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용사의 무기는 암컷타락-119화 (119/157)

〈 119화 〉 118화 ­ 근위대장 약 올리기

* * *

고고하면서도 청초한 자태. 길게 늘어뜨린 검은빛의 머리.

여왕 헤리아가 왕좌에 앉은 채로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여왕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나는 곧바로 허리를 숙였고, 우리 파티원들도 저마다 여왕에게 예를 표했다.

“이야기는 들었다. 훌륭한 일을 해냈더구나.”

“과찬이십니다.”

“아니다. 그대는 이번 일로 그대가 용사라는 것을 증명해냈다. 내가 그대를 부른 것도 그대를 용사로 임명하고 싶어서니라.”

“이곳에서 말입니까?”

나는 용사 임명이라길래 사람들이 광장에 잔뜩 모여 있는 가운데 왕궁에서 손을 흔들며 나타나는 것을 기대했는데…

“미안하게 됐느니라. 원래대로라면 거리에 나가 새로운 용사의 탄생을 백성들과 함께 축하해야 하겠지만… 안타깝지만 지금 상황이 그럴 상황이 아니다.”

여왕이 근심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

“얼마 전, 이곳 수도가 마물에게 공격을 받았다. 더 이상은 이곳도 안전하지 않다는 말이니라. 그렇기에 그대가 한가하게 사람들의 축하를 받고 연회를 즐길 만한 시간도 없느니라.”

“아무리 그래도 오래 걸리는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백성들은 그대의 상태창을 궁금해할 것이다. 그대의 상태창을 백성들에게 보여 줄 수 있겠느냐?”

“상태창…”

나는 오랜만에 내 상태창을 켜 봤다. 파란색 글씨가 내 눈앞에 일렁였다.

암컷타락, 말자지, 꿰뚫는 정액…

보기 숭한 단어들이 여과 없이 나왔다. 확실히 여왕 입장에서 백성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건 아닐 것이다.

“사람들이 제가 용사인 걸 몰라보면 어떡합니까?”

“그건 걱정하지 말거라. 내 너에게 나의 마력과 특제 뱃지를 수여할 것이다. 마력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마력으로 그대가 용사임을 알아볼 것이고, 아니더라도 뱃지로 그대가 용사임을 증명할 수 있을 것이다.”

“감사합니다.”

“이리로 오거라.”

여왕이 왕좌에서 일어났다. 내가 한 번 더 예를 표하고 여왕에게 다가가고 있으니 여왕의 옆에서 매우 못마땅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근위대장이 보였다.

“쯧.”

근위대장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혀를 찼다. 그 모습을 본 나는 여왕에게 다가가다 말고 자리에 멈춰 섰다.

“왜 그러느냐?”

“아무래도 제가 용사가 되는 것에 심기가 불편한 사람이 있는 모양입니다.”

“근위대장 말이더냐? 괘념치 말거라.”

“하지만 용사라면 모름지기 모두의 인정을 받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여왕님의 근위대장이나 되는 사람이 못마땅해 한다면, 용사가 되는 것을 재고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나는 근위대장이 난처해하는 모습을 보기 위해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지껄였다.

“근위대장.”

여왕이 지그시 근위대장을 바라봤다. 근위대장은 곧바로 여왕에게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그대의 마음에 들지 않을 수는 있지만, 국가의 명운이 달린 문제다. 사사로운 감정은 잠시 접어두는 것이 어떻더냐.”

“명심하겠습니다.”

하지만 그 말을 듣고도 나는 자리에 가만히 서서 움직이지 않았다.

“왜 그러고 있는 것이더냐?”

“겨우 그 정도로는 제 상한 기분을 다 풀지 못할 것 같습니다.”

어차피 용사는 나다. 나는 아쉬울 것이 없고, 여왕은 내가 없으면 안 된다. 이른바 내가 갑이고 여왕이 을이라는 말이다.

“어떻게 하면 그대의 상한 기분을 풀 수 있겠느냐?”

여왕의 말을 들은 나는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근위대장에게 여인이 있는지 직접 묻고 싶습니다.”

“몇 년 전에 결혼을 했고, 아이까지 있다. 그런 건 왜 묻는 거지?”

근위대장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나를 쳐다봤다. 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근위대장의 여인을 취하면 기분이 좀 풀릴 것 같습니다만…”

“네놈..!”

