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1화 〉 110화 혈투
* * *
내 죽빵, 아니 좆빵을 그대로 얻어맞은 메이드는 바닥에 쓰러졌다.
여자한테 무력을 쓰고 싶지는 않았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었다. 미안해요, 마드모아젤.
나는 메이드가 들고 있던 열쇠 꾸러미를 들고 파티원들에게 걸어갔다.
“빨리 이 목걸이 좀 어떻게 해 주세요!”
릴리가 답답하다는 듯 목걸이를 붙잡고 발버둥을 치며 말했다. 나는 릴리를 진정시키고 열쇠를 하나하나 목걸이에 끼워 봤다.
“이 열쇠가 아닌가..?”
거의 모든 열쇠를 목걸이에 끼워 넣어 봤지만 목걸이는 풀리지 않았다. 조급해진 내가 손을 달달 떨며 열쇠 꾸러미를 뒤지고 있으니 뒤에서 메이드가 꿈틀거렸다.
“메이드가 일어나기 전에 빨리요!”
“나도 노력 중이야!”
하지만 아무리 열심히 꽂아 봐도 릴리의 목걸이에 맞는 열쇠는 보이지 않았다.
“주인님! 그냥 칼로 끊어 버려요!”
“칼이 없잖아!”
“저기! 저기 칼 하나 있어요!”
이샤가 감옥 한구석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이샤의 손가락을 따라 시선을 옮겨 보니 감옥 한구석에 놓인, 거미줄이 쳐진 있는 낡은 칼 하나가 보였다.
나는 재빨리 칼을 가지고 돌아와 릴리의 목에 칼을 가져다 댔다.
“괜찮겠어, 릴리? 내가 잘못 움직이면…”
“그런 말 하고 있을 시간이 없어요! 빨리요!”
나는 정신을 집중해 칼로 릴리의 목걸이를 끊어내려 했다. 하지만 릴리가 다치지 않도록 힘 조절을 하면서 가죽을 끊어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내가 끙끙대고 있으니 옆에서 보고 있던 월영이 답답하다는 듯이 나섰다.
“제게 넘겨 주십시오!”
그 사이 바닥을 짚고 일어난 메이드는 바닥에 떨어져 있던 채찍을 줍고는 팽팽히 당겼다.
“감히 저를 속이다니… 채찍질을 맞아 보셔야 정신을 차리시겠군요…”
“으아악! 월영, 빨리!”
채찍을 맞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절로 비명이 터져 나왔다. 메이드는 팔을 뒤로 뻗어 채찍을 크게 휘두를 준비를 했다.
아무리 내 체력이 좋다지만 맨몸으로 채찍을 견뎌내는 건 무리인데..!
그렇게 채찍이 나를 향해 휘둘러지고, 끝났다고 생각한 내가 두 눈을 꼭 감은 순간…
“으럅!”
릴리가 나를 강하게 끌어당겼다. 덕분에 내 몸뚱아리는 채찍을 피해 옆으로 굴렀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릴리의 목걸이는 끊어져 있었다. 릴리는 당당하게 메이드를 향해 걸어갔다.
“다, 다가오지 마세요!”
당황한 메이드가 채찍을 휘둘러 봤지만 채찍조차 릴리의 스피드를 따라갈 수는 없었다. 릴리는 가볍게 채찍을 회피한 뒤 메이드를 제압했다.
“가만히 있는다고 약속하면, 지금 여기서 팔을 꺾어 버리진 않을게.”
릴리가 메이드의 귀에 대고 조곤조곤 속삭였다.
“하지만 당신들을 놓치면 주인님이…”
“이 팔, 진짜 꺾는다?”
릴리가 살짝 힘을 주자 메이드가 온몸을 떨었다.
“봐, 봐주세요!”
“쓰읍. 처음부터 그렇게 나와야지.”
메이드를 제압한 릴리는 다시 우리 쪽으로 와서 손수 목걸이를 하나하나 찢어 버렸다. 가죽 목걸이를 손으로 찢을 수 있다니…
“뭘 그렇게 놀란 듯이 쳐다봐요? 마력 쓰는 거 처음 봐요?”
릴리가 마지막 남은 내 목걸이를 손으로 찢어 버리며 말했다.
“아니, 마력을 넣어 주지 않으면 제대로 못 쓰는 거 아니었어..?”
“이 정도 가죽은 마력 조금만 있어도 끊을 수 있어요.”
“이제 어떡하지?”
“어떡하긴요? 그 새끼 조져야죠.”
릴리가 이를 갈았다. 몇 번을 생각하는 거지만, 릴리가 우리 팀이라서 참 다행이다.
