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4화 〉 103화 성노예의 도시 슬레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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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물에게 망한 도시답게 곳곳에 무너진 건물과 불에 탄 흔적이 보였다.
하지만 그보다는 도시를 돌아다니는 사람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걸어 다니는 사람 중에 여자를 데리고 있지 않은 사람이 없었고, 여자들은 전부 알몸일 뿐만 아니라 서 있지 못하고 무릎과 손으로 바닥을 짚고 개처럼 끌려다니고 있었다.
선 채로 돌아다니는 여자는 내가 데리고 있는 네 여자가 유일한 것 같았다.
심지어는 자기가 걷는 것도 귀찮은지 여자 위에 올라탄 사람도 보였다. 남자를 태운 여자는 팔을 후들거리면서도 열심히 바닥을 기었다.
곳곳에서 여자들의 신음 소리가 들려왔고, 길거리 한복판에서 자기 성노예에게 박고 있는 사람도 심심찮게 눈에 띄었다.
조금 걸어서 안으로 들어가자 골목길에서 방뇨플을 하고 있는 모습도 보였다.
나무로 만들어진 무대에서는 성노예 경매가 한창이었다. 사람들은 자기 전용 성노예를 데리고도 다른 성노예를 찾아 아낌없이 돈을 지불하려 했다.
“이것이… 성노예의 도시 슬레이런…”
파티원들을 데리고 거리를 걷고 있으니 한 남자가 내게 말을 걸었다.
“자네는 어째서 암컷들을 선 채로 걸어 다니게 하지?”
“그러면 안 될 이유라도 있습니까?”
“암컷들은 네 발로 기어 다니게 해야 자기 처지를 깨닫지. 그렇게 선 채로 걸어 다니게 해 봤자 버릇만 나빠질 뿐이라고?”
내가 눈짓을 하자 릴리와 엘리자베스, 이샤는 곧바로 손으로 바닥을 짚고 엎드렸다. 월영만이 손으로 중요 부위를 가리느라 엎드리지 못하고 있으니 남자가 말했다.
“저 년은 조교가 덜 됐나 보군?”
“최근에 산 노예라서 그렇습니다.”
“저렇게 조교가 안 된 성노예를 팔았다고? 누군지 몰라도 아주 못 배워먹은 조교사로군. 모름지기 암컷은 주인의 말이면 언제든지 복종해야 한다고.”
나는 월영에게 다시 엎드리라는 눈짓을 보냈다. 결국 월영도 자기 음부를 가리는 것을 포기하고 손으로 바닥을 짚은 채 엎드렸다.
오옷, 월영의 유두가 보인다..!
잘 익은 월영의 탐스러운 유두를 보고 있으니 당장이라도 달려들어 빨아대고 싶었다.
“내게 저 년을 잠시 맡겨 보는 게 어떤가? 내일 정도 되면 저 년은 자네가 말하기도 전에 벌써 네 발로 기고 있을 거야.”
“괜찮습니다. 저는 제 조교 실력을 키우기 위해서 이 도시에 온 것이라서요.”
“호오… 조교사가 되는 것이 꿈인가?”
“그게 꿈은 아니지만, 조교사급 실력을 가져서 나쁠 건 없죠.”
“조교 기술을 배우고 싶으면 얼마든지 말하게. 내가 도와줄 수 있을 것 같으니.”
남자는 내게 명함 하나를 내밀었다. 나는 명함을 읽는 둥 마는 둥 하다가 우리 파티원들을 데리고 갈 길을 갔다.
“주인님… 조금만 천천히 가 주세요… 무릎이 아파요…”
이샤가 헐떡이며 말했다. 전투원인 나머지 세 명과는 다르게 비전투원인 이샤는 체력적인 면에서 딸리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마음 약해지면 안 된다. 의심받지 않기 위해서는 매정한 조교사 연기를 해야 한다.
“어딜 암컷년이 주인님한테..!”
나는 이샤를 발로 후려 차는 시늉을 했다. 이샤는 고개를 조아리며 덜덜 떨었다.
미안해, 이샤. 진심이 아니야.
나는 여관이 있는지를 살피며 길거리를 걸었다. 곳곳에서 여자들이 주인님을 부르짖으며 박히거나 맞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나는 길가에서 열심히 자기 성노예에게 자지를 처박고 있는 사람에게 다가갔다.
“저기, 여쭤볼 게 있는데요.”
“미안하지만 지금은 같이 박기 좀 그래요. 이 년 교육을 좀 시켜줘야 해서 말이죠.”