근위대장이 칼을 뽑아들었다.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그런 상스러운 말을 지껄이느냐!”

당장이라도 나를 베어버릴 기세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한술 더 떠 더욱 상스러운 말을 떠들어댔다.

“그때 저를 밧줄로 묶고, 감옥 안에 내동댕이치고, 침을 뱉었던 것을 기억하십니까? 저도 당신의 여인에게 똑같이 해 줄 생각이었습니다만. 아, 물론 감옥 말고 침대에 내동댕이칠 거니 그렇게까지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베어주마!!!”

근위대장이 나를 향해 달려오려고 하자 여왕이 손을 들어 제지했다.

“근위대장. 그때는 그대가 잘못한 것이 맞지 않느냐.”

“그렇다고 해서 저런 모욕을 계속하게 두실 생각이십니까!?”

여왕도 그 물음에는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다. 내가 싱글벙글 웃고 있으니 여왕이 차분한 어조로 나를 달랬다.

“근위대장이 전에 그대에게 잘못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때는 제대로 알지 못했던 때가 아니더냐. 넓은 마음으로 이해를 바라는…”

“싫습니다.”

나는 더더욱 강하게 나갔다. 여왕의 표정은 바뀌지 않았지만, 분명 당황하고 있을 거다. 내 공을 치하하고 나를 용사로 임명하려 했는데, 내가 이런 식이면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지.

“여왕님이 뭐라고 생각하시든, 근위대장이 저에게 씻을 수 없는 모욕을 줘 놓고 반성하지 않는다는 점은 변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말하지 말거라. 근위대장도 분명 자신의 과오를 반성하고 있을 게다.”

“그렇다면 왜 제 요구에 저렇게 똥 씹은 표정을 하고 있는 겁니까?”

“그건 네놈이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해서..!”

“저것 좀 보십시오. 저게 어딜 봐서 반성하는 사람의 태도입니까?”

나는 실실 웃으며 근위대장을 약 올렸다. 당장이라도 나를 죽이고 싶지만, 여왕의 제지로 인해 그러지 못하는 근위대장의 모습을 보는 것이 꽤나 재밌다.

“어째서 다른 사람의 여자를 취하려 하느냐?”

“그것이 그 사람에게 가장 고통스럽기 때문입니다.”

“그렇게도 근위대장이 증오스럽더냐.”

“저는 아직도 저를 독방으로 밀어 넣고 표독스러운 표정으로 제게 침을 뱉던 근위대장의 모습이 잊히지가 않습니다.”

“근위대장. 그때의 일을 정중히 사과하거라.”

“저런 녀석한테..!”

“어서.”

여왕 헤리아의 목소리는 부드러우면서도 단호했다. 결국 근위대장은 내게 고개를 숙였다.

“그때는 내가 미안했다… 지금도 내가 잘못했으니, 용서를 구한다.”

“아직 목소리에 진심이 없네요.”

내가 팔짱을 낀 채로 비아냥거렸다. 근위대장은 얼굴을 잔뜩 찌푸리면서도 더욱 고개를 숙였다.

“이번 한 번만 용서해다오.”

“싫은데요. 용서는 당신의 여인이 저한테 구해야지요. 곧 제 밑에 깔려 앙앙거리는 소리를 내면서 제 정액으로 임신하고 말 테니까.”

“큭..!”

“제 자지, 얼마나 큰지 아직 못 보셨죠? 그대로 당신의 여인의 보지에 쑤셔 넣을 거예요. 억지로 보지를 넓히고 들어가면 애액이 흘러나와서...”

“그만..!”

더욱 천박해지는 나와 사과를 종용하는 여왕 사이에서 근위대장은 난처해 하고 있었다. 내가 계속 근위대장의 여인을 어떻게 따먹을지를 설명하고 있으니 여왕이 내 곁으로 왔다.

“그대가 화난 것은 이해하노라. 하지만 다른 이의 여인을 취하는 것은 법도에 어긋나는 행동이지 않느냐.”

“그럼 저는 용사 하지 않겠습니다.”

“그 대신…”

여왕 헤리아는 옷을 벗는 제스처를 취했다. 여왕의 옷 사이로 보이던 가슴골이 더욱 잘 보이게 됐다.

“대신 이 몸을 쓰는 것으로 근위대장을 용서해 주면 안 되겠느냐.”

근위대장을 위해 자기를 바치겠다고? 다른 이를 위해 자신의 몸을 바치겠다는 모습이 마치 성녀처럼 느껴졌다.