“좋아, 그럼 여기서 녀석이 다시 돌아오기를 기다리자.”
“왜요? 그냥 올라가서 직접 찾으면 안 돼요?”
엘리자베스가 마력방패와 마력검을 만들어내며 말했다.
“밖에 경비병이 얼마나 많을지 몰라. 얼마나 강할지도 모르고. 여기 가만히 있으면서 녀석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편이 훨씬 안전할 거야.”
“그렇군요…”
“저는 빨리 제 검을 찾고 싶습니다.”
“하지만 월영…”
“그 검은 영주님께서 하사해 주신 검, 제 목숨보다 값진 것입니다. 한시라도 빨리 되찾아야 합니다.”
월영은 굉장히 불안해 보였다. 나는 월영에게 다가가 월영의 어깨를 톡톡 두들겨 줬다.
“나도 이해해. 하지만 지금 나갔다가 일이 수틀리면 오히려 검을 영영 잃어버릴 수도 있어. 지금은 내 말에 따라 줘.”
“…알겠습니다. 그것보다 조금… 떨어져 주시지 않겠습니까? 살이 닿는 느낌이 부담스럽습니다…”
아차, 내 자지가 월영의 허벅지에 닿아 있었구나. 탄탄한 허벅지에 닿는 느낌이 나쁘지 않지만, 나는 몸을 떨어뜨리고 뒤로 돌았다.
그 사이 메이드에게 다가간 릴리는 다시 메이드의 팔을 뒤로 꺾었다.
“아악! 왜 그러세요!”
“우리한테서 뺏어간 무기랑 갑옷, 어디다 뒀어?”
“저도 몰라요…”
“아, 몰라?”
릴리가 방긋 웃었다.
“지, 진짜 몰라요! 아마 조교사님 방에 있을 것 같긴 한데, 저도 자세히는 몰라요! 저는 감옥을 지키는 메이드일 뿐이라고요!”
“원래는 감옥에 압수품 창고가 있지 않나?”
“원래는 그렇지만… 애초에 감옥에 오는 건 몇몇 성질 드러운 암컷뿐이라… 이 도시에서 암컷들은 옷도, 무기도 못쓰기에 따로 압수품 창고를 만들어 놓지 않았어요…”
“조교사의 방은 어디 있지?”
“성의 최상층에 있어요…”
“성의 최상층이라… 확실히 지금 가기는 무리야. 월영은 일단 그 낡은 검으로 싸워야 할 것 같은데, 가능하겠어?”
월영은 착잡하다는 듯이 거미줄이 채 벗겨지지 않은 검을 쳐다봤다.
“가능은 할 것 같습니다만… 제대로 된 실력을 펼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괜찮아. 월영의 실력을 전부 꺼내지 않아도 녀석 정도는 제압할 수 있을 거야.”
우리는 감옥 계단 옆에 숨어 녀석이 내려오기를 기다렸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누군가 계단을 내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어떡하죠? 바로 죽일까요?”
릴리가 목소리를 낮추고 내게 물었다.
“산 채로 데려올 수 있으면 좋다고는 했지만, 지금 상황에서 산 채로 데려가기는 무리인 것 같다. 그냥 죽여.”
“좋아요.”
계단을 내려오는 발소리가 갈수록 커졌다.
“…그래서, 하필이면 마물이 때마침 등장해서 채 재미도 못 보고 나왔다니까. 하여간 이 도시는 나 없으면 제대로 돌아가질 않아…”
조교사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언제든지 고추칼리버를 켤 수 있도록 자지를 문지르며 녀석의 모습이 보이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조교사가 계단을 다 내려와 문을 여는 순간,
“하압!”
릴리가 문쪽을 향해 강하게 주먹을 날렸다.
굉음과 함께 문이 산산조각 났다. 이 정도 주먹을 맞았으면 즉사했겠는걸..!
하지만 먼지가 가라앉으며 보인 광경은 내 예상과 달랐다.
조교사는 손으로 릴리의 주먹을 잡고 있었다.
“…이게 무슨 일이지?”
조교사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메이드를 쳐다봤다. 메이드는 아무런 말도 못 하고 땅바닥에 고개를 처박은 채로 덜덜 떨었다.
“에잇!”
릴리가 반대쪽 손을 빠르게 날렸다. 하지만 조교사는 간단하게 릴리의 주먹을 피하고는 릴리를 향해 역으로 주먹을 날렸다.
릴리는 조교사의 손아귀를 빠져나와 간신히 조교사의 주먹을 피했다.
“내가 없는 사이 아주 재미있는 일이 있었던 모양이군.”
조교사가 혀를 끌끌 찼다.