“저는 그저 여관이 어디 있는지 물어보려고…”
“아, 여관이요? 이쪽 길로 쭉 가다 오른쪽으로 꺾으면 여관이 모여 있는 길거리가 있어요. 그럼 저는 바빠서.”
남자는 계속해서 허리를 흔들어댔다. 성노예가 아파서 울부짖는 건 상관하지도 않는 듯 잔뜩 발기된 자지를 처박으며 성노예의 엉덩이를 찰싹찰싹 때려댔다.
‘여러모로 대단하군…’
나는 남자가 말해 준 대로 걸어 여관들이 모여 있는 거리로 갔다. 거리에서는 각 여관의 직원들이 열심히 호객행위를 하는 중이었다.
“암캐들 전용 축사가 있는 여관입니다~”
“암퇘지들에게 어울리는 고문 기구가 많습니다! 특가 세일 중!”
“펠라 전문 노예를 무료로 빌려드립니다!”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있으니 호객행위를 하던 남자 하나가 내게 다가왔다.
“좋은 암컷들을 데리고 다니시는군요? 저희 여관은 어떠신가요? 암컷들을 위한 잠자리와 식사도 제공됩니다!”
그 잠자리랑 식사라는 게 뭔지 조금 불안하긴 했지만, 나는 일단 남자를 따라갔다.
여관은 생각보다 으리으리했다. 불법적으로 성노예를 부리는 사람들 정도면 돈이 많아서 그런 걸까.
여관에 들어가자 남자가 내게서 개목줄을 넘겨받으려 했다.
“암컷들은 제가 지하실에 잘 넣어 놓겠습니다.”
“잠시만요. 제 암컷들이 어디서 묵게 될지 궁금한데.”
“아, 궁금하신가요? 저를 따라오시죠.”
남자를 따라 지하실로 가는 계단에 들어서자마자 악취가 코를 찔렀다. 더 안으로 들어가자 어둡고 축축한 지하실에 여자들이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었다.
대부분은 엉성하게 쌓인 짚단 위에서 잠을 청하고 있었고, 깨 있는 여자들은 지하실 가운데에 있는 여물통에 머리를 처박고 무언가를 먹거나 벽에 기대 자위를 하는 중이었다.
화장실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 여자들은 구석에 쪼그려앉아 작은 통에 볼일을 봐야 했다.
“자, 어떠십니까? 저희가 자랑하는 암컷들의 보금자리입니다.”
“대단…하네요…”
“방에서 쉬시는 동안 암컷들은 여기서 지내게 됩니다. 지금 바로 암컷들을 맡기시겠습니까?”
남자의 말을 듣자마자 네 여자의 표정이 급격히 굳어졌다. 특히나 월영은 절대 안 된다는 표정으로 몰래 고개를 젓기까지 했다.
“일단은 방에 데리고 올라갈게요. 시킬 게 있어서요.”
“조교사를 붙여드릴까요?”
“일단은 저 혼자서 해 볼게요.”
“그럼 방으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방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깔끔했다. 방향제 향기가 은은하게 났고, 고풍스러운 침대에는 이불이 각을 맞춰 정리돼 있었다.
아까 본 지하실과 같은 건물인 게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암컷을 맡기려거든 언제든지 말해 주세요.”
여관 직원이 문을 닫고 나가자마자 이샤가 다리가 풀린 듯 자리에 주저앉았다.
“무릎… 너무 아팠어요…”
“괜찮아요? 침대에 가서 좀 누워 있어요. 나머지도 침대에서 조금 쉬는 게 어때?”
혼자 쓰는 방임에도 침대는 네 여자가 다 누울 수 있을 정도로 넓었다. 네 여자는 기다렸다는 듯 침대에 누웠다.
“정말 끔찍한 도시입니다… 한시라도 이곳을 빨리 벗어나고 싶습니다…”
월영이 중얼거렸다. 내가 빤히 월영을 바라보자 월영은 황급히 손으로 음부와 가슴을 가렸다.
“보지 말아주십시오!”
“알았어, 알았어.”
“도시로 들어온 건 좋은데, 이 녀석들의 수장을 무슨 수로 만나죠?”
“나도 지금 그거 고민하고 있었어. 아직 우리가 가진 정보는 너무나도 부족해. 하지만 대놓고 정보를 얻으러 돌아다닐 수도 없어.”
“왜요?”
“우리만 그 녀석을 찾고 있는 게 아니라 그 녀석도 분명 우리를 찾고 있을 거라고. 자기 사업을 망쳤으니까 말이야. 그래서 최대한 은밀하게 정보를 수집해야 해.”
