치명타를 먹여주겠다고 다짐하며 고추칼리버를 잡은 순간,
“성기 씨! 받으세요!”
이샤가 나를 향해 포션 하나를 던졌다. 겨우 포션을 잡아든 나는 이샤에게 물었다.
“이건..?”
“일단 드세요!”
지금은 부작용을 걱정할 때가 아니다. 이샤의 포션은 효과가 확실하니까, 분명 도움이 될 거야.
나는 그대로 포션을 원샷했다. 그러자 순간 아찔한 기분이 들었다. 마치 계단이 끝난 줄 모르고 발을 짚은 기분이랄까.
“이샤, 내게 뭘 먹인..?”
이샤에게 물어볼 필요도 없이 앞에 있는 늑대인간을 보자마자 나는 포션의 효능을 알 수 있었다.
이 포션은 이미 먹어본 적 있는 포션이다. 주위 시간을 느리게 하는 포션.
“크…와…앍..!”
저번보다도 포션의 효능이 훨씬 좋은지 늑대인간의 움직임이 느릿느릿하게 보였다. 나는 고추칼리버를 잡고 그대로 늑대인간의 머리를 내리찍었다.
“크…읅…”
늑대인간은 머리에서 피를 흘리며 뒤로 주춤주춤 물러났다.
나는 뒤로 물러나는 늑대인간을 쫓아가 고추칼리버를 사정없이 휘둘렀다. 녀석에게 재생할 틈을 주면 안 된다!
하지만 늑대인간은 계속해서 무식한 재생 능력으로 상처를 회복했다. 비록 내게 공격을 날리지는 못했지만, 내가 늑대인간에게도 치명타를 먹일 수 없는 상황이었다.
“부…ㄹ…!”
뒤에서 이샤가 무언가를 소리치는 소리가 들렸다.
“부…ㄹ..!”
불? 불알이라도 공격하라는 뜻인가?
“불…으ㄹ…부…ㅌ…여…요…!”
이샤가 있는 힘껏 소리쳤다. 그 뜻을 깨달은 나는 바로 모닥불로 달려가 자지봉 끝에 불을 붙였다.
이번에는 불이 붙은 자지봉을 휘두르며 나는 늑대인간을 몰아붙였다. 아까와는 달리 늑대인간은 내 공격을 피하기 바빴다.
“어딜!”
나는 불이 붙은 자지봉으로 늑대인간의 머리를 내리쳤다.
“크…앍..!”
늑대인간이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렀다. 여태 한 번도 안 내던 소리를 내는 걸 보니 불이 약점이긴 한가 보구나!
나는 불이 붙은 자지봉으로 신명 나게 늑대인간을 두드려 팼다. 늑대인간의 털 이곳저곳에 불이 붙자 늑대인간은 바닥을 뒹굴며 불을 끄려고 안간힘을 썼다.
“어림없지!”
나는 늑대인간에게 난 상처를 불이 붙은 자지봉으로 짓누르며 다시 고추칼리버를 꺼냈다.
“끝이다!”
나는 불이 붙은 늑대인간의 머리를 고추칼리버로 꿰뚫었다. 몸을 바들거리던 늑대인간은 잠시 뒤 바닥에 털썩 쓰러졌다.
해치웠… 아니, 잠깐, 이런 말 하면 안 되지.
나는 계속 불로 상처 부위를 지졌다. 곧 늑대인간의 몸 곳곳에 붙었던 불이 활활 타올라 늑대인간을 뒤덮었다.
늑대인간이 그대로 재가 되어가는 모습을 본 나는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포션의 효능도 끝나기 시작했는지 주위 시간이 다시 정상적으로 흘러갔다.
“이… 겼다…”
“아직 남았어요! 엘리자베스!”
맞다, 엘리자베스가 서큐버스랑 싸우고 있었지!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엘리자베스를 찾아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엘리자베스는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서 서큐버스와 싸움을 계속하고 있었다.
“이 끈질긴 년이..!”
“내가 할 말이다..!”
두 사람의 혈투는 쉽사리 끝날 기세가 보이지 않았다. 가만히 엘리자베스를 놔둘 수 없었던 나는 불이 붙은 자지봉을 서큐버스를 향해 휘둘렀다.
“말도 안 돼. 늑대인간이 지다니..?”
서큐버스는 잿더미가 되어가고 있는 늑대인간을 보고 크게 당황한 모양이었다.
“네 지원군은 죽었다! 너도 그만 항복해!”
“쳇, 어쩔 수 없군. 오늘은 이만 돌아가마!”
서큐버스는 날개를 접고 도망치려 했다. 그렇게 서큐버스가 박쥐가 되어 사라지려는 순간…
“어디 가냐?”
릴리가 호랑이처럼 달려가 서큐버스의 머리채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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