“말도 안 돼. 릴리가 밀렸어..?”
“놀랐나? 이 도시가 누구 덕에 마물들의 공습을 막아내고 있을 것 같나?”
조교사는 순식간에 내 눈앞으로 다가와 내게 주먹을 날리려고 했다. 눈으로 좇기조차 힘든 움직임이었다.
“어딜!”
엘리자베스와 월영이 동시에 검을 휘둘렀다. 조교사는 여유롭게 검을 피하고 다시 우리와 거리를 뒀다.
“사실, 예상하지 못하고 있었던 건 아닐세. 암컷 하나에게 자네들을 맡긴다는 게 말이나 되나?”
“그럼 왜..?”
“그야 자네를 뭉개버리고, 자네의 암컷들이 고통스럽게 따먹히는 모습을 죽어가는 자네에게 선물하고 싶어서가 아니겠나.”
“그렇게 두지 않을 겁니다!”
월영이 검을 휘두르며 앞으로 나섰다. 하지만 짧고 낡은 검으로 조교사를 상대하는 건 무리였다.
“크윽!”
월영이 옆구리에 주먹을 맞고 땅바닥을 굴렀다. 이샤가 월영에게 힐을 해 주는 사이 이번엔 엘리자베스가 앞으로 나섰다.
“자네는 더 약해 보이는데, 나를 상대할 수 있겠나?”
조교사가 엘리자베스를 비웃었다.
“이래 봬도 서큐버스에게도 밀리지 않은 몸이라고!”
“서큐버스라… 방금도 도시에 서큐버스가 몇 마리 들어왔지. 물론 다 내 주먹에 뭉개졌지만.”
“우으…”
확실히 릴리랑 월영이 밀리는데 엘리자베스가 혼자 상대한다는 건 무리다. 나는 엘리자베스의 옆으로 가 고추칼리버를 켰다.
“동시에 공격하자, 엘리자베스.”
엘리자베스는 결연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을 본 조교사는 웃음을 터뜨렸다.
“둘이 공격하면 뭐가 달라질 줄 아나?”
“그런 건 해 봐야 알지!”
나와 엘리자베스는 기합을 내지르며 조교사에게 동시에 달려들었다.
그 결과는 깔끔한 패배. 나와 엘리자베스 둘 다 주먹을 맞고 땅바닥을 굴렀다.
“크윽…”
한 대 맞았을 뿐인데도 머리가 울리는 듯한 충격이었다.
“괜찮으세요?”
이샤가 헐레벌떡 달려와 내게 힐을 해 줬다. 이샤의 힐을 받고 나니 금방 아픔이 가시긴 했지만, 이대로면 희망이 없었다.
“희망이 꺼져가는 느낌이 어떤가?”
조교사가 나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어느새 내 앞까지..!
“실드!”
이샤가 실드를 쳐 봤지만 이샤의 실드는 조교사의 딱밤 한 대에 맥없이 무너져내렸다.
“자, 이제 어쩔 겐가? 순순히 암컷들을 넘기면 자네 목숨 정도는 살려줄 수도 있네만…”
“절대로 안 넘겨 줘!”
“그럼 죽는 수밖에 더 있겠나.”
그렇게 조교사가 내게 마무리 일격을 가하려는 순간, 릴리가 번개처럼 날아와 조교사의 허리를 잡고 함께 땅바닥을 굴렀다.
“이 귀찮은 암컷이..!”
조교사와 릴리의 혈투가 이어졌다. 아무래도 이샤가 자기 마력을 나눠 준 모양인지 릴리는 아까보다 훨씬 더 빠르고 강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세는 역전되지 않았다. 갈수록 릴리가 밀린다는 느낌이 확연히 들었다.
“허억… 허억…”
“주먹이 꽤 맵군. 하지만 그런 주먹질은 암컷에게 어울리지 않아. 암컷은 주먹으로 맞으면서 보지만 조이면 되는 걸세!”
조교사가 릴리에게 주먹을 날렸다. 릴리가 주먹을 피한 순간, 조교사는 돌려차기로 릴리의 옆구리를 찍었다.
“크윽!”
릴리가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밀려났다.
“아, 다리는 팔처럼 단련을 안 해 놨더니 한 방에 보내지는 못하는군. 아쉽게 됐네…”
릴리는 겨우겨우 조교사의 공격을 피하거나 막아냈다. 그 사이 월영이 내게 달려와 말했다.
“성기 님. 저런 낡은 검 말고 곧고 긴 검이 필요합니다!”
“나도 알아! 그런 게 없어서 그런 거잖아!”
“아닙니다! 있습니다!”
월영이 내 자지를 가리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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