“하지만 어떻게..?”
“그건 나도 모르겠네.”
나는 침대에 걸터앉아 턱을 괸 채로 생각에 잠겼다. 어떻게 해야 녀석한테 들키지 않으면서 녀석에게 접근할 수 있을까?
영주가 알려준 정보라고 해 봤자 녀석의 이름과 인상착의 정도뿐이다. 그마저도 가짜인지 진짜인지도 모르고.
“일단은 다시 밖으로 나가 보는 게 어때요? 방에서 가만히 고민만 한다고 특별한 방법이 갑자기 생기지는 않잖아요.”
“제 생각도 같습니다. 일단은 조심스럽게라도 사람들에게 정보를 얻는 것이 먼저일 것 같습니다.”
“그래? 그럼 다시 밖으로 나가 보자.”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짐을 놓고 나갈 준비를 했다.
“…너희는 왜 안 일어나?”
“아까 계속 기어 다녔더니 피곤하다고요. 혼자 갔다 오시면 안 돼요?”
“게다가 나갔다가 무슨 험한 꼴을 당할지도 모르고요.”
“너희가 험한 꼴 걱정할 처지야?”
“저희는 괜찮지만, 월영 양을 최대한 지켜드려야 하지 않겠어요?”
릴리가 은근슬쩍 옆에 있던 월영을 끌어안으며 말했다. 이럴 때만 월영을 아끼지…
“나 혼자 나가는 건 상관없는데, 여관 직원이 너희를 여기에 머무르게 내버려 두진 않을걸.”
“그럼요?”
“그 냄새 나는 지하실로 가야겠지. 가서 음식물 반죽이 들어 있는 여물통에 얼굴을 파묻고 밥을 먹고, 용변은 작은 통에 해서 모아놓고…”
내 말을 들은 네 여자는 말없이 침대에서 일어나 목줄을 차고 내 앞에 엎드렸다.
“빨리 가시죠, 주인님.”
어지간히도 지하실은 가기 싫은 모양이구나.
“일단은 엎드려 다니되, 이샤는 아프면 일어나도 돼. 내가 잘 무마시킬 테니까 말이야.”
“고마워요, 성기 씨.”
“자, 그럼 밖으로 다시 나가 보자고.”
고급스러운 여관 홀을 따라 걷고 있으니 여관 직원이 쫄래쫄래 따라왔다.
“손님? 무언가 맘에 안 드는 것이라도 있으셨습니까?”
“아뇨. 그냥 산책이나 좀 갔다 오게요.”
“네 마리나 한 번에 데리고 다니면 힘드시지 않겠습니까? 몇 마리는 여기 남겨 두시는 게…”
“아, 네 마리 정도는 괜찮아요. 어느 정도 조교가 된 년들이니까요.”
“정 그러시다면… 잘 놀다 오십시오!”
논다라… 당신들에겐 이 미친 도시가 놀음거리에 불과하구나. 아무리 나라도 역겨워지는군.
무언가 쓸만한 정보가 있기를 기대하며 길거리를 걸어 다니기를 몇십 분, 어디선가 수많은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가 보자.”
우리는 후다닥 소리가 나는 쪽을 향했다.
아까 경매장과는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남자들이 가져온 성노예들까지 포함하면 빽빽하다는 표현이 부족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나는 조심스레 맨 뒷줄에 있던 사람에게 다가가 물었다.
“여기서 뭐 하나요?”
“슬레이런에 처음 오신 분인가 보구먼! 곧 성노예 경진대회, 조교 경진대회가 진행된다네.”
“어떻게 진행되는 거죠?”
“간단해, 토너먼트 식으로 성노예를 하나씩 꺼내놓고 더 많은 사람들이 추천한 성노예가 다음 라운드에 올라가는 방식이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나요?”
“당연하지! 하지만 웬만한 사람은 중간도 못가고 다 떨어져 나가.”
성노예 토너먼트라… 만약 이걸 우승한다면?
“우승 상품이 있나요?”
“당연히 있지! 엄청난 돈과 특별한 성노예를 받는 건 물론이고, 이 도시의 지배자이시자 가장 존경받는 조교사님을 직접 만나 뵐 수 있다고!”
이 도시의 지배자, 가장 존경받는 조교사. 딱 내가 찾던 사람이다.
나는 뒤로 돌아 나를 따라오던 네 여자에게 조용히 말했다.
“아무래도 우리, 저 대회에서 우승해야 할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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