“여왕님!!!”

근위대장이 울부짖었다. 잘못하면 자기 때문에 여왕이 내게 범해지는 꼴이니 어찌해야 할지를 모르겠지.

“그래서, 근위대장님은 어쩌실 생각이에요? 당신의 여인을 주지 않는다면 여왕님이 지금 여기서 저한테 범해질지도 모른다고요?”

“으으으..!”

근위대장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다. 조금만 더 하면 될 거라고 생각한 나는 여왕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지금부터 셋을 셀게요. 그때까지 당신의 여인을 취하는 것을 허락해 주지 않는다면 그대로 여왕님을 범할 거예요.”

여왕의 어깨를 가볍게 쓰다듬던 내 손은 점점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셋.”

여왕의 쇄골을 지나 도톰하게 부풀어 있는 여왕의 가슴으로 손이 내려간다.

“둘.”

그러다 갑자기 손을 들어 올려 여왕의 턱을 잡은 뒤 입을 가까이 가져다 댄다.

“하나.”

“그래, 내 여인을 주겠다! 그러니 제발 멈춰다오!”

근위대장이 절규했다. 그래, 그 자신의 무기력함을 저주하는 절규가 듣고 싶었어.

나는 헤리아의 몸에서 손을 뗐다. 그러자 이번에는 헤리아가 내 몸에 손을 올렸다.

“근위대장의 여인은 죄가 없지 않느냐. 차라리 이 몸을 마음대로 하거라.”

“아니다! 내 여인을 바칠 테니, 여왕님께는 손을 대지 말아다오!”

서로를 끔찍이 생각하는 모습이 참 훈훈하다. 잠시 둘을 번갈아 보던 나는 별안간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 장난입니다. 그저 제게 독설을 퍼부었던 근위대장을 한번 골려주고 싶었을 뿐입니다. 여왕님의 몸을 제게 바치실 필요는 없습니다.”

일국의 여왕을 따먹을 수 있는 기회를 날린다고 생각하면 살짝 아쉬운 건 사실이지만, 여왕을 따먹는 건 마왕을 암컷타락시키고 해도 늦지 않다.

“그렇더냐… 다행이구나.”

“어서 저를 용사로 임명해 주십시오.”

“한쪽 무릎을 꿇거라.”

나는 한쪽 무릎을 꿇으며 예를 표했다. 헤리아는 내게 다가와 내 머리에 손을 올렸다. 잠시 뒤 헤리아의 마력이 내 몸속으로 흘러들어오는 것이 느껴졌다.

“그대는 일국의 용사로서 마왕을 물리치고 세상에 평화를 가져오겠다고 다짐할 수 있겠느냐?”

“다짐합니다.”

이후로도 헤리아는 내게 몇 가지를 물었고, 나는 착실히 대답했다. 마지막 질답이 끝난 뒤 내 몸속에 흘러 들어오던 마력이 멈췄다.

“자, 이걸 가지거라.”

헤리아가 내게 뱃지 하나를 내밀었다. 용사의 뱃지라길래 금으로 만들어진, 보석으로 치장된 것을 기대했지만 뱃지는 은으로 만들어진 수수한 모습이었다.

“그대의 파티원 중 마력샘에 문제가 있는 사람이 있다고 들었다.”

“사실입니다.”

“내 마법사들에게 말해 뒀으니, 지금 당장 마법사들을 찾아가거라. 그들이 그녀의 마력샘을 정상화시킬 수 있을 게다. 그리고 모험을 위해서라면, 내 마법사들 중 하나를 데려가도 좋다.”

“알겠습니다.”

“명심하거라. 그대는 이 나라의 희망이다.”

우리는 알현실을 빠져나와 왕국의 마법사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한참 왕궁을 걷고 있으니 월영이 내게 말을 걸었다.

“성기 님.”

“응?”

“아무리 그래도… 방금은 조금 심한 처사였다고 생각됩니다. 어찌 다른 이의 여자를 취하겠다는 말씀을 하실 수 있습니까?”

“그랬나? 하지만 근위대장이 나한테 한 짓을 생각하면 아직도 살짝 분한걸.”

“용서야말로 강자의 무기입니다.”

“명심할게.”

물론 월영, 네가 따먹힌 뒤에도 용서야말로 강자의 무기라는 소리를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 * *

0